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이라면 유달리 사죽을 못쓰는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MBC 베스트 극장을 즐겨 봤었다. 단편이라는 장점 외에도 정해진 감독도 작가도, 배우도 없이 그때 그때마다 바뀌는 시스템이라는 점도 퍽 마음에 든다. 가끔은 깨는 시나리오에 확 깨는 감독과 홀딱 깨는 배우들인 골때리는 작품을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베스트 극장은 재미있다.

어제밤. 미용실을 나와서 늦은 저녁을 해먹자니 좀 어설퍼서 이마트에서 하이네켄 두병과 개당 500원씩 하는 생선초밥 10개를 사서 집으로 왔다. 샤워를 하고 초밥과 맥주를 먹으면서 TV채널을 돌렸더니 지난 금요일날 내가 못 본 베스트 극장을 하고 있었다. 제목은 매직 파워 알콜. 때마침 나도 도수는 약할지언정 나름 알콜음료를 섭취하고 있는 중인지라, 보다가 알딸딸 한 기분으로 잠들었음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보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퍼머약 냄새와 치약이 뭍은 초록색 가운. 어떤 생선이 올라가 있어도 맛이 동일한 참으로 신기한 초밥. 냉동실에 넣어서 시원한 하이네켄과 함께 매직 파워 알콜을 관람하는 기분은 꽤 괜찮았다.



매직 파워 알콜은 총 3개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었다. 첫번째는 김민선 김동완 주연의 살다보니. 김민선은 새로 창간한 와인 잡지의 젊은 편집장인데 앞만 보고 죽어라 달린 타입의 여자이다. 창간호 행사에서 그녀는 술을 마시고 남자친구인 김동완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얘기해 준다. 어렸을때 자기의 동상걸린 언 발을 따뜻한 배로 녹여주시던 아버지.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재혼을 해서 낳은 동생이 4살이건만 그녀는 아직까지 동생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귀가하던 그녀는 택시에서 내려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지만 끝내 말은 하지 못하고 그냥 끊는다. 그녀는 자신이 참 차갑다고 생각하고 바꾸려고 하지만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버려서 쉽지가 않다. 창간호 행사에서 사람들은 그녀 앞에서는 축하한다고 하지만 뒤 돌아서서는 콧대가 높다느니, 잡지가 잘 안팔리면 기가 팍 꺽일테니 두고보자느니 한다.

두번째는 려원과 강석우 주연의 '술자리'. 려원은 잡지사의 직원이다. 어느날 팀 회식을 하게 되고 그녀는 거기에서 부장인 강석우를 비롯해서 다른 남자 직원들이 노는 한심한 작태를 본다. 가게 된 술집은 유부남 부장의 애인 집이며 부장은 거기에서도 설교와 얼르기와 권위세우기의 짬뽕 쑈를 하고 남자직원들은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폭탄주가 돌려지고 려원은 간염 주사를 맞아서 술을 마실 수 없다고 하지만. 부장은 '이래서 여자들은 안된다' 며 오히려 폭탄주를 한 잔 더 만들어서 두 잔을 마시게 한다. 부장은 려원에게 캐릭터를 가지라고 한다. 전에 있던 선배 수진 (김민선) 처럼 여우같거나 아니면 어른들 잘 모시고 싹싹하거나. 그는 려원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얘기를 한다. 더없이 불쾌한 술지리가 끝나고 부장은 택시를 타면서 그녀와 새로운 신입 남자 사원에게 차비를 하라며 10만원짜리 수표를 준다. 려원은 집으로 가는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를 사려다 편의점 직원과 실강이를 벌이게 되고. 10만원짜리 수표를 직원에게 던지며 나머지는 팁이라고 한다.

친구들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 용이. 친구들이 옛 애인인 미영의 얘기를 하며 전화를 해 보라고 부추기고 급기야 친구들이 미영에게 전화를 하지만 받지 않는다. 용이는 화장실을 간다며 슬쩍 빠져나와서 그 길로 헤어진지 1년도 더 된 미영의 집 앞으로 간다. 하지만 나온 사람은 미영이 대신 동생이 나왔다. 동생은 술에 취해 미영을 찾아온 용이에게 '당신같은 사람 때문에 우리 언니가 약을 먹었다는게 한심하다' 고 말한다. 늘 자신의 뒤에서 희생적인 사랑만 한 미영은 끝내 나오지 않고. 용이는 창문을 향해 돌을 던진다. 미영은 잠시 후 창문을 열고 용이가 사준 곰인형을 던진다. 용이는 곰인형과 같이 새벽이 올때까지 그 집 앞에 앉아있다가 곰인형의 손을 잡고 한강둔치까지 달려간다.

각기 다른 얘기들이지만 술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도 이 에피소드들은 전부 연결이 되어있다. 두번째 에피소드의 경우 려원이 일하는 직장은 과거 김민선이 일했던 곳이고 세번째 에피소드 포장마차는 두번째 에피소드 '술자리'에서 려원과 신입남자직원 그리고 부장이 빠진 나머지 사람들이 2차로 들어간 포장마차이다. 마지막에 용이는 한강대교에 곰인형을 놔두고 잘살라고 외치고 그 아래 둔치에서 려원은 혼자 맥주를 마시다가 말고 일어서서 다들 똑바로 살라며 외친다. 그리고 카메라는 다시 김민선의 방이 있는 2층 베란다로 옮겨가고 거기서 김민선은 창을 열고 새벽공기를 맡으며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있어줘서 고맙다고 독백을 한다.

무언가 아주 뚜렷한 주제가 있다던가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분명한 단편들은 아니지만 세 단편들은 꽤나 재밌고 세련되었다. 술이라는 주제로 엮여있지만 각기 다른 사람들의 다른 술자리와 삶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한 공간에서 서로 스치듯 지나쳐간 우연을 공유한다.

간만에 재밌는 베스트 극장을 봐서 기분이 되게 좋았다. 겨우 하이네켄 두병으로 알딸딸한. 너무 오래 술을 안마셔서 한심해져버린 내 주량이 좀 우습긴 했지만 어제는 그럭저럭 괜찮은 야밤이었다. 참. 김동완과 려원은 각각 신화 샤크라 멤버였는데 연기를 그럭저럭 잘했다. 가수들이 모두 부업삼아 연기를 하는것에 그다지 좋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은 욕을 얻어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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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5-02-0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밌게 봤더랬죠. 세 번째 이야기에서 항상 뒷모습만 봤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플라시보 2005-02-06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 음... 사랑이 똑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으면 좋겠지만 항상 시소처럼 균형이 잡히지 않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더라구요. 그러면 나머지 한쪽은 그 뒷모습을 자주 보게 되죠. 딱 균형잡혀서 너도 50. 나도50. 합의 100. 이런 사랑은 없나봐요. 하긴..그렇게 딱 맞아 떨어지는 것도 좀 비인간적이다 그죠?^^

픽팍 2005-03-0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극장이 은근히 괜찮은 거 많이 하던걸요
저번에 '악연'이라고 고두심님이랑 김영옥님이 나오셨는데
고부간의갈등을 그린 전형적인 드라마 였는데 다들 연기를 죽여주게 하시더라구요;;
암튼 베스트 극장 옛날에 사라질 뻔하다가 피디들이 반발해서 계속
살아남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mbc정말 좋아하려고 해도 좋아할 수가 없네요
 

이 영화에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무려 3명이나 등장한다. 언제나 미끈한 안드로이드같은 주드 로. 다 커버린 이후로는 매력이 반감하긴 했지만 어릴때 너무나 특출났던 그녀를 잊을수가 없어 계속 주목하게 되는 나탈리 포트만. 대체 저 여자가 입 큰거 빼고 무슨 매력이 있나 했었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던 줄리아 로버츠. 클로저에는 이렇게 3명의 쟁쟁한 배우들이 나온다. 출연진들의 화려함만 믿었다가 망한 오션스 트웰브의 기억이 아직 삼삼하지만 그래도 또 속는셈 치고 믿어보기로 했다. (더구나 줄리아의 경우 오션스 트웰브에도 나왔었기 때문에 심하게 걱정이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작가이자 신문 부고란 담당기자인 댄(주드로)은 어느날 길을 가다가 막 영국에 도착한 미국인 알리스 (나탈리 포트만) 와 첫눈에 반해서 사귀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날 댄은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의 모델이 되고 댄과 안나는 서로 이끌린다. 이후 안나에게도 래리(클리브 오웬)라는 애인이 생기지만 댄과 안나는 관계를 끝낼수가 없다. 결국 안나는 래리와 헤어지고 댄을 택하고 댄은 알리스를 버린다. 그러나 또다시 안나는 래리에게 돌아가고 댄은 알리스를 만난다. 이 와중에 댄과 알리스도 서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영화는 남자 둘 여자 둘의 얽히고 섥히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허나 누가 누구와 사귀었느냐 혹은 잠자리를 했느냐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클로저는 진심이 무엇인지 또 진실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사랑의 아이러니는 누군가를 위해서는 심장도 내어줄듯 희생적이나 그 사랑을 위해 누군가의 가슴에는 비수를 꽂을 수 있다는데 있다. 사랑에 있어 진심과 진실은 어쩌면 필요없는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사랑 자체가 정상적인 정신으로 불가능한 것을 거기에 진심과 진실이 끼여들 여지가 있을까? 간혹 사랑은 영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유효기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더구나 남녀간의 사랑이라면 그것은 상대의 육체에 대해 가지는 흥분과 기쁨의 시간과 일치하는게 대부분이다. 늘 설래고 행복해서 뺨을 홍조로 물들일수만은 없는거다.

영국에서 이 네 남녀는 사랑이라는 이름과 배신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엮여있다. 처음에는 모두 낯선 사람이었다가 어느새 그들은 가까이 더 가까이 하고픈 관계가 되고 영원할것 같던 관계들은 하찮은 일들로 금이간다. 한쪽에서는 사랑이 한쪽에서는 고통이 동시에 악을쓰며 소리를 지르지만 영화는 결코 시끄럽지 않다. 안나가 래리에게 댄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었음을 고백할때 래리가 보여준 모습. 래리와 끝내고 돌아오는 안나에게 래리와 잤느냐는 문제로 화를 내는 댄은 속물적이지만 현실적이다. 결국 궁금한건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가 아닌 누가 누구위에 올라타고 누가 누구아래에 깔려있냐는 것이다. 사랑이 언제나 고귀하고 아름다워서 핑크빛 가득하면 좋겠지만 가끔 사랑은 서로가 서로에게 똥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멋지게 나오는 사람은 알리스다. 초반부에는 안타까우리만큼 외면하고 싶은 모습을 지닌 알
리스지만 마지막에 멋지게 한방 날린다.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귀신이지롱' 같은 반전은 아니다. 알리스는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남을 위해 뭐든 다 희생할것 같고 목숨마저 버릴 수 있을것 같지만 알리스야 말로 가장 확실하게 스스로를 챙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혹은 상처를 받아도 살기 위해.

별 기대없이 봐서 그런지. 이 영화. 낮은 별점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괜찮다. 사랑영화라 생각하고 연인끼리 본다면 대략 난감할것 같지만. 막 시작한 연인이 아니라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연인들 사이라면 함께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사진작가인 줄리아 로버츠와 스트립 댄서인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아주 좋았다. 주드로와 클리브 오웬역시 무리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허나 유치하게 성대결을 펼칠짝시면 여자들쪽이 훨씬 더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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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2-0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봤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서로 잘 어울려서 상당히 괜찮은 영화 한편을 빚어낸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오션스~도 출연배우를 두서넛 줄였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클리오 2005-02-0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 기사를 보고 이 영화를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추천 보고 저도 이번 연휴에 한번... (근데 제가 있을 예정인 지방 도시에 이 영화가 할라나...)

플라시보 2005-02-0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의 시종님. 저도 님의 리뷰를 읽어봤습니다. 읽고나니 제가 쓰기가 힘들더라구요. 너무 잘 쓰셔서^^ 님 말씀처럼 오션스도 너무 많이 나오지만 않았어도 좀 나았을텐데..^^

clio님. 아마 깔릴겁니다. 유명한 배우가 나오니까요^^ (제가 살고 있는 곳도 깔렸는걸요) 전 설 연휴에는 키아누 리브스가 나오는 콘스탄틴을 볼 예정입니다.^^

paviana 2005-02-0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서재에도 올렸지만 어떻게 두분이 매번 같은 날 같은영화에 대한 평을 올리시죠? ㅋㅋ 넘 놀랍습니다... 미리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회사에서밖에 서재질을 못하는 인간이라 미리 인사드립니다..

플라시보 2005-02-0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 그런가요? ^^ 흐음. 도시는 다르지만 마태님과 텔레파시가 통하나? 흐흐^^ 님도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자페증.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현실에서 멀어지고 자기의 내면에 틀어박히는 정신질환.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자페증이 뭔지 이해하기는 너무 부족하다. 역시 네이버 지식인에 도움을 받았다.

자폐증 (Autism)은 유아나 소아에게 잘 나타나는 병적인 소외 현상으로 대개 성인이 된 다음까지 이어진다.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며 청각 및 시각자극에 대한 이상 반응이 나타나고 언어 발달이 매우 느리거나 이뤄지지 않아서 상대방의 말을 되뇌이거나 같은 말만 반복한다. 사회상 발달도 더디어 눈길을 맞추거나 타인과의 사회적 접촉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며 특정 물체 혹은 생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 이로 인해 특이행동과 더불어 늘 생활하는 곳이 아닌 다른곳에 간 경우처럼 주변환경이 일상적인 패턴을 벗어났을때 불안해하거나 소리를 지르는등의 행동을 보인다. 지능은 평균 이하로 여겨지나 어떤 면에서는 정상인보다 우수한 능력을 보이는 경우도 간혹 있다. 단순기억 시각공간적 기능을 요하는 면에서는 뛰어난 경우도 있다. 자폐증이 장애로 인정받은 것은 1999년이다. 나는 한번도 주변에서 자폐아를 본 적이 없지만 1000명당 한명꼴로 나타나는 장애라고 한다.

스무살난 초원이는 자폐증이다. 자폐아들만 다니는 특수한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그의 특기는 마라톤이다. 이는 엄마가 어릴때부터 뭔가 아이가 좋아할 만한것을 하나 만들어 주기 위해 열심히 훈련을 시킨 덕분이다. 초원이는 마라톤 외에도 얼룩말과 초코파이를 좋아한다. 어느날 세계 마라톤에서 1등을 한 경력이 있는 선수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초원이가 있는 특수학교로 오게 된다. 이를 안 엄마는 초원이에게 마라톤을 지도 해 줄것을 부탁하고, 초원엄마의 질긴 부탁으로 그 선수는 마지못해 초원이를 가르치게 된다. 초원이 엄마는 초원이를 춘천마라톤에 내보내서 서브쓰리 (마라톤 41.195km를 3시간 안에 완주하는것) 를 할수 있게 하는것이 꿈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것은. 뻔한 감동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흔히 장애가 있는 사람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대부분은 눈물없이는 볼수 없는 인간승리 휴먼드라마가 되기 쉽상이다. 허나 말아톤은 그 쉽고도 안전한 길을 용케 잘 피해간다.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인의 갑절은 노력해서 정상인도 하기 힘든 마라톤 서브쓰리를 해내는 것. 영화는 그것에 촛점을 맞추지 않는다. 물론 주인공 초원이는 마라톤을 하고 또 마지막에는 춘천마라톤 코스에 참가해서 완주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이 나기는 하지만 중요한것은 그게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엄마의 눈물겨운 모성을 보여주는 영화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 장애아의 엄마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아이를 위해 헌신적이다 못해 자기몸이 만신창이가 될 지경건만 그저 아이를 돌보는 일에만 몰두하는 엄마. 초원이 엄마도 어느 부분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 영화는 질문을 한다. 정말로 그게 다만 아이를 위해서냐고. 초원이 엄마는 끊임없이 사람들 앞에서 부정하지만 스스로를 속이지는 못한다. 코치 선생의 입을 통해서 그리고 입원한 병실에서의 독백을 통해. 장애를 가진 아이 엄마도 사람임을. 그래서 아이를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또 아이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장한엄마 컴플렉스로 인해 아이를 다소 힘들게 하더라도 무리를 해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함을 인정한다. 둘째는 자폐아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영화의 대부분은 일반인의 시선으로 찍혀있다. 하지만 마지막 초원이가 춘천 마라톤에 참여하여 달리는 장면에서는 온전하게 초원이의 시선. 즉 자폐아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물론 영화 자체를 자폐증 장애를 가진 사람이 찍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게 정말로 자폐아의 시선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예전에본 자폐증 환자가 나오는 프랑스 영화처럼. 무조건 환상적이고 아름답고 꿈결같은. 마치 장애를 온갖 화려한 상상으로 뒤덮으려는 짓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관객을 불러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배우 조승우의 힘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승우가 요즘 잘 나가는 연예인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처럼 흥행보증수표인 누구누구, 관객동원율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누구누구의 영화는 아닌 것이다. 여기서 배우 조승우의 힘은 오로지 연기력에 기인한 것이지 그의 스타성에 의한것이 아니다. 다소 작은 체구와 가는선을 지닌 배우 조승우는 언젠가 영화 기자들이 조금만 더 외모가 받쳐줬으면 하고 안타까운 배우 1위로 꼽았을 만큼 사실 그의 비주얼은 별로 볼것이 없다. 그래도 영화배우니까 조금 특별해 보일 뿐. 만약 조승우가 일반인이었다 하더라도 그는 잘생겼다 혹은 멋지다라는 말을 듣고 살았을성 싶지는 않다. 흔히 비교되는 영화배우 박해일과는 또 다른 종류의 평범함을 가지고 있다. (말아톤 초원역에 박해일도 물망에 올랐었다고 한다.)

사실 춘향전에 나왔을때만 해도 나는 조승우가 배우라기 보다는 그저 대가의 작품에 운좋게 주연을 따낸 일회성 신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후 와니와 준하, 후아유, H, 클래식등에 나왔을때도 고만고만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인것 같았다. 허나 하류인생부터 조승우는 영화속에서 자신의 아우라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늘 다른 배우들에게 가려 있어서 허약하게 보였던 그의 연기에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어쩌면 그 전의 배역들은 H를 제외하고 그다지 인상적인게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 말아톤은 조승우가 아니면 도저히 안되었겠다 싶을 정도로 그는 호연을 보여준다.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그러하듯. 조승우 역시 초원이역을 맡아 완벽하게 변신한 배우 조승우가 아닌. 자폐증 장애가 있는 스무살 윤초원 그 자체가 되었다. 어느 연기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이 영화에서 조승우는 온몸으로 연기를 해야 했다. 자폐증으로 인한 틱, 본인의 나이보다 20년은 더 정신연령이 어린 몸짓 (조승우는 80년생이며 극중 초원이의 정신연령은 5세이다.) 거기다 특이한 발성법과 목소리까지. 정말 눈빛연기 하는 사람은 연기도 아니게 편하겠다 싶을 만큼 배우 조승우는 머리카락부터 엄지발가락까지 다 연기를 한다. 사실 장애를 가진 역활을 하면 어지간히만 해도 다 칭찬을 받는다. 하다못해 데뷔 10년이 넘는동안 연기력에 대한 칭찬은 단 한번도 받아본적 없는 김희선마저 슬픈연가에서 시각장애인 역활을 맡아 칭찬을 받을 지경이니 말이다. 허나 조승우는 이 영화에서 어지간히 연기를 하지 않는다. 어쩌면 장애 연기는 조승우로 인해. 조승우 이전과 조승우 이후로 나뉠지도 모른다.

중견배우 김미숙의 연기는 비교적 만족스럽다. 그녀의 오바하지 않는, 너무 애끓지 않는 담담함으로 인해 이 영화는 자칫 뻔한 감동으로 이어질뻔 한 부분들도 스무스하고 담백하게 넘어간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역이라면 당연히 수반될 지나치게 진한 눈물도 김미숙은 흘리지 않는다. 오히려 김미숙은 단 두어시간동안 장애를 가진 엄마가 아닌,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엄마처럼 단련되어있고 담담해진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역활에 만약 대단한 연기파 배우를 내새웠다면 장애아대 장애를 가진 아이 엄마의 세기적인 연기대결이 될 뻔 했겠으나 김미숙은 관객의 시선이 옳곧게 조승우를 향하도록 지나침없이 잘 보조를 해 주고 있다. 따라서 약간 밍숭한듯 하지만 김미숙의 연기력은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연기력이라기 보다 캐릭터와 영화의 이해력이 뛰어난 똑똑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자폐증 장애를 가진 아이의 마라톤 완주라는. 보지 않아도 다 본듯한 뻔한 스토리로 인해 망설인 분이 있다면 지금 당장 영화표를 끊기를 바란다. 만약 그렇게나 뻔했다면 나는 이 영화의 리뷰를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판단은 보는 사람의 몫이긴 하지만. 감히 내가 미리 예측을 한다면 적어도 내 이럴줄 알았다는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다른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었다고 하는데, 나는 지하철 장면과 마지막에 초원이가 얼룩말과 함께 달리는 장면에서만 울었다. (지하철보다 얼룩말에서 더 많이 울었던것 같다.) 눈물이 많은편이라면 손수건이나 티슈를 준비함과 더불어 여성이라면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도 하지 말것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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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2-0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라인 했다가 다 망쳤다는 설이...

플라시보 2005-02-0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그래도 마스카라는 안하셨으니 다행이네요.^^ 전 원래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는 안합니다. (아주아주 특별한 날이면 마스카라는 합니다. 예를 들어 선을 본다던가..하하)

스파피필름 2005-02-03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두 장면에서 울었습니다. 극장에서는 원래 잘 안우는데 (특히 슬픈 멜로에서는 일부러 안울려고 더욱 눈을 부릅뜨고 있어요-_-) 나도 모르게 저절로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마지막에 손으로 타인들을 스치며 달려가는 장면에서는 옆사람 의식하지 않고 흐느끼려다가 놀랐습니다. -_-
간만에 본 좋은 영화였어요.. ^^

플라시보 2005-02-0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피필름님. 저와 같은 장면에서 우셨군요. 아으...세상에서 그렇게 슬픈 얼룩말은 처음 봅니다. 전 영화보면서 잘 울어요. 근데 어쩐지 혼자 있어야 펑펑울지 극장에서는 좀 펑펑 울긴 힘들더라구요.

비로그인 2005-02-03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보고 많이 울었는데.. 지하철 장면은 정말 슬프더군요!
그런데 옆에 앉아있던 커플이 어찌나 눈꼴사납던지.. 여자분은 아예 남자품에 푹 파묻혀서 시작할때부터 끝날때까지 징징거리며 울더군요. 남자는 또 그런 여자를 어찌나 사랑스럽게 바라보던지~ 제 친구랑 저는 "놀고들 있네~ 아예 쇼를 해라 쇼를 해~" 하면서 치치거렸지만.. 사실은 무진장 부러웠다지요. 아하하

그리고 조승우의 비주얼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 저는 나름대로 아주 멋진 외모라고 생각합니다. 다리 짧은게 전혀 흠이 안되는 유일한 배우라고나 할까요.. 아하하. 흔히들 말하는 꽃미남과는 거리가 멀지만 왠지 끌리는 매력이 있더군요. <지킬 앤 하이드>를 본 친구 말로는 너무 카리스마가 강해서 짧은 다리 따위는 눈에 안들어오다가 막상 무대에서 내려온 조승우를 보고는 왜 땅에 붙어다니냐고 약간 실망했다고 하더군요..^^

플라시보 2005-02-03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마음처럼님. 하하. 저도 얼마전에 눈오는날 연인들끼리 온갖 야리꾸리한 포즈로 사진찍고 심지어 '나 잡아봐라' 쑈까지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때도 우리도 님과 비슷한 기분이었어요.
조승우 비주얼은 저도 나쁘진 않은데 그냥 워낙 그쪽 계통에 인간같지 않게 잘생긴 것들이 많아서리..흐흐. 지킬 앤 하이드 보셨군요. 아. 저도 보고싶은데 지방이라 이래저래 손해가 많아요. (조승우. 작다작다 하던데 진짜 되게 작나봐요^^)

거닐기 2005-02-03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두번봤습니다. 우짜다 그리되긴 했지만 그래도 두번째 볼 때도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강추입니다.

明卵 2005-02-0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애아대 장애를 가진 아이 엄마의 세기적인 연기대결'이란 말, 유리가면을 생각나게 하네요, 흐흣.
전 계속 울었어요. 사촌동생이 계속 생각나서... 웃고 있으면 기뻐서 울고, 울면 따라 울고, 완전 울음바다였지요^^;;
조승우는 믿음이 가는 배우예요. 이상하게도 '클래식'밖에 안 봤고, '지킬 앤 하이드'에서 열연했다는 말만 들었을 뿐인데도, 조승우라고 하면 든든한 느낌이었습니다. '말아톤'을 본 지금은 그런 느낌이 괜히 들었던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글과 코멘트를 읽고 보니, 저는 조승우가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여론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하하.

플라시보 2005-02-0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닐기님. 저도 왕왕 좋았던 영화는 두번씩 보곤 합니다.^^ (이미 봤는데 친구가 못봤다고 하고, 또 마땅히 따로 볼 영화가 없는 경우)

명란님. 음...사촌중에 불편한 분이 계신가봐요. 조승우는 특히 언론에서 되게 칭찬을 많이 하는 배우지요. 제 경우에는 좀 과장된 거품 아닌가 했었는데 역시 이 영화를 보니 그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승우. 못생긴건 아닌데요. 연예가에 워낙 꽃미남에 멋지구리남들이 많아서 그런거 아닐까요?^^ 조승우나 박해일이나 독특한 분위기는 있지만 아주 잘생긴 미남들은 아니잖아요. 음...님 취향이 대충 감이 잡힙니다. 저도 조승우처럼 생긴타입 좋아라 합니다. 흐흐.

마냐 2005-02-04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도록 울지 않아도 되고, 정말 딱 몇 장면에서만 울 수 있어서 저도 너무 좋았습니다. ^^

실상 집안에 장애아가 있는 경우, 부모가, 그리고 그 형제가 가장 못견뎌 한다 합니다. 결국 부모가 갈라서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장애아에 대한 엄마의 헌신...같은 부분에만 너무 미화하는 경향이 있는거 같슴다. 장애아에 대해서는 사회가 시스템으로 받쳐줘야지, 헌신적 엄마만 고생하라고 냅두는 건 너무 잔인한거 같아요. 뭐, 배형진군 어머니는 정말 존경존경존경해 마땅하지만 말임다.

플라시보 2005-02-04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평범하고 정상적인 아이를 기르는것도 엄마에게 거의 초인 수준의 노력을 요하는데 정말이지 장애를 가지거나 아픈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요하는 희생의 수준은 인간을 넘어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가 시스템으로 받쳐줘야 한다는 말 저도 동감입니다. 우리야 일반인이라 못 느끼지만 장애를 가졌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이 세상은 참으로 정글같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루(春) 2005-02-15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댓글이지만 영화 보기 전에 이 글을 읽지 못했음이 화가 납니다. ^^;

플라시보 2005-02-1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영화는 좋으셨나요? 전 괜찮게 봤었거든요. 후훗. 그리고 영화평은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서 다 보고 나서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春) 2005-02-1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많은편이라면 손수건이나 티슈를 준비함과 더불어 여성이라면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도 하지 말것을 권하는 바이다. ->제가 화난 건 이걸 안 본 걸 후회하는 탓이에요. 마스카라 지워질까봐 엄청 노심초사했거든요. 전, 너무 많이 울어서요.. ^^;

플라시보 2005-02-1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그러시군요.^^ 미리 읽으셨다면 님이 맘 편히 우셨을것을...

픽팍 2005-03-03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영화 두 번 봤어요 ㅋㅋ갠적으로 조승우한테는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서요 ㅋ아 그리고 지킬 앤 하이드 곧 대구 공연도 추진된다고 하던데요;'
 


주성치. 사실 그는 별 볼일 없는 인물이다. 성룡이나 이연걸처럼 무술대회 출신이라서 제대로 된 무술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양조위처럼 잘생기면서도 우수에 젖어 있는것도 아니며, 주윤발처럼 온화한 미소와 동시에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도 아니다. 주성치의 얼굴을 보자면 양조위과에 가깝지만 어딘가 모르게 주성치는 없어 보인다. 잘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궁해 보이는 필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서 멜로영화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정통 무술 영화를 하자니 그 실력이 한참 딸리면서 대략 비쩍 마른 몸 때문에 전혀 뽀대가 나질 않는다. 허나 주성치는 멜로영화에도 정통 무술영화에도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는 자기의 그릇을 제대로 아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자기를 써 줄수 있는 영화는 오직 자기가 만든 영화 뿐이라는 것을.  무협과 코믹을 적절하게 섞은 동시에 어디선가 B급 냄새를 풍기면서 유치와 찬란을 버무린 주성치표 영화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닳은 것이다.

주성치의 영화 중에서 아마 제일 처음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희극지왕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 발표한 소
림축구에서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고. 이번 영화 쿵푸 허슬에서는 확실하게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주성치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유치함도 끝같곳 까지 가 버리면 예술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주성치식 코메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주성치의 영화는 상당히 유치뽕짝이다. 택도없는 스토리와 어디가서 저런것들을 다 모아왔을까 싶게 오합지졸인 등장인물들, 거기다 저렇게 티나게 촌스러운 CG를 만드느라 참 애썼다 싶을 만큼 티 팍팍 나는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까지. 다소 멀쩡한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어필할것이 약에 쓰려고 해도 없다. 하지만 주성치 영화의 이 유치찬란함은 그 중독성이 상당히 강하다. 한때 다 참아도 유치한건 못참던 나도 어느새 주성치에게 중독이 되어 그의 코메디를 100%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다 못해 오매불망 기다리기까지 하는걸 보면 과연 그 중독성은 담배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주성치와 주성치 영화의 그 매력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내 생각으로는 주성치 영화와 인간 주성치의 완벽한 앙상블에 기인한것이 아닌가 싶다. 아까도 말한것 처럼 주성치는 못생긴 얼굴은 아니다. 어찌 보면 잘 생겼다. 하지만 그 얼굴에서 풍기는 없어보임은 잘생긴편인 그의 얼굴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주성치의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일면 멀쩡한듯 하면서도 한없이 유치한데 이 유치함은 원치 않음에도 생긴 유치함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유치한 것이다. 주성치가 자신의 외모중 잘생긴 부분이 아닌 없어보이는 부분을 작정하고 영화에서 부각시키듯이 말이다. 처음부터 '자 유치해 봅시다' 하고 유치해 버리면 처음에는 뭐 저런게 다 있나 싶다가도 어느새 그 유치함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유치함과는 성질이 좀 다른 유치함. 즉 작정한 유치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작정한 유치함이 어떻게 중독성까지 유발해 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소림축구에서 내공을 단단히 쌓은 주성치는 쿵푸 허슬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촌스러움과 중국인 특유의 뻥을 마음껏 보여준다. 조금 아쉬운건 주성치가 소림축구때 보다 약간 더 멋있게 나온것과 캐릭터들이 소림축구때 만큼은 골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영화에서는 흠이랄것도 없는게 흠이라니 놀랍지 아니한가!) 주성치는 조금더 궁해보이면서 빈티가 나는 동시에 어리해보여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약간 약했다. 그리고 등장 인물도 개성이 넘치긴 하지만 예전처럼 확실한 캐릭터를 구사하지는 못했다. 특히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소림축구에서 둘째형으로 나와서 빈궁해 보이는 얼굴임에도 핸드폰으로 끊임없이 주식 달랑 한주를 가지고 팔아라 말아라 하면서 지가 무슨 증권계 거물처럼 굴었던 인물이 이 영화에서는 도끼파의 부두목 쯤으로 나오는데 그의 최대 장점인 없어도 너무 없어 보이는 외모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했다. 그래도 사진 1에서 보이는 야수와 사진2의 주인집 아줌마가 보여주는 골때리는 캐릭터와 활약상은 이 영화를 유치함의 극한까지 충분하게 밀어붙여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서 주성치만큼 영화에다 대고 노골적인 뻥과 유치함을 쳐 댈 수 있는 인간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당분간은 주성치의 아성은 철옹성처럼 단단하리라 본다. 고급스런 코메디가 아닌 저급한 코메디라고 분류될수도 있겠지만 주성치의 코메디는 단지 저급이라는 말로만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서운하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래. 설마 뭔가 나름대로 철학이 있으니까 저렇겠지' 하는 느낌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말이다. 아무튼 나는 쿵푸 허슬을 무척 재밌게 봤었다. 소림축구때는 주성치가 어떤 작자인지 잘 모르고 들어온 관객들이 '뭐야 이거' 했었는데 쿵푸 허슬은 이미 주성치의 노예가 되어버린 팬들만 영화를 봐서 그런지 시종일관 분위기가 좋았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내 개인적으로는 소림축구때 보다는 약간 재미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쿵푸허슬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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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01-1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 소견으로 주성치 최고의 작품은 단연 '홍콩 마스크'죠. 막판 홍콩할매의 등장에는 정말 -_-;

깍두기 2005-01-1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바로 B급의 매력이 아니겠습니까. 잘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궁해 보이는 필...주성치에게 딱 맞는 표현입니다요!

瑚璉 2005-01-1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당백호점추향'을 보고 나서 이 양반의 팬이 되었지요. 저같은 사이비 팬 이외의 정통 팬들은 대개 "선리기연", "월광보합"을 최고로 꼽더군요.

비로그인 2005-01-1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림축구는 흥행작이였기에 모든 이들이 좋아하지만

뭘 보든 주성치가 나오는 건 예술이 되버립니다.


주성치를 보고 있노라면 홍명보를 보는 듯한 저만의 착각에 더 좋아져 버리지요.

비로그인 2005-01-1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구요. 주성치가 아니면 결코 만들 수 없는 영화였지요. 아하하. 저도 예전엔 "저게 뭐야?" 하면서 봤는데 이제는 주성치 영화를 기다리는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그의 유치함이 너무 유쾌하더군요. 근데 어제 보니 주성치가 상당히 잘 생겼던걸요. 나름대로 몸짱. ^0^

날개 2005-01-1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성치 영화에 중독되어버린 케이스입니다..^^ 유치찬란함이 왜 그리 좋아보이는지..ㅋㅋ

LAYLA 2005-01-14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를 써 줄수 있는 영화는 오직 자기가 만든 영화 뿐이라는 것을- 이부분 지대 웃겼습니다 푸하하하 전 솔직히 이 영화 누가 돈주고 보겠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알라딘에도 이렇게 매니아가 포진하고 있는걸 보니!! 보고 싶어졌어요...근데 정말 주성치는 무슨 생각이 있어서 이런 영화를 만드는걸까요?

수능공부하다 보면 시를 '외우게' 하잖아요 함축적의미라든지....전 그런거 배우면서

'시인들은 정말 이 의미를 담아서 시를 지은걸까? 그냥 아무없이 적어놓은거 가지고 우리가 지금 쑈하고 있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주성치의 영화도 그런생각을 품게 하네요.

흰 바람벽 2005-01-14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동생은 그 소리지르는 아줌마 캬오올~ 하는걸 따라해요.. ㅡ.ㅡ 웃겨 죽겠어요.(비슷하더이다.. ㅋㅋ)아직 영화는 못봤어요. ^^;;

플라시보 2005-01-15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그 영화는 못 봤는데..비디오로 나왔나요?

깍두기님. 그러게요. 주성치는 B급 영화를 하기에 천애의 조건을 타고난것 같습니다. 흐흐

호련님. 전 주성치 팬 아닌가봐요. 말씀하신 영화는 모두다 못봤으니..^^

벨님. 그렇군요. 근데 주성치를 보면 왜 홍명보가 생각이 나나요?

처음마음처럼님. 저도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소림축구때 보다 몸이 많이 좋아졌던걸요? 나름 운동을 했나봐요.^^

날개님. 히히. 그죠? 유치함도 아주 극한곳 까지 가버리니깐 멋지더라구요.

LAYLA님. 흐흐. 글쎄요. 주성치의 머리속에 들어가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원래 유치한걸 좋아하는데 살짝 유치하니까 반응이 신통찮아서 아예 극한까지 몰아 붙인거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그 시인들에 대한 해석. 저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전에 제가 어떤 사이트에 장편소설을 하나 올렸었는데 그 소설에 대한 분석을 보니까 제가 하나도 염두해 두지 않았던 부분인데도 '이 소설은 이러이러하다' 라고 평한걸 보고 그럴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흰 바람벽님. 히...그 아줌마 정말 죽이죠? 머리에 셋팅롤 말고 담배 빡빡 피면서^^ 동생분이 그 소리지르기를 따라하시는군요. 후훗.

sayonara 2005-01-18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성치의 걸작은 '서유기-선린기연'입니다! 물론 '식신', '당백호 점추향' 등도 만만찮죠. ㅋ
그리고 '소림축구'에서까지만 해도 화려한 특수효과와 B급정신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는데, '쿵푸허슬'은 아무리 생각해도 CG과다와 성치개그의 동어반복같았습니다. ^^;

플라시보 2005-01-1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yonara님. 저도 굳이 비교를 하자면 소림축구가 조금 나았던것 같아요.^^ 님이 추천하신 주성치의 걸작들도 비디오로 빌려봐야겠습니다.^^

픽팍 2005-01-26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거 보고 왔는데;;; 확실히 cg과다에 돈지랄한 티가 확실히 나긴 했지만 나름대로 상당히 잼나게 보았답니다. 극장에서 저 혼자만 미친듯이 웃어 버려서 앞에 앉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구요;;;;

플라시보 2005-01-2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픽팍님. 님이 가신 극장의 관객들은 분위기가 별로였군요. 제가 갔을때는 전부 주성치의 팬이여서 그런지 전부 까무러치게 웃고 난리였습니다.^^
 

2001년에 오션스 일레븐이란 영화를 개봉했었다. 끝내주게 솜씨가 좋은 도둑들에 관한 얘기였는데 세세한 스토리는 도무지 기억이 안난다. 그도 그럴것이 제목에서 보여지듯 무려 11명의 도둑들이 나온다. 혹자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도 있는 마당에 11명이 뭐가 그리 많냐고 하지만. 글쎄다. 꽤 어설픈 머리를 가지고 있는 내게는 11명의 도둑도 무척이나 버거웠었고. 그건 감독 양반도 마찬가지인것 같았다.

그로부터 4년만인 2005년. 오션스 트웰브 2편이 제작되었다. 그들은 이번에는 11명에서 한명 추가해서 12명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이쯤 해서 뭔가 스쳐가는게 있지 않은가? 그렇다. 시덥잖은 영화들은 언제나 지들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의 사이즈를(고질라),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나를(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또는 하나도 모시기 힘든 스타를 얼마나 많이 캐스팅 했는가를 (너무 많아 예를 생략) 떠벌린다.

오션스 트웰브는 그들이 말 하는것 처럼 지난번 오션스 일레븐에서 한 명이 더 포함된 열 두명의 도둑이 등장한다. 그 한명은 바로 줄리아 로버츠. 거기다 오션스 일당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귀족 출신의 도둑은 뱅상카셀이 나온다. 도둑이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멧 데이먼 인것도 모자라서 캐서린 제타존스 (나중에 합류하나 별로 하는일은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 훔쳐간 돈을 이자까지 쳐서 달라고 협박해서 오션스 일당이 다시 모이게 만드는 사람은 앤디 가르시아이다. 이렇게나 많은 스타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장점이라면 저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단 한편의 영화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저 스타들이 저마다 한 역활씩 하려고 할텐데 대체 모두가 다 주인공격인 영화 스토리가 멀쩡하게 흘러갈 리가 있냐는 것이다. 스타가 한두명이면 우린 그들을 극중 인물로 착각할수도 있겠지만. 브래드 피트가 나온 다음에 바로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고 뒤이어 맷 데이먼이 등장하면서 옆에 조지 클루니가 스쳐 지나간다면 그 사람들을 극중의 누구누구로 볼 수 있을까?

 오션스 트웰브는 스토리는 아예 포기를 한것 같다. 단지 양 많은 멋진 도둑들을 보여주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것 같다. 그들은 지나치게 똑똑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고 (실제로 똑똑하게 느껴진다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우기니 관객들은 '아 그런가봐' 하는 정도) 세계 최고의 도둑들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싼 물건들을 할인점에서 껌 하나 훔쳐내는 것 보다 더 쉽게 훔쳐낸다. 한마디로 와 닿지가 않는다. 돈을 갚으라고 협박을 한다고 해서 훔친 돈을 순순히 갚는거나. 무모하게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거나.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영화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실은 그게 이렇게 된 거야 쑈까지 한다. 속인자는 알고보니 속았고 속았던 사람은 알고 보니 속인거였다는 식이다. 쨔쟈잔 하며 내어놓는 요건 몰랐지 마다 짜증만 확 솓구칠 뿐이다.

거기다 가장 저질스러운 농담은 바로 줄리아 로버츠를 데리고 한 농담이다. 이건 이 영화에서 아마 가장 강력하게 미는 요건 몰랐지 인것 같으니 확실하게 말은 안한다만은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대단한 카메오까지 장시간 출연시켜서 하는 짓 치고는 어설프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관객들에게 실소 비슷한 웃음까지는 끌어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잎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갈수록 뻔한 도둑, 뻔한 음모를 가지고 뻔한 영화만 만들어 내는것 같다.

줄리아 로버츠라는, 11명에 더해지는 한 명 치고는 그 앞의 11명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대단히 비싼 스타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망해가는 집구석에 은숟갈 하나 던져준다고 해서 살림이 펴지지 않는것 처럼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떼거지로 나온 스타들 각각의 스타성을 살리지도 못했으며 인물에 완전히 몰입시키지도 못했다. 결국 우리는 이 영화에 있어서 단 한가지. 이렇게 잘 나가는 바쁘신 스타들을 한 영화에서 보다니 어찌나 감사한지요 정도의 감상만 가질 수 있을 뿐이다. 대충 사람들의 의견에 의하면 일레븐이나 트웰브나 마찬가지라는게 지배적이다. 죽죽 뻗어나가서 세븐틴이나 나인틴이 되어도 사정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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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1-1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해가는 집구석에 은숟갈 하나....아, 님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적절한 비유를 끄집어내는 겁니까. 님의 머릿속을 헤집어보고 싶어요.

플라시보 2005-01-12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이히...그거 칭찬이죠?^^ 근데 아무리 칭찬하셔도 머릴 헤집어보실 수는 없어요. 암요. 후훗.

비로그인 2005-01-1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지무지 잘 봤습니다. (좀 늦게 간 관계로 앞자리에 앉는 통에)

스토리는 기억에 없구요 (머 그 딴게 문제 되겠습니까?)

도둑떼가 일레븐인지 트웰브인지 알바 없구요 (그걸 누가 세어 보겠습니까?)

스티븐 소더버그면 머 어떻습니까? (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잎" 무지무지 싫어합니다. 제목보구 머 좀 있을까하여 노심초사 기다렸는데 허망하데요. 정말 재미없었습니다. )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멧 데이먼,앤디 가르시아 를 한몫에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2시간 내내 벅찼습니다 (저 사람들 다 참 좋아한답니다).

덤으로 브루스 윌리스 까지 봤으니 대만족이랍니다.

플라시보 2005-01-12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션스 일레븐도 그렇고 트웰브도 그렇고 재밌는 사람은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하긴 저렇게 많은 스타가 나오는 것 만으로도 만족을 한다면 더없이 좋은 영화죠. 일단은 그 사람들이 전부다 나와서 한가닥씩 하니까요. 흐흐. 음...마지막 덤 발언은 스포일러가 될듯 한데요. 흐흐^^

paviana 2005-01-13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 클루니가 이따시만한 화면으로 나오는데 줄거리가 무슨 대수겠습니까? 저는 잘생긴 것들은 몰 해도 용서해준다가 신조입니다..거기다 덤으로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여배우인 캐서린 제타 존스도 나와서 이영화 보구 싶은데 주위에서 암두 가치 보겠다고 안해서 ㅠㅠㅠ

플라시보 2005-01-1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 흐흐. 저도 잘생긴 것들은 뭘 해도 용서가 됩니다만. 조지 클루니도 브래드 피트도, 맷 데이먼도 제 타입이 아니여서요. 아하하하 눈이 높기도 하지^^ 그러고 보니 캐서린 제타 존스도 별로 줄리아 로버츠도 별로군요. 근데 정말 님께는 최고의 영화였을듯 싶어요. 좋아하는 배우가 두명이나 나와서 화면을 가득 채워주니... 그런 의미에서라면 꼭 보세요. 캐서린도 꽤 분량이 많아서 자주 나와요. (주위에서 안보려고 하면 협박을 하세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