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무려 3명이나 등장한다. 언제나 미끈한 안드로이드같은 주드 로. 다 커버린 이후로는 매력이 반감하긴 했지만 어릴때 너무나 특출났던 그녀를 잊을수가 없어 계속 주목하게 되는 나탈리 포트만. 대체 저 여자가 입 큰거 빼고 무슨 매력이 있나 했었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던 줄리아 로버츠. 클로저에는 이렇게 3명의 쟁쟁한 배우들이 나온다. 출연진들의 화려함만 믿었다가 망한 오션스 트웰브의 기억이 아직 삼삼하지만 그래도 또 속는셈 치고 믿어보기로 했다. (더구나 줄리아의 경우 오션스 트웰브에도 나왔었기 때문에 심하게 걱정이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작가이자 신문 부고란 담당기자인 댄(주드로)은 어느날 길을 가다가 막 영국에 도착한 미국인 알리스 (나탈리 포트만) 와 첫눈에 반해서 사귀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날 댄은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의 모델이 되고 댄과 안나는 서로 이끌린다. 이후 안나에게도 래리(클리브 오웬)라는 애인이 생기지만 댄과 안나는 관계를 끝낼수가 없다. 결국 안나는 래리와 헤어지고 댄을 택하고 댄은 알리스를 버린다. 그러나 또다시 안나는 래리에게 돌아가고 댄은 알리스를 만난다. 이 와중에 댄과 알리스도 서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영화는 남자 둘 여자 둘의 얽히고 섥히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허나 누가 누구와 사귀었느냐 혹은 잠자리를 했느냐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클로저는 진심이 무엇인지 또 진실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사랑의 아이러니는 누군가를 위해서는 심장도 내어줄듯 희생적이나 그 사랑을 위해 누군가의 가슴에는 비수를 꽂을 수 있다는데 있다. 사랑에 있어 진심과 진실은 어쩌면 필요없는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사랑 자체가 정상적인 정신으로 불가능한 것을 거기에 진심과 진실이 끼여들 여지가 있을까? 간혹 사랑은 영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유효기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더구나 남녀간의 사랑이라면 그것은 상대의 육체에 대해 가지는 흥분과 기쁨의 시간과 일치하는게 대부분이다. 늘 설래고 행복해서 뺨을 홍조로 물들일수만은 없는거다.
영국에서 이 네 남녀는 사랑이라는 이름과 배신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엮여있다. 처음에는 모두 낯선 사람이었다가 어느새 그들은 가까이 더 가까이 하고픈 관계가 되고 영원할것 같던 관계들은 하찮은 일들로 금이간다. 한쪽에서는 사랑이 한쪽에서는 고통이 동시에 악을쓰며 소리를 지르지만 영화는 결코 시끄럽지 않다. 안나가 래리에게 댄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었음을 고백할때 래리가 보여준 모습. 래리와 끝내고 돌아오는 안나에게 래리와 잤느냐는 문제로 화를 내는 댄은 속물적이지만 현실적이다. 결국 궁금한건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가 아닌 누가 누구위에 올라타고 누가 누구아래에 깔려있냐는 것이다. 사랑이 언제나 고귀하고 아름다워서 핑크빛 가득하면 좋겠지만 가끔 사랑은 서로가 서로에게 똥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멋지게 나오는 사람은 알리스다. 초반부에는 안타까우리만큼 외면하고 싶은 모습을 지닌 알
리스지만 마지막에 멋지게 한방 날린다.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귀신이지롱' 같은 반전은 아니다. 알리스는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남을 위해 뭐든 다 희생할것 같고 목숨마저 버릴 수 있을것 같지만 알리스야 말로 가장 확실하게 스스로를 챙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혹은 상처를 받아도 살기 위해.
별 기대없이 봐서 그런지. 이 영화. 낮은 별점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괜찮다. 사랑영화라 생각하고 연인끼리 본다면 대략 난감할것 같지만. 막 시작한 연인이 아니라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연인들 사이라면 함께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사진작가인 줄리아 로버츠와 스트립 댄서인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아주 좋았다. 주드로와 클리브 오웬역시 무리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허나 유치하게 성대결을 펼칠짝시면 여자들쪽이 훨씬 더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