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기생 아닌 삶이 있는가.

새삼!

 

 

 

 

 

 

남한테 기대지 않는 삶이 불가능하다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다.

꼬여도 어떻게 저렇게 꼬일 수 있을까?

숙주인 붓꽃은 무슨 죄가 있어 저런 모신 고문을 당하고 있나.

마치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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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때와 장소에 따라 행동양식이 달라진다. 집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서 하는 행동이 다르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은 더더욱 그렇다. 집에서는 버릇없고 제멋대로지만 학교에서는 점잖고 고지식할 정도로 규율을 잘 지키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반대로 집에서는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들딸이지만 학교에서는 자기중심적이고 학교의 규율 따위는 쉽게 무시해버리는 아이들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예전에는 주로 전자의 아이들이 많았다. 집에서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자녀 때문에 속이 상한 부모는 학교선생님한테 도움을 청하곤 했다. '선생님 말씀은 잘 들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집에서는 모두 착한 아들딸이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지만 학교에서까지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한 태도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아이가 있다. 공부는 학급에서 좀 잘하는 편에 속하는 아이여서, 공부가 많이 뒤떨어지는 급우의 학습을 도와주는 멘토의 역할을 맡기게 했다. 그러나 평소 노는(?) 아이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수업 중에 엉뚱한 말로 수업분위기를 종종 흐리게 하는 이 아이는 자기가 맡은 역할에 관심이 없었던지 멘토가 해야 할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보다못해 멘토의 자격을 박탈하고야 말았는데 이 아이는 그에 대한 반성보다 멘토를 함으로써 얻을 10시간의 봉사시간을 얻지 못한 것에 대해 서운함을 표시했다.

 

이런 사정을 이 아이의 어머니께 말했다. 믿음이 좀 안 갑니다, 라는 말도 했다. 아, 이런 솔직한 심정은 그저 내 가슴 속에 묻어버리고 부모한테는 듣기 좋은 말을 해야 하는데, 선생은 원래 쓴소리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순간 아차 싶었다. 곧바로 이 어머니가 서운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책임감이 부족한 아이라면 책임감 있는 아이로 바로 잡아주는 것도 선생아니냐는 질책을 오히려 들어야 했다. 맞는 말이지. 씁쓸.

 

2학기 반장 선거가 끝나고 얼마 후, 이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반장선거 얘기가 나왔다. 자기 아이가 비록 반장선거에 떨어지긴 했지만 생활기록부에 한 줄이라도 반장 출마 사실을 기록해줄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엉? 순간 당황했다. 이 아이는 분명 반장에 출마하지 않은 것 같은데...같은데...내가 벌써 건망증이...두뇌의 회로가 엉기기 시작했다. 얘가 반장선거에 나왔던가?

 

어머니 옆에서 전화통화를 듣고 있던 아이를 바꿔 달라고 해서 아이에게 물었다. "00야, 너 반장에 출마했었니?" " 아니요, 죄..죄송해요." 그 다음의 통화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어머니의 집요한 부탁은 기억이 난다. 2학기 때 멘토의 기회를 한 번 더 달라는 부탁. 그 부탁은 곧 나의 선생의 자질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겠지, 하는 씁쓸한 여운.

 

자녀에게 거는 기대가 클수록 아이들은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위와 같은 행동을 한다. 그래서 가정에서는 착한 아들딸이 되기 위해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허나 아이들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이다. 학교에서는 고삐 풀린 뭐처럼 제 기량(?)을 꺼리낌없이 발휘한다. 가정에서보다 학교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고나 할까.

 

반장은 되지 못했지만 반장선거에 출마했다는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해달라는 요청은 물론 한마디로 거절해버렸지만...좀 이해가 안 된다. 그게 왜 중요한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이게 부모가 당당히 요구해야 하는 사항인지. 한편 이 아이가 학교에서 왜 그렇게 점수에 집착하면서도 가볍게 행동하게 되었는지 대충 짐작이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관리(요즘 흔히 care라고 한다)를 잘 받는 아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런 풍경을 종종 볼 수 있다. 분명 학교가 예전의 학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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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었으나 잔상이 가장 깊은 장면이 있었다. 신경이 마비된 오른팔을 늘어뜨리고 절뚝거리며 부지런히 걷고 있던 어떤 아저씨의 뒷모습이었다. 생을 포기하지 마시라고 기원했다.

 

 

개미행렬이

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은

결코

이 세상이

사람만의 것이 아님을

오늘도

내일도

또 내일도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하는 것인지 몰라

                                    - 고은 <순간의 꽃>에서

 

 

 공동체

 

 

 달맞이꽃...해는 뜨거나 말거나

 

 

나문재....아래부터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토끼풀...색깔있는 놈은 만나기 어렵다.

 

 

이름이 있을 텐데...미안...내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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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일 무렵, 예전에는 이 무렵이 되면 친구들과 포도밭에 가곤 했었다. 아쉬운 방학을 마무리하는 행사였다고나 할까. 80년대 얘기다.

 

한때 포도밭이 있었던 그 동네에는 아직도 내 친구의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평생 농사를 지으시며 다섯 명의 자식들을 모두 대학에 보내셨다. 철없던 중학생 시절, 나는 그 친구네 집에 툭하면 놀러가곤 했는데 친구 엄마는 한번도 귀찮은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점심 무렵에 놀러가면 밭에서 일을 하시다가도 다시 집에 오셔서 새 밥을 해주시곤 했다. 그게 쉽지 않은 대접이었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 친구네 집으로 가는 길은 이랬다. 집-교회- 우체국-버스정류장-기찻길 건널목-밭길-산길-군부대 초소-밭길-논길-친구네. 걸어서 30~40분 걸렸다. 어느 해 겨울방학엔 스케이트가방을 어께에 메고 매일 그 친구네 집으로 갔다. 어느 해 여름에는 그 친구방에서 밤새 수다를 떨며 날을 새우기도 했다.10대와 20대에 걸친 10여 년 동안 그 친구와 그 친구네집은 내 외로움을 달래주는 공간이었다.

 

내가 살던 고향에서 유일하게 좋아했던 공간이 되어주던 그 친구네집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그리고 한 때 수박밭이었던 곳이 이제는 포도밭이 되었다. 포도밭이 생기니 친구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오늘 그 친구네서 옛친구들을 만나 포도를 먹고, 깻잎을 따고, 고추를 땄다.

 

나는 아무래도 내 친구보다 내 친구의 집과 친구네 가는 길을 더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친정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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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8-10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방 씻어 건져 놓은 포도송이들이 침 고이게 하네요. 델라웨어, 청포도, 그리고 알이 큰건 캠벨인가요?
저도 친지 중에 포도농원 하시는 분이 계셔서 한번 놀러간 적 있어요.
평택이면 시아버님 돌아가시기 전에 사시던 곳, 제 남편이 나서 자란 곳이기도 하네요 ^^
오늘 저도 초등학교때 친구를 만나고 왔는데 nama님도 친구분들과 좋은 시간 가지셨어요.

nama 2014-08-10 09:33   좋아요 0 | URL
캠벨은 아니고 새로 접목시켰다고 하더라구요. 왼쪽 아래의 작은 송이는 알갱이가 약간 타원형인데 이름은 모르겠어요. 국내에서 재배하는 포도종류가 300가지가 넘는다고 하네요.
남편분이 평택분이시군요. 평택이 넓은데 어디신지요...동향 사람을 만나면 꼭 확인하는 습성은 어쩌지 못하네요^^

2014-08-10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0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설이다가, 혼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참교육 사수 전국교사대회'에 다녀왔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슬픔을 넘어 분노로

분노를 넘어 행동으로.

 

독립문 옆 독립광장에서 시청앞까지 행진에도 참여했으나 청계광장까지는 가지 못했다.

입술이 부르트려고 한다.

 

시청앞 잔디광장

노란 종이배들

멀미 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92552&PAGE_CD=ET000&BLCK_NO=1&CMPT_CD=T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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