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혼하려면 몇 달이 더 있어야 하건만, 그날이 길일이라 식장이 없다길래 부랴부랴 예약하고.. 어찌나 결혼하는 사람이 많은지 정말 놀랐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지 일단 비싼 곳은 거의 예약이 다 잡혀 있었다. 헐... 대관료랑 기타 비용 보니까 눈 튀어나오겠던데...
사실 30분 결혼식 하는데 그냥 지인들 모아놓고 조촐하게 밥이나 한끼 하고 나 결혼했네요..라고 발표하고 축하받고 끝내고 싶지만 부모님께서 그동안 뿌린 씨앗이 너무 많은데다 세 남매 중 첫째의 결혼이라 제대로 된 식을 원하셔서 식은 올리기로 했다.
이왕 할거라면... 돈은 많이 안 쓰고 약간은 다르게 진행하고 싶어져서 머리를 굴리고 굴리고 굴리고 데굴거려봐도 타고난 귀차니즘의 소유자인 내가 달리 무슨 생각이 나겠나... 그냥 대충 하기로 했다. 헉
30분 식 진행하는데 돈이 정말 많이 들긴 들더라. 처음엔 전통혼례를 생각했다. 공짜라길래...^^;;
근데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고, 신랑될 이가 전통혼례는 별로..라고 해서 마음 접고. (그게 더 번거롭다고 하던데 진짜일까)
친구의 소개로 만난 웨딩플래너와 하루 6군데의 식장을 돌아다닌 후 결정했다.
그리고 웨딩촬영은 뺐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사진 안 볼 것 같다. 자주 꺼내본다는 사람도 딱 한 명 봤고. 큰 액자는 애기 태어나면 애물단지 된다는 말도 들었고. 무엇보다도 고생하면서 사진 찍기 싫다. 사진 찍히는 거 좋아하지도 않고. 돈도 많이 들고.
혼수도 과감히 생략하고 싶다. 일단 신랑 어머님의 의사를 완전히 들은 건 아니라서 무어라 확정짓긴 힘들지만 남자친구 쪼는 중. 나도 바라는 거 없으니 우리 그런 거 하지 말자고.
결혼반지도 지금 끼고 있는 커플링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나는 다이아몬드가 그냥 돌로 보이기 때문에 별로 필요하진 않다. 차라리 금이 더 좋다.(^^::)
11월 초에는 비도 잘 안 오고 날씨도 요즘은 제법 따뜻해서 야외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온통 사람들이 비가 오면 어쩌냐고 말들 하길래 비 안 온다고 했다. 응? 무슨 재주로 그걸 아냐고? 내 태어나서 11월에 비 한번도 안 온 해가 더 많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어쨌든 식보다는 신혼여행에 더 주력한 결과 결혼식 비용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 신혼여행에 책정됐다. ㅎㅎㅎ
얼마 전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결혼 이야기를 하던 중 친구들이 나의 결혼 비용 얘기를 듣더니 막 웃는다. 다른 친구 결혼반지보다도 못한 돈이라고..ㅎㅎㅎ
그 친구는 다이아 반지를 했으니 그렇지.. 뭐.. 사실 나도 돈 좀 들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