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쾌변독설
신해철.지승호 지음 / 부엔리브로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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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변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살을 많이 뺀 여 가수가 나온 '안나오면 쳐들어간다 쿵짜작쿵짝' CF를 떠올렸다. 이렇게 삶은 각종 소소한 이미지로 늘 침범당한다. 그 중에서 아마 가장 능동적으로 침범을 당하는게 있다면 바로 책 읽기가 아닐까?

신해철. 아마 요즘 아해들을 빼고는 이 사람을 모르는이는 없을 것이다. 그를 따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긴 사족이 될테니 삼가하고. 그냥 책 얘기나 하는게 좋을것 같다.

이 책은 인터뷰집이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신해철과 7일간의 인터뷰를 엮은 책인데. 이렇게 길게 얘기하면서도 일관된 주장을 하는 신해철이라는 사람이 자뭇 대단해보인다. 보통 말이 많은 사람들은 단 몇 시간 전에 했던 말도 자기가 뒤집어엎는 쑈쑈쑈를 보여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일때문에 읽은 책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개인적 관심과 호기심을 일로 승화시켰다고나 할까? (승화라는 말을 이렇게 함부러 써도 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라디오 방송에서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기회는 이때다 앗싸 하며 그를 인터뷰했다. 인터뷰집을 내고 그 인터뷰집때문에 또 인터뷰를 당한 신해철은 참 피곤하겠다 하며 말이다.

신해철은 이 책에서 정말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로는 음악 얘기이기도 하고 100분 토론(무려 다섯번이나 패널로 출연했다. 손석희씨에 의해 참으로 좋은 패널이라 인정받은 몇 안되는 사람이다.)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어떨때는 교육환경에 대해 (그도 이제 아버지다.) 끊임없이 얘기한다. 그러나 그 많은 얘기를 하면서도 그는 줄곳 일관된 하나의 가치를 주장한다. 바로 개인의 행복에 관한 것이다. 그게 신해철 개인의 행복임에도 불구하고 '맞아맞아' 라는 반응을 얻어내는 것은 분명 그가 상식적이며 멀쩡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안멀쩡하게 보는게 사실이다.) 사람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인터뷰집이라 다소 읽기가 꺼려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가지 물음에 대한 답변을 어지간하면 매우 길게 하기 때문에 질문/답/질문/답 이런 식으로 맥이 끊기지는 않으니 걱정마시길. 참고로 이 책은 밑줄을 그어가며 읽기에 부족함이 없다. 똑같이 책을 많이 봤는데도 나는 왜 이렇게 바보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 딱 좋은 책이므로 그거 하나만 주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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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4-0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뷰집이라 읽어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마지막 단락에서 결정. 땡스투 하고 가요.
플라시보 님 리뷰에 목말라 있어요.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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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읽을때면 언제나 긴장을 하게 된다. 지금 내가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이 문장이 나중에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고 때론 커다란 사건의 복선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결말에 이르면 내가 흘려보낸 부분들이 있었음을 알고 무릎을 치게 된다. 그때 좀 더 자세히 봐 둘것을, 혹은 아하 이게 이래서 이렇게 되었구나 하고 말이다.

추리 소설을 아주 좋아하거나 부러 찾아읽는 편은 아니지만 어쩌다 한번씩 만나는 추리 소설들은 늘 나를 만족시킨다. 최근에는 이 책과 함께 벚꽃이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일본 추리 소설이다. 우리 나라는 추리 소설이 일반 소설에 비해서 조금 덜 대접을 받는것 같은데 가까운 일본만해도 안그런 모양이다.

13 계단의 첫 도입부는 자뭇 충격적이다. 사형수로 복역중인 한 남자의 공포스런 하루에 대해 짧지만 매우 간결하게 표현한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사형수. 그건 살아도 사는게 아니고 누구 말마따나 웃어도 웃는게 아니리라. 그러다가 소설은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남자는 살인죄를 저지르고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다 중간에 보호감찰로 나오게 되고 간수로 있던 남자에게 어떤 재안을 받게 된다. 그건 바로 첫 도입부에 등장했던 사형수의 무고함을 함께 밝히자는 것. 변호사 사무실에 소속이 되어서 제법 그럴싸한 일을 하게 된 남자는 상당한 보수에 욕심도 나고 해서 이를 수락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여러가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등장하게 된다. 십년전 자신의 가출 사건 그리고 우발적으로 술집에서 한 남자를 죽이게 된 사연등이 얽히고 섥히면서 정교한 그림을 그려낸다.

이 소설이 재미있다 못해 훌륭하기까지 한 점은 바로 사형제도에 대해 보기 드문 성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형을 찬성하는 것도 반대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그 제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똑바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작가는 배려하고 있다. 사형이 꼭 필요한 경우부터 과연 사형까지 당해야 하는가 싶은 경우까지.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빠져있다가 보면 작가의 이력을 다시 보게 된다. 혹시 교도소에 복역을 했었거나 간수로 있었던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것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다. 그렇다면 이 모든것이 학습 내지는 취재에 의한 것일텐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그 위에 세워진 소설은 더욱 탄탄한 재미를 보장받게 된다.

9시 뉴스를 켜면 온통 사건 사고 뿐이다. 그 중에서는 입에서 절로 '저 때려죽일 인간' 소리가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한다. 저런건 대번에 사형을 확 시켜야 한다고. 그렇지만 사형이 무엇인지 또 그게 뭘 의미하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저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할 사회악과 같은 인간 쓰레기 하나를 제거하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사형을 받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벌은 하늘이 주는것이 아니기에 당연하게 사형수를 사형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만약 사람을 죽인 죄로 사형을 받는다면 그 사형을 위해 누군가가 또 살인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그게 법의 등두드림 아래 이뤄지는 합법적인 일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강제로 앗는다는 것에 있어서는 다를바 없는 것이다. 소설은 바로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다. 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 또 살인이라 표현하기는 뭣하지만 아무튼 법의 명령에 따라 사형을 집행하는 자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정말 죽이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살인을 한 사람들의 얘기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에게는 사람을 죽일 그 어떤 권리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모른다. 정말로 극한 상황 혹은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장면을 목격하거나 혹은 당한다면 그래도 나는 여전히 사람은 사람을 절대로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아직까지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적이 혹은 죽일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은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간만에 재미도 있으면서 내가 여태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소설을 만났다. 추리소설 답게 독자의 관심을 한 순간도 놓지 않고 긴장감있게 끌고 가는 작가의 실력은, 이미 심사 위원들도 말했지만 (추리소설상 당선 작품이다.) 도저히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루만에 읽어 치우도록 만드는 대단한 흡입력과 매력을 동시에 지닌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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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h 2006-05-2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이 무엇보다 친절하고 쉬워서 좋았습니다.추리는 제껴두는 쟝르임에도 완전 몰입해서 본 책이라..공감 100퍼센트 리뷰입니다.

플라시보 2006-05-26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스님. 저도 추리를 부러 찾아서 보지는 않는데요. 이 책은 님 말씀처럼 친절하고 쉽고 또 뭣보다 재미나서 좋았습니다. 흐흐.

2006-05-31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ndS 2006-06-0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리뷰를 읽다보니 막 책이 사고 싶어지네요 ^^

픽팍 2006-06-2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평이 막 엇갈려서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님의 글을 읽어보니 사야겠네요;;저도 벚꽃지는 계절 뭐시기 읽었는데 반전 진짜 지대던데요;;;주위사람들도 반전 진짜 끝내준다고 두 번씩이나 보고 ;;ㅋㅋ이것도 살짝 땡기네요 만약 사게 되면 떙쓰 투 할께요 ㅋㅋ

2006-07-05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스의 기억
크리스티나 슈바르츠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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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에 소개되었던 책이다. 그녀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해서 소개한 책이며 영화는 모두 대박을 친다. 오프라의 개인적 소견인지 아니면 제작진 모두의 의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녀가 미국 사회에 끼치는 문화적 영향력은 대단하다. 미국에서는 오프라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공전의 히트를 쳤다고 하는데 글쎄다. 우리에게도 이 스토리가 그렇게 매력적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 해 주겠다.

제목은 루스의 기억이지만 얘기는 루스를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거기다 사실 루스의 기억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루스의 이모인 아만다와 루스의 엄마인 마틸다. 루스의 친구 이모진. 이렇게 네 명이 책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처음에는 마치 대단한 큰 비밀이라도 숨겨진것 처럼 작가는 계속 중요한 단서를 숨기기만 한다. 그러나 이건 추리소설도 공포소설도 아니다. 마지막에는 허무할만큼 아무것도 아닌 결론이 나온다. 왜 이 별것 아닌걸 이렇게나 대단한듯 꽁꽁 싸매고 숨겼나 싶어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여성들의 심리 묘사를 너무도 잘 해 놓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일인칭과 삼인칭 전지적작가 시점등 온갖 시점들이 다 등장하지만 이상하게도 전부 비슷비슷한 목소리로 들린다. 화자가 아만다이건 루스건 아니면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풀어나가건간에 말이다.

너무도 큰 비밀 때문에 얽히고 섥힌것 같지만 사실 큰 비밀은 없다. 오히려 짐작했던 것 보다 훨씬 싱거운 진실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대단치도 않은 진실 때문에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은 불행하다. 물론 이모진의 경우는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의 의지가 아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입을 굳게 다문듯한 인상의 아만다는 나중에는 너무 쉽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저럴꺼면서 왜 여태 그 모든 의심을 받고 또 마틸다의 남편인 칼을 힘들게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뭐 한편으로는 소설속 인물들이 이해가 가면 어쩔것이고 또 안가면 어쩔것인가 싶다가도 도무지 감정 이입이 되질 않아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미국 여성들에게는 이 네 여자의 삶이 기구하면서도 드라마틱하고 또 여성 특유의 모성애와 희생정신으로 버무려진 아주 훌륭한 작품으로 읽혔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서 한참이나 떨어진 대한민국에 사는 나로써는 그다지 이 책에 공감할만한 구석을 찾지 못했다. 다 읽지 못할만큼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중간중간 재미는 있었지만 뭔가 가공할만한 비밀이 있다는 듯한 인상만 풍기지 않았으면 훨씬 더 많은 점수를 주었을텐데 좀 아깝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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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틱 가구 이야기 - Antique Furniture
최지혜 지음 / 호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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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앤틱가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쩐지 괜한 무게를 잡는것 같기도 하고, 또 대부분이 앤틱이라는 말과는 무관하게 그저 흉내만 내었을 뿐. 진정한 앤틱은 잘 없다는 (그러니까 정말로 누군가가 사용해서 손때가 묻은 가구라는) 생각에서였다. 서울에서 꽤 유명한 앤틱 가구점을 운영하는 지인도 그런 말을 했었다. 한국에서는 정말 앤틱은 잘 안팔린다고. 남이 쓰던 (더구나 코쟁이가) 가구를 비싼 돈에 사는걸 내켜하지 않는다고. 대신 앤틱 분위기의 새 재품들은 날개가 돋힌듯이 팔린다고 했다. 아무튼 나는 집안 전체를 앤틱으로 꾸미는 사람들은 뭔가 대단히 과시하려고 하거나 졸부스럽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 책은 앤틱 가구를 잘 고르는 법 혹은 어딜가면 앤틱을 싸게 살수 있는지에 대한 실용서가 아니다. 책은 앤틱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한다. 먼저 바로크와 로코코 부터 시작해서 아르누보와 아르데코까지 앤틱이라 불릴 수 있는 가구들이 만들어진 시대의 미술 사조에 대해 꽤 진지하게 설명을 해 준다. 그리고 각 시대별로 실제 가구의 모습을 컬러 사진으로 넣어두어서 그림만 봐도 어떤 스타일인지 알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스타일에 대한 탐구가 끝나면 이제 가구별로 나뉘어진다. 의자, 침대, 소파 등등. 저자도 책에서 말하지만 진정한 앤틱은 손때에 있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깨끗한 앤틱만을 찾는데 자연스런 생활흠집이 있는 제품들이 오히려 더 가치가 있다고 한다. (다만 크게 손상된게 아닌 손때나 세월의 흔적 정도여야 한다.)

사실 앤틱 가구는 무척 비싸다. 앤틱 가구점을 한다는 지인으로 부터 부르는게 값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그러나 저자는 앤틱이 비싼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가구의 쓸모나 아름다움 같은것 보다 더 큰 역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역사성에 별로 목숨을 걸지 않는다. 저자는 옛것을 소흘하게 여겨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글쎄다. 나는 그게 우리가 반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사에 더 초연한게 아닌가 싶다. 사실 역사에 무척 매달리는 나라들은 대부분 역사가 짧다. 역사 역사 외쳐야 그나마 짧은 역사나마 역사처럼 느껴져서 그런게 아닐까? 다만 이런 개인적인 소장품의 형태로는 역사성을 별로 안찾더라도 국가에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역사성마저 소흘하다면 문제겠지만 말이다. (이를테면 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절이 관리 소흘로 홀라당 타버린다던가 하는)

책에 별점을 많이 주지 않은 이유는 책이 비싸고 또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책이 어찌나 무거운지 안에 앤틱 가구라도 부록으로 하나 들어있나 싶을 정도다. 양장본도 아닌 책이 이렇게 무거운 이유는 뭘까? 드러누워서 보지 말고 책상앞에 딱 앉아서 제대로 보라는 뜻일까? 뜻이 뭐건간에 무거운 책은 정말이지 딱 질색이다. 거기다 25,000원의 가격은 안에 컬러로 된 사진이 좀 많은걸 감안하더라도 꽤 비싸다는 느낌이 든다. 비싼 가구들을 소개하는 만큼 책값도 비싸야 하는건지. 아니면 적어도 앤틱에 관심을 가질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정도 책값은 당연히 지불할 능력이 되겠지라는 출판사측의 눈물어린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앤틱 가구에 관심이 있고 공부를 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겠지만 그냥 재미삼아 보겠다면 글쎄다. 내가 그렇게 본 결과 머릿속에 별로 남은게 없다. 로코코니 아르누보니 실컷 들었는데 그게 미술 스타일 전반에 걸친게 아닌 가구에만 국한된거라 그런지 기억나는게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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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2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 쉽게 입문하기에는,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이 어느정도 무난하지 않은가 싶어요. 아주 책상앞에 딱 앉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정도의 비화성 이야기가 곁들여져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그러나 참 진지한 책이었거든요. 저도 이 책 서점에서 보고 몇 번 들었다 놨다 했는데, 들었다 놨다 하는 그 순간에도 무게가 꽤 나간다 생각했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면 웬만한 사전 한 권 무게였던 듯 해요.
저는 어설픈 광택 좌르르 나는 앤틱 스타일 소파보다는, 제가 어릴적부터 집에 있던 나무 테두리 시계, 4살 아이가 앉기에 딱 맞게 만들어진 조그만 나무 의자가 더 좋아요. 제가 오랫동안 써서 제가 낸 흠집이 그대로 있고 아꼈던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물건들. 그런데 진짜 앤틱 가구 이야기들을 접하고 나니 동시대의 가구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장식성이 없는지요. 다른 스타일의 장식이 있긴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로코코 시대의 곡선도 좋았습니다.

플라시보 2006-05-2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그래도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이란 책 님의 리뷰로 보고 살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흐흐. 음. 님의 그 나무의자. 진정한 앤틱이로군요.^^ (이 책 진짜 무겁죠? 손목 부러지는줄 알았습니다. 흐흐.)

Loch 2006-05-2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라시보님과 같은 이유로 앤틱스타일은 별로 안좋아 합니다.한두개 정도는 봐 줄만 한데 집안 전체를 앤틱가구로 치장한집 보면 웬지 불편해지더군요.앤틱가구를 별로라 하시면서 이렇게 무겁고 비싼 책을 읽으시다니 플라시보님은 진정한 책벌레이시군요^^

플라시보 2006-05-2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스님. 흐.. 맞아요. 한두개 정도는 멋으로 생각이 되던데 침대, 화장대, 식탁, 장농 할것없이 전부 앤틱 혹은 앤틱 스타일로 치장하는건 그저 그렇더군요. 물론 집이 대궐처럼 넓고 집의 다른 디자인적 요소들도 잘 받쳐준다면 모를까. (그런집은 못봤어요. 젤 별루인게 아파트에다 앤틱 잔뜩 꾸며놓은거더라구요) 음.. 그리고 이 비싼책은 선물로 받은것입니다. 흐흐.
 
의사 아빠 약사 엄마의 친절한 소아과
이진한.김태희 지음 / 동아일보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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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내가 임신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제 곧 둘째 가라면 서러울 극성 엄마 하나 탄생하겠구나. 오죽하면 여동생이 늘 내게 하는 말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도 말고 부담도 주지 말라였을까. 평소 어눌하게 설렁설렁 산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지도 않았나보다. 아무튼 나는 결심했다. 극성 엄마는 되지 말자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있다면 호들갑인데 정말이지 유별나게 호들갑은 떨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걸 실천하느라 영어로된 태교 동화도 한번 읽어주다가 치웠고 임신과 출산에 관한 책도 딱 한권만 읽고는 내평겨쳐버렸다. (그 책은 두껍기만 했지 내용이 계속 반복되고 지루해서 정말이지 어금니 콱 깨물고 억지로 읽었었다.) 그러다가 이제 산달도 다가오고 한권쯤은 더 읽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첫 장을 읽자 마자 이걸 안읽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애를 한번 낳아봤다면 아니면 주변에 아기를 키우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잘 지켜봤다면 나도 뭔가를 알았을테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아기가 크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 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엄마등에 엎혀있는 아기들이나 식당이나 극장에서 시끄럽게 빽빽대고 우는 간난쟁이들만 봤었다. 그러니 나는 아기에 관한 한 그야말로 생 초보이며 아무것도 아는게 없다. 아기는 밥 대신 우유를 먹는다는 것. 말을 못한다는 것. 의사 표현을 오로지 삑삑거리고 우는걸로 대신한다는 것 이외에 내가 아기에 대해 아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뱃 속에서 나를 통통 차고 병원에 갈때마다 쑥쑥 크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기에게는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난 이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백지 상태였다. 그저 막연하게 성질 더러운 나를 비롯해서 여동생까지 낳아 기른 우리 엄마가 도와주겠지 생각할 뿐이었다.

의사 아빠 약사 엄마의 친절한 소아과는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으로 있다가 동아일보의 의학전문 기자로 있는 이진한과 그의 약사 아내 김태희가 직접 첫 딸아이 승민이를 출산하고 키우면서 겪은 여러가지 일들이 적혀있다. 그리고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아기에 대해 일반인들 보다는 훨씬 더 많이 알고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및 지식을 살려서 초보 엄마와 아빠들에게 아기 키우기에 관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명확하게 찝어준다. 꼭 쪽찝게 과외 선생님 마냥 이들이 찝어주는 내용은 뭣 모르는 내가 봐도 이걸 몰랐으면 어쩔뻔 했어 라는 아찔한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아기에 대해 써 놓은 책들은 대부분 산부인과 의사들이 쓰는 경우가 많은데 글솜씨가 없어서 그런지 대부분 지루하고 또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만 하는데 이 책은 전혀 그런게 없다. 기자출신답게 이진한은 정말 재밌고도 맛깔나게 글을 써 놓았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읽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진한과 김태희 부부는 처음에는 자기들이 그래도 일반인보다 의학 상식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고 심지어 소아과 실습도 돌아봤으니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아기를 키우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당연히 자연분만이라 생각했는데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고 모유수유는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그게 대한민국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는 만만치 않은 일임을 경험하게 된다. 아기는 황달에 걸리기도 하고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감기에 걸리기도 하면서 의사 아빠와 약사 엄마라고 해서 그나마 좀 나을 줄 알았던 이들의 생각을 단박에 날려버린다. 결국 이들도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아기를 기르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나 다른점이 있다면 곧 그걸 이들이 가진 장점 즉 의사면허와 약사면허를 백분 살려서 다른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썼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하나 버릴 내용이 없구나 하고 감탄했었다. 슬쩍 슬쩍 뒤져본 육아 서적들이 너무 수박 겉핥기 식이거나 아니면 너무 잘난 사람이 난 감히 할 수 있을것 같지도 않게 너무나 아이를 잘 키워내는 내용이 대부분인지라 난 엄마가 되기도 전에 그런 책들을 보며 지쳐있었다. 허나 이 책은 그런 내 마음을 마치 다 안다는 듯 처음부터 차근차근 아기를 키우는 것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 준다. 그리고 말한다. 의사와 약사 부모인 우리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그러니 미리 겁먹을것 없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당신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기가 출생하면서 부터 서서 걸을때 까지. 이 책에는 두 부부가 딸아이 승민이를 키우면서 겪은 거의 모든 상황들이 총 망라되어있다. 의학상식은 물론이고 아기에게 적당한 약과 그렇지 않은 약. 그리고 약의 용법이나 보관법까지 정말이지 책 표지에 적힌 친절한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세심하게 적혀있다. 첫 장에는 일단 아기를 키우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정상비약이 적혀 있는데 당장 적어서 약국에 달려가서 사고 싶은걸 억지로 참고 책을 읽었었다. (이런 기본적인것 하나도 없으면서 감히 아기 낳을 생각을 했다니 싶었다.) 그 외에도 신세대 엄마 아빠 답게 아기를 키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 주소도 적어놓았고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식은 의사 아빠의 한마디. 약사 엄마의 한마디라는 박스 코너를 마련해서 잘 정리해 두었다. 따라서 급할때는 그것만 찾아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직 아기를 키워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한번 읽고 '으음. 그렇구나' 하고 책장에 도로 넣어둘 책이 아니라 아기를 키우기 전부터 읽고 또 키우면서는 내내 곁에 두고 그야말로 바이블처럼 읽어야 할 책인것 같다. 읽는 내내 이 책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쩔뻔했어라는 아찔한 생각이 든 책이니 만큼 아마 아이 키우면서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비 부모들 혹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엄마 뿐 아니라 아빠도 당연히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엄마 혼자 쓴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함께 쓴 책인데 그러니만큼 육아는 어느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P.S. 노파심에서 적습니다만. 사실 책의 저자는 제가 잘 아는 분입니다. 저와 중학교때 부터 죽마고우였던 친구의 친오빠가 바로 의사 아빠 이진한씨 입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꼭 필요한 책이었구나 싶어서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을 정도로 저에게는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혹 제가 아는 사람이 쓴 책이라서 너무 많은 칭찬(?) 과 호의(?)를 배푼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알다시피 모든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요. 더구나 제가 수많은 육아서적을 독파했는데 그중 이게 최고 라고 말할 수 있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거든요. 물론 여기 적힌 리뷰는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생각이고 읽는 분들도 그걸 감안하시겠지만 혹시나 해서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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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2006-05-1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저도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플라시보 2006-05-1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지마할님. 저에게는 무척 도움이 되었던 책인데 님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잘 읽으시길^^

moonnight 2006-05-19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 동아일보에 연재되는 둘째아이 육아일기도 재미있던데요. 그 부부 맞으시죠? 저야 별 상관없는 얘기란 생각에 슬렁슬렁 읽고 넘어갈 뿐이지만 플라시보님은 맘에 와닿을 내용일 거 같네요.

플라시보 2006-05-1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네 맞아요. 동아일보에 연재되는^^ 흐흐. 저도 만약 환희를 가지지 않았다면 슬렁슬렁 읽었을텐데 지금 딱 필요한 책이라 그런지 팍팍 와 닿습니다. 하하

paviana 2006-05-1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지 않아도 이런 종류의 책을 찾고 있었어요.감사.ㅎㅎ

토토랑 2006-05-1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런책이 필요했어요. 님의 리뷰읽다가 찔리는부분
가정상비약이 적혀 있는데 당장 적어서 약국에 달려가서 사고 싶은걸 억지로 참고 책을 읽었었다. (이런 기본적인것 하나도 없으면서 감히 아기 낳을 생각을 했다니 싶었다.) => 예방접종하고 해열제 하나 없어서 응급실로 쪼로로 달려갔었거든요 ㅡ.ㅜ 지금도 있는거라곤 해열제, 스테로이드 연고 하나, 정장제 -- 정도? 으흠

로드무비 2006-05-1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볼 책이 아니지만 성실한 리뷰 추천하고 갑니다.^^

클리오 2006-05-1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아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나요? 저도 많은 사람들이 읽는 삐뽀삐뽀 119를 상비약처럼 가지고 있는데 너무 두꺼워요.. 흑... 이 책도 또 사야될까요?

타지마할 2006-05-1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교보에서 사고 말았습니다.

플라시보 2006-05-20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 제가 뭘 워낙 몰라서인지 모르겠는데요. 읽으면서 되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

토토랑님. 아기 키울때 약은 안쓰면 좋지만 그래도 써야 한다면 바로 알고 쓰는게 중요하겠더라구요. 해열제도 다 같아 보여도 모두 다르구요. (대표적인게 부루펜이랑 타이레놀 시럽인데 각각 조금씩 달라요) 이 책을 못봤으면 다 똑같거니 했을 부분이여서 무척 다행이다 싶었어요. 님도 사서 보시고 참고 되시길 바랍니다.

로드무비님. 흐흐. 추천 감사합니다.^^

클리오님. 제가 삐뽀삐뽀 119를 안읽어봐서 모르겠는데요. 이 책은 그다지 두껍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버릴 내용이라고는 하나도 없구요. 다만 님이 가지고 계신다는 책을 제가 못 읽어봐서 뭐라고 말씀 드리기는 힘들겠어요. (거기도 님이 원하시는 내용이 충실하게 다 있다면야 굳이 사 볼 필요는 없겠지요? ^^) 육아일기 형식 맞습니다. 일이 하나씩 터질때마다 거기에 자신들의 대응책 그리고 혹 같은일을 겪을 엄마들이 하면 좋을 대응책을 적어두었거든요. 병원에 갈지 아니면 약으로 해결할지 아니면 그냥 좀 두고보거나 민간 요법을 쓸 것인지 말이죠.

타지마할님. 흐흐. 여기서 주문하셔서 좀 싸게 사시지..^^ 맘이 급하셨나봐요. 호호.

2006-06-03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