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 사실 그는 별 볼일 없는 인물이다. 성룡이나 이연걸처럼 무술대회 출신이라서 제대로 된 무술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양조위처럼 잘생기면서도 우수에 젖어 있는것도 아니며, 주윤발처럼 온화한 미소와 동시에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도 아니다. 주성치의 얼굴을 보자면 양조위과에 가깝지만 어딘가 모르게 주성치는 없어 보인다. 잘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궁해 보이는 필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서 멜로영화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정통 무술 영화를 하자니 그 실력이 한참 딸리면서 대략 비쩍 마른 몸 때문에 전혀 뽀대가 나질 않는다. 허나 주성치는 멜로영화에도 정통 무술영화에도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는 자기의 그릇을 제대로 아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자기를 써 줄수 있는 영화는 오직 자기가 만든 영화 뿐이라는 것을. 무협과 코믹을 적절하게 섞은 동시에 어디선가 B급 냄새를 풍기면서 유치와 찬란을 버무린 주성치표 영화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닳은 것이다.
주성치의 영화 중에서 아마 제일 처음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희극지왕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 발표한 소
림축구에서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고. 이번 영화 쿵푸 허슬에서는 확실하게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주성치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유치함도 끝같곳 까지 가 버리면 예술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주성치식 코메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주성치의 영화는 상당히 유치뽕짝이다. 택도없는 스토리와 어디가서 저런것들을 다 모아왔을까 싶게 오합지졸인 등장인물들, 거기다 저렇게 티나게 촌스러운 CG를 만드느라 참 애썼다 싶을 만큼 티 팍팍 나는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까지. 다소 멀쩡한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어필할것이 약에 쓰려고 해도 없다. 하지만 주성치 영화의 이 유치찬란함은 그 중독성이 상당히 강하다. 한때 다 참아도 유치한건 못참던 나도 어느새 주성치에게 중독이 되어 그의 코메디를 100%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다 못해 오매불망 기다리기까지 하는걸 보면 과연 그 중독성은 담배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주성치와 주성치 영화의 그 매력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내 생각으로는 주성치 영화와 인간 주성치의 완벽한 앙상블에 기인한것이 아닌가 싶다. 아까도 말한것 처럼 주성치는 못생긴 얼굴은 아니다. 어찌 보면 잘 생겼다. 하지만 그 얼굴에서 풍기는 없어보임은 잘생긴편인 그의 얼굴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주성치의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일면 멀쩡한듯 하면서도 한없이 유치한데 이 유치함은 원치 않음에도 생긴 유치함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유치한 것이다. 주성치가 자신의 외모중 잘생긴 부분이 아닌 없어보이는 부분을 작정하고 영화에서 부각시키듯이 말이다. 처음부터 '자 유치해 봅시다' 하고 유치해 버리면 처음에는 뭐 저런게 다 있나 싶다가도 어느새 그 유치함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유치함과는 성질이 좀 다른 유치함. 즉 작정한 유치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작정한 유치함이 어떻게 중독성까지 유발해 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소림축구에서 내공을 단단히 쌓은 주성치는 쿵푸 허슬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촌스러움과 중국인 특유의 뻥을 마음껏 보여준다. 조금 아쉬운건 주성치가 소림축구때 보다 약간 더 멋있게 나온것과 캐릭터들이 소림축구때 만큼은 골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영화에서는 흠이랄것도 없는게 흠이라니 놀랍지 아니한가!) 주성치는 조금더 궁해보이면서 빈티가 나는 동시에 어리해보여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약간 약했다. 그리고 등장 인물도 개성이 넘치긴 하지만 예전처럼 확실한 캐릭터를 구사하지는 못했다. 특히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소림축구에서 둘째형으로 나와서 빈궁해 보이는 얼굴임에도 핸드폰으로 끊임없이 주식 달랑 한주를 가지고 팔아라 말아라 하면서 지가 무슨 증권계 거물처럼 굴었던 인물이 이 영화에서는 도끼파의 부두목 쯤으로 나오는데 그의 최대 장점인 없어도 너무 없어 보이는 외모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했다. 그래도 사진 1에서 보이는 야수와 사진2의 주인집 아줌마가 보여주는 골때리는 캐릭터와 활약상은 이 영화를 유치함의 극한까지 충분하게 밀어붙여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서 주성치만큼 영화에다 대고 노골적인 뻥과 유치함을 쳐 댈 수 있는 인간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당분간은 주성치의 아성은 철옹성처럼 단단하리라 본다. 고급스런 코메디가 아닌 저급한 코메디라고 분류될수도 있겠지만 주성치의 코메디는 단지 저급이라는 말로만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서운하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래. 설마 뭔가 나름대로 철학이 있으니까 저렇겠지' 하는 느낌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말이다. 아무튼 나는 쿵푸 허슬을 무척 재밌게 봤었다. 소림축구때는 주성치가 어떤 작자인지 잘 모르고 들어온 관객들이 '뭐야 이거' 했었는데 쿵푸 허슬은 이미 주성치의 노예가 되어버린 팬들만 영화를 봐서 그런지 시종일관 분위기가 좋았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내 개인적으로는 소림축구때 보다는 약간 재미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쿵푸허슬도 상당히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