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밥상 - 건강.젊음.활력을 되찾는
방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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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25세의 촉망받는 젊은이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신동소리를 들은 그는 의과대학에 입학한 후 신망받는 내과의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25세가 넘자 그의 머리카락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갔다. 조교들은 농담 삼아 그를 과장님이라고 불렀고 친구들 사이의 별명은 '털 빠진 수탉'이었다.

 

2. 피부과 교수는 탈모 치료를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머리카락은 더욱 빠져나갔다. 설상가상으로 '크론씨병'을 진단받는다. '크론씨병'은 주로 소장의 회장말단부와 대장에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발병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나, 면역학과 세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라고도 표현된다.

 

 

 

3. 이 청년에게 주치의의 처방은 막연하다못해 절망적이었다. 장을 잘라내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더욱 그랬다. 청년은 더 이상의 약물 투여와 수술을 거부했다. 교수는 화를 내며 겁을 주었지만, 그의 마음엔 그가 공부하고 믿고 의지해 온 현대의학의 한계에 절망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는 성서에 나오는 청년 다니엘이 채식과 단식으로 몸을 회복한 것에 강한 영감을 얻고 그대로 따라해본 결과 몸이 회복되었다. 남다른 의사가 되기로 결정한 시점이 바로 이때였을것이다. 이 청년은 바로 이 책의 저자 방기호 원장이다.

 

4. 그가 먹는 음식이 바로 '그'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성장과정 중에 지극히 즐겨 먹는 음식들은 육신의 성장뿐 아니라, 정서적인 면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상식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했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 음식이 곧 약이 되게하라.'고 말했다.

 

 

 

5. 책은 총 3부로 편집되어있다. 마흔의 남자, 그동안 무엇을 먹었는가. 남자의 얼굴을 늙게 만드는 음식. 남자, 10년 전 스태미나로 다시 태어나다 등이다.

 

6. 우리가 40대에 앓는 고혈압, 당뇨,고지혈증, 심장질환, 뇌졸중은 모두 다른 이름을 한같은 질환이라고 한다. 40대의 대사성 질환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좋은 지방과 진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7. 지방에도 좋은 지방, 나쁜 지방, 이상한 지방이 있다. 저자는 간단하게 분류한다. "고기, 계란, 우유의 지방은 비누로나 만들어 사용하라. 수은이 들어 있는 등푸른 생선은 바다로 돌려보내라. 바코드가 찍힌 정제 기름 역시 가공식품일 뿐이다. 정말로 좋은 기름은 푸른 잎 채소와 견과류에 꼭꼭 숨어 있다."

 

 

 

 

8.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 국화빵에도 국화 꽃잎조차 찾아볼 수 없다. 저자는 '비타민C 알약에 비타민씨가 없다한다. 비타민C 광고를 강도높게 비난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비타민C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스코르빈산(ascorbic acid)이라는 성분이 비타민씨로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는 옥수수 전분을 용제로 추출한 화공약품이다. 즉 합성약품이다. 아스코르빈산은 단지 비타민C복합체에서 항산화 기능을 맡을 뿐이다. 즉 내용물을 보호하는 배낭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비타민씨에게 배신당한 느낌과 기분이다. 저자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배낭만 있다고 배낭여행을 할 수 있을까?'.

 

9. 비타민C 연구로 노벨상을 두 번이나 연속 수상했던 라이너스 폴링 박사는 이런 말을 했다. "비타민C 알약이 기적의 물질인지는 나도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당근과 시금치가 우리 몸에 기적을 일으킨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10. 오메가3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끼니 거르지 않고 먹고 살만한 집 냉장고 위나 식탁엔 오메가3나 글루코사민이 터줏대감처럼 자리잡고 있다. 저자는 오메가3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메가3를 만드는 것은 오직 식물뿐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오메가3의 일종인 알파리놀렌산을 생산하여 녹색 이파리에 저장해 둔다.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은 식물이 만든 오메가3를 먹고 생명을 유지한다. 육식동물조차도 채식동물을 잡아먹음으로써 오메가3를 보충한다. 따라서 채식동물을 잡아먹을 때에도 풀이 가득 들어 있는 내장부터 먹기 시작한다. 육식동물은 절대로 같은 육식동물을 잡아먹지 않는다."

 

11. 저자는 이렇게 당부한다. 당신이 40대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라. 왜냐하면 중년 남성의 발기부전과 성인병, 암의 원인은 다름 아닌 잘못 먹어 온 음식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밥상을 바꿔야겠다. 아니, 상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입으로 넣는 것에 대해 좀 더 깊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하다. 건강하게 살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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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김소영 지음 / 소울메이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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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를 생각해봅니다. 고대 동굴속에서 찾아낸 그림들. 그 그림을 그린 자는 누구였을까? 무리 중에서 사냥은 안 나가고, 고기만 축낸다고 왕따로 취급받진 않았을까? 아님, 반대로 존경을 받았을까? 왕년에는 사냥에서 한 가닥 했지만, 어찌하다 다쳐서 동굴속에서 무료한 시간을 그림이나 그리고 있진 않았을까?  


자칫 예술가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법한 생각이라서, 이쯤 멈춰야겠습니다. 어쨌든 무엇인가 그들의 마음 속에서 솟아난 끼와 열정이 그림으로 음악으로 구조물로 탄생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가로 먹고 사는데 지장 없었던 사람은 과연 몇 %나 되었을까?  예술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또 몇 %나 될까? 

요즘 힐링이 대세입니다. 그 만큼 상처받고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겠지요. 희한한 것은 모두 상처받는 피해자이고, 가해자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럼 도대체 그 상처는 어디서 오는지? 이 또한 궁금합니다. 어쨌든 오늘은 저자와 함께 예술감상의 길로 들어서 보렵니다. 저자의 말대로

 

"힘들고 지친 삶을 예술감상으로 힐링"하기 위해 일단 따라가보겠습니다.

첫 장을 펼치니 헤르만 헤세의 말이 반겨줍니다.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 그것이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 책의 저자는 기자입니다. 방송국 보도국에서 일하면서 처음으로 발령받은 곳이 문화부였고, 그 인연으로 '문화뉴스'를 맡게 되었답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예술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더 했다고 하니, 일단 그 의욕과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책은 총 4부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예술과 예술감상에 대한 단상. 2부는 공간예술(서양화, 한국화, 사진)감상에 대해. 3부는 시간예술(클래식, 오페라, 국악) 감상애 대해   4부는 종합예술(무용, 연극, 뮤지컬)감상에 대해 등입니다. 책을 읽기도 전에 느낀 점은 아! 예술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눈높이 교육을 시켜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예술을 감상하고, 직접 참여해 즐기는 것은 두뇌에 '감정이입'과 '환상'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표현을 합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공감의 시간을 갖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감정이입의 시간을 갖는 것은 일상에서 부딪는 여러가지 복잡한 잔상들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기도 하지요.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아이들에게 상담요법 못지 않게 놀이요법 중 무용, 음악, 미술 치료등의 프로그램이 추가 되는 것이 그 이유이기도 합니다.

서양화 부문에 들어가선 레오나르드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등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현대 예술과 예술가로 이어집니다. 요즘은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가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한 가지 분야에서 족적을 남기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미답(未踏)의 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예술이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합니다.

요즘 다방면에서 그리스 로마가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인문학의 원조인 '그리스 아테네', '플라톤 아카데미'등이 인문학 저자들에게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를 알아야 그림이 보인다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모르고는 바로크 시대 이전까지의 그림이나 조각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지요. 

책을 읽으면서 여태 모르고 있던 부분들.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군요. 예를 들면 미술의 역사는 화가, 조각가 등 작가가 만든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특정 작품을 구입한 사람들, 즉 컬렉터가 만들어온 것이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교회가 컬렉터였고, 귀족이 컬렉터였으며, 다음은 국왕이 컬렉터였다고 하네요. 시민혁명이 일어난 후에는 돈 많은 개인이 컬렉터가 됩니다.

'한국의 미술, 고구려에서 고려까지'엔 국보 78호와 83호 금동미륵 반가사유상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지하의 미술이 지상의 미술로 올라오게 된 시기를 4세기 후반 불교가 전해지고 난 후로 추정합니다. 단원 김홍도의 이야기와 그림을 보는 재미가 정겹습니다. 조선말에 살았던 풍속화가 김준근의 이야기는 중국인으로 오해받아 묻혀 있던 김준근이 한국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화를 접하게 됩니다.  김준근이라는 화가가 김홍도, 신윤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대 풍속화가로 명명된 것은 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음악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저자는 경험상 음악을 가장 빠르게 훑어볼 수 있는 방법은, 일단 시대 순으로 대표 작곡가의 대표곡을 두 곡 내지 세 곡 정도 자주 듣는 것이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말라고 하네요. 평론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 그 다음엔 그 작곡가와 동시대 작곡가들의 곡으로 레퍼토리를 확장해나가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유명 작곡가를 40명으로 잡으면 80~120곡 정도 된다고 합니다.

뒤이어 발레, 한국춤, 연극, 뮤지컬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책을 펼치기 전 예상했던대로 예술과 거리를 두고 살았던 보통 사람들에게 저자가 현장에서 몸소 얻은 지식과 느낌을 차분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저자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한편 깊이가 있는 글들을 보며 눈과 귀가 트이는 느낌입니다. 

책 말미에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매개로써의 예술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불멸의 예술은 예술가의 생각과 감정이 극단의 상태에 이르렀을 때 탄생한 것들이 많습니다. 인간과 인간사의 아주 본연적인 것, 예를 들면 죽음, 사랑, 욕망, 고독, 고통 등에 대해 깊이 천착하고 우리에게 생각할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단지 글자로, 말로 묻지 않았을 뿐입니다. (....) 바쁘게 살아야 하는 우리이기 때문에 더욱 더 '인간 조건'에 대해 의식의 날을 세우고 있어야 허무와 분노와 좌절에서 우리 영혼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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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생각하라 - 지금 여기, 내용 없는 민주주의 실패한 자본주의
슬라보예 지젝 지음, 주성우 옮김, 이현우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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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젝이 2011년 10월 9일,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열린 월가점령시위에 참석해서 행한 연설 중에서 옮겨본다. 지젝은 이 자리에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준비된 우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미국의 자본주의가)은 우리가 몽상가라고 말한다. 진정한 몽상가는 모든 것이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무한정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치들이다. 우리는 몽상가가 아니다. 우리는 악몽으로 변해버린 꿈에서 깨어나고 있다."

 

2. 이런 이야기도 이어진다. "공산주의 시대의 오래된 농담이 하나 있다. 동독 노동자 한 사람이 강제 부역에 동원되어 시베리아로 떠났다. 모든 우편물이 검열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암호를 정하자. 만약에 내 편지가 파란 잉크로 쓰여졌다면 모두 사실이고, 편지가 빨간 잉크로 쓰여졌다면 그것은 거짓이야.' 한달 후 친구는 그의 첫 편지를 받았다. 모두 파란 색으로 쓰여 있었다. '여긴 모든 것이 완벽해. 가게에는 좋은 음식들로 가득하고, 극장은 서구의 좋은 영화들을 보여줘. 아파트는 크고 호화스럽지. 그런데 딱 하나 여기서 살 수 없는 것이 빨간 잉크야."

 

3. 지젝은 이 빨간잉크를 우리의 비자유(非自由)라고 한다. 그는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스스로와 사랑에 빠지지마라'고 당부한다. 그 자리에 참석해서 감정을 표출시킨것으로 자기 만족에 빠지지말라는 이야기다. 부패나 탐욕을 대상으로 할 것이아니라, 체제에 대한 지혜로운 저항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그리고 이렇게 그의 연설을 끝맺음한다. " '그때 우리 정말 좋았지'  이런말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하자. 사람들은 종종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진정으로 원하지는 않는다. 갈망하는 것을 진정으로 추구하길 두려워하지 마라."

 

4. 참으로 힘있고, 생명력있는 언어로 이뤄진 연설이다. 슬리보예 지젝은 1949년 옛 유고연방이었던 슬로베니아 태생이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파리 제8대학의 정신분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라캉과 마르크스, 헤겔을 접목한 독보적인 철학으로 ‘동유럽의 기적’ 혹은 라캉 정신분석학의 전도사로 일컬어지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는 독일 고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새롭게 이론화 하였다. 철학자로는 드물게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최근 인문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각주에 인용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여 가진 두 차례의 강연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5. '비극적 시대의 탈출구를 위한 현존하는 가장 위험한 철학자'라는 닉네임도 따른다.  지젝이 위험하다는 지적은 권력과 금력가들의 것이리라.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은 우리의 성좌(constellation)에 대한 '인식적 지도'를 제공하고자 하는데 있다. 먼저 현대 자본주의의 주요 특징을 짧게 정리한 후에, 사회적 적대에 대한 반응으로 야기된 반동적인 현상(특히 포퓰리즘 폭동)에 초점을 맞추어 자본주의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윤곽을 그려 볼 것이다."

 

6. 지젝은 최근 일어나는 현상을 냉정한 열정으로 분석을 하고 있다. 그 분석의 도구로는 임마누엘 칸트가 언급했던 "이성의 공적인 사용"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공적'이란 이성의 행사의 초국가적인 보편성을 지칭한다. 칸트는 "생각하고 복종하라!"에 힘을 주었다. (이성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공적으로 생각하고 (권력의 위계 조직의 일부로서)사적으로 복종하라는 말이다.

 

7. 마르크스가 자주 등장한다. 마르크스가 플라톤의 [국가]에 대해 했던 말이 인용된다. "이 책은 '너무 유토피아적'이어서 문제가 아니라, 기존 정치경제 질서의 이상적 이미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지젝은 이를 준용하여, 현재 진행 중인 복지국가의 해체도 고귀한 이상의 배반이라기보다는 복지국가라는 이상의 치명적 결함을 소급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실패로 간주해야 마땅하다한다.

 

8. 지젝의 날카로운 지적에 공감이 간다. "자본주의가 현재로서는 부를 창출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입증되었지만, 동시에 이대로 방치될 경우 자본주의의 재생산 과정에서 착취, 천연자원의 파괴, 집단 고통, 불의, 전쟁 등이 수반된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9. 그렇다면 처방은? 지젝은 "우리의 목표는 이윤을 추구하는 재생산이라는 자본주의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글로벌 복지와 사회 정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본주의를 조정하고 규제해나가는 것이다. 또 시장에는 그 나름의 수요가 있음을 존중하고, 시장 메커니즘을 직접적으로 교란시키면 대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여 자본주의라는 짐승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 짐승을 길들이는 일뿐이다."

 

10. 지젝의 글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의 자본주의와 권력, 이데올로기의 최근 동향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동안 잠들었던 나의 자유의지를 깨우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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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개설 지만지 고전선집 107
니콜라이 B. 크루솁스키 지음, 김민수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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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루셉스키는 언어학의 최종 목적이 언어 현상의 법칙들을 밝혀내는 것이 되어야 하며, 그 법칙들은 자연법칙처럼 그 어떤 예외나 이탈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제시한 정태적 법칙 가운데 주요한 것이 음성 법칙이다.

 

2. 그는 모든 음성은 동일한 음향적, 생리적 조건에서 동일 시간대에 동일 방언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동일하다고 했다. 당대(1880년 전후)의 학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언어와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한 사람의 언어를 유일한 실재로 여긴 것과는 상반된 견해였다.

 

3. 그는 또한 생리적인 법칙 이외에 인접성과 유사성에 따른 연상 법칙이라는 심리적인 법칙도 제시했다. 그는 모든 단어는 인접성에 따른 연상 고리로 다른 단어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유사성은 음성이나 구조와 같은 외적인 측면뿐 아니라 내적인, 즉 기호론적인 유사성도 포함하는 것이었다.

 

4. 크루셉스키는 또한 동태적 법칙은 정태적 법칙에 기반할 때만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표현하는 동태적 법칙은 음성이나 음성 결합체들의 변화 내의 단일성으로 나타난다. 이 또한 생리적 법칙이자 심리적 법칙이다.

 

5. 그는 일차적인 동태적 법칙 그룹을 음성과 조음의 경계 변화를 근거로 찾아냈으며, 화자의 생리적 활동의 총합체로서의 조음을 일차적 조음이라고 했다. 아울러 다양한 조음은 힘을 아끼거나 조음을 단순화하려는 인체의 무의식적인 노력 등의 원인으로 점차 변할 수 있다고 했다.

 

6. 왜 쓸만한 사람들은 먼저 가버리는지. 그렇다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쓸모없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크루셉스키는 1851년 12월 6일 볼린 주 루츠크 시(현재 우크라이나의 서부)에서 태어났다. 30대에 들어서며 대학의 정교수 직위를 취득했다. 비교언어학, 산스크리트어, 음성생리학, 러시아어 문법, 로망스어 비교문법, 프랑스어사, 일반언어학,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과목의 강의를 했다. 그러나 너무 열성적으로 교육과 연구 활동에 전념한 결과 건강이 악화되어 자리에 눕게 되고, 1887년 11월 1일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7. "이제 우리가 단어를 어떻게 습득하고 어떻게 기억해 내는지에 대해 살펴보겠다.(....)그 많은 단어들 가운데 하나를 사용해야 할 때, 매번 그것을 아주 짧은 순간에 기억해 내야 하고 그 많은 음성 결합체들 가운데에서 해당 순간에 필요한 바로 그것을 즉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아주 빨리 그리고 아주 쉽게 언어를 구사하는 법을 배운다. 이것은 우리가 매 단어를 각각 외우는 것도 아니고 기억해 내는 것도 아니라는 점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 (...) 모든 단어는 유사성에 따른 연상 고리로서 다른 단어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 유사성은 외적인 것. 즉, 음성, 구조, 형태적인 것일 뿐 아니라 내적인 것. 기호 의미적인 것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단어는 특수한 심리적 법칙에 따라 우리의 정신 속에서 유사성을 가진 다른 단어들을 촉발시키기도 하고 그 단어들에 의해 촉발되기도 한다."

 

8. 크루셉스키가 언어학 영역에서 족적을 남긴 것 중 말의 세계를 개념의 세계와 일치시키는 방향으로의 언어 변화, 기호의 자의성, 기호의 양과 내용 간의 반비례 법칙 등 중요한 개념들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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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고전 : 한국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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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꽤 여러 해전 타임지에 '지구'사진이 표지화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매해 뽑는 인물이나 사물에 지구가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런 타이틀이 붙었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보호하자.'  사진은 지구본이었다. 먼지가 잔뜩 쌓인 지구를 닦아낸 자리와 아직 먼지 그대로인 상태를 극명하게 비교해놓았다.

 

2. 이젠 먼지 정도가 아니라, 곪아들어가고 썩어들어간다는 표현이 지나칠까? 최근 미국에 불어닥친 한파와 옷 한 벌갖고도 일년을 버틸수 있다는 동남아 지역의 저온 현상을 그저 '이상기온'이라고 이름 붙이면 그만일까?

 

3. 이 책의 제목 '녹색 고전'은 특별히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함에 적극적인 저자가 '환경 위기 시대에 녹색 문학을 꿈꾸며'쓴 글모음집이다. 저자는 동료 문학가들도 지구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 스스로 생태주의 복음을 전도하는 환경전도사라 부른다.

 

4. 로고스에 의존하는 과학자들이나 에토스에 의존하는 정책 입안자들과는 달리 문학가들은 파토스에 호소하기 때문에 그 힘이 그들 못지 않다고,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보다 크다고 외친다.

 

5. 저자는 이미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 [한국의 녹색문화] [시인은 숲을 지킨다] [생태학적 상상력] [적색에서 녹색으로]라는 저서를 잇달아 출간했다. 단행본 다섯 권을 써낸 후 '이젠 그만'하려던 참에 미국에서 여름을 보내며 여느 때에 겪어보지 못한 이상 기후를 겪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가 점점 예측 불허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다시 펜을 들었다. 이 책은 한국의 고전,근대,현대 문학 작품 속에서 생태주의와 관련된 글들을 모았다. 저자는 이 책에 이어 동양편, 서양편 출간 계획을 갖고 있다.

 

6.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라" 조선시대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우암 송시열의 시조다. 저자는 이 시조를 이렇게 풀어간다. 시적 화자인 '나'는 푸른 산이나 푸르고 맑은 물 같은 자연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중장은 자연 속에서 자란 '나'도 어디까지나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종장에 이르러 '나'는 이런 자연의 순리나 질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늙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7.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도 자연의 순리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대저 만물이 운운해도 각각 그 뿌리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성서에도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했는데 내가 돌아갈 본향인 그 '흙'은 안녕한지?

 

8. "딸아, 아무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 아름다운 네 몸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라 /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를 /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 오줌을 갈겨 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 그럴 때일수록 / 제의(祭儀)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 올리고 /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 / 그리고는 쉬이 쉬이 네 몸속의 강물이 /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밀 때 / 비로소 너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 내 귀한 여자야"   _ 물을 만드는 여자 / 문정희

 

9. 이 시에서 연결되는 키워드는 '물', '흙', '딸'이다. 물과 흙은 생명체에 매우 소중한 물질이다. 현대 과학자들은 인간을 비롯한 생물이 흙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이 시에서 밑줄 긋고 싶은 구절은 '아름다운 네 몸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이다. 그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며든다.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대지가 되고, 대지는 나를 키워준다.

 

10. 환경보호에 대해 이 말처럼 깊이 남는 것이 없다. 인디언 속담이다. "이 자연을 후세대에 물려준다 생각하지마라. 우리가 그들에게서 잠시 빌려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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