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고전 : 한국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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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꽤 여러 해전 타임지에 '지구'사진이 표지화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매해 뽑는 인물이나 사물에 지구가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런 타이틀이 붙었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보호하자.'  사진은 지구본이었다. 먼지가 잔뜩 쌓인 지구를 닦아낸 자리와 아직 먼지 그대로인 상태를 극명하게 비교해놓았다.

 

2. 이젠 먼지 정도가 아니라, 곪아들어가고 썩어들어간다는 표현이 지나칠까? 최근 미국에 불어닥친 한파와 옷 한 벌갖고도 일년을 버틸수 있다는 동남아 지역의 저온 현상을 그저 '이상기온'이라고 이름 붙이면 그만일까?

 

3. 이 책의 제목 '녹색 고전'은 특별히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함에 적극적인 저자가 '환경 위기 시대에 녹색 문학을 꿈꾸며'쓴 글모음집이다. 저자는 동료 문학가들도 지구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 스스로 생태주의 복음을 전도하는 환경전도사라 부른다.

 

4. 로고스에 의존하는 과학자들이나 에토스에 의존하는 정책 입안자들과는 달리 문학가들은 파토스에 호소하기 때문에 그 힘이 그들 못지 않다고,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보다 크다고 외친다.

 

5. 저자는 이미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 [한국의 녹색문화] [시인은 숲을 지킨다] [생태학적 상상력] [적색에서 녹색으로]라는 저서를 잇달아 출간했다. 단행본 다섯 권을 써낸 후 '이젠 그만'하려던 참에 미국에서 여름을 보내며 여느 때에 겪어보지 못한 이상 기후를 겪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가 점점 예측 불허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다시 펜을 들었다. 이 책은 한국의 고전,근대,현대 문학 작품 속에서 생태주의와 관련된 글들을 모았다. 저자는 이 책에 이어 동양편, 서양편 출간 계획을 갖고 있다.

 

6.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라" 조선시대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우암 송시열의 시조다. 저자는 이 시조를 이렇게 풀어간다. 시적 화자인 '나'는 푸른 산이나 푸르고 맑은 물 같은 자연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중장은 자연 속에서 자란 '나'도 어디까지나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종장에 이르러 '나'는 이런 자연의 순리나 질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늙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7.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도 자연의 순리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대저 만물이 운운해도 각각 그 뿌리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성서에도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했는데 내가 돌아갈 본향인 그 '흙'은 안녕한지?

 

8. "딸아, 아무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 아름다운 네 몸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라 /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를 /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 오줌을 갈겨 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 그럴 때일수록 / 제의(祭儀)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 올리고 /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 / 그리고는 쉬이 쉬이 네 몸속의 강물이 /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밀 때 / 비로소 너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 내 귀한 여자야"   _ 물을 만드는 여자 / 문정희

 

9. 이 시에서 연결되는 키워드는 '물', '흙', '딸'이다. 물과 흙은 생명체에 매우 소중한 물질이다. 현대 과학자들은 인간을 비롯한 생물이 흙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이 시에서 밑줄 긋고 싶은 구절은 '아름다운 네 몸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이다. 그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며든다.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대지가 되고, 대지는 나를 키워준다.

 

10. 환경보호에 대해 이 말처럼 깊이 남는 것이 없다. 인디언 속담이다. "이 자연을 후세대에 물려준다 생각하지마라. 우리가 그들에게서 잠시 빌려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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