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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이 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4월
평점 :
【 불만이 있어요 】
_요시타케 신스케 / 주니어김영사
이 그림책을 읽다보니 절로 웃음이 난다. 그저 아빠가 시키는 대로 “예~” 하는 줄 알았던 아이가 달라졌다. 똑똑해졌다. 드디어 반란이다.
어느 날, 딸아이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자기 방에서 잘 놀고 있는 줄 알았더니, 배 깔고 엎드려서 책을 보고 있던 아빠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아이는 화가 잔뜩 나 있다. “난 지금 화가 났어요. 왜냐하면 어른들이 너무 얌체 같아서 말이에요. 불만을 몽땅 얘기해서 얄미운 짓을 못 하게 해야겠어요.”
아이는 아빠가 누워있든 방문을 벌컥 열고 기세 좋게 들어온다. “나 아빠한테 불만이 있어요!” 아빠는 놀래서 몸을 반쯤 일으켜서 엉거주춤 앉았다가 아이의 기가 너무 세게 다가오는 바람에 얼떨결에 무릎까지 꿇고 앉게 된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 아닌 현문우답(賢問愚答)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어른들은 밤늦게까지 안 자면서 왜 아이들한테는 일찍 자라고 하는 거예요?” “잠도 안 오는데!” 아빠의 답이 궁색하다. 그래도 뭐라 답은 해야겠기에,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아아.....그건 말이지....이런 얘기 큰 소리로 하면 안 되지만 말이야...사실은 다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느라...산타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조사원이, ‘밤에 늦게 자는 아이는 없는지 몇 번씩 조사하러 오기 때문이야.” 아이는 잠시 혼란스럽다. “어....정말?” “응...사실 비밀인데..” 아이는 혼자 이런다. “정말일까???” 아빠는 그 틈새에 자리를 피하려고 한다. 끙차~ “아빠는 화장실 좀..”
아빠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화장실 문 앞을 팔짱 끼고 지키고 있던 딸이 팔을 치켜뜨면서 “불만은 아직도 많아요!!”한다. 따지고 싶은 말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이야기다.
딸은 아빠를 숨도 안 쉬고 몰아붙인다. “왜 목욕하는 시간을 어른 마음대로 정해요?” “왜 아빠는 화낼 때마다 ‘멋대로 해’라고 해요? 멋대로 하면 멋대로 했다고 야단치면서....” “동생이 잘못했는데 왜 나만 야단치는 거죠?” “왜 완두콩을 먹어야 돼요? 아빠도 매실 절임 못먹으면서!” “어째서 아이들은 자기 전에 과자를 먹으면 안 되는 거예요?” “어째서 아빠가 짜증난다고 나까지 야단쳐요?” “어째서 아빠는 아빠가 갖고 싶은 건 바로 사면서, 내가 갖고 싶은 인형은 사 주지 않아요?” 이외에도 몇 가지 아이에게 절실한 질문이 더 있다. 아이의 사이다 같은 질문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그때마다 아빠는 답을 주기 위해 소설을 쓰느라고 애쓴다.
아이는 일단 아빠의 답을 수긍하는 척 한다(아직은 그럴 나이이긴 하다. 다행히...) “흠...어른은 참 힘든 거네요...” 아빠는 최종적으로 양심선언을 한다. “어른들은 얌체지. 아이들이 참 힘들 거야. 어른들은 왜 얌체가 되어 가는 걸까....” 그리고 아이에게 다짐한다. “되도록 얌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게!”
그리고 아빠는 어린 딸에게 소심한 복수를 한다. “그런데...아이들도 얌체 같을 때가 있더라.” 딸아이는 놀랜다. “네?!” “휴일에는 엄청나게 일찍 일어나서 아빠를 두들겨 깨우면서, 왜 학교 가는 날은 몇 번이나 깨워도 안 일어나?” “그....그건요...” 그 아빠의 그 딸이다. 변명을 들어보자. “학교 가는 날 아침에만 꿈속에 나오는 산신령이 있어요. 그 산신령에게 언제나 똑같은 소원을 빌기 때문에 좀처럼 일어날 수가 없어요. 어떤 소원을 비냐고요....제가 제일 사랑하는 아빠가 오래오래 건강하고 머리카락 빠지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그런데..이 그림책을 읽다 보면, 아이를 위한 그림책인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인지 아리송하다. 겉 책표지를 뒤집으면 색칠 놀이를 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