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MBC에서 꽤 늦은 시간에 이 영화를 방영해 줬다. 처음에는 촌스러운 등장 인물들의 모습들을 보고 그저 그런 옛날 영화겠거니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태 왜 이런 영화를 모르고 그냥 지나쳤나 싶을 정도로 괜찮은 영화였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말 그대로 ordinary 했던 한 4인 가족이 어느날 큰 아들 버크가 동생 콘래드와 함께 보트놀이를 갔다가 그만 사고를 당해서 죽는다. 살아남은 둘째 아들 콘래드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을 시도하고 그 일로 정신병원에 4개월 동안 입원을 했다가 퇴원을 한다.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아버지 칼빈. 하지만 그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다시 보통 사람들의 생활로 돌아가기는 역부족이다. 콘래드와 아내 베스의 사이는 이상하게 어긋나기만 한다. 콘래드는 다시 정신과 의사를 만나서 상담을 받고. 처음에는 의사가 별로 하는일도 없는것 같아서 화만 내던 콘래드는 조금씩 자신의 감정에 대해 얘기한다.

이들의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큰 아들인 버크가 죽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둘째 아들인 콘래드가 끊임없이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것이지만 문제는 다른곳에 있다. 그 문제는 바로 어머니이자 아내인 베스에게 있다. 그녀는 아들 버크의 장례식장에 가면서도 남편의 옷에 신경을 쓸 정도로 남의 눈을 의식하고. 아들 콘래드에게는 자상한 어머니인척 하지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경질적으로 행동을 한다. 그녀는 남들이 하는 얘기 중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말 하고 싶지 않거나 자신이 듣고싶지 않은 말을 하면 다른 얘기를 꺼내거나 무시를 하고 넘어간다. 그녀는 아들 콘래드와도 남편과도 진심이 없다. 그저 밖으로 보기에는 최선을 다하는 다정한 주부이자 어머니 같지만 가족들간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처음에는 아들 콘래드만 느꼈던 것을. 점차적으로 남편인 칼빈도 느끼게 되면서 칼빈은 그녀에게 얘기를 한다. 그 얘기를 들은 베스는 새벽에 짐을 싸서 집을 나가버리고 남아있는 아버지 칼빈과 콘래드는 서로를 껴 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잘못은 없다고 한다.

아버지인 버크와 콘래드의 경우에는 죄책감을 심하게 느낀다. 함께 보트놀이를 하다가 형은 죽었는데 자신만 살아남은 콘래드는 그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아버지 버크는 콘래드가 자살 시도를 한 것에 역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베스만이 지금 생활에 아무런 불편이 없으며 자신은 이대로가 좋다고 말한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자는 남편의 말에 그녀는 화를 내고, 둘만의 휴가 여행에서 아들 걱정을 하는 남편에게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도 아이에게 조정을 당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요리도 하고 주변 친구들도 챙기고 크리스마스 선물도 사는등 실제 생활하는데 있어서는 조금도 게으르지 않은 아내와 어머니의 역활을 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대화를 하거나 해결을 하려고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몇십년을 살았지만 이들은 서로 단절되어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그 폭을 좁히려고 조금씩 노력을 해서 베스가 집을 나갔을때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만 베스는 그러지 않는다. 그녀는 남이 어떻게 볼까가 중요하며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내색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척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베스가 집을 나가기 전. 버크는 이런 얘기를 한다. 당신은 단정하고 결단력도 있고 좋은 아내이지만 강한 사람은 아니라고. 그래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 누구보다 잘 지낼 수 있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견디지를 못한다고 말이다. 그냥 보기에는 이 가정에서 가장 잘 견뎌내고 있는 사람은 베스 같지만. 어떻게 보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남의 감정을 헤아리려고 생각하지 못하는 베스야 말로 가장 못견디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아들을 잃고 둘째 아들마저 자살시도를 했지만. 그것을 드러내어 슬퍼하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든 슬픔은 빨리 덮어버리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시절의 생활 습관들을 되풀이하면 모든게 괜찮아 질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내 생각했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고, 한번쯤은 서로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눴어야 할 가족들이, 그러지 않음으로 인해 서로 얼마나 불행한지를 말이다. 내 경우는 물론이고 내 주변만 봐도 그런 경우는 드물지 않다. 모두들 상처를 받았고 상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입다물고 넘어가기만 하면 세월이 알아서 다 잊게 해 주고 덮은채로 굳게 해 줄것이라고 믿는다. 어쩌다 상대방이 그 일에 대해 얘기를 하자고 하면 그런 사람들은 말한다. 나중에 하자 혹은 지금 꼭 그런 얘기를 해야겠냐.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그 나중이나 그 얘기를 할 만한 적당한 시기 같은건 따로 찾아오는게 아니다. 문제를 느낀 바로 그 순간이 그 얘기를 하기에는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나는 예전에 엄마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어째서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남자를 따라 떠날 수 있냐고. 그것도 그 남자의 가정마저 송두리째 부수어 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엄마는 끝내 그것에 대해서는 말 하지 않았다. 다만 나의 아버지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는지 또 자기가 얼마나 나와 내 동생을 사랑해서 그것 때문에 날마다 울었는지를 말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그게 아니었다. 그냥 엄마가 한번쯤은 잘못했다고 나와 여동생과 아버지를 한꺼번에 버려서 미안하다고 말 하는 것을 듣고 싶었었다. 하지만 엄마는 끝내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엄마는 모를 것이다. 그게 얼마나 나에게 큰 골로 남았는지를 그래서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당신이 나를 낳은때 보다 훨씬 더 많은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까지도 그 일에 대해 완전하게 용서하고 있지를 못하는지 말이다. 그날 이후로 엄마와 나와의 대화는 늘 어긋나기 시작했다. 엄마는 내가 하려고 하는 말 중에서 듣고싶지 않으면 귀를 막고 소리를 질렀으며 자기를 내버려 두라고만 했다. 가족이란 어떤 잘못을 해도 용서를 할 수 있다. 다만 그 용서는 상대방이 진심으로 마음을 열었을때만 가능한 것이다. 아이인 니가 뭘 아냐고 혹은 어른들이 하는 일에 끼여들지 말라고 하면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똑같은 가족이고 가족이라면 나이와 위치를 불문하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그걸 알지 못했고 앞으로도 계속 모를 것이다.

가족과도 마음을 여는것이,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영화는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때로는 불가능하기도 하며 그 일로 인해 끝내 가족이 해체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어려울때 서로 돕고 위로하며 잘 살아보세 하는건 현실에서 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이제는 나도 그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서로 같은나라 말을 하고 같은 음식을 먹었으며 심지어 그 배에서 내가 잉태되기까지 했던 엄마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정으로 슬픈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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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5-07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자신도 모르는 자기를 통제한다는 건 불가능하죠. 그걸 깨달았어요.

키노 2005-05-07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 이 영화보고 무척 감동^^ 하지만 요즘은 볼거리 풍성한 영화에 익숙하다보니 이런류의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네요..

플라시보 2005-05-0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네 자길 통제하기도 무척 힘이 드는 일이죠. 그리고 마음을 여는 일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구요.

키노님. 저도 이걸 보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 헐리우드가 그래도 옛날에는 꽤 쓸만한 영화를 만들었구나 하는거였습니다. 요즘 영화들은 돈도 많이 들이고 스타들도 등장하지만 어쩐지 보고 나면 늘 허전한 영화들 뿐인것 같습니다.
 


혈의 누 (피눈물) 는 이인직의 소설과 이름은 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영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연쇄 살인사건을 한 수사관이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제지업을 기반으로 하는 섬마을 동화도에서 어느날 나라에 진상을 할 종이를 실은 배가 불타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수사관 (차승원) 이 도착을 한다. 그런데 그때부터 하나씩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제지소의 원 주인이었던 강객주를 천주교인으로 모함을 하여 처벌을 받게 한 사람들이다. 마을 사람들은 강객주가 귀신이 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믿지만 차승원은 분명 사람이 한 짓이라고 생각을 하고 수사를 벌인다. 이 와중에 제지소 주인 아들 인권 (박용우)는 마을 사람들에게 폭력을 쓰는 등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고, 강객주가 키우다시피 한 두호 (지성) 은 죽은 강객주의 집에 홀로 남아있다.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듯 하지만 실은 그 보다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잔혹함에 대해 얘기한다. 순진한듯 보였던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잔인해진다. 제목이 혈의 누 인 만큼 화면에는 피와 살점이 튄다. 특히 사지가 찢겨서 죽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어지간한 강심장이라도 눈을 가리지 않을수가 없다. 설정상 어쩔 수 없이 등장해야 하겠지만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화면에는 계속해서 잔인한 장면들이 나온다. (꼭 예전에 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떠올리게 했다.)

차승원은 코믹한 연기를 하다가 이번의 연기에 대해 연기 변신이라고 말 하는 것을 상당히 기분나빠 했었지만 어찌 되었건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특유의 코믹스런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연기를 하는데 원래 모델 출신이라서 그런지 어색함은 없었다. 다만 카리스마라는 것이 단지 외모에서만 풍기는것은 아닌지라 그의 연기에 큰 무게감을 볼수는 없었다. 지성의 경우는 사극의 이미지와 너무도 어울리지 않아서 시종일관 어색하기만 했었고 그가 맡은 역을 표현하기에는 연기력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유약한 이미지의 박용우가 그럭저럭 역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연기를 해서인지 이중적인 면을 보이는 인권의 역을 잘 소화해냈다.

영화는 많은 성의를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나 셋트와 음악에 많은 신경을 쓴 모습이 보였다. 음악의 경우 긴박한 추격씬 등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사극을 배경으로 한 영화 답게 국악기를 BGM으로 썼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것 같지만 단순한 수사극이 아닌 한의 정서를 담은 영화의 긴장감을 표현하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하지만 스토리가 2중 3중으로 꼬여있는데 이것을 적절히 분배해서 표현하지 못해서 관객들이 따라가기가 좀 버거웠다. 거기다 주인공들의 갈등에 좀 더 촛점을 맞춰야 했지만 스토리가 워낙 길다보니 좀 대충 넘어간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인물들간의 갈등과 대립에 공감을 하기가 힘들었다. 조금 더 스토리를 단순화 시키거나 영화가 좀 더 길었어야 했지 않나 싶다. 아무튼 영화는 상당히 성의있게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욕심을 부린것 같다. 허나 이색적인 소재를 택함으로 현재 한국영화가 고만고만한 소재들을 울궈먹는 것에 비해 참신했다고 본다. 노력상 정도는 받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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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5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5-05-0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박용우라는 사람의 연기가 늘 괜챦다고 생각되더라구요~

플라시보 2005-05-05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흐흐.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이제야 드디어 공방의 진가가 알려진게 아닐까요?^^ 음... 차승원의 진지한 연기. 꽤 괜찮습니다. 전혀 웃기지 않고 아주 진지해요.^^

비연님. 전 박용우 생긴게 좋더라구요. 귀엽게 생겼어요. 으하하하 (대학교때 박용우랑 엄청시리 닮은 선배가 있었는데 인기 좋았어요^^)

바람돌이 2005-05-0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차승원 왕팬, 이 영화 보고 싶어요. 우리집 딸래미 둘이 언제 엄마에게 시간을 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보고싶다. 이 글보니까 더 보고싶네요 잉잉잉~~~

코마개 2005-05-0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추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넘 비약적으로 펑펑 튀는 바람에 그 맛은 좀 떨어지더군요. 차승원 연기는 님 말처럼 그저 그렇고...박용우 인가보죠? 그 사람 이름이...연기는 그 사람이 훨 낫더군요. 오현경도 많이 늙었더라구요....

플라시보 2005-05-0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아...좀 잔인하신 걸 기대하신다면 아마 기대에 부흥할 것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장면을 똑바로 잘 못봤어요.^^

강쥐님. 네. 그런면이 있었어요. 스토리가 너무 많은데다 시간은 짧고 또 엉뚱한 장면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물론 감독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다 시간을 썼겠지만요. (아. 오현경씨 진짜 완전하게 할아버지시더라구요.) 음. 박용우는 예전에 최지우랑 올가미라는 스릴러물을 찍었었는데 그때부터 주의깊게 봤었습니다.^^ 참고로 그때 최지우는 혀짧은 소리를 내지 않았답니다. 흐흐 (얼마전에 케이블 TV보니까 다시 해 주더라구요.)

비로그인 2005-05-0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상당히 기대했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볼만하더군요.
지성은 플라시보님 말씀처럼 사극과 참 어울리지 않더라구요. 저는 영화보는 내내 스크린 안으로 뛰어들어가서 지성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해해주고 싶더군요. 아하하
다시는 지성이 사극에 출연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기를~~

플라시보 2005-05-07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마음처럼님. 아.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지성의 머리를 틀어 올리던가 땋아주던가 어찌 해 주고 싶었어요. 흐흐^^ 저도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공을 많이 들였더라구요.
 

원래는 영화에 등장한 사진을 넣어야겠지만 별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니콜 키드만의 사진을 올린다. 그녀가 예쁘게 나오지 않은 사진은 용서가 안된다.

인터프리터를 보러 가기 전부터 생각했다. 나는 영화를 보러 가는게 아니라 니콜 키드만을 보러 가는거라고. 그녀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거의 다 봤다. 그 중에서 꽤 괜찮은것도 있었고 어떤건 아니 니콜 대체 왜? 싶은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니콜 키드만이 나온다는것.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이 영화는 사실 니콜의 영화 이력에 큰 획을 그을만한 작품은 아니다. 평가를 하자면 So So정도. (정말 입이 떡 벌어질 만한 그녀의 작품은 투 다이 포 정도였던것 같다. 나는 이 영화로 인해 그녀에게 최초로 반했고 아직까지 반하고 있는 중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아프리카 태생인 UN 통역사 실비아 브룸 (니콜 키드만 분)이 그녀 외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언어로 아프리카 정치 지도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을 엿들었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는 살인자들의 대상이 되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그러자 연방요원 토빈 켈러 (숀 펜 분) 의 보호를 받게 되면서 그녀의 상황은 더욱 더 끔찍해진다. 그녀의 미심 적은 과거와 그녀가 비밀스럽게 국제적으로 연결 되어 있다는 사실을 파헤치게 되면서 그녀가 음모 속으로 직접 뛰어들지 않았나 하고 더욱 의심하게 되고, 매 순간마다 그는 그녀를 더욱더 의심스럽게 만드는 증거들을 찾아내게 된다. (네이버에서 퍼옴)

스릴러 영화지만 어떤 신문기사에서 본 것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은 없다. 다만 숀펜과 니콜 키드만의 안정된 연기로 그나마 영화는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는 그저 그랬다. 전하려는 메세지가 너무 뻔한 헐리우드 식이라서 정말이지 숀펜과 니콜을 데리고도 이것밖에 못 찍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렴 어떤가. 니콜 키드만을 실컷 볼 수 있는데 말이다.

마냐님의 말처럼 니콜 키드만. 여기서도 너무 예쁘게 나온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컬있는 긴 머리에서 그냥 특징없이 길고 약간 부스스한 스타일로 바꿨건만 미모는 여전하다. 거기다 메이컵도 최대한 자제를 하고 옷도 검은색 계열의 심심한 옷을 입고 나오지만 니콜 키드만은 이 모든 그저그럼에 뭍혀 있어도 단연 빛이 난다. 역시. 다이아몬드는 진흙을 발라놔도 유리가 아닌 다이아몬드다.

내가 니콜 키드만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적이면서 아름답기 때문이다. 니콜은 아무리 섹시하고 도발적으로 나와도 결코 천박해보이지 않는다. 팜므파탈의 이미지와 함께 지적인 이미지. 거기다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도회적인 세련미를 믹서에 넣고 잘 갈면 니콜 키드만이 나오지 않을까. 그녀의 매력은 정말이지 한가지로 표현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일 지경이다. 이 영화에서의 니콜은 섹시하거나 아름답다기 보다는 지적이다. (직업을 봐라 동시통역사다. 그것도 UN에서 일하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콜은 너무 아름답다. 그 창백한 얼굴에 상처가 생겨 피가 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니콜의 얼굴에 피가 뿌려지면 피는 더이상 그냥 피가 아니다. 그건 그녀를 더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일종의 장신구다. 내가 진주와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루비 등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보석을 뒤집어써도 그녀의 볼따구니에 흐르는 피의 10분의 1도 드라마틱한 아름다움을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영화는 정말이지 그저 그렇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권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니콜 키드만에 환장을 했다면 꼭 봐야 할 영화이다. 이렇게 해놔도 저토록이나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니까 말이다. 숀펜이라는 귀신같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나오긴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상 그는 자신의 매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박탈당한듯 보인다. 영화는 뭔가 하려는 말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걸 너무 뻔하게 표현을 해 버림으로써 갈피를 잃는다. 특히나 초반부의 지루함은 참아주기가 힘들다. 이 얘기를 하는데 2시간이나 써야 하다니 허탈하기까지 하다. 때로는 가위질이 필요한 법인데 이 영화. 찍은 필름이 아까웠는지 너무 한정없이 보여준다. 큰 과장없이 (이건 실제 사실이란 소리가 아니라 영화에서 스토리를 너무 극적으로 밀어대지 않았단 소리다.) 진행해 가는 것은 좋았지만 난 좀 밋밋하다 싶었다. 별로 스릴러라는 느낌도 안들고 말이다. 하긴 영화사도 걱정이 되었는지 가장 아름다운 스릴러라는 묘한 말로 니콜의 아름다움으로 용서가 안될까? 하는 뉘앙스를 풍기긴 하더라만.

어찌되었건 이 영화는 오로지 니콜의 얼굴이 많이 나온다는것 이외에는 별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숀펜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그건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숀펜이 아닌 그 누구라도 할 수 있을만큼 매력없고 심심한 캐릭터니까. 마지막으로 니콜 사진이나 하나 더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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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04-29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사진의 허리 라인 보며 침 질질 흘리다가 불쑥... 니콜 이마가 저리 넓었나요? 클로즈업 잡으면 눈썹 위 몇cm에서 커트해야겠다. -_-ㅋ

mannerist 2005-04-29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적인 아름다움 이야기하시기에 생각나서. 매너는 묘하게 차갑고도 따뜻한 미셸 파이퍼를 좋아해요. 저 모순된 말이 크게 어긋장나지 않는 아낙이라서 말이죠. 흐... 서울 집구석 뒤져보면 예전에 녹화해 둔 "순수의 시대"가 나올텐데. 갑자기 땡겨요. 비록 마틴 스콜세지와 미셸 파이퍼 보고 잡았지만 결과적으로 위노라 라이더에 한때 혹했던-_-ㅋ

플라시보 2005-04-29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nerist님. 이쁜 것들의 특징이 뭔지 아세요? 바로 이마가 넓어도 조금의 어색함 없이 예쁘다는 것입니다. 흐흐^^ 아. 미쉘 파이퍼. 저는 그 여자의 얼굴이 약간 각이 져서 별로더라구요. 너무 강인해 보여서요. (시고니 위버도 마찬가지) 위노나도 예쁘죠. 똘망똘망하게 생겨가지고 흐^^ (참. 어제 디아볼릭 보는데 샤론 스톤도 예쁘더라구요.) 아으..세상에는 이쁜것들이 너무 많아.

무탄트 2005-04-2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니콜과 미셸 두 사람 모두 좋아해요. 제가 처음으로 모든 영화를 섭렵하고 싶을만큼 좋아한 배우는 미셸이지만요. 얼굴이 각이 지긴 했지만 극중의 미셸파이너는 에어리언의 시고니와는 다르게 부서질 듯 부서지지 않는 강인함같은 게 느껴져요. 매너님의 말씀대로 묘하게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듯한 분위기도 있구요.
니콜은 정말 매력적인 배우예요. 정말 그녀에겐 빛이 나죠. 이글거리는 태양같아요.

마태우스 2005-04-2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까 했는데 안봐야겠군요. 마지막 사진은 맘에 들어요

플라시보 2005-04-2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탄트님. 아..미쉘 파이퍼 님도 좋아하시는군요.^^ 흐..저는 니콜을 보면 얼음공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검은색 옷이 너무 잘 어울리는 여배우여요. 제가 검은색 옷이 안어울려서 그런지 검은색 입혀놨을때 이쁘면 다 이뻐 보여요. 하하^^

마태우스님. 훗... 님은 안젤리나 졸리가 저러고 있는걸 더 좋아하지 않나요? 아님 유니니^^

마냐 2005-04-2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헷. 저야말로, 졸리도 좋아요. ^^ 플라시보님 감상을 보니...정말 저랑 비슷한 마음으로 보신거 같군요. ^^

플라시보 2005-04-2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그렇지요? 흐흐. 니콜이 나온다는데 뭐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저도 졸리 좋아요. 입술이 너무 두꺼운거 빼면. 남들은 그게 매력이라지만 흐흐)
 

어제 꽤 늦은시간에 이 영화를 봤다.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다.

내용은 아이들 4명이 실종되었다가 18일만에 발견이 되는데 모두 죽고 그 중 단 한명만 살아남아서 돌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리즈. 그녀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정신과 여의사 필라는 최대한 리즈가 충격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그때의 얘기를 조금씩 듣게 된다. 리즈가 해 준 얘기는 이러하다. 그녀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마이크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롹가수의 아들인 마이크는 평범한 외모에 놀림이나 당하는 리즈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던 리즈는 자신을 좋아하는 마틴에게서 지하 벙커에서 마이크와 친구 몇몇과 은밀한 파티를 하면 어떠냐고 제안한다. 리즈는 자신에게 유일하게 잘 해주는 킹카 프랭키와 마이크, 그리고 제프를 초대하는데 성공한다. 지하 벙커에서 신나게 파티를 하던 그들. 그러나 문을 열어주기로 한 마틴이 문을 열어주지 않고. 아이들은 점점 공포에 빠진다.

경찰은 마틴을 잡아서 신문을 하지만 그는 지하벙커에 아이들을 데러가지도 않았고 리즈에게 그런 제안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더구나 리즈의 말과 달리 그녀 역시 프랭키와 같은 학교내의 노는 그룹의 아이들이라고 한다. 이제 마틴의 말이 진실인지 리즈의 말이 진실인지 영화는 내내 아리송한 분위기로 보여준다. 그러다 리즈는 정신과 의사 필라에게 지하 벙커로 가서 진실을 말해준다.

이 영화는 뭐니뭐니 해도 도라 버치(리즈 분) 의 영화이다. 리즈 자신이 말하는 진실속의 리즈와 실제의 리즈 이렇게 1인 2역에 가까운 두가지 캐릭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도라 버치는 예전에 아메리칸 뷰티에서 주인공의 딸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기억이 가물하다면 판타스틱 소녀 백서는 어떤가. (거기서 도라버치와 함께 다니던 여자아이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스칼렛 요한슨이다.) 그렇게 많은 필모그라피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도라 버치는 헐리우드에서 확실한 자기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어린 여배우이다. 나는 도라 버치를 볼때마다 크리스티나 리치가 떠오르는데 언뜻 보면 둘이 좀 닮기도 했다. 이 영화는 오직 그녀를 위한 영화이다. 도라 버치는 더 홀에서 사랑에 반 미쳐버린 소녀의 연기를 리얼하게 한다. 어떻게 보면 토실토실한 아기천사처럼 생긴 그녀이지만 마지막에 모든 진실을 말하고 나서 여의사 필라를 처다볼때의 그 표정은 어떤 공포영화에서의 배우들보다 섬찟한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는 진실이 뭐냐고 묻는다기 보다는 처음에는 약간 헤깔리도록 해 놨지만 끝에가서는 모든걸 다 말해준

다. 그러니까 알아맞춰보시라 같은 영화는 아니라는 거다. 그 보다는 한 소녀의 사랑과 집착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그리고 순진하게 보이는 아이들이 실제로는 어른과 똑같거나 혹은 어른들 이상으로 잔혹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리즈는 아이들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들 모두를 속임으로 인해 죽인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녀가 그랬던 이유는 단 하나 사랑이었다. 마이크를 향한 자신의 사랑은 어떤 나쁜짓도 어떤 악도 다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친구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여자들의 첫사랑은 어떻게 보면 다 미친짓이라고. 그때에 쏟아붙는 열정과 집중도는 정말이지 대단하다. 거기다 처음이라는 것 때문에 어찌해야 할지도 모르고 갈피를 잡지도 못하는 사랑은 조금만 어긋나도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아직 사랑과 집착을 구분하지 못하는 그 시기. 친구와 나는 그나마 우리의 첫사랑이 별 광기를 지니지 않았음을 감사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 올랐다. 더 홀 역시 리즈라는 여자아이의 첫사랑을. 다행스럽게 우리처럼 광기없이 보내지 못하고 뭐든 다 버려도 사랑만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여자아이가 얼마나 무모하고 잔인해질 수있는지를 보여준다. 미치지 않은 사람도 미치게 만들 수 있는것. 그게 아름다운 사랑뒤에 숨겨진 그림자가 아닐까 싶었다. 생각해보면 사랑과 집착은 구분하기 힘들고 관심과 간섭또한 구분하기 힘들다. 그걸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는 어쩌면 얼만큼 자신을 위하는가와 같은 얘기일 것이다. 그러니까 사랑에 자신을 다 던지지 않아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밤에 혼자 보기에는 약간 무섭지만. 겁이 많은 내가 끝까지 본걸로 봐서 아주 무서운 영화는 아니다. 그렇지만 귀신이 훨훨 날아다니는 영화보다 사람의 심리를 다룬 이 영화가 나는 훨씬 더 무섭게 느껴졌다. 혹시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비디오로 빌려보거나 케이블 채널에서 해 줄때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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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4-2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세한 내용은 기억 안나지만 리즈를 끝까지 믿으려했던 했던 여의사에게 마지막으로 진실을 말하고 난 뒤의 섬뜩한 표정은 기억납니다..

mannerist 2005-04-2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보고 싶긴 한데... 스크림 보고 3일동안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기억이 있는 매너는 대략 패스. 입니다. 근데-_-뽐뿌질 하신 거 읽구 보고싶은 맘도 생기긴 하군요. 뭐 이제 7년이 흘렀으니... 삼일이 이틀 정도로 줄겠죠 뭐 -_-;;;;

플라시보 2005-04-23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그렇죠? 전혀 공포스럽게 생긴 마스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섬뜩했었습니다.

mannerist님. 아. 스크림 보다는 많이 약한 공포물입니다. 많이 무섭지 않아요. 빌려보세요.^^ (모르긴 해도 겁은 님보다 제가 더 많습니다.^^ 전 스크림 아예 볼 생각도 못했거든요. 흐흐. 그런 제가 보고도 무섭다는 느낌이 별로 안남은걸 보면 괜찮을듯 싶습니다.)
 

내가 안노 히데야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알게 된 것은 대학생이 되고 난 이후였다.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개나소나 다 알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 정도나 들어봤을 뿐이었다. 그런데 당시 한참을 일본 애니메이션에 미쳐있던 여동생이 에반게리온 비디오를 어디선가 구해 오면서 부터 나 역시 이 만화에 반쯤 미치게 되었다. 어느정도로 미쳤었냐면 보고 또 보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주제가까지 모조리 다 외웠을 지경이었다. 일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히라가나라도 다 쓸 줄 아나 몰라) 내가. 차마 쪽팔려서 한국말로 가사를 따라적는 짓은 하지 못했지만 주제가를 너무나 많이 들어서 단지 귀익음 만으로 따라부를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호출기에 이카리 신지군을 메달고 다녔고 여동생이 거의 장인의 정성으로 만든 에바 1호기(초호기) 를 잠시 내방에 가져다 놓기도 하고 코딱지 만한 엔트리 플러그를 잃어버려서 집구석 장판을 들어낼듯 찾아헤매었었다.

에반게리온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된 것은 여동생이 나름대로 구해온 자료를 보면서 부터였다. 에반게리온에 깔린 동양철학과 기독교 사상은 이 만화를 단순하게 애들이 보는 만화 그 이상의 무언가라고 느끼게 했다. 거기다 안노 히데야키의 그 고집스러움은 정말이지 홀딱 반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는 에바의 디자인을 할때 일부러 완구로 만들기 불가능하게 만들어서 완구회사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현재 애니메이션에서 쓰이는 거의 모든 흥행요소를 과도하게 이용하지만 결국에는 이 눈요기감으로 끌어들인 팬들을 진정한 팬으로 승화시켰다. 비록 극장판에서는 에반게리온에 반 미친 관객들을 이제 그만 현실의 세계로 돌아가라고, 오늘날 에바가 있기까지 지대한 공헌을 했을 그 오타쿠들을 외면하는 엄청나게 용감한 짓을 하긴 했지만 팬들은 결코 나가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들은 이미 우리를 비웃을망정 멋져요 멋져를 연발할 만큼 거기에 미쳐 있었으니까 말이다. 반복되는 셀. 미사토 대위의 서비스 서비스 씬. 사도 출몰 에바가 나서서 해결 이라는 단순한 스토리 구조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는 모든것이 다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이 만화가 단지 로봇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로봇 즉 에바는 안노 히데야키가 하고 싶었던 인간관계에 관한것을 말 하기 위해 또는 팬을 양상해서 중간에 쫑내지 않고 계속 만화를 이어가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는 인간이었다. 나는 이 만화를 보면서 인간과 인간관계. 그리고 의사소통에 대해 해 왔었던 내 생각들과 일치함에 진심으로 감동을 먹었었다.

아까 소파에 드러누워 책을 보다가 불현듯 TV를 켰는데 애니원 채널에서 에반게리온을 해 주고 있었다. 아직은 아스카가 등장하기 전이니 (아스카는 오늘 등장한다.) 초기구나 생각했는데 역시 제 7화밖에 안되었다. 애니원에서 에반게리온은 매주 수, 목, 금 이렇게 3일간 11시 정각에 해 준다. 한 화만 해 주기 때문에 예전에 8개의 에피소드가 들어가있던 비디오를 보던 시절에 비해 말로 할 수 없이 감질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아직은 초창기라서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서비스컷이 난무하고 그저 그런 애들용 만화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참고 보다가 보면 에바는 진면목을 보여준다. 혹시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이 기회에 한번 보길 바란다. 감히 만화 그 이상의 만화라고 추천하고 싶다. 내일 11시. 나는 쪽팔림을 무릅쓰고 에바의 주제가를 따라부르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소파위에서 들썩이며 이 만화를 볼 것이다. 아 물론 마지막에 엔딩송인 플라이 미 투더 문까지 따라부를꺼다.

에반게리온은 만화 전문 채널인 애니원에서 매주 수, 목, 금요일날 밤 11시에 방영합니다. 오늘은 제 8화 아스카의 등장 차례입니다. 더빙판이 아니고 자막판입니다. (성우들의 목소리가 압권입니다. 특히 리츠코의 목소리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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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4-21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에바를 해 줍니까? @ㅂ@
그러니까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를 따라 부르셨다는 말씀이지요?
저도 가사 다운 받아 놓고 열심히 따라 불렀더랍니다.
학교에서 상영회도 열구요. ^^
진짜 엄청 열광했었는데.. 그렇군요.. TV에서 자막판으로 해 주다니!

플라시보 2005-04-21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nda78님. 네 에바를 해 주더라구요. 것도 더빙이 아닌 자막으로^^ 흐흐. 소파에 앉아 엉덩이까지 들썩이며 한손에 리모콘 들고 다른 한손에는 오징어 다리 들고 열창했습니다. 오징어에 찍힌 빨간 고추장이 픽 하고 비웃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답니다.

panda78 2005-04-21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ㅡㅡ^ 고추장이 비웃었군요. 으하하-
저도 지금 불러보니(쿨럭-) 대충 다 기억이 납니다. ^^
아오이 카제가 이마- ^ㅡ^;;
오늘 밤 11시엔 애니원 틀어봐야겠군요- 함께 불러요, 플라시보님. ^m^

플라시보 2005-04-21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nda78님. 제와 가 사이에 이응 발음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부르면 젱아가 됩니다. 히힛 오늘밤에 11시에 플라시보와 판다78이 함께 에바 주제가를 떠나갈듯 부르겠군요. 아. 그리고 내일은 귀여운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남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로 보여지나 몇화인지 모르겠는데 그녀가 폭주할때 있잖아요. 아. 저 너무 멋져서 그동안 아야나미 레이에 대한 사랑을 쌱 거두고 아스카 팬이 되었지 뭐여요. 여동생도 에바 베스트 장면으로 뽑더군요. 아스카의 폭주^^

瑚璉 2005-04-2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노 감독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반게리온 프라모델이 꽤 나와 있다지요(-.-;).

paviana 2005-04-2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렀군요..제가 요즘 게임채널들을 왔다갔다 하고 있을때 애니원에서 에반게리온이 하고 있었군요..잊지않고 기억하고 있다가 임요환 안 나올때 잽싸게 보겠어요..
감사합니다.좋은 정보..

BRINY 2005-04-2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바라..거의 10년 된 얘기로군요. 당시 제가 살던 일본 중부 산구석은 TV도쿄가 나오지 않아서 원망x원망하면서 비디오가 나오는대로 비디오를 열심히 빌려봤더랬지요. 지금은 그렇게 몰입할 만한 애니메이션이 별로 없네요. 안노 히데아키는 이상한 영화나 만들고 말이죠.

거닐기 2005-04-2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바의 팬입니다. 무엇보다 신지가 가출해서 지하철(?)을 타고 계속 이어폰을 들으며 무심하게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보여주던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었습니다.

플라시보 2005-04-2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戶庭無塵님. 네. 귀신같은 반다이사에서 절대 못 만들꺼라 생각했던 에바를 만들었죠. 물론 애들이 조립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 귀신같은 것들이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paviana님. 아 게임채널 잘 보시나봐요. 저는 예전에 회사안에 있는 게임방에서 임요한이 왔다고 사람들이 사인받으러 갈때 누구야? 엉?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임요한 팬이신가봐요^^

BRINY님. 그러게요. 에반게리온이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네요. 에바 이후로는 그와 그녀의 사정을 만들었는데 그것도 꽤나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그 주제가도 외우는군요. 으하하^^) 요즘은 뭘 만드는지 모르겠네요.

거닐기님. 아. 저도 그 장면 기억납니다. 그 장면을 가장 좋아하시는군요. 전 아스카의 폭주 장면이랑 마지막에 신지 주변에 벽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신지를 가운데 세워놓고 둘러서서 박수를 치던 장면이 제일 멋졌습니다.^^


panda78 2005-04-2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히히 맞아요, 카제가 를 카젱아라고 발음했지요. 저도 아스카 좋아해요- ^^ 전 레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고 있었던지라 아스카 등장 씬부터 열광했지요. ;
그리고 극장판에서 신지가 첼로 연주하는 장면도 가슴에 남네요.

플라시보 2005-04-2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nda78님. 아. 전 레이를 처음에는 되게 좋아했어요. 말도 없고 이쁘고^^ 아스카는 어쩐지 미사토처럼 서비스 하는 분위기라서 별로 였었는데 폭주하는거 보고 생각이 휙 바뀌었답니다. 음. 신지 첼로 연주장면 저도 기억나요. 에반게리온 OST도 꽤 들을만한데 (특히 플라이 미 투 더 문 의 버전이 열댓개는 되더군요^^)

panda78 2005-04-21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에바 초반부 엔딩으로 나오던 버전에 맞춰서 부르려니까 안 되더군요. ^^;;
조금 빠른 버전이 제일 좋았는데- 아.. 자꾸 다시 보고 싶어져요. 새록새록 기억나는 것이.. = )
예전에 네르프 신분증도 있었는데 어디 박혀있나 모르겠네요. ㅋㅋ

플라시보 2005-04-21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nda78님 네르프 (이거 뭐가 정확하죠? 너브라 하기도 하고 네르흐라고도 하고..)신분증 그런것도 있었나요?^^

panda78 2005-04-21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음이 말이죠.. ^^;; 애니에선 주로 네르흐라고 나왔던 것 같구요. 원래는 네르프인데 일본식으로 발음해서 네르흐던가. 제가 주로 자료 퍼 오고 그랬던 곳에서 다수가 네르프라 불러서 저도 네르프로.. ^^;;
그 왜 애니에서 신지랑 레이 등이 들어갈 때 찍는 신분증이요, 사진있고 그런거.. 그걸 복제해서 주민등록증 크기로 만들어서 파는 게 있었거든요. 흐흐. ;;

플라시보 2005-04-21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nda78님. 아 그런걸 똑같이 만들어 팔았군요. 흐흐. 그때 봤더라면 저도 댐시 하나 만들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