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간병인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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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모는 자식을 보육원에 맡기고 새출발 하고, 어느 부모는 딸이 죽어 혼자 남은 손녀딸을 키우고… 모성애든 부성애든 사람마다 다른 건 확실하다.

나오는 인물마다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어 안타까웠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 것인데… 보육원에서 보호종료아동이 되어 정착금을 받아 세상에 나온 아이들은 말 그대로 보호막 하나 없이 세상에 던져진 꼴이 된다. 나이도 만 19세가 안 되어 핸드폰 개통도 어렵다 하고 알바 자리도 구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울타리가 없으니 누군가 조금만 믿게끔 하면 그 사람에게 넘어가 버려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범죄에 말려들기도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사람은 늘 선택을 하며 사는데 당연히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 그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최 판사는 그러지 못했다. 가끔 의사나 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무서운 지 생각한다. 사람의 목숨과 인생이 걸린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책임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까 말이다.

은수의 아버지가 처음에 그런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그랬더라도 경찰서나 병원에 내려주기만 했더라도 은수는 이렇게 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선택이란, 잘못을 되돌리지 못하는 선택이란 참으로 무섭다.

최 판사 역시 그 판결을 좀 더 신중하게 했더라면, 그의 말을 믿었더라면 또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증거라든지 상황이 은수 아버지에게 불리했고, 은수 아버지의 또 다른 잘못된 선택 때문에 진범이 잡혔음에도 명예회복은 되지 않았다.

은수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일들 때문에 고통 받았고, 자신의 생모와 최 판사를 만난다. 우습게도 친모에게는 상처 받았는데 남인 외로움과 고독에 가라앉아 있던 최 판사와 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명순에게 위로 받는다.

이 이야기는 같은 보육원 출신인 은수를 매개로 은수와 연주와 정우와 여진이 최 판사를 통해 삶과 죽음을 배우고 서로를 통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됨을 말하는 것 같다. 어른들이 상처 주고 또 다른 어른들이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기회를 주는 건 가슴 아프지만 따뜻하기도 하다.

안락사 혹은 조력자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종교가 있다면 주어진 생이 끝날 때까지, 설사 자신을 다 잃더라도 견뎌내다 찾아오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르게 자신을 잃고 쓸 수도 없는 육체만이 남아 고통으로 생을 연명하는 건 죽음보다 나을 게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또 남은 사람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주 많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나름 은수의 정체나 정우의 사연, 최 판사와 연수의 관계 등이 촘촘하게 엮여서 이들의 결핍과 연대를 잘 설명해준다. 결국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 받고 사람에게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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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위치스 딜리버리 안전가옥 쇼-트 4
전삼혜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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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배달하는 물건들은 도대체 어떤 것들일까? 아니, 그보다 빗자루가 아닌 청소기를 타고 투명망토를 두르고 배달하는 마녀의 모습은 어떨까? 청소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은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니지 않을까?


아이돌 덕질을 하는 보라는 콘서트 티켓값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중 우연이지만 인연으로 마녀 윤정의 견습 마녀가 된다. 견습 마녀가 되어 하는 일은 바로 투명 망토를 걸친 채 주술용 물건들을 마녀 혹은 일반인 여자에게 배달하는 것이다. 물건을 받는 사람은 여자여야만 하고 남자는 받을 수 없다. 덕분에 나중에 에어프라이어 콤비 중 한 명인 미카엘라는 보라를 만나기 위해 단짝인 세이에게 부탁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보라의 친구인 주은이 잠을 잘 못 자서 주술용으로 잠을 잘 자게 해 준다는 향초를 구입하면서 이야기는 스릴러물이 된다. 금기에 도전하는 마녀 안마리가 등장하고, 오래 살아 인간에게 별다른 정이 없는 윤정의 마음이 따뜻해지며, 보라와 주은의 우정이 빛나는 순간들이 펼쳐진다. 사람이라면, 더군다나 질풍노도의 나이라면 누구나 다른 이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하지만 또 순수하게 기쁨을 나누고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주은이 잘못하기는 했지만, 마음의 불안을 잘 이겨내서 두 사람의 우정이 환하게 빛나면 좋겠다.


에어프라이어 콤비인 미카엘라와 세이 역시 특이한 존재들이다. 보라와 윤정이 마녀라면 이들은 초능력자. 김앤장 드림학교를 다니는(초능력자를 위한 대안학교이다.) 그들은 일종의 낙제생이지만 또한 우정과 사랑 사이를 줄타기 하는 관계라고나 할까. 한 쪽은 감각을 전이시키는 능력을 가졌고, 한 쪽은 사물을 들어올리고 움직이는 능력과 열을 내는 능력을 가졌으니 둘을 합치면 훌륭한 에어프라이어가 탄생하는 셈이다.


불쌍한 메뚜기떼들을 뒤로 하고 둘은 자신들의 능력을 잘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잘 되면 좋겠다. 그 능력을 좋은 일에 사용하고, 훌륭한 일에 사용하고, 하다못해 그저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데에 사용하면 좋겠다.


그들의 이야기가 더 나오면 좋겠다. 소소하게 사람 사는 이야기 아니 마녀와 초능력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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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5-31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권읽진 않았지만 안전가옥시리즈 좋아해요;;
소소하고 짧은데 하고싶은이야기 다 하는 기분이 들어서 첨보는 작가들을 응원하게 되요ㅎ덕분에 이책도 찜하고 갑니다. sf잘 못 읽는데 이정도면 읽을수 있겠어요ㅎ

꼬마요정 2022-05-31 22:36   좋아요 1 | URL
저도 안전가옥 시리즈 좋더라구요. 몇 권 읽지는 않았지만요.
정말 말씀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하니까, 또 공감하게 되니까 응원하게 되네요.
이 책 재밌게 봤어요. singri님껜 어떨지 모르겠는데 즐겁게 읽으시면 좋겠어요.^^
 
폐월화 2 - 개정판, 완결
조은담 지음, 이랑 그림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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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월화란 꽃이 가진 성질이 참 가혹하다. 일곱 해 동안 심장을 굳게 하고, 굳어진 심장을 되돌리며 기억을 가져가고… 결국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되겠지만, 진짜 잘 살면 좋겠다. 불쌍한 이흔과 하령도 좀 더 풀어주지. 외전 ‘헌화가’ 이야기가 솔깃했다. 검현의 사연도 궁금하고 흰 여우인데 백호란 이름을 가진 그 아이도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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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월화 1 - 개정판
조은담 지음, 이랑 그림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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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빛나는 붉은 꽃은 사람을 홀리고, 하얀 폐월화는 시간을 돌려준다. 일곱 해 동안 서서히 심장을 굳게 하는 독을 지닌 꽃과 해독제는 굽이굽이 사연을 가득 담아야 얻을 수 있겠지. 이슬 대신 눈물을 담아야 빛나는 건지도. 이겸과 여리의 아픈 사랑은 왕권 다툼과 역모의 누명 속에서 과연 이룰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살아 남아야 사랑이든 이별이든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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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복수를 합시다 새소설 6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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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왕따를 당한 ‘부끄부끄’는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난 ‘놈’에게 여전히 주눅이 든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짙은 흉터로 남아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앙칼’은 성착취 동영상의 피해자다.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이들은 당연히 ‘복수’하고 싶을테다. 소소하게 남편이 칭찬을 가로채서 복수하고 싶다는 사연부터 바람 난 약혼자를 응징하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억울한 사연들이 복수를 꿈꾼다.

이들이 원하는 복수란 어떤걸까. 자신의 삶을 남이 흔들 때, 우리는 화가 나고 억울하다. 주도권을 찾아 당당하고 싶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거대한 소비사회에서 ‘돈’의 힘은 삶의 존엄성을 가뿐히 뛰어넘은 지 오래니까.

복수가 해답은 아니지만, 복수조차도 사실 어렵다. 부끄부끄 같은 프로그래밍 실력에 앙칼이 가진 재력과 어둠의 인맥 같은 것이 필요하니. 앙칼은 분풀이가 좀 됐을까. 사회가 변하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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