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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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울러 전적으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속 그 인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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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2022-04-26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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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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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_옌롄커 (지은이), 김태성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18-08-10

| 원제 爲人民服務 (2005)

 

 

194475, 산베이(陜北) 안차이 현의 목탄 탄광에서 갱도가 붕괴되면서 중국공산당 전사인 장쓰더(張思德)가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쓰촨성 이룽현 출신으로 1915년에 가난한 농촌가정에서 태어난 장쓰더는 어려서 고아가 되었다. 1933년에 중국 홍군의 장정에도 참가한 바 있는 그는 1937년에 중국공산당에 입당하여 투철한 책임감과 자신을 돌보지 않는 희생정신으로 일찍이 마오쩌둥의 내위반(內衛班)에서 경비임무를 수행한 적도 있었다. 장쓰더가 사망한 지 사흘 뒤 마오쩌둥은 한 연설에서 장쓰더 동지는 인민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의 죽음은 태산보다도 중요하다라고 전제하며 지금 중국의 인민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만큼 그들을 구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분투하고 있고 이러한 분투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연설의 제목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였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웨이 런민 푸우(爲人民服務)는 개인의 행복보다 혁명의 대의와 사회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중국군의 책무를 담은 국민적 구호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작가 옌롄커(閻連科)는 중국 내에서 논란이 많은 작가이다. 우선 중국 문단과 평단에선 루쉰문학상, 라오서문학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대중(인민)들의 지지도도 상당하다. 반면 공산당 지도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해 평균 6편의 소설을 발표하고 있다. 그의 작품의 등장인물은 대부분 농민출신 군인들이다. 작가는 이 두 가지 신분의 교차를 핵심으로 하여 군인들의 복잡한 존재 상태와 평화 시기 군인들의 영혼에 대한 탐색을 시도함으로써, 비평가들로부터 농민의 아들이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출간 즉시 폭발적 논란을 일으키며 전량 회수된 중국문학의 금서(禁書)

 

 

2005년 봄, 중국 광둥성 격월간 문예지 화청(花城)3월호에 중편소설 한 편이 상당 부분이 삭제된 채 발표된다.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어느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그러나 이미 많은 부분을 사전에 걸러냈음에도 발간되자마자 중앙선전부의 긴급 명령으로 초판 3만 부가 전량 회수, 폐기되고, 향후 출판 및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이른바 ‘5() 조치를 당하게 된다. 중국 문단은 발칵 뒤집혔고 당국은 문예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작품은 당국의 바람대로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이 작품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바로 오프라인 출판물이 전량 폐기되자 수많은 중화권 독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해적판을 돌려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과잉 탄압은 오히려 독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작품은 중화권은 물론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읽어야 할 문제작이 되었다. 그렇게 작가 의도와는 달리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21세기 중국 문단 최고의 화제작이자 비공식 베스트셀러로 떠올랐으며, 해외에서도 10여 개국에 소개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도대체 어떤 사랑이야기?

 

소설은 삶의 많은 진실을 유일하게 대변한다. 그렇다면 소설의 방식으로 이를 표현하기로 하자. 어떤 진실한 삶의 모습은 허구라는 교량을 통해서만 비로소 확실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사단장 집에서 취사를 담당하는 고참 공무분대장 우다왕(吳大旺)이 소개된다. 우리 식으로 바꾸면, 공관병이다. 작년 이맘때 쯤,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던 박대장과 그 부인의 갑질이 생각난다.

 

 

비록 사회주의 대열에 들어서서 경제적 성장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중국이지만, 여전히 공산당의 세력은 더욱 견고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군부대내에서 벌어진 사랑이야기에 그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을까? 그것은 예사로운 남녀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단장의 아내와 공관병의 불같은 사랑이야기다. “사건은 또르르 굴러와 마치 수소 폭탄이 터지듯이 요란하게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원래 식당의 식탁위에 놓여 있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붉고 큰 글씨가 새겨진 나무팻말이 이번에는 타일이 입혀진 부엌 부뚜막 위에 놓여 있었다.

 

 

언감생심 우다왕은 사단장의 아내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지도 못하던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단 군병원 간호사였던 사단장의 젊은 아내 류렌(劉蓮)이 먼저 우다왕에게 다가왔다. 우다왕은 오직 맡은 직무에만 우직하게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명예에 만족할 줄 모르고 진보를 갈망하는 우수한 사병이기도 하다. 우다왕은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반년 동안 식탁에 앉아 식사할 때마다 사단장의 부인이 수없이 자신을 의미심장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도 눈치 채지 못했다.

 

 

어느 날, 사단장이 두 달간 부대를 더욱 정예화하고 행정조직을 간소화하기 위해 베이징의 어느 비밀 장소로 떠난 다음 날 저녁, 사건이 시작된다. 류렌은 우다왕에게 다섯 개의 붉은 별과 물병 달린 장총, 풍성한 보리이삭이 새겨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팻말(이 팻말은 이 소설에서 시종일관 매우 중요한 소품이 된다)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놓여있거든 지체 없이 류렌의 거처인 위층으로 올라오라는 지시를 내린다. 서른 두 살인 사단장의 아내 류렌과 스물여덟 살의 취사병 겸 공무원 우다왕은 두 달 동안 마치 커다란 꽃밭에 신선한 꽃나무 한 그루와 호미 한 자루’(작가의 표현)처럼 남겨진 상태다.

 

 

류렌이 팻말을 다른 곳으로 옮긴 후(, 우다왕을 자신의 침소로 부른 후)우다왕은 분부대로 따랐지만, 두렵고 떨리는 마음에 도망치듯 그 방을 나온다.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류렌은 우다왕을 내쫓을 생각을 한다. 우다왕의 상관에게 수장의 가정에 봉사하는 것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라는 종지(宗旨)도 모르는 병사이기 때문에 당장 교체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랬다. 류렌은 우다왕을 남자로 받아들이면서도 꿋꿋하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장을 사용한 것이다. 우다왕의 마음도 편할 리가 없다. 몸의 욕구를 따르자니, 뒷일이 너무 두렵고, 그것을 극복하려다 보니 군에서 진급하고 아내를 도시로 데려오는 일은 강 건너 가버릴 것 같고 진퇴양난이다. 결국 우다왕은 류렌에게 수장의 가정에 봉사를 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게 된다.

 

_종지(宗旨) : 명사】 ① 한 종교나 종파의 중심이 되는 가르침. 주장되는 요지나 근본이 되는 중요한 뜻.

 

이어지는 이야기는 두 사람의 불꽃같은 사랑이다. 아니 활화산처럼 터지는 두 사람의 육정(肉情)이다. 중앙선전부는 왜 이 소설에 ‘5() 조치를 부과했을까? 혁명언어의 경전이자 무소불위의 금언이고 혁명정신의 상징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장이 적힌 팻말이 두 남녀의 금기된 사랑, 불륜의 소도구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한갓 두 남녀의 빗나간 사랑이야기에 수장의 가정에 봉사하라는 의미로 변용되었기 때문이다. 혁명의 상징이 아니라 욕망의 발산기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적으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속 그 인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산당 간부들을 위한 복무(복종과 희생)인가, 인민의 인민을 위한 복무(희생)인가? 우다왕의 선임(지도원)이 그에게 전하는 말속에 인민들이 품고 있는 평생의 꿈이 담겨있지 않을까? “천번 만번을 말해도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잘 사는거야.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사병들은 모두 간부로 신분상승하길 원하고, 간부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은 중간층 간부로 신분상승하길 원하지. 또한 농민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신과 가족이 모두 도시인이 되길 원하네. (....) 때로는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일생의 경력을 바쳐야 할 수도 있어.” 지금 중국은 농민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국가시책이라고 들었다.

 

 

이 소설에서도 국내에 소개된 옌롄커의 다른 번역서 물처럼 단단하게, 딩씨마을의 꿈, 여름해가 지다등에서 보이는 작가의 독특한 문장 흐름을 만나게 된다. ()적이다 못해 몽환적(夢幻的)인 문장들이다. 두 사람이 알몸으로 달빛 정원에 누워있는 정경이다. “우유 같은 은색 달빛이 물처럼 군영과 건물 뒤에 있는 이 채마밭 위로 뿌려졌다. 두 사람의 몸 옆으로 백양나무의 검은 그림자가 차갑고 음침하게 흔들리며 그들을 어루만졌다. 가까이 있는 귀뚜라미들은 울지 않았지만 귀 기울여보면 나무 그림자가 두 사람의 몸 위로 가볍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단 자락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 같았다.”

 

 

옌롄커는 작품을 통해 신분이나 인종을 떠나 인류의 마음속에 오래 전부터 각인된 사랑과 존엄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작가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런 글을 남겼다. “이 소설은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소설은 단지 인류의 운명과 역사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깁니다. 이 소설은 인간의 존엄에 대해 영원한 존중과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입니다.” 이 소설이 단순한 애정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책은 2008년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동명으로 출간했던 번역본의 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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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났다. 일요일(23일)엔 딸 내외가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점심, 저녁 먹고갔다. 모처럼 손주들(딸, 아들)과 놀아주고 나니 저녁엔 몸이 나른해졌다.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월요일(24)일엔 처가에 들러 병석중에 계신 장모님을 뵙고, 화요일(25일)은 그냥 집에서 뒹굴었다. 아니 완전히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창고정리를 했다. 올 여름 폭염에 장만한 냉풍기 2대를 창고에 넣고 난방기구를 꺼냈다. 좀 이르지만 월동준비를 한 셈이다. 수요일(26일)출근을 했다. 3시까지 근무하고 퇴근했다. 연휴가 지나고 나면 몸의 풀린 나사를 다시 조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요일 포함해서 3일을 쉰 셈인데 이번주 다시 리듬을 회복시켜야겠다.

 

 

 

  

 

 

 

            

 

       

 

 

 

 

 

 

 

 

 

 

연휴기간 중 최소한 3~4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려던 계획이 고작 한 권으로 그쳤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웅진지식하우스)는 2008년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출간했던 책의 개정판이다. 옌롄커는 중국 내에서 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을 받는 작가이다. 아마도 공산당 선전부(우리 식으로 하면 문화공보부?)에 블랙리스트로 올라있을 만한 작가다. 옌렌커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약 4년 전? 『물처럼 단단하게』를 읽고, 뒤이어 『딩씨마을의 꿈』, 『사서(四書)』를 읽었다. 이번 연휴기간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읽었다. 역시 옌롄커라는 작가 역량있다. 감성적인 소재와 문체를 통해 중국 공산당 내부의 문제점과 사회적 이슈를 제시하고 있다. 공산당 간부들의 미움을 살만하다.    

 

 

 

 

 

 

 

 

 

 

 

 

 

 

 

 

 

현재까지 국내에 번역본으로 소개된 책들 중 아직 못 읽은 엔롄커의 작품들이다. 곧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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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9-27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이거 처음 나올때 너무 재밌게 봤는데 다시 나왔네요 옌렌커란 작가를 그 때 알았는데 영화로 나온다고 하던데...아직 소식이 없네요 중도하차한건가?모르겠네요~중국문학은 잘 모르는데(딴것도 마찬가지지만 ㅜㅜ) 이동진씨가 옌렌커의 <사서>를 추천하더라구요 ~이제 날씨가 쌀쌀해지네요 건강유의하십시오^^

쎄인트 2018-09-27 17:58   좋아요 1 | URL
아...영화 제작이야기도 있었던 모양이지요? 중국내에서 허용이 될런지요...만약 영화화된다면, 색계는 명함도 못내밀텐데...[사서]도 의미있는 책입니다. 몇년전에 읽었는데..다시 읽어볼까하는 중입니다.
카알벨루치님도...환절기 건강관리잘하시고, 몸과 마음 평안하십시요~^^

카알벨루치 2018-09-27 18:07   좋아요 1 | URL
<사서>도 꼭 읽어볼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pantheon 2022-10-04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그것도 한국드라마.기대에 못 미칩니다.

쎄인트 2022-10-04 17:02   좋아요 0 | URL
유튜브에서...요약본으로 봤습니다.
전체로 보고 싶은 생각이 안드네요...
 
서양철학사 (합본, 양장) 서양철학사
군나르 시르베크.닐스 길리에 지음, 윤형식 옮김 / 이학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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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근간으로 하면서 인문학, 자연과학, 경제, 사회과학, 정신분석학 및 정치사상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융합학문》의 텍스트로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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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사 (합본, 양장) 서양철학사
군나르 시르베크.닐스 길리에 지음, 윤형식 옮김 / 이학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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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사 】   군나르 시르베크 · 닐스 길리에 / 이학사

 

 

1.

저자들은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준다. “왜 철학을 공부하는가?”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올 것이다. 질문자의 답변은 이렇게 이어진다.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철학이 우리가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항상 짊어지고 다니는 지성적인 짐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학과 친숙해지는 편이 좋은 것이다!” “좋은 말할 때 철학을 공부하시오~” 라는 말로 들린다.

 

2.

이 책은 기존의 다른 철학서와 어떤 차별화가 있을까? 근대 초의 과학혁명이 당대의 세계관에 도전하여 새로운 인식론적 문제와 윤리적 문제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거의 모든 철학사 연구에서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와 뉴턴이 다뤄지고 있다. 저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문학의 발흥과 사회과학내에서의 혁명도 유사한 문제들을 제기한다고 믿고 있다. 다윈과 프로이트, 뒤르켐과 베버라는 이름들과 연관된 분과학문들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3.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부터 시작된다. 자연과 사회 모두에 있어서 조화와 질서라는 이념은 일반적으로 최초의 철학자들이 등장한 기원전 5세기부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리스철학의 근본 특징이다. 초창기 그리스철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식을 정확히 예측하고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했다고 알려지는 탈레스를 비롯해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 제논, 데모크리토스를 비롯해 피타고라스학파 등이 거론된다.

 

4.

훌쩍 건너 뛰어, 중세로 들어가 본다. 저자들은 먼저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지배적 종교가 된 후 일어난 일정한 변화들을 살펴본다. 그런 다음 로마제국에서 중세 사회로의 이행기에 일어난 몇몇 변화를 관찰한다. “중세에 철학과 신학은 참된 통찰로 이끌 수 있다고 여겨진 두 개의 주요한 학문 분과였다. 오늘날의 의미의 자연과학은 중세 후기에 이를 때까지 유럽 문화권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시기 동안 신앙과 이성 간의 관계가 중심적 위치를 차지했던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물음이 철학에 속하고 어떤 물음이 신학에 속했을까? “중세에 철학과 신학 간의 긴밀한 관계는 종종 신학이 어떤 의미에서 철학을 손에 꽉 쥐고 있었던 것처럼 서술되곤 한다.” , 철학이 희생양이었다는 것이다.

 

5.

르네상스 시대에 일어난 자연과학의 발흥은 중세철학 내에서 과학적 개념들의 발전이 이뤄지고 수공업 및 농업에서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진 기나긴 과정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이 단지 이론적 또는 실천적 관점에서 생겨난 것일까? 저자들은 17세기 말 실험적이고 수학적인 과학의 토대였던 '고전역학'에 주목한다. 신학과 철학이 주 무대였던 마당에 과학이 진리를 다루는 새로운 지적활동으로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철학은 과학과 불가피한 타협점을 찾아야했다. 근세철학의 대부분은 합리주의자인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 경험주의자인 로크와 흄, 그리고 선험철학자인 칸트 등에서 볼 수 있듯 철학과 자연과학 간의 경계를 찾는 시도가 이뤄졌다.

 

6.

“1770년대는 독일 지성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이룬다. 합리주의적 계몽주의로부터 반합리주의적인 전기 낭만주의로의 이행이 이루어진 소위 질풍노도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가 거론된다. 헤르더는 흄으로부터 인간의 이성 능력에 대한 회의를 물려받았다. 그는 보편타당한 인간 이성과 영원한 보편 기준을 믿는 견해를 거부했다. 저자들은 헤르더를 역사주의의 창시자로 칭한다. 그 이유는 역사주의는 삶을 바라보고 역사에 접근하는 특별한 태도와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주의는 우리가 역사의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일깨웠다는 것이다. 역사 서술이 지배적 학문이 되면서 다른 인문학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인문학들이 역사화되기 시작한다. “즉 인문학들은(문학사, 예술사, 종교사, 언어사 등과 같이) 역사적 지향성을 갖는 학문이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주의가 현실을 보는 일정한 방식이자 동시에 인문학적 연구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7.

이 책의 공저자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철학자, 문화학자이다. 서양철학사1972년에 처음 노르웨이에서 출판된 후 7차례 개정판이 나왔다.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는 물론 러시아어, 중국어, 아랍어를 포함하여 전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 책은 처음에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대학생들을 위한 교양 철학 교재로 집필되었다고 한다. 이후 노르웨이에서는 대학생이라면 전공과 상관없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철학 시험인 엑사멘 필로소피쿰(examen philosophicum)’의 대표적인 교재로 자리 잡았고, 점차 스칸디나비아 전역에서 그 시험 준비와는 상관없이 읽히게 되었다. 현재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뻗어나가, 거의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다.

 

8.

각 챕터마다 저자들은 마치 쪽지 시험을 보듯, 질문을 던진다. 아울러 더 읽어볼 만한 책들을 추천해준다. 철학을 근간으로 하면서 인문학, 자연과학, 경제, 사회과학, 정신분석학 및 정치사상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융합학문의 텍스트로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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