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오션스 일레븐이란 영화를 개봉했었다. 끝내주게 솜씨가 좋은 도둑들에 관한 얘기였는데 세세한 스토리는 도무지 기억이 안난다. 그도 그럴것이 제목에서 보여지듯 무려 11명의 도둑들이 나온다. 혹자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도 있는 마당에 11명이 뭐가 그리 많냐고 하지만. 글쎄다. 꽤 어설픈 머리를 가지고 있는 내게는 11명의 도둑도 무척이나 버거웠었고. 그건 감독 양반도 마찬가지인것 같았다.

그로부터 4년만인 2005년. 오션스 트웰브 2편이 제작되었다. 그들은 이번에는 11명에서 한명 추가해서 12명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이쯤 해서 뭔가 스쳐가는게 있지 않은가? 그렇다. 시덥잖은 영화들은 언제나 지들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의 사이즈를(고질라),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나를(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또는 하나도 모시기 힘든 스타를 얼마나 많이 캐스팅 했는가를 (너무 많아 예를 생략) 떠벌린다.

오션스 트웰브는 그들이 말 하는것 처럼 지난번 오션스 일레븐에서 한 명이 더 포함된 열 두명의 도둑이 등장한다. 그 한명은 바로 줄리아 로버츠. 거기다 오션스 일당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귀족 출신의 도둑은 뱅상카셀이 나온다. 도둑이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멧 데이먼 인것도 모자라서 캐서린 제타존스 (나중에 합류하나 별로 하는일은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 훔쳐간 돈을 이자까지 쳐서 달라고 협박해서 오션스 일당이 다시 모이게 만드는 사람은 앤디 가르시아이다. 이렇게나 많은 스타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장점이라면 저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단 한편의 영화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저 스타들이 저마다 한 역활씩 하려고 할텐데 대체 모두가 다 주인공격인 영화 스토리가 멀쩡하게 흘러갈 리가 있냐는 것이다. 스타가 한두명이면 우린 그들을 극중 인물로 착각할수도 있겠지만. 브래드 피트가 나온 다음에 바로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고 뒤이어 맷 데이먼이 등장하면서 옆에 조지 클루니가 스쳐 지나간다면 그 사람들을 극중의 누구누구로 볼 수 있을까?

 오션스 트웰브는 스토리는 아예 포기를 한것 같다. 단지 양 많은 멋진 도둑들을 보여주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것 같다. 그들은 지나치게 똑똑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고 (실제로 똑똑하게 느껴진다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우기니 관객들은 '아 그런가봐' 하는 정도) 세계 최고의 도둑들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싼 물건들을 할인점에서 껌 하나 훔쳐내는 것 보다 더 쉽게 훔쳐낸다. 한마디로 와 닿지가 않는다. 돈을 갚으라고 협박을 한다고 해서 훔친 돈을 순순히 갚는거나. 무모하게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거나.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영화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실은 그게 이렇게 된 거야 쑈까지 한다. 속인자는 알고보니 속았고 속았던 사람은 알고 보니 속인거였다는 식이다. 쨔쟈잔 하며 내어놓는 요건 몰랐지 마다 짜증만 확 솓구칠 뿐이다.

거기다 가장 저질스러운 농담은 바로 줄리아 로버츠를 데리고 한 농담이다. 이건 이 영화에서 아마 가장 강력하게 미는 요건 몰랐지 인것 같으니 확실하게 말은 안한다만은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대단한 카메오까지 장시간 출연시켜서 하는 짓 치고는 어설프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관객들에게 실소 비슷한 웃음까지는 끌어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잎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갈수록 뻔한 도둑, 뻔한 음모를 가지고 뻔한 영화만 만들어 내는것 같다.

줄리아 로버츠라는, 11명에 더해지는 한 명 치고는 그 앞의 11명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대단히 비싼 스타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망해가는 집구석에 은숟갈 하나 던져준다고 해서 살림이 펴지지 않는것 처럼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떼거지로 나온 스타들 각각의 스타성을 살리지도 못했으며 인물에 완전히 몰입시키지도 못했다. 결국 우리는 이 영화에 있어서 단 한가지. 이렇게 잘 나가는 바쁘신 스타들을 한 영화에서 보다니 어찌나 감사한지요 정도의 감상만 가질 수 있을 뿐이다. 대충 사람들의 의견에 의하면 일레븐이나 트웰브나 마찬가지라는게 지배적이다. 죽죽 뻗어나가서 세븐틴이나 나인틴이 되어도 사정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깍두기 2005-01-1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해가는 집구석에 은숟갈 하나....아, 님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적절한 비유를 끄집어내는 겁니까. 님의 머릿속을 헤집어보고 싶어요.

플라시보 2005-01-12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이히...그거 칭찬이죠?^^ 근데 아무리 칭찬하셔도 머릴 헤집어보실 수는 없어요. 암요. 후훗.

비로그인 2005-01-1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지무지 잘 봤습니다. (좀 늦게 간 관계로 앞자리에 앉는 통에)

스토리는 기억에 없구요 (머 그 딴게 문제 되겠습니까?)

도둑떼가 일레븐인지 트웰브인지 알바 없구요 (그걸 누가 세어 보겠습니까?)

스티븐 소더버그면 머 어떻습니까? (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잎" 무지무지 싫어합니다. 제목보구 머 좀 있을까하여 노심초사 기다렸는데 허망하데요. 정말 재미없었습니다. )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멧 데이먼,앤디 가르시아 를 한몫에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2시간 내내 벅찼습니다 (저 사람들 다 참 좋아한답니다).

덤으로 브루스 윌리스 까지 봤으니 대만족이랍니다.

플라시보 2005-01-12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션스 일레븐도 그렇고 트웰브도 그렇고 재밌는 사람은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하긴 저렇게 많은 스타가 나오는 것 만으로도 만족을 한다면 더없이 좋은 영화죠. 일단은 그 사람들이 전부다 나와서 한가닥씩 하니까요. 흐흐. 음...마지막 덤 발언은 스포일러가 될듯 한데요. 흐흐^^

paviana 2005-01-13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 클루니가 이따시만한 화면으로 나오는데 줄거리가 무슨 대수겠습니까? 저는 잘생긴 것들은 몰 해도 용서해준다가 신조입니다..거기다 덤으로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여배우인 캐서린 제타 존스도 나와서 이영화 보구 싶은데 주위에서 암두 가치 보겠다고 안해서 ㅠㅠㅠ

플라시보 2005-01-1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 흐흐. 저도 잘생긴 것들은 뭘 해도 용서가 됩니다만. 조지 클루니도 브래드 피트도, 맷 데이먼도 제 타입이 아니여서요. 아하하하 눈이 높기도 하지^^ 그러고 보니 캐서린 제타 존스도 별로 줄리아 로버츠도 별로군요. 근데 정말 님께는 최고의 영화였을듯 싶어요. 좋아하는 배우가 두명이나 나와서 화면을 가득 채워주니... 그런 의미에서라면 꼭 보세요. 캐서린도 꽤 분량이 많아서 자주 나와요. (주위에서 안보려고 하면 협박을 하세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