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한구석에 넓게 자리잡은 녹지 지대. 소위 그린벨트라 불리는 곳에 고만고만한 배밭이 조각보처럼, 또는 한창 물오른 여드름마냥 쏙쏙 박혀 있고, 배밭에는 지금 배꽃이 한창이다. 나 혼자 보기 아까워 동아리활동 빙자해서 아이들 데리고 동네구경에 나섰다. 걸어서 30분도 안 되는 거리인데도 아이들은 걸어보는 게 처음이란다. 근처에는 유명한 시립도서관이 있지만 도서관에 가본 아이들도 많지 않다. 착한 아이들은 걸으면서도 동아리활동 끝내고 가야 할 학원에 혹시 늦지 않을까 걱정들이 태산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몸소 걸어보는 일....이게 공부의 시작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공부는 왜 하나?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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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울려퍼지는 봄날, 지금 밖은 온통 벚꽃 천지다. 화사한 벚꽃나무 한켠에 다소곳이 서 있는 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두빛이 감도는 꽃은 벗꽃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차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무슨 나무일까?

 

책을 뒤져보니 아그배나무인 것 같기는 한데....아그배나무는 5월에 꽃이 핀다고 하니 아닌 것 같고...

 

 

 

 

 

 

 

 

 

 

 

 

 

 

 

 

 

 

 

아그배나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내한성의 나무이며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환경회의에서 지구를 살리는 생명의 나무를 각 나라마다 정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그배나무가 지정되었다.

 

 

지금보다 지구환경이 더 험악해진다면 벚꽃 대신 아그배나무를 심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를 살리는 생명의 나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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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4-10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다 보았으면 벚꽃인줄 알았을 거예요.^^; 하얀 꽃인데 연두빛이 있어서 예뻐요.^^
nama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nama 2016-04-10 17:33   좋아요 1 | URL
자주 보면 차이점이 보여요. 사람도 그렇겠지요?
서니데이님도 좋은 봄날을 만끽하세요.^^
 

일 년에 잘해야 4~5번 시행되는 동아리활동(예전에는 계발활동이라고 불렸다.). 신문반, 독서반, 영어회화반 등은 옛날식 명칭이고 요즘은 바리스타반, 토탈공예반, 요가반 등의 시대를 반영한 동아리반들을 많이 운영한다. 지난 15년간 나는 '하이킹반'이라는 이름을 달고 줄곧 아이들과 함께 학교 근처의 공원이나 걷기 좋은 마을길들을 걸어다녔다. 나 혼자서 걷는다면 한 시간이면 족할 거리를 아이들과 다니면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모처럼 산책나온 강아지마냥 아이들은 얌전하게 길을 걷지 않기 때문이다. 조잘대며 까불며, 때로 풀이나 나무이름 맞추기 퀴즈에 열중하면서 길을 걷는 것이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하는 동아리활동이다.

 

이렇게 학교밖으로 나가서 활동을 하게 되면 출장비 1만원이 지급되는데 15년 전이나 현재나 금액은 변하지 않았다. 이 출장비는 현실적인 가치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어쨋든 학교를 벗어난 활동이니 출장비가 지급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학교라는 조직체가 돈을 따지는 이익집단이 아닌만큼 명목상의 출장비를 그저 받아들일 따름이다.

 

그런데 새 학교로 전근되어 와보니 이 1만 원의 출장비를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교내에서 동아리활동하는 교사와 형평성이 맞지 않아서, 출장비를 지급하면 다수의 교사들이 출장비를 타기 위해 학교밖으로 나가는 활동을 하게 되리라는 우려에서라고 한다. 출장비 1만 원이 주는 형평성도 논리가 빈약하기 이를 데 없지만, 교사들이 단 1만 원의 출장비를 타내기 위해 야외활동이나 외부기관을 이용한 동아리활동을 하려고 기를 쓰는 집단이란 말인가. 이게 평교사에서 관리자가 된 사람이 할 수 있는 발언인가.

 

수십 개의 동아리부서 중 외부로 나가는 부서는 단 5개 부서. 일만 원씩 5회 지급한다해도 연간 25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관리자(주로 교장)들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닌 경우에도 다반사로 출장을 다닌다. 심하게는 국내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학생들을 응원하러 간다는 명분하에 출장비를 이용하여 다녀오기도 한다. 그게 어디 1~2만 원만 들겠는가. 교장 한 사람이 쓰는 출장비가 수십 명의 전교사가 쓰는 출장비와 맞먹는다는 말들을 한다. 정확한 내역은 사실 아무도 모른다. 관리자만 알 뿐이다.

 

귀찮아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그깟 만 원' 안 주면 안 주는가보다 하고 쉽게 잊어버리는데, 나는 그게 안 되었다. 지난 15년간 단 한번도 의심없이 받아온 건데 이걸 못 받다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면서 차차 분노로 변해갔다. 처음에는 교무부장한테 부당함을 얘기했더니 교무부장이 교감에게 전달했고 그에 나온 대답이 '형평성에 어긋남'이라는 무성의한 단 한 줄의 초라한 답변이었다. 영혼없는 답변 한 줄을 들으려고 밤새 고민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의 권익을 다루는 사이트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을 찾아내서 프린트했다. 학교 상황에 따라 출장비를 줄이거나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학기초부터 출장비를 예산에 넣지 않는 것은 학교장의 재량권 남용이라는 내용이었다. 학교장에게 이를 시정하도록 요구하라고 하는데 그게 용이치 않을 경우 시교육청의 고충처리위원회에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인쇄물을 점심을 먹고 있는 교감(나보다 두어 살 위)에게 불손하게 들이밀고, 며칠 후 급기야 교장실에 들어가 출장비 미지급의 부당함을 하소연했는데...내 행동이 오만불손했던가.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절차를 밟고 오십시오.' 절차라 함은, 교무부장→교감→교장이라는 위계 질서대로 문제를 제기하라는 것이다. 교장인 자신한테 오기 전에 교감을 먼저 만나야지 직접 교장한테 오면 중간관리자인 교감의 위치가 난처해진다는 설명이다. 어? 내가 실수했나? 이미 교무부장, 교감한테 할 말은 다 했는데...권위가 밴 교장 앞에서 나는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나이로 치면 기껏 5~6살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데 저 표정에 담긴 단호한 표정은 뭐지? 내가 당신의 심기를 건드렸소? 출장비를 마음대로 남용할 수 있는 당신의 권력에 감히 태클을 거는 내가 무례하게 보였소? 교장실을 쫓겨 나오면서 속으로 분노의 눈물을 흘렀다. 교장이란 존재에게 감히 말을 걸면 안되는구나.

 

그러고 이틀 후. 금요일마다 열리는 기획회의에 이 안건이 올랐다고 한다. 이미 관리자들은 해답을 내놓았을 텐데 그래도 명분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해서 드디어 출장비 1만 원을 받게 되었다.

 

전교조선배교사들이 그런다. '그것도 권력이라고 웃긴다'고. '그렇게 혼자 덤비지 말고 여럿이 함께 해결하자'고. 이런 선배들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그렇게 혼자 씩씩대지는 않았을 텐데. 싸움에도 전략이 필요한데 나는 생초보에 불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붉어졌다. 좀 겸연쩍어하는 나를 보고 선배교사들은 '큰 일을 해냈다' 며 엄지를 치켜세워준다.

 

내 나이에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교사들 여럿과 함께 근무하게 된 게 기쁘다. 나도 후배교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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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책을 보내며 300백 원을 내면 선택할 수 있는 '선물 메시지 전달'을 하고자 했으나 계속 오류가 나서 끝내 메시지를 쓰지 못했다. 400자 미만으로 쓰게 되어 있는 선물 카드를 혼자 키득거리며 두 번이나 애써 채웠는데 애석하게도 보내지 못했다. 순간 화가 나서 선물 메시지를 건너뛰고 결제하니 이렇게 순조로울 수가....이건 내 탓이 아니다. 그래서, 세 번째로 시도한다. 쓸 때마다 조금씩 표현이 달라진다. 맨 처음이 제일 신선했는데 쓸때마다 뭔가 느끼함이 가미되는 느낌?

 

 

친구에게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고 오래된 친구가 참으로 아름다워 책을 보낸다. 틈틈이 배낭을 싸고, 그러다가 여행에 지치면 어느 경치 좋은 동네에 눌러앉아, 현지인처럼 비닐봉다리 흔들며 슬리퍼 찍찍 끌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한동안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런 방자한 세월을 함께 보내야 하니, 친구야 부디 건강해라. 건강유지는 오래된 친구로서의 엄중한 사명이다. ㅋㅋㅋ

 

 

책은, 승효상과 김남희의 책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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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에겐 기술을, 여학생에겐 가정을 따로 가르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제목도 긴 기술·가정으로 통합되어 남녀를 가르지 않는다. 덕분에 남학생들이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가관이다. 남학생이 바느질을 자신이 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려면 앞으로도 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노작교육이 더 이상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손에서도 생각이 나온다고 믿는다.

 

아이들 과제인 행주와 마우스패드를 만들어보았다. 동료 가정선생님이 점수를 매겼다. A+. 이렇게만 해오면 선생 할 만하다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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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02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들도 학교에서 바느질을 배워서 저 마우스패드를 만들어 온 적 있었어요^^ 비록 엉성한 바느질이었지만 지금도 제가 사용하고 있지요^^

nama 2016-01-02 19:28   좋아요 1 | URL
사용할 정도면 그래도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살펴본 바로는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 닥달해도 소용이 없고요.

서니데이 2016-01-0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솜씨가 좋으시다는 건 전에 만든 가방 보고 알았지만, 소품 잘 만드셨네요. ^^
저희 학교 다닐 때 여학생들도 바느질 잘 못해서 다들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기술과 가정을 같이 배우는 건 좋을 것 같아요.

nama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nama 2016-01-03 16:35   좋아요 1 | URL
학생용으로, 따로 재단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라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저희 세대만해도 고등학교 때까지 많은 작품을 만들었어요. 온갖 자수에 털실,레이스뜨기, 염색까지...저런 소품은 사실 일도 아니지요.^^

라로 2016-01-03 0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들도 한국에서 계속 학교를 다녔다면 저런 걸 할 줄 아이가 되었을텐데,,, 모든 것을 다 갖을 수는 없겠죠?^^;;
손에서 생각이 나온다는 말씀 너무 좋네요. 저도 그렇게 믿는 사람 중 하나거든요. ㅎㅎㅎ

nama 2016-01-03 14:49   좋아요 1 | URL
대신 미국에선 목공 같은 거 따로 배우지 않나요?

손을 덜 사용하는 문명이 반갑지만은 않아요. 이게 지나치면 정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