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비 (온다리쿠) - 딱 내 입맛이다. 너무 재밌다. 온다리쿠의 글은 여성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서 좋고 뭣보다 이름이 요상하면서도 귀여운 일본 여류 작가들의 되도않은 책들과는 차원이 달라서 좋다.
2. 탱고 (구혜선) - 그냥 금잔디일때는 귀엽고 좋았는데... 그녀의 글 쓰기는 뭐랄까 너무 멋지려고 애를 썼다. 아직 어린데 비해 너무 많은걸 담으려고 또 너무 멋있으려 애썼다. 애어른의 심각하면서 지루하게 긴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다. 암튼 난 애어른은 싫더라. 나처럼 어른임에도 철딱서니 없는것들은 대략 그러하리라.
3. 그래도 언니는 간다 (김현진) - 제목을 바꾸었으면 좋았을것을..그랬다면 할랑한 마음으로 읽다가 끝내 마음이 너무 무거워지다가 외면하는 기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을것을... (언니. 이 제목 마음에 드는데 이런 가벼운 제목은 나같이 널널하고 헐렁한 인간에게 좀 넘기는게 어때요?)
4. 축하해 (박금선) - 이런 책은 정말이지 파울로 코엘료 같은 인간이 읽어야 한다. 그래야 11분처럼 재미삼아 창녀가 되어 살아보니 허벌나게 유쾌해요 같은 말도 안되는 글을 안쓰지. 미실 작가도 좀 읽었으면 싶고 아무튼 세상에서 몸 파는 직업을, 직접 팔아보지도 않았으면서 뭔가 대단히 괜찮고 멋있고 고뇌에 가득찬 직업(?) 으로 상상해대고는 가볍게 휘갈기는 모든 작가들이 필히 읽어야 할 책.
5.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 의외의 통쾌함. 그리고 노인도 머리에 피도 안마른 인간도 평화로이 맞담배를 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정신병원이라는 것에 매우 공감. 재밌게 잘 쓴 책. 그리고 그만큼 노력했구나 하는것이 돋보이는 책.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자유보다 이 책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6. 박쥐 (박찬욱 외) - 영화를 보고 나서 소설을 읽었을때 원작이 낫구나 아니다 영화가 낫다의 평 이외에 이 책 괜찮구나 하는 평을 처음 내리게 한 책. 영화와는 완전 별개로 보인다.
7.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학 (빌 브라이슨) - 한동안 빌빌대던 빌 브라이슨의 화려한 복귀. 그러나 알고보니 애팔레치아 트레이킹을 할 당시와 거의 맞물리는 시기에 쓴 글. 역시 이 작가도 너무 많이 퍼내서 시간이 지나고 나니 재기발랄함이고 뭐고 짜증만 남은건가? 아무튼 이 책은 나를 부르는 숲 이후로 최고다.
8. 더 리더 (베른하르트 슐링크) - 뭐 이 영화 좋다는 사람들 많던데 난 아직 못봤다. 그런데 책으로 만났을때는 그렇게까지 환장할 매력 같은건 느끼지 못했다. 그럭저럭 읽을만은 했지만 온 세상을 들었다 놓을 정도의 베스트셀러로 평가받는 이유는 글쎄다..잘..
9. 악인 (요시다 슈이치) - 나는 일본 작가들을 딱 세명만 좋아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온다리쿠, 그리고 요시다 슈이치. 이유는 깊이는 없이 뭐든 쿨해 죽겠고 뭐든 가벼워 죽겠고 심드렁해 죽겠는 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그렇지 않은 글을 쓰는 이들이라서. 이 책 역시 절대 쿨하지도 가볍지도 심드렁하지도 않다. 마치 소년의 일어 말투같은 그 글들 정말 너무 싫다.
10. 대한민국 사용 후기 (J스콧 버거슨) - 음... 화나는거 알겠고 짜증스러운 건 알겠는데 이건 순전히 화내고 짜증 내려고 쓴 것 같다. 그렇게 지랄같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이란 나라 쫌 귀엽지 않냐고 말하라고 하고 싶은게 아니다. 다만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뭐같이 짜증만 낼 거라면 책을 왜 썼는지 모르겠다. 새댁 요코짱 같지 않다고 욕하는게 아니다. 이쯤되면 짜증에 한가락하는 나 조차도 너무 짜증나서 책을 읽다가 확 집어던지고 싶어지니 그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