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김소영 지음 / 소울메이트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를 생각해봅니다. 고대 동굴속에서 찾아낸 그림들. 그 그림을 그린 자는 누구였을까? 무리 중에서 사냥은 안 나가고, 고기만 축낸다고 왕따로 취급받진 않았을까? 아님, 반대로 존경을 받았을까? 왕년에는 사냥에서 한 가닥 했지만, 어찌하다 다쳐서 동굴속에서 무료한 시간을 그림이나 그리고 있진 않았을까?
자칫 예술가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법한 생각이라서, 이쯤 멈춰야겠습니다. 어쨌든 무엇인가 그들의 마음 속에서 솟아난 끼와 열정이 그림으로 음악으로 구조물로 탄생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가로 먹고 사는데 지장 없었던 사람은 과연 몇 %나 되었을까? 예술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또 몇 %나 될까?
요즘 힐링이 대세입니다. 그 만큼 상처받고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겠지요. 희한한 것은 모두 상처받는 피해자이고, 가해자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럼 도대체 그 상처는 어디서 오는지? 이 또한 궁금합니다. 어쨌든 오늘은 저자와 함께 예술감상의 길로 들어서 보렵니다. 저자의 말대로
"힘들고 지친 삶을 예술감상으로 힐링"하기 위해 일단 따라가보겠습니다.
첫 장을 펼치니 헤르만 헤세의 말이 반겨줍니다.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 그것이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 책의 저자는 기자입니다. 방송국 보도국에서 일하면서 처음으로 발령받은 곳이 문화부였고, 그 인연으로 '문화뉴스'를 맡게 되었답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예술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더 했다고 하니, 일단 그 의욕과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책은 총 4부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예술과 예술감상에 대한 단상. 2부는 공간예술(서양화, 한국화, 사진)감상에 대해. 3부는 시간예술(클래식, 오페라, 국악) 감상애 대해 4부는 종합예술(무용, 연극, 뮤지컬)감상에 대해 등입니다. 책을 읽기도 전에 느낀 점은 아! 예술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눈높이 교육을 시켜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예술을 감상하고, 직접 참여해 즐기는 것은 두뇌에 '감정이입'과 '환상'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표현을 합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공감의 시간을 갖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감정이입의 시간을 갖는 것은 일상에서 부딪는 여러가지 복잡한 잔상들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기도 하지요.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아이들에게 상담요법 못지 않게 놀이요법 중 무용, 음악, 미술 치료등의 프로그램이 추가 되는 것이 그 이유이기도 합니다.
서양화 부문에 들어가선 레오나르드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등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현대 예술과 예술가로 이어집니다. 요즘은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가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한 가지 분야에서 족적을 남기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미답(未踏)의 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예술이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합니다.
요즘 다방면에서 그리스 로마가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인문학의 원조인 '그리스 아테네', '플라톤 아카데미'등이 인문학 저자들에게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를 알아야 그림이 보인다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모르고는 바로크 시대 이전까지의 그림이나 조각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지요.
책을 읽으면서 여태 모르고 있던 부분들.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군요. 예를 들면 미술의 역사는 화가, 조각가 등 작가가 만든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특정 작품을 구입한 사람들, 즉 컬렉터가 만들어온 것이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교회가 컬렉터였고, 귀족이 컬렉터였으며, 다음은 국왕이 컬렉터였다고 하네요. 시민혁명이 일어난 후에는 돈 많은 개인이 컬렉터가 됩니다.
'한국의 미술, 고구려에서 고려까지'엔 국보 78호와 83호 금동미륵 반가사유상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지하의 미술이 지상의 미술로 올라오게 된 시기를 4세기 후반 불교가 전해지고 난 후로 추정합니다. 단원 김홍도의 이야기와 그림을 보는 재미가 정겹습니다. 조선말에 살았던 풍속화가 김준근의 이야기는 중국인으로 오해받아 묻혀 있던 김준근이 한국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화를 접하게 됩니다. 김준근이라는 화가가 김홍도, 신윤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대 풍속화가로 명명된 것은 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음악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저자는 경험상 음악을 가장 빠르게 훑어볼 수 있는 방법은, 일단 시대 순으로 대표 작곡가의 대표곡을 두 곡 내지 세 곡 정도 자주 듣는 것이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말라고 하네요. 평론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 그 다음엔 그 작곡가와 동시대 작곡가들의 곡으로 레퍼토리를 확장해나가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유명 작곡가를 40명으로 잡으면 80~120곡 정도 된다고 합니다.
뒤이어 발레, 한국춤, 연극, 뮤지컬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책을 펼치기 전 예상했던대로 예술과 거리를 두고 살았던 보통 사람들에게 저자가 현장에서 몸소 얻은 지식과 느낌을 차분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저자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한편 깊이가 있는 글들을 보며 눈과 귀가 트이는 느낌입니다.
책 말미에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매개로써의 예술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불멸의 예술은 예술가의 생각과 감정이 극단의 상태에 이르렀을 때 탄생한 것들이 많습니다. 인간과 인간사의 아주 본연적인 것, 예를 들면 죽음, 사랑, 욕망, 고독, 고통 등에 대해 깊이 천착하고 우리에게 생각할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단지 글자로, 말로 묻지 않았을 뿐입니다. (....) 바쁘게 살아야 하는 우리이기 때문에 더욱 더 '인간 조건'에 대해 의식의 날을 세우고 있어야 허무와 분노와 좌절에서 우리 영혼을 지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