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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얼대는 시체를 ㅣ 사용 중 2
그래프턴 태너 지음, 나원영 옮김 / 워크룸프레스 / 2026년 6월
평점 :
식칼이 나오고, 그 식칼로 양복 입은 사람이 종이 더미를 썰고 있다. 제목은 <웅얼대는 시체를>이다. 시체가 웅얼댄다고? 좀비물인가? 아니면 <아메리칸 사이코> 같은 스릴러인가?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책을 펼쳤다.
첫 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알고보니 대중문화 비평서였다.... 그래프턴 태너가 2000년대 미국 대중 문화를 비평한 글을 나원영이 옮긴 것이고, 그 글을 활용해서 나원영이 자신의 글을 덧붙였다. 태너에 따르면 21세기 미국 대중문화는 '시체'다. 문화를 구성하는 두 축이 시간과 인간인데, 시간은 멈추고 인간은 지워졌다고. 시간도 인간도 없는 '시체'가 된 문화가 기계처럼 작동한다고 비평한다.
'유령론'도 흥미로웠다. 난 또 처음에 유령이 나오고 영화 <폴터가이스트>가 나오고 언캐니가 나오고 해서 호러 영화 비평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유령론은 이 '웅얼대는 시체'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고, 베이퍼웨이브 장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크 데리다가 고안했다는 유령론은 과거가 약속한 미래는 실패했으며 그저 과거의 반복을 할 뿐이라고 한다. 레트로 등을 말할 때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일까, 아니면 이제 역사의 진보는 없다는 말일까.
베이퍼웨이브 장르는 더더욱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디지털 전자음악 장르이면서 주류가 아니고, 언캐니하게 쪼개고 왜곡하기를 반복한다고. 끊임없는 변주가 가능한 재즈와는 다른 성향인 걸까. 잘 모르겠다.
좀비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안드로이드 로봇이라고 말하기도 그런 이 웅얼대는 시체는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문화라는데, 내가 아무런 생각 없이 듣고 즐기는 음악이나 영화 등이 과거의 반복일 뿐이고 그 안에는 파편화된 인간마저 사라져 버린 것인지 의아하면서도 으스스하다. 정말 괴기스러운 이야기이니 내가 책을 완전히 잘못 선택한 건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