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저넌의 영혼을 위한 꽃다발
대니얼 키즈 / 대산출판사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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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영영 모를 뻔 했었다. 어떤 곳에서도 이 책은 언급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독자서평이나 짤막한 책 소개도 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인이 나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그러나 오래되어서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내가 얼마전에 기억하기 전 까지는 그랬었다. 그러다가 얼마전. 나는 일년도 지난 그 말을 갑자기 떠올리고는 이 책을 주문했다.

책을 펼치자마자 지은이 대니얼 키즈는 1927년 뉴욕에서 태어나...라는 말이 들어왔다. 1972년? 이거 해도해도 너무하는구나 싶었다. 거기다 이 글은 1959년에 발표가 되었다. 59년이라.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인 책이며 거기다 S.F라니. 나는 고전 S.F들을 읽다가 실망한 게 한두 번이 아니어서 책을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구나 싶었다. 몇 십 년도 더 된 S.F들은 더이상 S.F이지도 않았다. 왜냐면 그들이 과연 오긴 올것인가? 하는 기분으로 상상한 2000년대는 이미 도래했고, 우리는 거기서 딱 5년을 더 산 2005년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들의 상상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정말 인류가 이룩할 수 없을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2000년의 인류들은 누리고 살 것이라고 보거나 아니면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케케묵기 그지없는 상상을 최첨단이랍시고 나열해놓거나. 어느 쪽이건 S.F는 쓰여진 그 당시에 읽어야 맛이구나 라는 감상을 가지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지간하면 오래된 S.F는 되도록이면 읽지 않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었다.

지인으로부터 앨저넌의 영혼을 위한 꽃다발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나라면 절대로 저런 제목의 책은 사지 않겠다고. 늬들의 영혼에 꽃불을 밝혀서 인생을 활활 태워주마 같은 책들을 가장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 책이야말로 그런류의 책들에 가장 어울리는 제목을 달고 있다고 생각했다. 허나 지인이 앨저넌은 실험용쥐라고 얘기를 하고 원제는 flowers for Algernon이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조금은 안심했다. 영혼이라는 단어가 빠진 게 어디냐 싶었고 앨저넌이 뭔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다행이라고 느꼈다.

앨저넌의 영혼을 위한 꽃다발은 실험용 쥐와 한 지능장애자의 이야기이다. IQ 70이 채 못 되는 주인공 찰리 고든은 어느 날 한 대학의 교수로부터 머리가 좋아지는 수술을 받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듣는다.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17년째 빵집에서 청소같은 허드렛일을 하는 서른둘의 찰리 고든은 머리가 좋아지면 사람들이 자길 더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찰리는 앨저넌이라는 이름의 흰쥐와 테스트 경쟁을 하게 된다. 앨저넌은 찰리 고든이 받을 뇌수술을 미리 받은 실험용 쥐였다. 수술을 받은 찰리 고든은 서서히 똑똑해지기 시작한다. 결코 이기지 못했던 앨저넌을 단박에 이기고 어느 시점부터는 비약적으로 두뇌가 발전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제 IQ가 180이 넘는 천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천재가 되고난 찰리는 여태까지 생각지 못했던 각종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IQ70일 때는 생각지도 못했고 또 할 필요도 없었던 사랑이나 우정. 그리고 자기 자신의 자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찰리는 앨저넌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왜냐면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미리 걸어간. 어떻게 보면 찰리 자신의 동물버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연도를 지우고 본다면 어제 막 써낸 책이라 해도 믿을 만큼 시대를 뛰어넘지 못하는 어색함은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저자 대니얼 키즈는 뇌수술로 사람의 머리를 좋게 한다는 다소 황당한 발상을 (당시로써는 최첨단) 바탕으로 글을 쓰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더 이상 엄한 과학적 상상을 해대어서 책이 시대를 넘지 못하고 사장되는 오류를 결코 범하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은 뇌수술로 한 인간의 머리가 좋아진 것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찰리라는 인간의 내면을 얘기하고 있다.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것이란 과연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게 진정으로 행복한 것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 육체적 장애우들은 그나마 측은하게 생각하면서 정신지체자들은 함부로 대하는 사회에 대해 말한다.

찰리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 무언가를 하나 알게 되면 그만큼 또 다른 부산물이 따라 붙는다는 것을 보게 된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니라 셋이 될 수 있으며, 인생에 있어서 그 셋은 꼭 수학적 더함이 아니라는 것을 책은 말한다. 셋을 알게 되면 딱 셋만큼 행복해지는 것은 수학이나 과학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살아서 움직이며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인간에게는 들어맞는 얘기가 아니다. 찰리는 똑똑해지고 나서 바보였던 시절과는 완전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처음에는 단지 자기가 지금보다 조금더 잘 읽고 잘 쓰고 기억을 잘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란 바램에서 출발했지만. 어느새 찰리는 자기 자신조차도 만족시키지 못해서 괴로워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더 이상 그가 잘 보여야 할, 수술을 해서라도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다. 책의 서술 형식은 찰리 고든이 학회에 제출하는 보고서 형태로 되어있다. 처음 수술을 받기 전 테스트를 하는 찰리가 쓴 보고서에서 출발해서 찰리는 수술을 받고 똑똑해지고 앨저넌에게 더  이상 지지 않을 때도 여전히 보고서를 쓴다. 보고서는 내용뿐 아니라 문체, 문법을 통해서 찰리가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를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해준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나는 일부러 적지 않았다. 그것은 읽다가 보면 차차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부분 때문에 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조금 울기까지 했다. 단순하게 머리가 좋아진 찰리가 새롭게 발견한 세상이 아닌. 이 책은 찰리가 바보로 지냈던 세월들을 다시 되짚고 그것이 현재까지 미친 영향이랄지 혹은 찰리 개인의 인성 같은 것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래서 줄거리만 봤을때는 꽤 신나는 S.F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읽으면서 조금은 서글퍼지는 책이라고 말 할수 있겠다. 하지만 단 하나.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집어들자 마자 그 자리에서 잠도 자지 않고 다 읽어치웠고, 다음날 써도 되는 서평을 이렇게 꼭두새벽에 (흥분씩이나 해 가며) 써대고 있는것이 그 증거라 하겠다.

아직까지 2005년은 며칠 더 남았다. 그렇지만 감히 장담하건데 이 책은 내가 올해 만난 책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책이다. 바램이 있다면 1판인 이 책의 재고가 다 팔리고 출판사에서 또 다시 책을 찍어내는 것이다. (저 유명한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이나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시리즈처럼 말이다.) 왜냐면 이 책은 그럴만한 가치를 충분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가격이 요즘 책에 비해 엄청나게 싸다는 점을 들어서 나는 속아도 4천원 상당의 손해만 볼 터이니 믿고 한번 사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돈까지 들먹여가며 권한 책은 여태 한권도 없었다. 그러나 이 책만큼은 정말 사비를 털어서라도 사람들에게 사서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며 서평하나, 책 소개 한줄 없이 묻혀지내기에는 정말로 아까운 책이다. (가능하다면 저 별 다섯을 도금해서 다이아라도 확 박아주고 싶은 심정이다.) 알라딘에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해보긴 이 책이 처음인것 같다.

방금 어떤분의 제보에 의하면 이 책이 다시 나왔답니다.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이 제목이라는군요. 근데 전 앨저넌이란 제목이 더 정겹네요. (첨에는 욕을 욕을 했으나.) 혼자만 이 책을 아는양. 그게 큰 발견인양 오만 잘난척은 혼자 다 한게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게 없다면 빵가게 찰리가 1만원(알라딘가 8천원)인것에 비해 앨저넌이 더 싸니까 이걸 읽어도 상관없겠다 싶습니다. 똑 같은 책이라면 더 비싸다고 해서 좋을 이유는 없을테니까요. 부끄럽긴 한데 귀찮아서 리뷰를 다시 쓰거나 지우지는 않겠습니다. 혹 거슬리시더라도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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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3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2-13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1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어머 책이 다시 나왔군요. 오만상 잘난척을 다 했었는데 부끄러워 죽겠어요. 잉...

속삭이신분. 고쳤어요. 지적 감사해요.^^

2005-12-13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1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저도 좔좔좔은 아니지만 읽다가 울었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심금을 울리더만요. 책 보고 운거 아일랜드 이후 처음인것 같습니다.

서연사랑 2005-12-2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다가 '조금' 울게 만드는 책, 좋아요. 플라시보님 덕분에 그런 책을 읽어보게 되겠군요^^
이주의 마이 리뷰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플라시보 2005-12-26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 이 책. 사람들이 보고 생각보다 많이 울더라구요. 이렇게 책 보고 울면 한편으로는 기쁩니다. 내가 아직 많이 매마른 인간은 아니구나 하구요.^^

물결 2005-12-2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내요
당장 가서 주문~!!

플라시보 2005-12-2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치타티보님. 네. 제가 너무 기대하게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책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님에게도 재미난 책이길..^^

Kitty 2005-12-29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플라시보님. 드라마를 안 보셨다면 권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드라마->책 순서로 보았기 때문에 책을 먼저 읽으신 님께 추천해드리기 조금 걱정되지만요 ^^;;;

플라시보 2005-12-2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etty님. 그런데 드라마 어디서 하나요? 케이블에서 할 것 같은데...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 Philosophy + Film
이왕주 지음 / 효형출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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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실 영화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감독의 의도한바를 몰라도 혹은 카메라 워크나 영화적 기술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냥 그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고 나름의 느낌을 가지면 그것으로 족하다. 하지만 영화를 좀 더 보다가 보면 영화의 숨겨진 뜻에(혹은 참 뜻에) 호기심이 생기며 더러는 더 좋은 영화를 선택하기 위한 정보로써 영화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감독이랄지 배우 혹은 제작사의 이름이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전자의 경우는 책이 가장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때로는 영화에 대한 이해 자체를 넘어서서 영화를 또 다른 지식습득의 도구로 이용할수도 있다. 이 책.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는 바로 그런 책이다. 단순하게 영화를 읽어내고 해석하는 것이 아닌, 영화를 가지고 철학을 말하는 것이다. 철학을 말하는데 굳이 영화를 끌어들인 이유는 아마 현대인들이 가장 흔하게 또 흥미있게 접하는 문화코드여서가 아닌가 싶다.

사실 철학은 어렵다. 나에게만 어려운지 모르겠지만 나는 프로이드도 비트겐슈타인도 공자도 모두 읽다가 도중하차를 했었다. 뭔가를 깨우쳐주려고 하고 그것이 유익하다는 것에는 동의를 하면서도 당장의 머리아픔을 견디고 싶지가 않았었다. 그래서 한때 뭔가 좀 있어보이려고 철학책을 사들이곤 했었지만 결국 단 한권도 다 읽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어렵기만 한 철학을 좀 더 쉽게 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의 가장 큰 공로자는 바로 영화라는 매체이다. 누구나 봤음직한 혹은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친절한 줄거리 설명 (영화를 못 본 사람에게는 스포일러가 심하긴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영화를 상상하는 동시에 철학적 명제 하나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 이왕주 교수는 결코 어려운 단어로 철학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가장 쉽고 보편적인 예를 가지고 우리가 이름은 익히 들었음직한 철학자들의 주장을 풀이해내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에게 한가지 의문점을 던진다. 어떤 생각을 하고 또 무엇을 보고 느끼며 살아야 하는지를 말이다. 모두들 똑같이 먹고 자고 쓰겠지만 남들보다 좀 더를 외치며 철학적 생각 따위는 배부르고 할짓없는 인간들이 소화시키는 동안 하는 일이라 믿는 현대인들에게 참으로 필요한 의문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은 결코 배부른 돼지로 만족하는 존재하 아닌 때로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싶어하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영화를 워낙에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유달리 영화를 소재로 삼은 책들을 좋아한다. 그것으로 철학을 얘기하건 심리를 얘기하건 혹은 예술을 얘기하건간에 나는 내가 보았던 단순한 영화들이 각 분야의 대가들을 통해 또다른 텍스트를 가지고 재해석되는 것을 매우 즐겁게 감상한다. 이 책 역시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이런 즐거움과 동시에 깨달음까지 주니 일석이조라 하겠다.

(책을 선물해주신 마태우스님께 감사드려요.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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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12-1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산지 얼마 안됐는데. ^^

비로그인 2005-12-1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리뷰를 쓰셨군요^^
이 책, 참 쉽게 이야기하지요? 저는 들뢰즈의 기계를 이야기한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영화를 다룬 책들은 짧게 읽고 내려놓곤 했는데 이 책은 책값이 아깝지가 않았어요.

플라시보 2005-12-1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흐.. 읽으니 재밌더라구요. 님도 재미나게 읽으시길^^

Jude님. 안그래도 님이 이 책에 대해 리뷰 써 놓은걸 보고 저도 막 읽고있던 중이라 되게 반가웠었습니다.^^ 쉽고 재미있는 책을 함께 읽고 또 같이 좋아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아요. 흐흐.

2005-12-13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1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어머 고마워요. 흐흐. (걱정하시는 부분은 제가 곧 노력해서 따라잡지 않을까요? 아하하하)
 
파리에 간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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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언제부터 동물을 애완용으로 길렀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러나 한 자료에 따르면 인간과 애완동물의 역사는 구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 북부에서 발견된 1만 2천년된 유물 중 개를 껴안고 있는 유골이 발견되었다.) 동물을 길들이고 그 과정에서 사랑과 신뢰가 쌓여서 마침내 동물을 단순한 먹잇감이나 식량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 생각하게 된 것.

그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애완동물은 개와 고양이 일 것이다. 물론 특이한 종류의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개와 고양이는 압도적인 수치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애완동물은 단지 집에서 기르는 동물이 아닌 그들의 가족이자 친구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애완동물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과거 집 밖에 묶어두고 식은 밥덩이나 던져주던 것에서 이제는 애완용 호텔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한번도 애완동물을 길러보지 않은 사람들은 애완동물 애호가들이 그들의 애완동물에 쏟는 정성을 오바 내지는 미친 짓으로 치부하겠지만 한번이라도 동물을 길러본 사람들은 그 심정을 잘 안다. 실리에 따라 변하는 사람에 비해 그들이 얼마나 충직하며 또 위로와 즐거움을 안겨주는지 말이다.


방송 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며 소설가인 주인공 피터 게더스는 어느 날 자신의 여자 친구로부터 새끼 고양이 노턴을 선물 받게 된다. 허나 그는 고양이만 보면 소리를 질러 쫒아내는 타입의 인간이었다. (오죽하면 자신이 정말 가슴속 깊이 느끼고 믿고 있는 것 10가지를 적은 것 중 10번은 나는 고양이를 싫어한다였다.) 하지만 노튼의 얼굴을 보는 순간 피터의 이런 생각은 단숨에 무너진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노튼을 처음 보자마자 피터는 시쳇말로 홀라당 빠져버린 것이다.


이 책은 실제 인물인 피터가 자신의 고양이와 함께 한 삶에 대해 적어놓은 글이다. 애완동물인 고양이에 대해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아서 책까지 냈나 싶지만 막상 읽어보면 배를 잡고 뒹굴게 된다. 원래 작가여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의 글 솜씨는 정말로 탁월해서, 만약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나면 당장 애완센타에 가서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받게 만들만큼 매력적이다. 파리와 뉴욕 그리고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를 일 때문에 돌아다니는 동안 피터는 잠시도 노턴과 떨어져 있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피터의 행동은 주변 사람들까지 변화시켜서 노턴은 유명인사로부터 귀여움을 받는가 하면 특급 호텔에서 VIP고객의 대접을 받기도 한다.


흔히 애완동물하면 그저 주인이 먹이를 주면 좋아라하고 남는 시간에는 낮잠이나 퍼 자다가 고무공 따위를 던지면 멍청하게 뛰어가서 물어오는 정도의 재주를 부리는 미물일 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피터가 이 책에 그려낸 고양이 노턴은 어떤 사람 못지않은 감수성과 인간미 (동물에게 적합하지 않겠지만 동물미라 할 수도 없으므로) 매력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래서 마침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노턴같은 고양이가 있다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텐데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피터 게더스의 뛰어난 글솜씨와 그만큼이나 뛰어난 그의 고양이 노턴이 만들어낸 이 한권의 책은 참으로 사랑스럽다. 그저 ‘내 고양이 정말 깜찍하지 않나요?’ 같은 말만 줄줄줄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피터는 노턴과 함께 한 일상과 삶을 그려내고 있다. 오늘은 고양이가 뭘 했고 어제는 고양이가 뭘 하지 않았네 따위의 글로 지루하게 만드는 일은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건 한 인간과 동물이 함께하는 일상이며 거기에 조연은 없다. 인간과 동물이 공동 주연인 것이다.


개나 고양이를 그저 식용 이외에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이 무슨 정신나간 짓꺼리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책이 무지하게 재밌다는 것에는 동의 할 것이다. 끝으로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을 쏟는 사람들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진부한 짓이다. 마찬가지로 그 동물들을 식용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또 뭐라고 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짓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권리가 있고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잣대를 들이대어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우기는 것이야 말로 야만적인 짓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동물을 소재로 한 책 중에서 발군이라 할 만큼 재밌는 이 책을 만난 건 분명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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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0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11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저도 애완동물을 기르면 막연하게 고양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기르게 될지도 모르므로 이름도 지어놨어요. 셀리. 흐흐.^^ (앞으로 종종 뵙겠습니다. 꾸뻑^^)
 
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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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무슨 문학상 수상 작품집들은 하나같이 수상작을 제외하고는 별 다른 재미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동안은 매우 열심히 사서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냥 수상작가의 작품집을 사게 되었었다. 이 책은 뭔가를 읽기는 읽어야겠고 마땅한것은 없길래 그냥 아무생각 없이 구입한 것이었다. 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이니 영 아닌건 아니겠지, 거기다가 김훈, 성석제, 윤대녕, 은희경, 박민규, 구효서, 임철우 정도의 라인업이라면 적어도 읽다가 도중하차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단편집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완성도가 뛰어나고 재밌었다. 우선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니 작품으로서 검증을 받은 셈이고 또 신인들이 아닌 기성작가이기에 또 한번의 검증을 받은거나 진배없다. 거기다 한 작가의 단편 작품이 아닌 여러 작가의 작품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하나로 흐르지 않는다.

우선 황순원 문학상 본선 수상작인 김훈의 언니의 폐경은 솔직히 말해서 작품성 보다는 남자가 여자의 심리를 이토록이나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마 작가는 꽤 여러 여자들을 붙들고 이것저것 물어보며 괴롭혔거나 아니면 끝내주게 자료 수집을 열심히 했을 것이다. 남편이 죽고 폐경기에 들어선 언니를 바라보는 여동생의 시선으로 쓴 작품인데 심리 묘사가 무척 치밀한게 인상적이었다.

구효서의 소금가마니는 어머니에 관한 내용이다. 어머니에 관한 소설은 대부분 그 분들의 크나큰 희생이랄지 아니면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식이 대부분인데 이 작품은 그런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것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의 과거를 추적하는 식인데 그 과거는 어머니의 로맨스이다. 미화시키지도 그렇다고 적의를 드러내지도 않은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냈는데 작품이 짧은게 좀 아쉬웠다.

김연수의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은 소재 면에서는 굉장히 신선했는데 어쩐지 읽는 내내 영화 남극일기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소재가 겹쳐서이기도 하지만 도무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빨리 읽어치우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었던 작품이다.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는 이미 그의 작품집에서 읽은것이라 건너 뛰었고, 박성원의 안타라망은 영화 미져리를 떠올리게 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그다지 대단한 작품은 아닌것 같다. 성석제의 잃어버린 시간은 여기 실린 작품중에 제일 무거운 소재였고. 윤대녕의 탱자는 가볍지 않은 재미를 선사했다. 은희경의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은 그저 그런 평이한 단편이었고 임철우의 나비길도 마찬가지였다. 제일 마지막에 실린 하성란의 웨하스로 만든 집은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너무 질질 늘여서 맥이 빠졌다.

요즘 책들은 내 기준에서 볼때는 좀 비싼 가격들을 달고 나온다. 페이지 수는 엄청 작은데 양장본 내지는 하드커버라는 이름으로 보통 8천원은 쉽게 넘어선다. 이 책을 받고나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두께에 비해 값이 무척 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읽고 나니 또 내용에 비해 참 싼 가격이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한번 들었다. 책의 가격은 사실 정해진게 없다. 페이지 수에 따르는 것도 아니고 책을 유명 작가가 썼다고 더 비싼것도 아니다. 오로지 출판사의 결정에 따르는데 내가 보기에는 요즘 책의 가격은 양심없는 경우가 너무 많은것 같다. 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긴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한달에 책을 달랑 한권만 읽지 않는 한. 돈은 무시하지 못할 문제이다. 간만에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좀 싸다싶은 가격이 아닌가 생각을 했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무척 권할만하다. 물론 싸서가 아니라 내용이 충실하고 재미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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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2005-10-2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실 문학상 작품집은 잘 읽지 않은데 이 책은 기존 작가들이 여럿 있어서 읽기 시작했는데요... 김훈의 언니의 폐경과 구효서의 소금가마니가 읽고난 후 기억에 남네요^^ 님처럼 소금가마니는 조금 더 길었다면 좋았을거 같구요... 전 하드커버보다 페이퍼북이 좋더라구요...

플라시보 2005-10-27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자님. 저도 하드커버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괜히 책꽂이 공간만 차지하고 들고다니며 읽기 무겁기만 하거든요. 물론 길이길이 읽어야 할 책들이 하드커버로 나오면 소장가치도 있고 해서 좋긴 하지만 그런책은 그다지 많은것 같지 않습니다. 님도 이 책 읽으셨나봐요.^^ 기존 문학상 작품집보다는 조금 나았죠? 흐흐

코키리 2005-10-2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책이 가벼워서 좋던데요 ^^
이제 늙어서 무거운건 싫어라한다는..
저는 개인적으로 수상소감이 참 감명깊었습니다.
그냥 여러가지 생각이 나더라고요...

플라시보 2005-10-2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키리님. 네. 저는 책을 드러누워서 잘 보기 때문에 무거우면 팔이 아파요. 거기다 들고 다니기도 무겁고. 님 말씀을 들으니 수상소감을 다시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읽긴 했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아서요^^
 
엄마는 미친 짓이다
주디스 워너 지음, 임경현 옮김 / 프리즘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과거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말을 하면서 내가 늘 예로 든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 엄마가 나에게 한 일들을 나는 똑같이 자식에게 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목욕을 할때마다 꽃잎을 뜯어넣어서 컬러 감각을 키워주던 일.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설사 당신이 낮잠을 주무셨을 망정 책을 손에 들고 읽는 척이라도 하셨던 일. 거기다 초등학교에 나오는 모든 과학실험은 집에서 직접 해 본 일 등등. 일일이 손꼽고 나열하기조차 힘들만큼 엄마는 완전하고 완벽했다. 엄마의 인생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는 언제나 우리들이었고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아주 가끔 나는 그런 엄마가 부담스러웠다. 당신의 인생을 위해 애쓰거나 노력하는게 아닌, 드러내놓고 너희들이 잘된다면 지금 나는 사지가 다 뜯겨서 죽어도 괜찮다는 것을 공공연히 말할때면 고맙다기 보다는 섬뜩함을 느꼈었다. 우리 엄마는 마치 엄마가 되기 위해 이땅에 태어난 사람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엄마라는 역활을 그 어떤 사람보다 열심히 해냈다. 물론 엄마의 노력만큼 우리가 잘 되었더라면 이 스토리는 행복하게 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애를 쓴 엄마 밑에서 자라지 않은 아이들과 별반 다를바 없거나 오히려 훨씬 못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엄마가 당신이 엄마의 역활을 얼마나 애써서 해냈는가를 말씀하시기 위해 자주 비교하는 대상은 바로 이모였다. 이모는 평생 직장이 있었고, 직장 때문에 아이들 교육 문제랄지 사사로운 일들에 대해 거의 무심할 정도로 사셨다. 그러나 이모네집 아이들은 모두 빗나갈꺼라는 엄마의 예상과 달리 이종사촌들은 모두 멀쩡하게 잘 자랐다. 그리고 겉으로만 보자면 이종사촌들은 여동생과 나 보다 훨씬 더 잘 나간다.

여태까지 내가 읽었던 모든 엄마에 관한 이야기들은 모두 어린시절 엄마가 얼마나 아이에게 지극정성을 쏟고 애를 써야 하는가에 대해, 혹은 그러지 않았을경우 그 아이는 십중팔구 범죄자, 정신병자, 사회의 낙오자가 된다는 것들 뿐이었다. 세상은 엄마탓을 하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 처럼 그렇게 우리가 기억도 할 수 없는 유아기를 거쳐 태내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엄마들에게 똑바로 잘 할 것을 강요했다.

엄마들은 최고가 되기 위해 늘 애쓴다. 아이에게 좀 더 나은 환경과, 교육여건을 제공하고자 자신을 끊임없이 희생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덧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 이전에 그녀가 어떤 일을 했건 어떤 사람이었건간에 그 모든 것들은 다 거세를 당한채 오로지 엄마라는 역활만이 기묘하게 강조된다.

이 책은 완벽한 엄마 신드롬이 얼마나 교묘하게 생겨난 것인지를 말한다. 그것은 단지 관습이나 문화가 아닌 정치와 경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모성 신화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말한다. 아무도 도전할 수 없으며 도전해서는 안되는 모성 신화. 그것 때문에 오늘도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자기 자신이기를 포기하고 오로지 엄마의 역활만을 완벽하게 수행할것을 강요 당하는지를 얘기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어떤 엄마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래봤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내가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겠다기 보다는 아이를 어떻게 내 마음대로 키우겠다는 바램의 나열에 지나지 않았다. 피아노를 시켜야지, 바이올린도 시키면 좋을꺼야, 나처럼 수학을 못하지 않게 하려면 어려서부터 수에대한 두려움을 없애줘야지. 그래 운동도 잘하면 좋겠어 적어도 나처럼 자전거하나 못타지 않게 말이다. 언뜻 생각하면 아이에게 수많은 것을 제공해주겠다는 나열처럼 보이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저 안에는 단지 제공의 의미만 있는건 아니다. 나에게 못다이룬 꿈, 혹은 내가 실현시키고 싶은 꿈을 아이에게 반영하는 것이다.

엄마도 인간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풀기만 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극성스런 엄마들일수록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 내가 이만큼 해 주었으니 너는 또 그만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바램이다. 이 바램은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엄마는 엄마대로 자신의 희생이 값어치 없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아이는 엄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정보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엄마들은 광신도처럼 몰려다닌다. 식탁에서 인스턴트 식품을 몰아내고 유기농 음식만을 고집해야 한다고 믿고, 아이들의 교육에 좋은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건 배워서 익힌다. 그리고 내 아이만 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그 어린것들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여러군데의 학원을 다니게 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 옳은 것일까? 저 모든것을 제공하기 위해 오로지 엄마만으로 사는 여자는 행복할까? 대답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적어도 이 책은 말한다. 단지 엄마가 되기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엄마의 역활이 중요한것은 더 말 할 필요도 없겠지만 자신을 던지고 희생해서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 자식을 잘 길러내는 것 만이 죽을때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한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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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5-10-0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유난히 맘에 와 닿는 글이네요. 자식을 위해 런던에 유학을 가겠다고 자랑질을 하던 친구를 만나고 와서 가득한 부러움때문에 스트레스 엄청 받는 날이었는데.....
지금 제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 얼굴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플라시보 2005-10-0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 엄마가 되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에 따른 여러가지 생각들이 존재하는 것이겠구요.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저로써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완전하고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것을 던지는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 하는 의문은 있습니다. 이 사회는 엄마들에게 너무 많은 짐과 책임을 씌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친구분 부러워하지 마시길... 님은 이미 좋은 엄마인것 같습니다.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걸 희생해야만 좋은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코마개 2005-10-0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가 울면 뺨을 후려치고 싶을테고, 아이가 학교에서 반인권적 선생에게 당하고 오면 학교를 뒤짚어 버려야 속이 풀릴테고, 매순간 아이 때문에 포기한 내 인생의 일부가 아까워 울화통이 터질테고...등등 그래서 애를 안 낳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성이라는게 존재한다고 믿는것 같은데 그런게 없는 사람도 간혹 존재하는것 같습니다. "모성은 허구다"뭐 이런 책은 안나오나???

플라시보 2005-10-06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모성신화의 허구에 대한 내용도 다룬 책이 있을겁니다. 저는 모성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게 꼭 여자에게만 누구나 다 당연하게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건 아이를 낳아보고서야 해야 할 말이겠지만요.

안녕, 토토 2005-10-20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익계산을 한다면 저는 아직도 엄마에게 많은, 아주 많은 빚이 남아있습니다. 채무관계청산은 앞으로도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그래도 엄마가 사람이고, 실수도하고, 화도 낼 수 있다는걸 받아들이면서 아주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게되네요.
저도 읽어보고싶어서 담아놨어요. ^^

플라시보 2005-10-2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토토님. 누구나 다 그런것 같습니다. 엄마 혹은 부모님께 받은걸 다 갚으려면... 자식을 낳아서 그 자식에게 갚는 것 이외에는 다 갚을 도리가 없는것 같습니다.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제가 나이가 든 다음 한 일 중에 가장 잘한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hnine 2005-11-08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엄마가 되기란, 이 세상 어떤일보다 어렵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나혼자 잘해서 평가받는 일이 아니거든요. 내맘에 들도록 하는게 아니라, 나 아닌 사람 (아이)이 행복할수 있어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게 아무나 되겠어요? 찜해놓고 아직 읽지 못했던 책인데, 곧 읽어봐야겠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bomazim 2006-01-1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의 글이 마음에 닿았지만... 여전히 "욕하면서 닮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완전하고 완벽한 엄마"라는 화두에서 자유롭지 않는 한.. 종목이 다를 뿐 님의 어머님이랑 같은 경기장에 있을 것 같군요.. 전 아이 둘을 키우는 직장인인데요.. "그냥" 엄마 하기도 정말 버겁거든요... 전 "완전하고 완벽한"과 "엄마"라는 말이 같이 쓰이는 것은 꼭 "역전앞"같아요. 요새 목표는... "나쁜"엄마 덜되기 입니다.
우리 애들요? 공부는 버벅대지만... 착하고 자신이 할 일 스스로 해내고, 사랑스럽고 남을 배려할 줄 알지요..(주변 평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점점 더 어려워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