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인생 참 더럽게 안 풀리는 두 남자가 있다. 한명은 갓 스무살된 청년 그리고 또 한명은 사십줄에 접어든 중년의 남자. 그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인생이 엿같다는 점에 대해서는 오십보백보이다. 그런 그들이 복싱으로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 이미 똥밭에 굴러버린 자신의 인생을 다시 주먹으로 씻어 내려고 한다.

86 아시안게임 복싱 은메달리스트였지만 마음만 좋아서 선배에게 돈 비려주고 후배에게 보증서다가 망한 강태식(최민식). 아들과 아내를 남겨두고 그는 길 한복판에서 인간 샌드백이 되어서 산다. 어느날 우연히 TV전파를 타게 되자 빚쟁이들이 몰려들고 그의 인생은 더더욱 꼬인다. 거기다 인간 샌드백이 된지라 몸도 좋지 않다. 어떻게든 아들과 아내와 다시 잘 살아보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이제 그의 희망이라고는 권투 신인왕전에서 우승을 하는 것 뿐이다. 깡만 남은 강태식. 나이 사십줄에 그가 온몸을 던져서 신인왕전에 도전한다.

경찰인 아버지와 할머니가 가족의 전부인 유상환(류승범) 그는 동네 양아치로 주차된 차에서 카오디오를 훔쳐 팔거나 동네에서 빌빌대는 아이들의 돈을 삥뜯고 산다. 그러다 싸움판에 휘말리고 합의를 보자는 상대측의 요구에 돈을 마련하고자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큰거 한방이다. 그러나 지지리도 운이 없는 상환은 그 일로 인해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다. 자신 때문에 늙은 아버지는 경찰옷을 벗고 노가다를 하다가 그만 사고로 죽고 몸이 아픈 할머니도 무리를 하다가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상환은 아버지의 무덤에라도 가기 위해, 그리고 할머니의 병원에 가기 위해 우연히 소년원에서 시작한 복싱에 목숨을 건다. 젊다는것 하나 빼고는 인생 참 죽도록 안풀리는 상환은 죽기 살기로 권투 신인왕전에 도전한다.

영화는 이들 두 사람을 교차편집해서 보여준다. 태식이 엿같은 일을 겪으면 뒤이어 바로 상환이 또 깝깝한 상황을 겪고 다시 태식이 더럽게 안풀리는 인생을 보여주면 상환은 지지리도 안되는 인생을 보여준다. 그러다 그 둘이 신인왕전에서 만난다. 태식은 태식대로 상환은 상환대로 이 신인왕전에서 꼭 이겨야 한다. 태식은 아들과 아내와 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 상환은 아픈 할머니를 돌보고 이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것 외에는 답이 없다. 어딜봐도, 누구편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 제목은 주먹이 운다이지만. 실은 이 두사람의 인생이 정말 울고싶은 판국이다. 어쩌면 그렇게 뭘 해도 다 안되는지. 거기다 능력과 실력이 없으면 운이라도 따라줘야 하는데 이들은 재수까지 없다. 뒤로 자빠져도 코깨지는 인생에서 이제 마지막으로 그들이 희망을 거는건 복싱이다. 이기면 좋겠는게 아니라 죽으면 죽었지 질 수 없는 시합니다. 어쩌면 이 두사람이 함께 시합에 붙은거야 말로 이들의 인생이 엿같음의 클라이막스다. 하필이면 붙어도 그런것들 끼리 붙는다. 관객은 흔히 영화에서 나오는 시합에서의 편가르기가 전혀 되지 않는다. 태식이도 상환이도 전부 불쌍하다. 그래서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시합이란건 누가 하나 이기려면 누구 하난 져야 한다.

류승완 감독은 이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그의 장기인 액션씬 끝장나게 찍기는 증명한바 있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그의 실력은 발군의 빛을 발한다. 거기다 이들의 인생을 잡는 화면도 전혀 따뜻하거나 세련되지 않다. 마치 화면가득 진흙탕물이라도 튀긴듯 거칠고 빡빡하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뭐니뭐니 해도 이 두 사람의 대결장면. 하지만 류감독 여기서 약간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다. 영화내내 하던 교차편집을 하고 또 하고, 거기다 그 감동적이고도 뻔한 음악이란. 절정은 라스트 씬이다. 둘은 각자의 가족을 껴안고 부비고 눈물흘린다. 물론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화면을 반 딱 나눠서 보여주는 그것은 여태 이들을 동정했던 관객들을 냉정하게 만든다. 아무리 당연한 감동이라 하더라도 주는 입장에서 너무 신파로 나가버리면 한발짝 물러서게 된다.

이 영화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류승완이 이젠 타협을 했다느니 본인의 스타일을 잃어버렸다느니. 하지만 나는 그라도 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마니아층이 열광을 하면 뭣하나. 영화는 한두푼이 드는 작업이 아니다. 거기서 투자자를 받고 영화를 찍어 개봉을 하려면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 처음에야 그저 영화를 하고싶은 마음에 사비털고 개런티 안줘도 되는 지 동생을 시켜서 찍는게 가능했었겠지만 그라고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타협을 하는가 하는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까지 류승완 감독은 비교적 잘 해 나간다. 하지만 막판에 이르러 그는 정말로 감동을 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압박감을 느낀것 같다. 투자자가 원했는지 영화사 사장이 원했는지 아니면 감독 그 자신이 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되었건 영화는 상당히 진부해져 버린다. 류감독이 조금만 더 자기 스타일을 지켜나갔다면. 그래서 끝부분에서 조금만 더 해오던대로 했으면 훨씬 좋을뻔 했는데 아쉽다. 그러나 욕을 할 생각은 없다. 그가 감독이기 이전에 예술가이기 이전에 먹고 살아야 하는 인간이다. 품위 유지도 해야하고 이제 전국에서 영화 개봉도 해야하지 않겠는가.

주먹이 운다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것이 바로 류승완의 친동생 류승범의 연기이다. 처음에야 싼맛에 형이 얼러서 시작을 했는지 어쨎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그는 완전히 연기에 물이 올랐다. 최민식이라는 거물과 붙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 청년. 정말 사랑스럽지 않을수가 없다. 그저 개성있는 조연 정도나 겨우 할 만한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연기 하나로 주연자리를 꿰어 차니 어찌 예쁘지 않겠는가. 그저 얼굴 반반한거 빼고는 시선처리 안되, 대사 안되, 몸 뻣뻣한 잡껏들 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최민식이 앞으로 나이들면 류승범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무섭다고 했는데 충분하게 이해가 간다. 지금도 저런데 최민식정도의 관록이 붙으면 대체 류승범은 얼마나 더 귀신같이 연기를 잘 할 것인가. 최민식이라는 대 배우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스크린에 자신의 공간을 마련하는 배우. 이 영화는 그의 영화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자꾸 보니 류승범도 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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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04-1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보니까 몸도 좋더라구요.. 으하하하하~
쓰읍.. -_-;;

플라시보 2005-04-1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그러게요. 원래는 몸이 그렇게까지 좋은편은 아니었는데 이번에 운동을 좀 한 모양이더라구요. 벗었는데 아주 그냥...흐흐^^

픽팍 2005-04-2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그렇게 좋게 본 건 아니지만 류승범의 연기 만크은 정말 흠잡을 데가 없더라구요;;오히려 최민식의 연기가 좀 밀린 듯한 기운까지 느꼈다니까요;;
글고 보니 이영화도대구 롯데 시네마에서 친구가 생일이라고 보여준 기억이 나네요
물론 이 영화 신파이긴 하지만 수애랑 주현 주연의 가족 만큼 짜증 확 솟구치는 정도의 신파는 아니라서 많이 다행이라고 생각은 합니당ㅋㅋ강추는 아니지만 살짝 추천 살추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마태우스 2005-04-2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들면 로버트 드니로가 되지 않겠습니까...

플라시보 2005-04-2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픽팍님. 그죠? 정말 류승범 연기는 거의 소름이 끼치도록 멋졌습니다. 아. 롯데 시네마에서 보셨군요. (전 거기서 영화 본적이 한번도 없네요. 왜 그랬지? 흐흐)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보고 얼마 안되어서 저 영화를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즘 내가 부쩍 권투를 좋아하게 된건가? 흐흐. 예전에 아빠가 권투시합 보면 그 옆에서 다른거 보거나 놀아달라고 징징거렸었는데..^^ 님 말마따나 강추는 아니라도 살짝 추천정도는 됩니다. (살추란 말 너무 귀여워요^^)

마태우스님. 그러게요. 아마 나이들면 그런 대 연기파배우와 나란히 할 수 있는 연기력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비연 2005-04-20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배우들 덕분에 빛났었죠. 끝 장면의 최민식과 아들은 '챔프'를 모방한 듯한 기분도 들었긴 하지만...암튼 연기는 끝내 주었던 것 같습니다..^^

플라시보 2005-04-20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그러게요. 최민식도 류승범도 어찌나 연기를 잘 하는지...^^
 

(이런 X같을때가 있나. 방금 리뷰를 겁나게 길게 썼는데 또 날려먹었다. 영화리뷰 연달아 두번 이러고 나니 힘이 쫙 빠진다. 최대한 처음 필을 살려서 써 보겠지만 너무 길게 썼고 난 머리가 너무 나쁘다. 에이XX)

인생은 질문을 '왜'라는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다. 애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들어도, 회사에서 짤려도 우린 왜 라는 질문을 할 수있지만 내 인생이 왜 이 꼬락서니가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왜 라는 질문은 통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질문을 하게되면 우리는 우리가 가장 보고싶지 않아 했던 내 안의 괴물과 얼굴을 마주할수도 있을 것이고, 또 인생이란게 순도높은 '나' 라는 이유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 복잡 다난한 것이므로 도대체 어디서부터 누구에게 질문을 들어가주셔야 하는지 감이 안 와서 일수도 있다.

주인공 선우는 이 '왜' 라는 질문 하나 때문에 그야말로 달콤했던 인생이 하루아침에 엿되어 버리는 인물이다. 차라리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으면. 영화사에서 광고 홍보문구로 쓴 의리없는 전쟁 (참 촌스럽기도 하다.) 따위는 시작되지조차 않았을 것이다.

양아치나 깡패라고 하기에는 좀 급이 높은 조직원 선우. (굳이 비교를 하자면 넘버3의 한석규쯤 된다.) 주먹도 쓸만하고 머리도 좋고 일 처리도 깔끔한 그는 보스(김영철)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보스는 보스로써 하기에 좀 면팔리는 부탁을 한다. 3일동안 샹하이 출장을 가는데 그 사이에 자신이 사귀고 있는 젊은 애인인 희수(신민아)를 감시 해 달라는 것. 희수에게 다른 남자가 있는것 같은 감이 오는데 만약 그게 사실이면 알아서 처리하거나 자신에게 전화를 하라고 한다. 보스는 떠나고 선우는 희수를 만난다. 그런데 선우는 희수를 처음 본 순간부터 흔들린다. 그녀는 흔히 암흑세계의 보스들이 하나씩 두는 요부스타일의 정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맑고 깨끗한데다 첼리스트라는 번듯하고도 아트스런 직업까지 가지고 있다. 미행 3일째 선우는 희수와 그녀의 애인이 있는 현장을 덮친다. 보스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전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는 희수의 눈물에 맘이 약해지고 이 일은 없었던 일로 덮어두자고 한다. 자신과 그들만 입다물면 모든게 괜찮아지리라 믿었던 선우. 하지만 이미 보스는 그 사실을 알고 선우를 제거하고자 한다. 그야말로 구사일생 끝에 살아남은 선우는 이제 전쟁을 시작한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라는 질문 하나를 깃발처럼 세우고 살찢기고 피튀기는 전쟁을 말이다.

스토리만으로 볼때는 사실 별로 할 말이 없는 영화이다. 선우가 생각하기에는 보스의 애인과 침대에서 뒹군것도 아니고 단지 그녀의 부정을 (다시는 안한다는 약속하에) 눈 감아준것 뿐인데 그걸로 7년동안 개같이 충성을 바친 보스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건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 살아남긴 살아남았지만 그동안 겪은 과정이 너무 억울해서 도저히 넘어 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너죽고 나죽자는 심정으로 보스에게 복수를 한다. 다소 과한 처벌을 내렸던 보스는 뭐 '질투는 나의 힘'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안그래도 젊은 애인이 불안해 죽겠는데 거기다 바람피우는 놈도 모자라서 지 조직원놈까지 뻑이 가서 봐주려고 하다니 눈알이 뒤집힌 것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이 영화에 더 이상은 없다.

이렇게 스토리가 안되다 보니 이 영화 스타일로 밀고 나간다. 조명에 카메라에 배우들 연기까지 거의 뽀다구란 뽀다구는 다 잡는다. 거기다 감독 양반. 중간 중간 관객을 웃기기까지 하려고 한다. 지금은 한물간 홍콩 느와르지만 일단 멋지구리하니 관객들은 오~ 하고 감탄한다. 그런가하면 조용한 가족에서 송강호의 '저 학생 아닌데요' 필의 변주도 꽤 여러번 등장. 관객들 와~ 하고 웃는다. 마지막으로다 피 제대로 튀겨서 속이 좋지않은 관객들 악~ 하는 비명도 질러준다. 감독은 마치 '자 자 애들은 가라' 로 시작하는 입심좋은 약장수처럼 관객들을 들고 얼르고 굴린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들은 대체 뭘 봤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웃고 비명지르고 감탄사 내뱉는 동안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용은 개뿔 영화는 스타일이야 스타일' 하는 소리가 어디선가 내내 들려오는 것 같더니만 정말로 내용은 개뿔이고 스타일만 남아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김지운 감독이 영화를 쉽게 가려고 아주 작정을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는 관객이 영화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반응중에 눈물 짜는거 빼고는 다 이뤄낸다. 그래 어쩌면 그것 만으로도 영화는 큰 성과를 거두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 어떤 생각이나 고뇌는 없어 보인다. 영화 보면서 감탄사 연발하고 중간중간 호러틱한데다 웃기까지 했는데 뭘 더 바라냐는듯 영화는 그렇게 흘러가다 '이젠 그만' 하면서 막을 내린다.

모든 예술은 그게 어떤 형태가 되었던 간에 하고자 하는 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재밌거나 단지 끔찍하거나 단지 멋지다는 것 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김지운 감독은 잔재주만 부렸지 정작 가장 중요한 메세지. 즉 하고자 하는 말이 없다. 물론 그게 니들에게 한 수 가르쳐주마 따위의 시건방진 말이라면 듣는 관객. 짜증지수 만땅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토록이나 할 말도 전하고 싶은 메세지도 없는 영화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영화는 서커스도 마술도 아니다. 현란한 재주로 잠깐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게 전부는 아니라는거다. 러닝타임 내내 단 일초의 지루함도 용납할 수 없다는듯 꽉 짜여져 있지만 정작 그 짜임안에 가장 큰 무늬가 보이질 않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런 스토리에 이정도 화면을 뽑아내는 재주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글쎄다. 나는 자꾸 김지운이 관객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차라리 김지운이 아주 뭘 몰라서 그랬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처음 찍어서 그저 관객들이 자리 안뜨고 봐주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초짜도 아닌데, 이제 영화를 통해 뭔가 전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는것. 그건 두말할것 없는 시건방짐이다. 굳이 뭔가를 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관객이 들고 돈벌이가 되는데 그 쉬운길을 놔두고 뭣하러 어려운 길을 택하냐는 것이다. 예술가입네하고 관객을 향해 잘난척을 하는것도 꼴불견이지만 이렇게 할 말은 개뿔 아무것도 없으면서 그저 화면만 근사하게 들이대는 감독도 재수없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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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1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4-1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으하하하 비판은 나의 힘이라오^^

픽팍 2005-04-1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지운 감독은 장화홍련 때문에 싫었어요. 제가 구독하는 프리미어 잡지 기자는
김지운 감독 이제는 시나리오 작가가 필요할 때도 되었다라고 하던걸요;;;;감독이 욕심이 많아서 시나리오를 오로지 혼자 쓴다는;;;낭패죠;;;

플라시보 2005-04-12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픽팍님. 아. 프리미어 구독하시는군요.^^ 제 생각에도 김지운이 이제는 시나리오 작가를 쓰거나 아니면 자기가 써도 하고싶은 말이 무언가를 생각하며 썼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스토리 어느정도 짜 놓고 스타일 멋지게 만드느라 고민하지만 말고 말입니다.

비로그인 2005-04-12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이거 같이 본 지인은 "뭐냐?? 그래서 뭐 어쩌란 영화냐??" 라고 말하면서 한숨 쉬더군요.. 저는.. 그냥 그저 그랬어요. 저 포스터에 보이는 카피처럼 "끝까지 폼나게"가는 영화더군요. 그래도. 이병헌은. 참. 좋더군요. 음하하

플라시보 2005-04-12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마음처럼님. 음. 저도 이병헌의 연기는 괜찮았습니다. 감독이 잡고자 하는 폼을 아주 제대로 잡아준것 같더군요. 흐흐^^
 

백수가 된 첫날. 나는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를 봤다. 하필 백수가 되자마자 아이들이 버려진채 굶는 우울한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당시 나는 이 영화가 몹시 보고싶었었다. 대체 칸영화제에서 최민식 아저씨의 무시무시한 연기력을 한방에 이긴 일본 소년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싶은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미들 알겠지만 버려진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싱글맘인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편지와 약간의 돈을 남기고 사라지고. 네 명의 아이들은 그야말로 엄마없는 하늘아래서 살아가야 한다. 원래부터 가사일을 잘 해 왔던 아이들은 처음에는 엄마가 없어도 큰 표가 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이들은 남루해진다. 거기다 돈이 떨어져서 수도와 전기가 모두 끊기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살아남는다. (비록 막내 여자아이가 사고로 죽기는 하지만)

영화는 무척 건조하다. 마치 다큐멘타리 처럼 아이들을 담아낸다. 그 속에는 엄마가 없어도 이렇게나 씩씩하고 꿋꿋하게 자라는 우리들, 혹은 엄마가 없으니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아이들의 세상살이 같은 시선은 전혀 볼 수 없다. 그냥 아이들은 살아 갈 뿐이다. 엄마가 있어도 엄마가 없어도 말이다.

나는 영화가 아이들을 그린 시선도 새로웠지만 아이들을 버리는 싱글맘을 다룬 시선도 좋았다. 내용만으로는 세상없이 때려죽일 나쁜년으로 그려야하는게 옳겠지만 영화는 그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꼭 아이들을 버려야만 하는 절실한 상황도 만들지 않는다. 다만 아이의 엄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이다. 하나 다른게 있다면 모성본능속에 자신의 행복을 희생시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나도 그렇지만 세상의 많은 자식들이 어머니의 희생 덕분에 자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당신의 인생이나 행복은 더이상 기워서 신기도 힘든 검정고무신보다도 더 가볍게 버렸었다. 그게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고 모든 세상이 옳다고 말하는 길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감사를 하기는 하되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되어져야 하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속되는 일 처럼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모성본능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조금도 없는 것일까? 물론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자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을 버려두는 극단의 방법을 택했지만 보통의 엄마들은 아주 작은것 마저도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삶을 살아간다. 아이들을 먹여살리고 키워낸다는 엄청난 일을 과연 모성본능에만 기대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 아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엄마가 조금의 의심도 없이 당연하게 해 준다면야 더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만약 영화에서처럼 엄마가 엄마로써가 아닌 여자로써 혹은 인간으로써 자신의 행복에 조금 더 중점을 둔다면 아이들은 도대체 누가 키워야 할까?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되니 머리속이 한없이 복잡하긴 했지만 이 영화는 또 다른 생각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해 준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만큼 감독이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불분명한 영화도 없을 것이다. 내용으로만 보자면 이 영화는 엄마를 아주 나쁘게 묘사를 하고 아이들을 좀더 불쌍하고 처량하게 만들어서 아이를 버리면 안된다는 아주 당연하고도 확실한 메세지를 전달할수도 있었겠지만 감독은 그러질 않았다. 그저 담담한 현실을 보여주듯이 그렇게 어떤 주장과 색도 담지 않은 영화를 찍어냈다. 누가봐도 전하려는 메세지가 뻔한 영화를 가지고 그렇지 않게 만든것. 그것은 감독이 굉장히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불을끄고 스크린으로 거대한 영상을 보여주는 영화는 얼마든지 환상을 심어주거나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심어줄수 있는데 감독은 그러지 않으니 말이다. 현실에서 어떤 메세지도 환상도 읽어낼 수 없는 것 처럼 이 영화는 현실 그 자체를 그려낸다.

내가 똑바로 본건지 아닌건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살아남는 것 그 자체를 말하는것 같다. 산다는것. 그렇게 살아서 숨쉬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하는. 아이들은 굶기는 하지만 내내 불쌍한 모습으로 살지 않는다. 그 속에서도 나름대로 삶은 모습을 갖추고 의미를 가지고 행복도 가진다. 젹어도 엄마에게 버림받은 불쌍한 아이들의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영화는 아니었다.

아까 꽤 근사하게 리뷰를 썼는데 홀라당 날려먹었다. 그럴때마다 정말 컴퓨터를 씹어 먹고싶어진다. 언제쯤 컴퓨터는 적어도 정보를 다 날려보내는 헉겁스럽고 치명적인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새로 쓰니까 처음의 필은 온데간데 없고 내가 봐도 먼 소린지 모르겠는 괴상한 리뷰가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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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6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04-06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처음의 필 받은 리뷰...가 궁금해요. 동병상련 사고가 워낙 많은터라...정말 애도의 뜻을 표함다. 그나저나, 술병 나지 마시구....시간 잘 보내세요.

반딧불,, 2005-04-06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659256

너무 뜻하지 않게 끝자리가 같은 수를 발견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플라시보 2005-04-0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네 없잖아 그런것도 있죠. 약간은 더 따뜻하게 다가갔으면 하는...애들이 워낙에 불쌍한 상황이니까요.

마냐님. 하핫. 뭐 처음이라고 대단히 잘 쓴건 아니었어요. (날라간김에 큰소리를 뻥뻥 친거죠^^) 술병나지 않도록 몸 관리 잘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님^^

반딧불님. 아하...56이랑 56^^ 캡춰 갑사해요^^

픽팍 2005-04-1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대구 친구 집에놀러갔다가 친구는 학교 가고 저는 혼자 만경관에 가서 봤는데;;;8명이서 단촐하게 봤지요;;;좀 긴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잼나더군요 ㅋ

플라시보 2005-04-1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픽팍님. 흐흐. 제가 살고있는 도시에 오셨군요.^^ (며칠전에 본 달콤한 인생을 MMC만경관에 가서 봤더랬습니다.^^) 저도 보는동안 약간만 더 편집을 했더라면 싶었지만 나름 다큐분위기를 내려고 저러는구나 하면서 너그럽게 봤습니다.^^
 

작년 이 포스터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이 영화가 나랑 아주 궁합이 잘 맞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뭐라고 꼬집어서 설명할수는 없지만. 나는 이 포스터를 보자 내가 이 영화를 혼자 보겠다는것. 그리고 아주 좋아할 것이란걸 예감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하나도 틀리지 않고 들어맞았다. 어제. 나는 5시 40분. 혼자서 열명 남짓한 관객이 든 영화관에서 봤다. 그리고 보고 나서 하룻밤을 자고 출근한 오늘 아침까지 이 영화는 내 마음에 깊게 박혀 있다. 아마도 오래동안 박혀있을 것 같다.

원래 여자, 정혜는 좀 더 일찍 개봉했어야 했다. 작년 부산 국제영화제 출품작이니 그해 여름이나 가을. 늦어도 겨울에는 개봉할 수 있어야 했었다. 하지만 연기생활 10년이지만 영화는 이것이 처음인 김지수 홀로 끌고가는 영화는 개봉관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 여러 영화제에 초대가 되자 비로서 올 3월에 개봉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자, 정혜는 오래 기다린 만큼 기쁨을 안겨준다. 설사 이 영화가 몇년이 더 지나 개봉을 하게 되었더라도 아마 그럴 것이다. 개봉관 잡기가 쉽지 않았던 만큼 이 영화의 흥행 여부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그들이 어떤 이들인가. 장사가 되면 귀신같이 알고 다른영화 다 내리는 한이 있어도 개봉관수를 늘여 개봉한다.) 어제 나와 함께 본 관객은 그 큰 영화관에 10여명 남짓이었다. 그리고 유달리 혼자와서 보는 여자들이 많았다. 그 속에 나도 있었다.

여자, 정혜는 정혜라는 여자의 일상을 조용하게 따라간다. 말도 조용조용하게 하고 조금도 떠들썩할것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여자 정혜. 그녀는 그녀의 작은 아파트와 우체국을 오간다. 그리고 아주 가끔 죽은 엄마를 떠올리고, 기억하기 싫었던 일들과 담담하게 마주하기도 한다. 감독은 김지수를 잡으면서 절대 2m 이상 떨어져서 잡지 않았다고 한다. 삶에 착 밀착된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만큼 김지수는 화면 속에서 연기하는 배우라기 보다는 마치 관객 자신처럼 느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감정 이입이 지나칠만큼 되어서는 종국에는 내가 정혜인지 정혜가 나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주인공 정혜라는 여자에게 내가 감정 이입이 쉬웠던건 단지 핸드 헬드 카메라가 그녀를 가까이 잡았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여자 정혜처럼 혼자 살고 있고 그녀가 손목에 차고 있던 켈빈 클라인 시계는 나도 즐겨 차는 모델이었고 방보다는 거실에서 생활하는 모습, TV홈쇼핑을 멍하게 보는 것, 집과 회사를 시계추처럼 오가고 절대적으로 고요한 일상에서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이건 아마도 나뿐 아니라 혼사 사는 혹은 혼자 살아본 여자라면 누구나 충분하게 공감을 이끌어 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독신들이 다 영화 '싱글즈'처럼 유쾌한 일상의 연속은 아니다. 오히려 여자 정혜의 지루하리만큼 조용한 일상과 더욱 닮아 있다. 하루하루 전쟁터처럼 북적이고 날마다 극적인 사건들이 터지는 삶은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는게 아니다.

물론 나는 여자 정혜와 다른점이 많다. 인터넷을 전혀 하지 않는 그녀에 비해 나는 컴퓨터를 끼고 살고 있고 별로 친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할 직장 동료들과 마치고 맥주 한잔 같은건 거의 하지 않는다. 거기다 내 일상은 정혜만큼 조용하고 가라앉아 있지는 않다. 나는 정혜보다 더 시끄럽고 씩씩하다. 구두를 사러 갔다가 기분이 조금 상한 정혜가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데 있어 너무도 조용한 어투로 많이 망설이면서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라면 대판 소리를 질렀거나 아니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집에서도 말을 많이 한다. 하루종일 집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을때도 있지만. 그냥 혼잣말을 한다. '씻자' '먹자' '아이고 허리야' 등등의 아무도 듣지 않는 말들. 그저 나 스스로에게 한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나면 정말로 그 일을 꼭 해야할 당위성을 부여받는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너무 고요하게 스르르 움직이면서 행동만 하기에는 혼자라는, 그래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것이 사람을 너무 게으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씻지 않아도 먹지 않아도 그만인 삶. 거기서 나는 벗어나고 싶었었다.

어쩌면 이 영화는 몹시 지루할지도 모른다. 큰 사건 없이 계속 혼자 사는 정혜라는 여자의 일상만 디테일하게 따라가기 때문이다. 영화가 영화로써의 극적인 힘을 가지는 것은 오로지 정혜의 회상에서나 가능할뿐. 그녀의 현재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고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것만 같다. 하지만 조금만 더 애정을 가지고 살펴보면 그녀는 누군가를 돕기도 하고 (돕고 싶지만 오지랖이 넓게 느껴질까 망설이는 장면은 정말 공감이 갔다.) 위로하기도 하고 용서하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어 치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는 사랑도 하면서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저건 영화니까 가능하지 실제의 일상은 그렇지 않다라는 경험에서 나온 지적을 할 부분도 가끔 있기는 했지만. 나는 시나리오가 꽤나 잘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혼자 오래 살아보지는 않았겠지만 한번쯤은 혼자 살았거나 아니면 혼자 산 여자를 관찰했을꺼란 느낌이 든다.

여자, 정혜는 어지간하면 혼자.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닐때 보길 바란다. 보고 나서 가슴에 조용하게 담고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거나 혹은 걸어서 돌아오거나 아무튼 혼자 돌아오는게 어울린다. 마치고 친구들과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을 가는건 다른 영화를 보고 해도 충분하다. 이 영화 만큼은 그러지 않는게 훨씬 더 좋을거란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덧붙임) 나는 김지수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가수 진주의 뮤직비디오 '가니' 에서 처음 발견했었다. 그 뮤직비디오는 비가오는날 차에 타고 있던 여자가, 남자가 차에서 내리자 마자 음악이 끝날때까지 우는 것이었는데 손으로 눈물을 닦는다던가 엎드리지 않고 정면을 향해 (그러나 카메라는 보지 않고)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비오는 차안이라는 설정도 괜찮았고 와이퍼가 천천히 움직이는 가운데 혼자 몇 분을 울어대는 김지수. 그때 나는 그녀가 그냥 TV 탈렌트구나 하는 생각에서 어쩌면 배우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던것 같다. 여자, 정혜는 이소라의 신곡 '바람이 분다' 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로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기회가 닿으면 '가니' 와 '바람이 분다' 뮤직비디오를 한번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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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3-1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있을 것 같아요... 가니 좋았는데...

플라시보 2005-03-1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님도 기회가 닿으시면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마태우스 2005-03-1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잘 맞을 영화인 것 같네요. 플라시보님, 근데 5시 40분이면 퇴근 전????^^

무탄트 2005-03-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지수란 탤런트(전 배우로서의 김지수는 아직 모르니까요 ^^)라고 하면 언제나 그녀의 눈물을 떠올리게 되요. 닭똥같은 눈물을 참 어여쁘게 흘리는구나 생각했었죠. 어쩜 그렇게도 잘 우는지... 플라시보님의 글을 읽고 나니, 그 영화가 정말 보고 싶네요. ^^

하루(春) 2005-03-1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은 영화만 잔뜩 쌓여가네요. ^^; DVD 싸게 나오면 확 사버릴지도... 으음.
참, 영화에 '바람이 분다'가 깔리나요? 아~ 그건 아니겠군(멍청해라). 새로 나온 이소라 노래 중 '바람이 분다'가 제일 좋더군요. 하여튼 말이죠.

플라시보 2005-03-1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쉬잇^^ 님만 조용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합니다. 우리 그냥 덮읍시다. 좋은게 좋은거잖아요. 으흐^^ (마태우스님도 한번 보세요. 남자가 보면 어떤 느낌일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여자인 저는 아주 괜찮게 봤습니다.)

무탄트님. 네 저도 가니 뮤직비디오 보면서 어쩜 저렇게 잘 울까 싶었어요. 이쁘려고 안찡그리는것도 아닌데 그게 참 밉지않은 얼굴이 되더라구요.

하루님. 그러게요. 저는 지금 레이랑 밀리언달러 베이비가 밀려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콘스탄틴도 영화감상기를 안적었군요. 빨리 적어야 할텐데^^) 바람이 분다가 직접 깔리는건 아니구요. 이소라 뮤비가 영화 여자,정혜를 편집해서 넣은거더라구요. (저도 바람이 분다가 제일 좋아요^^) DVD 저도 사고싶어요. 적어도 제게 있어서는 소장가치가 있는 영화인것 같아요.

플레져 2005-03-11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니, 바람이 분다, 정말 좋아요...
영화도 기대하고 있어요. 숨막히게 좋을 것 같은 영화...
혼자 보고 싶단 생각했어요. 정말 그래야겠네요. 추천해요. 님의 리뷰와 님의 삶에...그리고 김지수에게...(추천 하나 갖고 요모조모 잘도 쓰죠? ㅎㅎ)

플라시보 2005-03-11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흐흐 같은 플씨 가문이라 그런지 취향이 많이 비슷한것 같아요. 님도 보시면 분명 좋아하실것 같습니다. 그리 오래 개봉관에 걸려있지 않을지 모르니 얼른 보세요 (관객수를 보니 걱정스럽더군요.) 아. 추천도 감사합니다. 꾸뻑^^
 

지난주 금요일 나는 조금 우울한 기분에 베스트 극장을 봤다. 그때 나는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통보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는 그날 나는 꽤 신파조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펑펑 울어줬다. 그 여운이 하도 길게 남아서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가시질 않아서 오늘 이렇게 감상기를 쓰려고 한다.

지난 3월 4일날 방영된 MBC 베스트 극장의 제목은 '어느 멋진 날' 이다. 출연진은 아일랜드의 김민준. 이승환의 드림 펙토리에서 키우고 있는 박신혜 (예전에 최지우인가 누군가의 아역을 했었단다.) 그리고 전지현과 박한별을 섞어놓은 듯한 외모의 CF스타 장희진 (강동원과 통신사 CF에서 오픈카에 타고있던 여인. 배경음악으로 마이 밀크쉐이크 어쩌고 하는 음악이 나왔었다.) 이렇게 3명이다.

내용은 이렇다. (드라마 이고 재방송을 할 가능성이 적으므로 스포일러 만땅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가 있다. 소녀는 병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마침 중환자로 보이는 어떤 사람이 침대에 실려 함께 타게 된다. 같이 있던 간호사는 옆 엘리베이터에서 몸이 불편한 환자를 도와주느라 잠깐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소녀는 문을 열어두는 버튼을 누르기위해 더듬거리다가 실수로 닫힘 버튼을 눌러버린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소녀와 환자 뿐이다. 그러다 소녀는 환자의 손 근처에 손이 닿게 되고 그 순간 환자는 갑자기 소녀의 손을 꽉 잡는다. 소녀는 동공이 커지고 엘리베이터는 불이 꺼진다.  

바닷가에 위치한 동네 양아치인 김민준. 그는 어느날 집으로 가는 길에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 (박신혜) 와 마주친다. 그때 누군가가 인수를 부르고, 이름을 들은 소녀는 인수씨가 맞냐며 말을 건다. 그리고 자기는 인수라는 사람을 찾아 왔다고 혹시 모르냐고 말한다. 인수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눈먼 소녀를 귀찮아하며 자기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다 어찌어찌 엮이고 엮여 인수는 내키지 않지만 눈먼 소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소녀는 요리도 하고 빨래도 하는등 인수를 위해 집안일을 한다. 인수는 자기가 알지 못한 소녀지만. 그녀에게서 누군가를 느끼게 된다.  오래전. 술집에 술을 배달하던 인수는 그 술집 주방에서 일하는 여자 (장희진) 와 사랑에 빠진다. 여자는 시골 출신으로 예쁘지만 소박하다. 그러던 어느날 여자의 아버지가 큰 노름빚을 지게 되고 여자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이 일하던 술집에서 주방이 아닌 룸싸롱 종업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남자는 그녀에게 가난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그녀는 그 남자에게 술집 여자라서 미안하다고 한다. 둘은 너무 사랑하지만 그녀의 직업은 그와 그녀 모두를 힘들게 한다. 그때 술집의 주인이자 깡패 두목은 여자에게 눈독을 들인다. 살림을 차리자고 하지만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고 거절한다. 두목은 가질 수 없다면 둘을 갈라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때 여자와 남자는 도망을 간다. 하지만 그들은 곧 잡히고 두목은 남자의 손을 자르려고 한다. 그러자 두려운 남자는 시키는건 뭐든 다 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두목은 니 손으로 여자를 다른 술집에 넘기라고 말한다. 이미 너무 많이 맞아서 두려움에 제정신이 아닌 남자는 울며 매달리는 여자를 반 미치광이 같은 상태에서 다른 술집으로 가는 차를 태운다. 우는 여자를 태운 차는 멀어지고, 남자는 여자가 그에게 끌려가느라 벗겨진 낡은 운동화 한짝을 발견한다. 그는 운동화를 들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미친듯이 달리고 그녀 역시 차에서 도망쳐서 그를 찾으며 달린다. 그 와중에 길 건너편에 있는 그를 발견한 그녀. 길을 건너려다 마주오는 차와 충돌한다. 여자는 의식을 잃어가면서 남자의 이름을 계속 나즈막히 부른다. 이름을 많이 불러주면 오래 산다고 말하는 것에서 여자는 곧 죽을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듯 하다.     인수는 소녀가 불편하다. 그래서 매몰차게 대하고 소녀는 울면서 다시 자기가 입원해 있던 병원으로 떠난다. 그런데 떠나기 전에 소녀가 인수의 옷가지를 정리하면서 전에 여자와 찍은 사진 위에 작은 머리핀을 올려둔다. 그 머리핀은 인수가 여자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물을 한 것이고.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핀 하나에 여자는 너무 행복하다면서 눈물을 보였었다. 인수는 그 머리핀을 보고 소녀가 간 곳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인수는 소녀에게 묻는다. 넌 대체 누구냐고...

제일 첫 장면에서 소녀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탔던 환자는 그 여자였다. 여자는 소녀에게 죽으면 각막을 기증하기로 되어 있었다. 인수가 마침내 병원에 도착해서 여자의 앞에서 오열을 할때 여자는 숨을 거둔다. 그리고 소녀는 여자의 각막을 이식받아 다시 눈을 뜬다. 하지만 소녀는 자기가 인수를 찾아간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손이 잡히는 순간부터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소녀가 인수를 찾아갔던 것은 여자가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인수를 보고싶었던 바램이 너무 간절해서 일어난 기적이었다.

내용 설명이 지나치게 길었다. 하지만 이 단편 드라마는 뭔가 생각하게 한다거나 하기 보다는 내용 그 자체로 충분한 드라마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드라마는 무척 신파조이다. 촌스러워보일 만큼 뻔한 내용과 동네 깡패와 술집여자의 사랑이라는 진부한 주인공이 역시나 진부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하지만 나는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울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토록이나 뻔한 내용에 울 수 있었던건 연출의 힘이고 연기자들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편집도 잘 해서 이미 보는 사람이 다음에 무슨 내용이 다 올줄 아는 상황에서도 긴장감이 떨어지질 않았다. 어쩌면 좋은 드라마나 영화는 정말로 운이 좋아야 나올까 말까 한지도 모른다. 좋은 시나리오도 엄한 연출을 만나면 작품이 되기 힘들고 뻔한 시나리오도 어떤 배우가 어떻게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박신혜와 장희진의 연기는 아직 미숙해 보였지만 그 중간에서 김민준이 워낙 탄탄하게 받쳐줬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장희진의 경우 연기는 완전 초짜임에도 불구하고 맡은 역활이 연기력보다는 착한 이미지로 끌고 나가면 어느정도 커버가 되는 상황이라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거가다 항상 신세대의 톡톡튀는 아이콘으로 나왔던 박신혜에게 시각장애인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역활을 맡겼으나 박신혜는 아주 잘 했다 까지는 아니었지만 역에 몰입하려는 노력은 엿보였었다.

가끔 재미 없거나 유치할때도 있지만. 베스트 극장은 저렇게 잊을만하면 한번씩 걸작을 내어놓는다. 어떨때 나는 영화를 보는 것 보다 차라리 금요일 저녁에 하는 베스트 극장이 더 재밌을때가 있다. 참. 어제 저 사진을 찾으려고 MBC베스트 극장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극본공모를 한다는 공고를 봤다. 기간은 4월 15일까지. 혹 방송작가 지망생이 있다면 도전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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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03-09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기운 내시고, 새출발 화이팅!

날개 2005-03-0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잉? 얘기 그게 끝이예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플라시보 2005-03-0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흐...네. 홧팅^^

날개님. 아...제가 쓰다가 중간에 잘못 눌러서 등록되었을때 보셨군요. 지금 다 올렸으니 마저 보세요^^

날개 2005-03-0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재밌었겠다... 저거 하는 시간에 TV틀어놓고 서재질에 매진하고 있었지요..ㅜ.ㅠ 김민준이 나오는걸 잠깐 봤는데, 그런 내용이었군요..

2005-03-09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3-0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드라마에 대한 페이퍼 올리고 싶었는데, 이걸로 대리만족해야 겠네요. 밤 10시 드라마 중 베스트극장만 보는데 저도 울었죠. 김민준의 정신나간 모습에 완전히 동화돼서 슬펐어요. 그리고 장희진... 생김새가 맘에 들더군요. 약간 백치스러운 아름다움이라 할까? 하여튼, 그 역에 잘 어울렸어요. 끌려가는 것도 표현을 잘해낸 것 같아요. 김민준... 그런데 너무 뜸하게 나와서 기다리기 지루함. ^^;

하루(春) 2005-03-0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베스트극장 2주쯤 지나면 토요일 오전에 재방송 해줘요. '앙코르 베스트극장'이라고 해서...

플라시보 2005-03-0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하루님이 그러시는데 2주 후 토요일날 재방송 한데요. 그때 다시 보시길^^ (근데 제가 내용을 너무 많이 말해버려서 재미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죄송해요.흐..)

속삭이신분. 흐흐. 그만한 능력은 없지 싶습니다.^^

하루님. 아...님도 우셨군요. 장희진 저도 생김새 마음에 들더라구요. 좀 너무 말라서 애가 얇은것 빼고는 괜찮더군요. (님 말하시는 백치미도 살짝 느껴지는 것이..^^) 음..그리고 좋은 정보 감사해요. 전 베스트 극장은 한번 해주면 그걸로 땡인줄 알았어요. 토요일 낮에 하나봐요?

비연 2005-03-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한번 봐야겠네요...흠...

플라시보 2005-03-0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좀 신파조이긴 하지만 재밌었습니다. 님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요^^

2005-03-10 0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3-1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흐흐. 절 좋게 봐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저도 조금은 생각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망설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