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스럽고 으스스한 내용의 소설들을 보다 보면 '속박' 그 자체로 무시무시한 상황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이 있다. 내 정신이 내 몸에 갇혀 주변인의 도움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 말이다.
낯선 병실에서 눈을 떴다. 오기는 교통사고로 몸이 마비되었고, 아내는 죽었다. 그에게 유일한 가족은 장모 뿐이다.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타운하우스에 살던 그는 교통사고 후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아내는 죽었고 아내가 가꾸던 정원은 안과 밖을 차단하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장모는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오기와 아내의 삶 아니, 자신의 딸의 삶을 알게 된 듯 했다.
말을 할 수 없는 오기와 속을 알 수 없는 장모의 동거는 과연 어떻게 될까. 퇴원 후 점점 고립되어 혼자가 되어가는 오기는 갇힌 '몸'과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장모는 얼마나 괴롭고 슬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모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히고 서글픈 이야기라고나 할까. 아무리 원수를 괴롭혀도 죽은 딸은 돌아오지 않을테니까. 뭐, 악인은 스스로 구렁텅이로 떨어진 것일지니.
오토바이로 배달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나'는 신호 대기 중 덮친 8톤 트럭에 치여 왼손만 조금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조사 중 '나'의 과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나'는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엄마가 사는 반지하로 들어와야 했다.
엄마의 애인은 개차반이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엄마는 어쩌다가 개차반만 곁에 두는 건지. 이건 개인의 문제일까 시스템의 문제일까 잠시 생각하다가 이후 벌어지는 상황 때문에 속이 안 좋아졌는데...
살고자 하는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갇힌 몸에서 삶의 의지를 잃어가던 주인공이 바깥에서 발생한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 있는 힘 없는 힘에 있는 머리 없는 머리를 다 짜내는 걸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았으면 장하다, 짜릿하다 이런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이 소설은 그렇다기보다...
예전에 매일 죽어야지 늙으면 죽어야지 하시던 할머니가 막내동생 결혼하는 건 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던 게 생각났다. 참고로 막내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고 할머니는 만약 살아계셨다면 지금 연세가...110세 쯤 되셨겠다.
교통사고 후 소영은 기억을 잃었고, 엄마는 늘 소영의 곁을 지켰다.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되고 소영은 퇴원했다. 집에는 휠체어에 앉아 움직이지 못하는 아빠가 있었고, 소영은 어딘가 위화감을 느끼고 불안해한다.
끔찍한 모성을 다룬 소설인데 여기서는 몸에 갇힌 게 무서운 게 아니라 '엄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갇힌 게 너무 무서웠다. 세상에 태어나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부모를 믿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이 삐뚤어진 모성애는 여럿을 잡았다. 가족이라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한 개인을 속박하고 좌지우지 하는 모습이 너무 소름끼쳤다.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만들고자 '엄마'는 끔찍한 일을 계획했는데...
회빙환도 아니고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을까, 자기애가 넘쳐서 모든 이가 자신의 삶을 '엄마'로 빛내줄 도구라고 생각하는 건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