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초등학교를 몇 년 다니다가 만 것이 학교 교육의 전부다. /난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
엄마는 슬하에 4남매를 두고 고생고생하며 키우셨다./난 겨우 딸 하나를 제왕절개 수술로 낳았고 젖먹이 딸을 시어머님께서 키워 주셨다.
엄마는 평생 밤낮으로 일하고 재산을 불려나갔다. 당신을 위해선 한 푼도 안 쓰셨다./난, 맞벌이로 버는 돈도 부족해하며 늘 카드명세서를 보고 자지러지게 놀란다, 불려놓은 재산도 없다.
엄마는 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공부하라는 말을 안하셨다./난 하나 뿐인 중학생 딸을 공부하라고 제 방으로 몰아부친다.
엄마는 내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내 속옷까지 빨아주셨다./난 틈만 나면 아이에게 교복과 실내화를 빨게 한다. 자립심을 길러준다는 명목하에.
엄마는 내게 한 번도 인상쓰고 말하신 적이 없다. 대신 슬퍼하셨다./난 교양이 있어 소리는 지르지 않지만 무언으로 아이를 조종하는 기술을 부릴 줄 안다.
엄마는 큰오빠가 낳은 아들 녀석 둘의 대학 등록금을 다 대주셨다./난 TV 한 대 사드리지 못하는 큰오빠 내외를 속으로 무척 미워하고 있다. 내가 사드려야 하니까.
엄마는 신문을 읽으신 적이 없다. 난 그걸 속으로만 흉보지 않았다./난 매일 신문을 읽는데도 세상 물정엔 늘 어둡다.
엄마는 김치는 물론 고추장, 된장, 간장, 두부, 엿, 모찌떡 등을 손수 만드셨다./난 간편하게 돈으로만 해결할 뿐, 김장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엄마는 외국 여행 한 번 하신 적이 없다./난 늘 외국 여행할 기회를 창출할 줄 안다.
엄마는 북에 두고 온 엄마의 엄마 없이도 씩씩하게 사셨다./난 지금도 시골집에 가면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는다.
엄마에게 나는 그냥 딸일 뿐이다./난 내 딸아이에게 내 친구가 되어주길 바란다.
엄마는 이 글을 읽으실 줄 모른다./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속으로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