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기술
이지하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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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은 둘만 하는 게 아닌가 보다. 사랑을 하는 대상은 둘이겠지만, 그 영향은 둘의 세계 전부에 미친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불같은 열정으로 온 몸을 사르는 사랑도 멋지지만, 은근히 애절하게 끊이지 않는 사랑도 아름답다.

사랑은 둘만 하는 게 아니지만, 최우선은 그들 둘이다. 이미 사랑을 경험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지나간 사랑의 그림자만 좇는다면, 그건 이미 초점이 어긋나버린 서글픈 사랑이다. 과거의 크나큰 잘못으로 사랑을 잃었다면, 그 사랑의 뒤꽁무니를 잡으려 하기 보다 그 사랑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도록 반성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각각 모두 사연을 가지기 마련이다. 원인 없는 결과 없고, 동기 없는 행동은 없는 법이니까.

사랑하는 이에 대한 욕망은 추한 것이 아니라 갈망이다. 그러나 육체에 대한 집착은 소유욕일 뿐. 열정을 가둬두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는 것도 실망스러운 일이다.

사랑을 하는 건 결코 죄가 아니다.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랑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소망이 잘못된 행위와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때로는 그대로 흘러가는 게 더 아플 수도 있겠지만, 놓아 주는 것으로 인해 더 큰 사랑을 얻을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하겠지.

마치 미니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장면 장면을 스쳐가듯 보았다. 야준은 주몽에 나오기 전의 송일국이나  조니 뎁이 연기하면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해 보고, 도연은 수애가 연기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 보면서 말이다.

오랜만에 머리 식히며 재미나게 읽은 로설이었다. 한동안 터무니없는 오해나 악역들의 훼방이 진절머리 나던 차에 각자의 사연을 담은 사랑 이야기를 보니 신선하면서도 나른했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한여름밤, 향기 가득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영화를 보듯, 드라마를 보듯 이 책을 읽는 것도 멋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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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7-2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프군요..^^

꼬마요정 2006-07-28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날개님두 어서 읽어보셔요~~^*^
 
 전출처 : 하이드 > 신의 물방울에 나온 와인 정리

 

 

 

 

 

 

 

 

 

 

1권

RICHEBOURG (리쉬부르) DRC (도멘 로마네 콩티) 1990년
RICHEBOURG (리쉬부르) Henry Jayer (앙리자이에) / 1959년
ROMANEE-CONTE(로마네 콩티) 1985년 (100만엔)
Aleth Le Royer-Girardin, Domaine Pommard 1999/2000년
Chateau Mouton Rothschild (샤토 무통 로칠드) 1982/1994년 - 그랑크뤼 1등급 (5대 사토중 하나)
Chateau Mont-Perat (샤토 몽 페라) 2001년
Opus One (오퍼스 원) 2000년
Chateau Leoville Las Cages (샤토 레오빌 라스 카쥬) 1983년 - 그랑크뤼 2등급
Chateau Pichon Longueville Baron (샤토 피숑 롱그릴 바롱)
VOSNE-ROMANEE CROS-PARANTOUX (본 로마네 크로파랑투) Henry Jayer (앙리 자이에)
RICHEBOURG (리쉬부르) Meo-Camuset (메오 카뮤제)
BOURGOGNE (부르고뉴 루쥬) Meo-Camuset (메오 카뮤제)
BOURGOGNE (부르고뉴 루쥬) Emmanuel ROUGET (엠마뉴엘 루게) 2001년
BOURGOGNE (부르고뉴 루쥬) FAIVELEY (페브레)
Hautes Cotes de Beaune (오트 코트 데 본 루쥬) Jayer Gilles (자이에 질) 2000년
Chambolle Musigny (샹볼 뮤지니 루쥬) 에쥬랑 자이에  
BOURGOGNE (부르고뉴 루쥬) 쇼바네 쇼팽 2002년
BOURGOGNE (부르고뉴 루쥬) 클로로 듀가 2002년
VOSNE-ROMANEE Les Jachees (본 로마네 레 잣세) Bizoi (장 이브 비조) 2000년
BOURGOGNE (부르고뉴 루쥬) 필립 사를로팽 파리조 2002년
Chateau Margaux (샤토 마고) 1988년 - 그랑크뤼 1등급 (5대 사토중 하나)
VOSNE-ROMANEE LES BEAUMONTS (본 로마네 레 보몽) Emmanuel ROUGET (엠마뉴엘 루게) - 1997년
MIANI (미아니) - 이탈리아와인 (후리우리주의 레어급 와인)
VOSNE-ROMANEE 그로 프렐 에 셀 2001년 (마을단위와인)
Echezeaux (에세조) 2002년

2권

VOSNE-ROMANEE CROS-PARANTOUX (본 로마네 크로파랑투) Emmanuel ROUGET (엠마뉴엘 루게) 1999년
Chateau dyquem (샤토 디켐) 1990년 (귀부와인의 최고봉)
Chateau Calon Segur (샤토 칼롱 세귀) 2000년
Chateau Mouton Rothschild (샤토 무통 로칠드) 1982년 - 그랑크뤼 1등급 (5대 사토중 하나)
Chassagne-Montrachet (샤사뉴 몽라세) - 부르고뉴지방 최고의 화이트와인
Chateau Mouton Rothschild (샤토 무통 로칠드) 2000년 - 그랑크뤼 1등급 (5대 사토중 하나)
Chateau Lagrange (샤토 라그랑쥬) 1996년
Le Haut-Medoc de Giscours (루 오메독 데 지스쿠르) 2000년
REDIGAFFI (레디가피) 2000년 - 이탈리아 와인
Tenuta di Trinoro (테누타 디 트리노로) 1999년 - 이탈리아 와인
le Macchiole Paleo Rosso (레 마키오레 팔레오 로소) 2000년 - 이탈리아 와인

3권

Chablis 1er Cru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Verge (베르게) 2003년
Chambolle Musigny (샹볼 뮤지니) Alain Hudelot-Noellat (알랭 유드로 노엘라) 2000년
Saint Cosme (생콤) Cotes-du-Rhone (코트 두 론) Les-Deux-Albion (레 되 알비온) 2001년
Chablis Premier Cru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Francois Raveneau (프랑소아 라브노)
Chablis (샤블리 마을단위) Louis Jadot (루이자도)
Coteaux du Layon (코트 드 레이옹) Moelleaux (모엘로) 1978년
Chateau La Mission Haut-Brion (샤토 라 미숑 오브리옹) 2001년
La Chapelle de La Mission Haut-Brion (라 샤펠 데 라미숑 오브리옹) 2001년 - 샤토 라 미숑 오브리옹의 세컨드
Le Pin (샤토 르팽) 1982년 - 뽀므롤 지방의 최고 와인 (시마부장에도 나옵니다)
Santenay 1er Cru (상트네 프리미에 크뤼) Clos Tavannes (클로 타반) 2002년

4권

Marsannay (마르사네 마을단위) Philippe et Vincent Lecheneaut (필립 에 뱅상 레스노) 2001년
Clos de la Roche Grand Cru (클로 드 라 로쉬 그랑크뤼) Philippe et Vincent Lecheneaut (필립 에 뱅상 레스노) 2002년
Chateau Latour (샤토 라투르) 1998년 - 그랑 크뤼 1등급 (5대 샤토중 하나)
Bellenda (베렌다) 2000년 - 이탈리아 와인
Canneto (칸테토) 2000년 - 이탈리아 와인
Roggio del Fillare (로지오 델 필라레) - 이탈리아 와인
Chateau Boyd-Cantenac (샤토 보이드 캉트냑) 2001년 - 그랑크뤼 3등급
Sanct Vallentin Alto Adige (생트 발렌틴 알토 아디게) Pino Nero (피노네로) 2000년 - 이탈리아
Ata Rangi (아타랑기) 2001년 - 뉴질랜드 와인

5권

Nuit-St-George 1er Cru (뉘 생 조르쥬 프리미에 크뤼) Henry Gouges (앙리 구쥬) 2000년
VOSNE-ROMANEE (본 로마네 마을단위) Bizot (비조) 2002년
Chambolle Musigny (샹볼 뮤지니) Jacques Frederic (쟈크 프레드릭) 2001년
Chambolle Musigny 1er Cru (샹볼 뮤지니 프리미에 크뤼) Les Charmes (레 샤름) Michele & Patrice Rion (미셸 에 파트리스 리옹) 2001년
Bonnes-Mares Grand Cru (본 마르 그랑크뤼) Robert Groffier (로버트 그로피에) 1999/2001년
Chateau Lynch Bage (샤토 린슈 바쥬) 1983년 - 그랑크뤼 5등급
Pavillion Blanc du Chateau Margaux (빠삐용 블랑 드 샤토 마고) 2002년

 http://cafe.naver.com/winenjoy.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511
여기도 펌이던데, 어느 고수께서 작성하셨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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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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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를 읽고 다시는 코엘료의 책에 손대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러나 상황은 가혹하게도 나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무료하게 보낼 수 밖에 없던, 주위에 아무것도 없던 그 두 시간. 내 앞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상, 하 두 권과 파울로 코엘료의 '11분'만이 놓여 있었다. 잠깐 고민했다. 둘 다 싫어하는 작가(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였으니. 결국 집어든 건 얇은 책이었다. 싫어하는 작가의 책을 상, 하 두 권 다 보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11분. 읽으면서 자꾸 자꾸 기분이 나빠졌다. 차라리 지금 서점이라도 찾아 책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뭔가 다른 근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그러나 한 번 펼치면 다 봐야 하는 이상한 습관상 결국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어버렸다. 옆에 휴지통이 있었다면 당장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마리아. 어떤 책을 읽던, 내가 끔찍하게 생각하는 여주 캐릭터다. 잔머리만 굴리고, 세상 모든 슬픔, 비탄, 근심 다 안고 있는 듯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허영심 가득한 여자. 땀 흘려 일하는 것을 우습게 여기고, 멋지고 돈 많은 남자 만나 화려하게 사는 게 꿈인 여자. 진지하게 삶의 고민 따윈 절대 안 하는 여자. 그래 놓고선 운명이 자기를 어디까지 몰고 갔다는 둥 남 탓 하기 바쁜 여자. 정말 '재수없는' 캐릭터다. 이런 여자니 처음 보는 남자가 살짝 제안 했다고 돈 받고 몸을 팔지. 울긴 또 왜 우나. 차라리 사치를 부리고 싶어 돈 받고 몸을 판다고 하는 게 더 주체적인 삶을 산다고 생각될 만큼, 마리아는 아무 생각도, 의지도 없이 말 그대로 '그냥' 창녀가 되었다.

 

창녀가 되더니 이제는 자신이 구원의 여신이라도 된 줄 아는지 경제학, 심리학 공부를 한다. 솔직한 말로 마리아는 정말 정말 운이 좋은거다. 실제 TV를 보거나 전해 듣는 이야기 속 창녀들은 공부 열심히 할 만한 여건이 안 된다. 하룻밤에 대 여섯 명의 손님 받고, 술을 마시고, 녹초가 되어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씻고, 집안일 좀 하고 밥 챙겨 먹으면 다시 일하러 가야 하니까. 내가 잘못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리아처럼 창녀 일을 쉽게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어째서 마리아가 삶의 빛을 찾아주는 어머니나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자신의 의지로 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질질 끌려다니다가 운 좋게 돈 모으고 (악덕업자를 안 만나서 떼이는 게 적은가?) 멋진 남자 만나고, 뭇 남자들의 정신적 위로가 되고...

 

성(性)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다. 종족 보존, 번식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고,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며, 쾌락의 정점이기도 하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만 강조하거나 비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쾌락만 강조해서, 성은 쾌락을 가져다 줄 때만 의미있고 구원이 되는 거라고 주장하지만 말이다.

 

차라리 마리아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면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면서 책을 조금은 거친 손길로 옆으로 밀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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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5-1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연금술사] 별로였어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도 별로. orz

꼬마요정 2007-05-1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울로 코엘료는 정말 운 좋은 작가죠... 연금술사는 벌써 20여년 가까이 전에 출판 되었던 걸로 아는데... 그 때는 팔리지 않다가 책 포장 예쁘게 해서 다시 내니 사람들이 열광... 요즘 세대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는지 잘 알 수 있더라구요..
 

2주 전 중앙일보 weekend에 보냈던 글이다. 마감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채택되지 못했지만, 마감 전에 보냈어도 신문에 실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 ㅠ.ㅠ 소재가 우산이라 과감하게 시도해 보았는데, 왠걸 메일이 안 가는거다...  열 번 넘게 보냈는데... 결국 전화해서 담당자 메일주소를 알아내어 보냈는데, 그것도 안 가.. 결국 시도 끝에 마감시간 끝나고 나서야 메일이 전송되었다.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ㅡ.ㅜ 원통한 마음에 알라딘에라도 올린다....흐흑

우산 공포증


문득 귓전을 때리는 빗소리에 흠칫 놀란다. 억수같이 쏟아 내리는 비는 우산을 쓰고 가는 이들을 무색하게 한다. 창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중얼거려 본다. ‘바람만 더 불면...’

 

내겐 우산 공포증이란 게 있다. 8년 쯤 전,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4월, 비도 많이 오고 유난히도 바람이 많이 불던 어느 날. 내게 우산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르쳐 준 잊지 못할 그 날.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비 오는 아침은 마음을 들뜨게 했다. 왠지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아침도 든든하게 먹었고, 밤새 계속 내린 비로 물기 가득한 공기는 상쾌했다. 골목길에 핀 조그만 꽃이 눈에 띄었다. 반가움에 인사했다. “안녕?”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던 중, 저기서 근처에 있던 남학교 스쿨버스가 오는 게 보였다. 반대편 차선에는 학생들을 가득 담은 시내버스가 과식하듯 또 다른 학생들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버스 정류장에는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있었다. 정말 유난히도 그 날은 남학생들이 많았다. 나는 조금은 도도한 자세로,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네들을 의식한 채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남학교 스쿨버스가 점점 다가오고 신호는 좀처럼 바뀌지 않던 그 때, 바람이 불었다. 나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순간은 마치 테이프가 늘어난 영화를 보는 듯 느렸고, 또 다른 나를 응시하는 듯 기묘했다. 우산을 들고 있던 내 손은 휘청 기울었다. 물방울무늬가 앙증맞게 뿌려져 있던 우산은 어느새 저만치 가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비닐부분만 날아간 거였다. 경악한 내 두 눈에 우산의 살과 손잡이는 화석처럼 그대로 박혀 있었으니까. 정적이 흘렀다. 등교시간, 그런 무거운 고요함은 처음이었다. 스쿨버스가 지나갔다. 우산의 물방울무늬가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을 무렵 신호가 바뀌었고, 얼어붙었던 공기를 산산이 부서트린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이를 어째...’ 따위의 감탄사가 퍼져나갔다. 난 조용히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살만 남은 우산을 접었다. 퍼붓는 비를 맞으며 빠르게 걸었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단 하나였다.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새 택시 안이었다. 젖어 달라붙는 머리를 정리하며 그 날 아침은 그렇게 민망하게 시작했다. 그 뒤 난 1단 우산은 쓰지 않는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부는 날은 나가지 않는다. 혹시 나가더라도 바람이 많이 불면 어느 처마 밑이라도 들어가 바람이 덜 불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우산을 쓴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나는 여전히 우산 쓰는 것이 두렵다.

 

비바람으로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들이 기침하듯 흔들리는 걸 보면 물방울무늬의 우산이 떠오른다. 우습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한 추억을 선물한 그 우산. 아마 8년이 더 지난 후에도 난 우산 쓰는 것이 두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는 특별한 나만의 기막힌 경험이란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 살짝 씁쓸한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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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7-2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덩~ 어떻게 비닐만 날아가남요?^^;;;;;
근데, 아까운 글이군요.. 마감안에 넣었으면 좋았을걸....ㅎㅎ

꼬마요정 2006-07-2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로해 주시니 감사~^^
아직까지 그 때 생각만 하면 창피하답니다. 하하;;
어떻게 비닐만 날아가는지...ㅜ.ㅜ 그냥 뒤집어 지거나 우산 통째로 날아가도 되는데 말이죠...흐흐흑
 
서른살 여자가 스무살 여자에게
김현정 지음 / 토네이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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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여자라는 사실이 싫거나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사회가 여자에게 편견과 오만으로 가득찬 시선을 보낸다는 사실이 싫다. 예전에 비해 그런 편견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자들은 사회적 소수다.

이 책을 보며 다시금 느꼈다. 서른 살 여자가 이제 스스로의 삶을 책임질 나이인 스무살 여자에게 어떤 희망찬 이야기를 할까 기대를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계획을 세우며, 어떤 단계를 밟아 꿈을 이루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까... 이런 이야기들을 기대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 여전히 여자는 사회적 편견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전업주부는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라며 월급도 받고 휴가도 있다는 한 서른 살 여자의 말.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하는 거라며 전업주부라는 자신의 직업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멋있었다. 여자라서 능력없다는 말을 듣기 싫었다며 열심히 일하는 다른 서른 살 여자. 그녀는 일에 치이고 집안일에 치여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사원에 들러  그곳에서 마음을 다독이며 위안을 찾는다. 변리사 자격을 취득한 또 다른 서른 살 여자. 그녀는 여자가 직장에서 '평생' 있을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을 보고 자격증을 취득하여 전문인이 되었다. 그 밖에도 여러 명의 서른 살 여자들이 현재 자신의 삶과 자신의 스무살 적 삶을 털어놓으며 스무살 여자들이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저렇게 살면 별로다 라고 이야기 한다.

그네들의 이야기에서 공통점은 사회에서 여자는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 노력하여 그 편견을 이기고 나면 그제서야 비로소 그들은 한 인간으로서, 그 직업에 종사하는 동료로서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여성이라기 보다는 여자인데 좀 특별한 여자라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조금은 우습지 않은가. 게다가 이 책은 사회적 편견에 편승하여 그저 기다리지 마라, 주저앉지 마라, 노력해라....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길 요구하는 게 2/3이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내용은 조금 두루뭉술했다.

아직도 여자는 야망을 가지고 꿈을 이루려고 덤비지 않는걸까. 사회적 편견에서 자유롭기를, 꿈을 가지고 노력하길 요구하는 이 책은 다시금 나를 허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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