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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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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잔한, 김수영

 

 

모든 것'은 날씨 때문이었다. 더워도 너무 더워. 각하 때문에 밥맛 없는데 폭염 때문에 입맛도 잃었다. 밥만 먹으면 더우니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해결책'이 냉면이었다. 8월 내내 냉면만 먹었다. 점심도 냉면, 저녁도 냉면, 새벽 3시에도 냉면 ! 요리 과정'은 라면을 끓여 먹는 것보다 더 편했다. 비빔 냉면의 경우는 양념장을 잔뜩 해놓는다. 삶은 계란도 미리 삶아놓는다. 면만 끓이면 양념장에 얼음 동동 띄우고 삶은 계란'만 넣으면 끝이다. 아, 맵고 시원하며 달콤한 맛이란 ! 나중엔 양념장 만드는 노하우가 생겨서 양념장 만들 때 갖가지 과일로 새콤달콤한 맛을 더했다. 나중에는 무를 식초에 절여서 냉면 무'도 만들었다. 와우, 정말 끝내줬다. 그런데 문제는 장이다.

 

 

매운 맛에 쥐약인 나는 자극적인 양념 때문에 날마다 똥구멍에 불이 났다. 가래떡 같은 놈들이 똥구멍을 밀치고 나올 때마다 " 아... 이 빌어먹을 캡사이신 !!! " 하루에 화장실을 다섯 번 넘게 들락날락거리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엔 얼음의 과대 섭취도 한몫 했다. 그러다 보니 나의 괄약근은 과중한 업무에 과로가 쌓인 것 같다. 똥 눌 때마다 묵직한 것이다. 치질'인 것 같다. 앞이 캄캄하다.

 

 

- 어떻게 오셨죠 ?

- 음, 에험, 그러니깐......

- 말씀하세요.

- 똥구멍에 과부하가 생겼습니다.

- 아하 ! 항문 쪽에 이상이 생겼군요 ? 벗어요 !

- 네에 ?!

- 벗으라고요 ! 당신의 똥구멍을 보아야 진단을 내릴 것 아닙니까 !

- 부, 부부부끄럽습니다.

- 여기에 온 이상 더 이상 당신의 똥구멍은 그 똥구멍이 아닙니다. 대통령도 여기 오면 똥구멍을 벌려요.

- 그럼... 벗겠습니다. ( 벗는다 )

- 음, 당신 똥구멍'은 예쁘군요. 여기 오기 전에 미리 씻고 오셨구랴. 쯔쯔쯔. 당신의 괄약근 사이에 고춧가루가... 떼어드릴께요 ! 이건.... 서비스입니다. 허허허..... 혹시.... 손으로 직접 항문을 긁으신 적 있으신가요 ?

- 네 ?! 아,아아아니 어떻게 그런 말씀을 ! 제가 야만인입니까.

  똥구멍을 어떻게 직접 긁습니까 ! 사과하세요 !!!

- 사과... 못하겠는데요. 하하하하. 그렇다면 제가 직접 긁어드리죠.

  어때요 ? 시원하시죠 ? 이건 진료비 추가 항목에 포함됩니다.

 

 

이런 상상을 하고 있다. 앞이 캄캄하다. 하지만 똥구멍의 과로'가 비단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만큼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시간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화장실'을 갈 때는 바지에 똥을 쌀지언정 반드시 책부터 챙기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무엇인가를 읽지 않으면 감옥 같은거라.... 책이 없을 때는 유한락스통에 붙어 있는 유한락스 성분을 읽는다. 병이다, 병 ! 우선 변기에 앉으면 일단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는다. 주로 노란색 색연필로 밑줄 친 부분을 주로 읽는다. 오늘은 김규항의 B급 좌파 세 번째 이야기' 를 읽다가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서 소개한다.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가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이 사람들은 왜 제 이야기는 안 하는 걸까 였다. 그들은 언제나 구름 위에 앉은 양 세상 이야기를 했고 제 이야기나 일상을 들먹이는 건 어딘가 품위 없는 짓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김수영이라는 거의 유일한 예외를 빼놓고 말한다면, 내가 보기에 한국의 지식인들이란 뇌는 있으되 자의식은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 문장에 밑줄이 길게 그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크게 공감'을 했던 모양이다. 한국 문학 사상 가장 빛나는 업적에 속하는 김수영'의 글을 어린 나이에 읽다가 실망한 적이 있었다. 김수영, 이 양반 그렇게 쪼잔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십 원 하나 아까워서 벌벌 떨고, 아무 것도 아닌 것 가지고 화'를 잔뜩 내고, 뭐?! 뭐라 그랬더라 ? 자기는 사소한 것에 분노한다고 ? 하는 짓이 밴댕이 소갈딱지 ! 아니, 이게 무슨 위대한 작가인가 !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의 산문을 다시 읽었을 때 그가 왜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는 언행일치'를 완벽하게 실천한 문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모든 불의에 대하여 분노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자신이 내뱉은 말과 글'에 위반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는 지식인이었다. 그 스스로도 등단 작가이면서 한국의 등단 제도'를 신랄하게 디스'한 문장은 지금 보아도 압권이었다. 그는 잘못된 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용기도 있던 사내였다. 그가 비록 쪼잔하게 앵앵거려도 이 사소함은 위대했다. 김수영의 시도 위대했고, 산문도 위대했고, 김수영이란 인물 자체도 위대했다.

 

 

오늘 화장실에 앉아서 김수영을 다시 생각했다. 평준화 교육을 주장하던 유시민과 조국의 자녀가 특목고 출신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 변명이랍시고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더라, 라고 말할 때 김수영이 깨어 있었다면 어떻게 화를 냈을까 ? 황석영이 노벨상 욕심 때문에 각하와 손잡고 아시아 몽골 대연합'을 주장했을 때, 그리고 김지하'가 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천명했을 때, 그럴 때마다 드는 의문은 왜 항상 거창해야 하는가 이다. 대작가여서 거창한 사회 운동'을 선언하는 것일까 ?

 

 

천명 운운하지 말고 노무현처럼 고향 내려가서 농사 지으면, 행동으로 실천하면 그게 운동이고 천명 아닐까 ? 사소한 것은 절대 사소한 것이 아니다. 찌질해도 배울 건 많다. 그래서 나도 고백하련다. 나... 솔직히 말해서 똥구멍이 간지러울 때 정말 손가락으로 긁고 싶었다. 팬티 위로 긁는 것이 아니라 내 가운데손가락으로 시원하게 긁고 싶었다. 그, 리고 긁었다. 정말 시원하더라. 물론 손은 씻고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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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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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늙은 시골 의사'가 있다. 그는 한밤중에 생명이 위독한 이웃 마을의 환자'를 진찰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 혹한과 과로 때문에 말이 죽었다. 하녀가 마을을 돌며 말'을 빌리려고 하지만 이 혹한에 말을 빌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화가 난 의사'는 돼지우리' 문짝을 발로 걷어찬다. " 야, 이 시부랄 ! " 그때 건장한 남자가 돼지우리에서 네 발로 기어나온다. 건강한 말 두 필'과 함께 말이다. 10페이지 남짓한 이 단편의 백미는 지금부터다. 의사와 하녀'는 " 돼지우리에서는 뭐가 튀어나올 지 아무도 모르죠. 까르르르... " 웃으며 기뻐한다. 하지만 돼지우리에서 나온 낯선 사내는 늑대처럼 호시탐탐 하녀를 겁탈할 생각뿐이다. 시골 의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자신이 하녀를 남겨두고 집을 비우면 사내는 그녀를 겁탈할 것이 분명하다.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다. 늑대-양의 딜레마'이기 때문이다. 목동은 배를 타고 건너편 섬에 가 병든 양을 보살펴야 한다. 하지만 늑대와 양을 두고 떠나면 양은 늑대에게 먹힌다.

 

 

 

그는 사내와 함께 이웃 마을을 함께 갈 것을 제안하지만 사내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시골 의사는 불안을 간직한 채 늑대와 양을 함께 두고 이웃 마을로 떠난다. 기이함'은 이웃 마을에서 절정을 이룬다. 시골 의사가 보기에 환자는 처음에는 꾀병처럼 보인다. 갑자기 섬에 두고 온 하녀'가 걱정된다. 하지만 알고 보니 환자의 몸은 구더기들이 살을 파먹고 있다. ' 곧... 죽을 것이다 ! ' 명의가 아닌 평범한 시골 의사로서는 그를 살릴 수는 없다. 그런데 이웃 마을 사람들은 환자를 살리지 못하면 의사'를 죽여야 한다고 말하고는 시골 의사의 옷을 홀딱 벗긴 후 환자가 누워 있는 침대에 눕힌다. 이 얼마나 기괴한가 !

 

 

하지만 투덜대지 마라. 악몽은 언제나 말이 되지 않는 짧은 서사들의 총합이 아니었던가. 이것저것 짜집기한 퀄트처럼 말이다. 시골 의사는 알몸으로 빠져나와 집으로 향한다. 하녀는 돼지우리에서 나온 사나운 사내에게 먹혔을까 ? 어쩌면 이 한밤중의 호출은 늑대가 양을 겁탈하기 위해 준비한 치밀한 계획은 아니었을까 ? 양을 구하기 위해서 양을 위험에 빠트리고 간 것은 과연 옳은 판단이었을까 ? 시골 의사는 늙고 기력이 쇠한 벌거벗은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여기까지가 단편 < 시골 의사 > 의 줄거리다. 이 단편은 느닷없는 호명'이라는 측면에서 장편 < 성 > 과 < 심판 > 의 서사 구조와 유사하다. 등장인물들은 누군가로부터 호출되는 순간 무조건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시골의사도 마찬가지다. 그가 병든 양을 구하기 위해 이웃 마을로 떠나는 순간 자신의 하녀는 위험에 빠진다. 그는 가지 않을 수도 있고, 갈 수도 있지만 후자를 선택한다. 아시다시피... 시골 의사의 이 선택은 두 마리 양 모두를 살리지 못한다. ( 혹은 못할 것이다. ) 결국 이 미션은 미션임파서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 양-늑대의 딜레마 > 에서 카프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 인간의 부조리한 삶에 대한 근심은 아니었을까. 카프카의 길 찾기'는 언제나 실패한다. 미션은 항상 임파서블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호출에 인간은 응답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카프카가 바라보는 실존이다. 인간 증명이다. 카프카는 『 시골 의사 』 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나의 모피 외투는 마차 뒤에 매달려 있는데, 내 손은 그것이 닿지 않는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환자의 무리 중에서는 아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속은 것이다 ! 속은 것이다 ! 잘못 울린 야간의 초인종 소리에 어쩌다가 덜컹 따라나선 것이다. 결코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제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기사가 송출되었다. 그가 죽는다면 24번째 희생자'가 된다. 이 상황을 노동자 재해 보험국 직원이었던 카프카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 우리는 과연 이 꽃들의 낙화를 철없는 행동으로만 치부해야 될까 ? 철탑 위의 노동자가 단식을 선언하며 농성을 벌인다고 해서 권력의 철옹성이 무너질까 ? 하지만 누군가는 올라가서 이 호명에 응답해야 한다. 비록 그의 미션이 실패로 끝날지라도 말이다. 누군가는 철탑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위의 단편 애니메이션은 야마무라 코지의 작품이다. 코지의 작품 중 < 늙은 악어 > 라는 애니메이션을 씨너스 이수'에서 본 적이 있다. 그림체가 독특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그를 만난다. 애니메이션 < 시골 의사 > 탁, 월하다 !!!

 

 

http://myperu.blog.me/20174539097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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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고르는 방법.

 

개인적으로 책를 고를 때 우선순위'를 매긴다. 이 기준에 따라 책을 고른다. 하지만 모든 분야의 책이 이 기준에 부합되는 것은 아니다. 문학 서적을 고를 때'와 인문학 서적을 고를 때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 제목 중에 로렌스 블록의 < 800만 가지 죽는 방법 > 이란 소설이 있다. 각자의 맞는 방식이 따로 있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소개하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1. 저자

영화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저자'는 영화 감독이다.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책의 주인은 저자'다. 좋은 저자'가 좋은 책'을 쓴다. 누군가는 이 우선순위에 쉰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걸 누가 모르나요 ? 하지만 내가 말하는 기준은 좀 다르다. 특정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감독이 있다. 히치콕은 공포영화의 제왕이다. 그는 이 분야에 닳고 닳아서 뭘 좀 안다.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연예학개론 같은 말랑말랑한 로맨스멜로무비'를 만든다면 잘 할 수 있을까 ?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특정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저자'가 있기 마련이다. 에너지 자원'에 관련된 책을 읽고 싶다면 우선 제레미 리프킨'을 권하고 싶다. 그는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엔트로비, 바이오테크 시대 등을 통해서 줄곧 에너지 자원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던 사람이다.

 

 

 

2. 출판사

솔직하게 말해서 책을 고를 때 사전 지식을 미리 얻기란 힘들다. 말이 좋아서 좋은 저자를 찾고, 훌륭한 번역가를 선택하라고 말하지만, 시부랄 ! 그걸 어떻게 아나 ? 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팔 할은 그냥 백지 상태'에서 책을 고를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 리프킨인지, 냅킨인지 알 게 뭔가. 이럴 때 비장의 카드를 소개한다. 출판사'다 ! 광범위한 분야의 책을 출간하는 갑돌이 출판사'보다는, 특정 분야 전문 출판사의 책'이 더 좋다. 예를 들어 당신은 지금 환경 분야의 책을 골라야 한다. 일단 당신은 까막눈이다.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두 권의 책이 마음에 든다고 치자. 한 권은 < 생각의 나무 > 에서 나온 책이고, 다른 한 권은 < 에코리브르 > 의 책이다. 당신은 당연히 < 에코리브르 > 의 책을 골라야 한다. 전자가 이마트의 유기농 채소 코너라면, 후자는 좋은 먹거리 소비자 생협'과 같다. 명목상 둘 다 유기농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마트에서 파는 유기농 채소'를 100% 믿는 사람은 병신에 가깝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에코리브르'는 환경 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출판사'이다. 당신은 환경에 관련된 책 정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대신 에코리브르 직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마어마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환경에 관해서는 전문가 수준이다. 이들이 모여서 환경 관련 책을 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좁히면 당신은 비외른 롬보르의 < 회의적 환경주의자 > 라는 책을 고르게 될 것이다. 잘 팔리지 않는 책이어서 서점의 알짜배기 매대'에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책을 꾸준히 출판하는 출판사의 책이 좋은 책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백 프로다 ! 출판사는 영화 전체를 기획하는 프로듀서'와 같다. 영화의 칠 할은 감독의 몫이지만 나머지 삼 할은 프로듀서의 몫이다. 좋은 프로듀서 아래 좋은 감독이 나오고, 좋은 감독 아래 좋은 영화가 나온다. ( 영화에 대한 책은 한나래'의 책이 좋다. )

 

 

 

3. 번역가

요즘 < 레미제라블 > 이 인기다. 영화의 감동을 책으로 보려는 움직임이 유행처럼 번진다. " 아, 읽어야 겠어 ! " 그리고는 온라인 서점을 통해 < 레미제라블 > 을 클릭하다가는 이내 깜짝 놀라게 된다. 어마어마한 장편인 것이다. 이솝 우화인 줄 알았더니, 태백산맥인 것이다. 소설을 읽기 위해서 6,7만 원'을 지불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지 않은가. 고전이기 때문에 이 책은 다양한 출판사'가 책을 내놓은 상태다. 이리저리 뒤지다가 눈동자가 500원짜리 동전만큼 커질 만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출판사 " 더클래식 " 에서 나온 < 레미제라블 > 이 한글판 5권 + 영문판 5권 해서 종합 10권에 39,720원에 팔리는 것이 아닌가 ! 냅다 산다. 그리고는 곧 어마어마한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다.

 

 

발 번역의 전설적인 책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 출판사 책의 번역은 " 베스트트랜스 " 로 되어 있다. 번역 집단'이 서로 각자 페이지를 맡아서 번역을 한 것이다. 이런 번역이 좋을 리 없다. 경상도 출신의 번역가는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하고, 전라도 출신의 번역가는 전라도 사투리로 번역을 하는 꼴이다. 이것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장발장이 198페이지에서는 " 음마, 내는 장발장이 아니랑께 ! " 라고 말하다가 359페이지에서는 " 배가 고파 빵 좀 훔쳤습니더 ! " 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 고전의 생명은 번역에 있다. 번역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문학 작품을 예로 들면 < 그리스인 조르바 > 는 그리스어를 전공한 사람이 번역을 해야 한다. 조르바'를 중국어 전공자'가 번역을 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좋은 번역가'가 좋은 책'을 만들고, 좋은 시나리오 작가가 좋은 대본을 만든다.

 

 

 

4. 참고문헌

위의 우선순의 1,2,3를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두 권의 자연과학서 책'이 남았다고 치자. 두 권 모두 사면 좋지만 10대는 44만원 세대요, 20대는 88만원 세대이니 이들에게는 무리한 지출이 될 수 있다. 이럴 때, 나는 책 맨 뒤에 나오는 참고문헌을 확인한다. 참고문헌 페이지'가 많은 쪽이 더 좋은 책일 가능성이 높다. 참고문헌 목록의 페이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참고했다는 것이 된다. 위의 2번 우선 순위에서 거론된 < 회의적 환경주의자 > 라는 책이 훌륭해서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치자. 이쪽 분야의 책을 더 읽고 싶다면 ? 이 책의 참고문헌을 보면 된다. 참고문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름을 확인한 후 그 사람 책을 찾아서 읽으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훌륭한 작가'가 자주 인용한 작가'라면 그 사람은 더 훌륭한 작가일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독서는 같은 분야의 책을 연속으로 읽을 때 지식이 체계적으로 쌓인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같은 분야의 책을 연속적으로 스무 권 정도 읽으면 그 분야의 교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독서의 연속성은 중요하다. 예를 들면 매트 리들리의 < 이타적 유전자 > 를 달랑 하나 읽는 것보다 연속으로 리차드 도킨스의 < 이기적 유전자 > 을 같이 읽으면 체계적으로 정리 할 수 있다. < 이타적 유전자 >의 참고문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름이 바로 리차드 도킨스'다. 책을 읽을 때, 참고문헌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확장된다. 참고 문헌은 영화가 끝나면 오르는 엔딩 크레디트'이다. 영화 엔딩 크레디트'를 끝까지 보는 것이 영화광의 마지막 의무가 아닐까 ?

 

 

 

5. 차례

차례를 읽으면 책의 윤곽이 대충 잡힌다. 서점 가서 쓸데없이 책 내용을 살핀다고 책 중간을 펼치고서 읽지 마라. 그것은 시간 낭비에 가깝다. 도서관이라면 모를까, 혹은 서점에서 책 한 권 읽고 가겠다는 심산이면 모를까 ? 후루룩 살펴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서 행위가 무슨 라면인가. 후루룩 쩝쩝 하게 말이다. 내용 파악은 차례의 소제목을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 차례'를 살피는 것은 비단 책을 선정하기 위한 것에 그치면 안 된다. 독서 주에도 수시로 차례의 소제목과 순서를 외우는 게 독서에 도움이 된다. 암기할 수 없다면 종이에 써서 책갈피로 활용하면서 틈틈이 자신이 읽는 대목이 어디쯤인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차례만 암기해도 책 전체를 읽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이런 습관을 들이면 내용 전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음은 리프킨의 < 육식의 종말 > 에 나오는 차례를 옮겨본다. ( 나, 오늘 여러분들에게 서비스 제대로 하는 거다. )

 

 

 

1부 소와 서양 문명
1. 도살업자를 위한 제물... 15
2. 소로 그려졌던 신과 여인들... 24
3. 신석기 시대의 카우보이... 34
4. 신이 내려준 선물과 자본... 40
5. 소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던 인도... 4
6. 소를 '남성'의 상징으로 여겼던 스페인... 51
7. 소 사육장이 된 아메리카... 56
8. 영국인과 육식... 65
9. 감자를 먹게 하라... 70
10. 살찐 소와 비대한 영국인... 75

2부 미국 서부 정복기
11. 철도 연결과 소 떼의 이동... 83
12. 육우로 대체된 버펄로... 90
13. 카우보이와 인디언... 101
14. 목초가 곧 금이다... 107
15. '옥수수로 사육하는' 육우 정책... 115
16. 철책을 두른 목장과 토지 사기... 123

3부 쇠고기의 산업화
17. 쇠고기 기업 연합... 137
18. 쇠고기 해체 공정... 142
19. 현대의 쇠고기... 150
20. 자동화된 정육공장... 158
21. 전세계적인 '육우 기지화'... 176

4부 배부른 소 떼와 굶주린 사람들
22. 소 떼의 천국... 185
23. 맬더스와 육식... 190
24. 지방의 사회학... 200
25. 육식의 대가... 206
26. 인간을 집어삼키는 소... 213

5부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소 떼
27. 생태적 식민지 정책... 221
28. 열대지방에 자리잡은 목초지... 230
29. 발굽 달린 메뚜기 떼... 240
30. 사막으로 변해 가는 아프리카... 256
31. 물을 빼앗긴 사람들... 262
32. 더워져만 가는 지구... 268

6부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의식구조
33. 쇠고기 심리학... 279
34. 육류에서 비롯된 남녀 차별주의... 282
35. 쇠고기가 낳은 계급주의 - 국수주의... 294
36. 소 떼와 개척정신... 300
37. 햄버거와 고속도로 문화... 311
38. 현대 육식 문화 비평... 328
39. 쇠고기, 그 차가운 악... 340
40. 육식의 종말... 345

 

 

당신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 하지만 목차를 외우면 이 책이 어떤 주장을 할 것인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각각의 소제목'은 앞으로 다룰 분량의 주제어'이기 때문에 그렇다. 한 줄 요약인 셈이다. 책을 읽기 전에 이 목록을 외워라. 이 목록을 살피다 보면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 < 5부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소 떼'에서 챕터 32 더워져만 가는 지구 > 는 무슨 뜻일까 ? 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란 소리인가 ? 이 의문점을 가지고 읽다가 책을 읽다가 5부 코너에 도착하게 되면 이 수수께끼'가 풀리게 된다. 그러면 머리에 쏙 박힌다.

 

 

목차는 일종의 지하철 노선도'와 같다. 이 노선도를 모르면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조마조마한 심정이 된다. 무엇을 할 수도 없다. 방심하다가는 지나칠 수도 있지 않은가 ? 하지만 이 노선도'를 외우면 느긋해진다. 책을 볼 수도 있고 창 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한 정거장 전에는 미리 문 앞에 나와 대기할 수도 있다. 독서 틈틈이 목록을 살핀다는 것은 이처럼 지하철 노선도'를 살피는 것과 같다.

 

 

 

6. 독서의 甲은 문학인가 ?

사람들은 책 하면 우선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을 떠올린다. 하지만 독서의 범위는 넓다. 한 가지에 몰입하는 습관은 좋지 않다. 개인적 취향을 전제로 하자면 < 책을 읽는 행위의 효율성 > 만을 놓고 보면 문학'이 가장 재미없다. 반면 가장 재미있는 분야가 자연과학서'이다. 수학의 역사를 다룬 < 페르마의 정의 > 는 얼마나 재미있었나. 수학 평균 30점대의 내가 이 책을 미친듯이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수학/과학을 끔찍이 싫어했던 나로서는 의외의 결과'였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모든 책 중 가장 재미있었던 분야는 문학이 아니라 자연과학서'였다. 읽다 보면 스티븐 킹 소설은 저리 가라, 이다. 정말 흥미진진하다. 르포르타쥬 같은 보고 기사 또한 끝내준다. 에릭 슐로츠의 < 패스트푸드의 제국' > 이나 설탕의 위험을 경고하는 더프티의 < 슈거 블루스 > 는 많은 정보'를 선사한다.

 

 

여기에 인문학서는 교양을 살찌우는데 가장 효과가 좋다. 철학서는 어떤가 ? 읽기가 괴로워서 그렇지, 철학서 한 권은 어마어마한 지식의 확장을 얻게 된다. 시간 투자 대비 가장 효율이 좋은 책이 바로 철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프로이트와 니체와 맑스는 읽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문학이 자연과학서'보다 후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독서의 다양한 접근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비유를 든 것이다. 독서 습관 중 구 할이 문학에 치중된 사람은 좆병신이다. 같은 이유로 자연과학서만 읽고 문학을 외면하는 것도 좆병신이다. 누누이 주장하는 바이지만 가장 좋은 문학 감상문은 문학만 읽은 사람이 쓴 독후감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이의 눈으로 바라본 감상문이다.

 

 

문학평론가의 평론을 읽으면 토가 나오는 이유는 문학이 세상의 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 평론도 다르지 않다. 정성일의 평론이 그지 같은 이유는 영화가 세상의 왕'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문화의 시다바리일 뿐이다. 오타쿠는 정밀하지만 깊이가 없다. 정밀함과 깊이를 혼돈하면 안 된다. 그가 만든 < 카페 느와르 > 는 " 따분하 " 다. 문화'라는 친구가 영화라는 친구에게 하와이 가라고 할 때, 영화가 문화에게 " 니가 가라, 하와이 ! " 라고 반기를 들면 안 된다. 하와이는 정성일이 가야 한다. 영화가 문화보다 상위 개념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각 분야는 서로 동등한 가치를 부여받는다. 셰익스피어가 위대하다면 스티븐 킹도 위대하다. 여기에 우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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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서재 -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책 읽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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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서재 : 뭐라도 해야 될 것 아닌가 !                  

 

 

 

대한민국 남자가 빽도 없이, 스빽도 없이, 더군다나 식스빽'마저 없다면 인생 꽝'이다. 쓰리 빽'이 없다는 것은 영원히 乙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마음에 드는 여자는 빽이 좋은 부잣집 남자이거나, 스빽이 훌륭한 머리 좋은 남자이거나, 이것저것도 아니라면 식스빽이라도 있는 몸매 좋은 수컷의 차지'가 된다. 그리 비극적인 일도 아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가장 힘 쎈 수컷이 모든 암컷을 차지하니깐 ! 나머지 수컷들은 성욕에 불타서 그냥 으엉 으엉 울 뿐이다. 가끔 서열 4위인 곰이 성질이 나서 서열 1위 곰과 붙지만 대부분은 처절한 응징이 따를 뿐이다. 쓰리 빽'이 없는 수컷은 찌질한 수컷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

 

 

나는 범성론자'다. 이 세상 모든 트러블은 결국 " 섹스 "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제도 결국은 섹스'다. 희한한 놈'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말이다. 진짜 희한한 놈은 바로 < 희한하다 > 는 단어다. " 히읗 " 이 연속으로 세 개인 단어'가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히읗이 세 개 들어간 단어를 보고 희한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희한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문학으로 풀어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미셸 우엘벡'이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은 모두 못생긴 외모의 소유자들이다. 잘난 놈들이 모두 만족스러운 섹스의 팔 할을 먹고 들어가니, 못난 놈들은 온통 불만이다. 닝기미, 섹스도 부익부 빈익빈이냐 ?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 21세기가 어떨지 뻔하다. " 작가들이 거대 담론에 목숨 걸 때, 우엘벡'은 못해서 폭발해 버린, 참고 참고 또 참다가 자위로 성욕을 해소하게 되는 신인류의 초상을 다룬다. 쪼잔하게 말이다. 우엘벡, 희한하다. 여기까지는 나의 생각이고......

 

 

김운하의 < 카프카의 서재 > 는 독서 에세이'이다. 대한민국 성인 한 사람이 1년에 1권 읽을 때, 그는 지금까지 10,000권을 읽었단다. 1년에 100권 읽는다고 해도 10년이면 고작 1000권이다. 어마어마한 애서가'이다. 그 앞에서는 책 자랑을 하면 안 된다. 그런 그가 16편의 책을 골랐다. 독서 에세이'라기보다는 낡은 사진첩'에 가깝다. 그것은 오롯이 그가 살아온 흔적이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독서량이 형편없다고 미리 쫄 필요 없다. 이 책은 고리타분한 평론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유의 폭은 문학 평론집'보다 넓고 깊다. 그는 훌륭한 독서 안내인'이다. 그가 안내하는 첫 번째 역은 밀란 쿤데라'다. 밀란 쿤데라는 " 삑사리 " 의 가치를 아는 작가다. < 농담 > 은 말 그대로 생각 없이 던진 농담 한 마디'가 나비 효과가 되어 돌아온다.

 

 

그것은 마치 삑사리 난 당구공이 묘하게 굴러서 쓰리 쿠션이 되는 경우다. 우연은 종종 필연을 앞서서 운명이 된다. 단역 배우가 가끔은 주연 배우'를 압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의 아이러니다. 저자는 이것을 중심 서사와 에피소드의 관계로 풀어낸다. 두 번째 역'은 소포클레스의 < 오이디푸스 왕 > 이다. 첫 번째 역'이 우연'에 대한 이야기라면, 두 번째 역'은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 번째 역'은 파스칼 메르시어의 < 리스본 행 야간 열차 > 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마지막 역은 몽테뉴의 < 수상록 > 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독서는 황홀하다, 이다. 그는 독서에 대한 지독한 편애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 지금까지 살아온 생을 돌아보면 나는 책에서 인생의 깊이를 배웠다. 직접 겪고 경험한 인생으로부터 배운 것보다, 이들의 책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것이 훨씬 더 크고 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이 평생 경험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이라 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 ..... 또 한 사람이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한들, 경험 그 자체로만으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경험은 몸의 여러 감각을 통해 겪는 사건에 불과하다. "

 

 

그가 제시하는 독서법은 다시 읽는 것이다. 읽고 나서 다시 읽고 나서 다시 읽는 것이다. 보르헤스는 그 행위를 책에 대한 존경이라고 말했다. 트뤼포'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는 것이야말로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열정이라고 말이다. 미셸 우엘벡의 < 소립자 > 역은 이 책의 중간 간이역'에 위치한다. 사실 나는 쓰리 빽'이 형편없는 수컷이다. 젊고 아름다운 처자는 온통 잘난 놈이 차지해서 뿔딱지'가 난 상태'이다. 그래서 우엘벡처럼 " 시부랄, 21세기가 어떨지 뻔하다 ! " 고 투덜댄다. 하지만 그 좋은 섹스를 포기하면 안 된다. 참고, 참고, 또 참다가 결국에 자위'를 한다는 것은 수컷으로써 부끄러운 짓이 아니던가 ! 하루키가 웬 말이냐.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다. 억지 같지만 책을 읽으면 언제가는 섹스할 기회가 온다. 전 문학 청년입니다. 어머 ? 전 문학소녀예요 ! 그렇습니까 ? 그럼 동백장 여관으로 가서 이야기합시다. 그럴까요 ? 그럽시다 ! 그곳은 무료로 콘돔 3개를 준답니다. 더군다나 딸기향이랍니다. 허허허. 어머머머. 모자라면 더 신청해요.

 

 

독서는 섹스다. 쾌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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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의 고뇌
에밀 아자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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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0년 전에 읽은 책들.

 

 

 

10년 전이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 자기 앞의 생 > 이란 책을 발견했다. 내가 그동안 이 책을 읽지 않은 이유는 아동 청소년 책'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나는 꽤나 어려운 소설을 읽었다. 로브그리예, 사르트르, 까뮈, 제임스 조이스와 같은 읽기 어려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던 시절이었다. 마치 구하기 힘든 영화'만 찾아다니는 컬트 마니아의 자랑스러운 필생의 목록'처럼 말이다. 이런 내가 그 흔해빠진 청소년 소설 나부랭이'를...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 자기 앞의 생 > 을 읽었다. 그러다가 그만 눈물을 쏙 빼게 되었고, 그 후 며칠 동안 도서관에 비치된 로맹가리/에밀아자르의 소설'은 모두 읽게 되었다. 나의 닉네임인 " 페루애 " 도 그의 단편집 <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 > 에서 따온 것이다. 너무 급히 읽은 탓일까 ? 내가 읽은 로맹 가리의 소설들은 각자의 소설'이 아닌 6권'으로 된 한편의 장편 소설'로 기억되었다. 말이 좋아 " 기억 " 이지, 사실은 " 뒤죽박죽 " 이었다.

 

 

< 자기 앞의 생 > 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 유럽의 교육 > 으로 편입되고, < 유럽의 교육 > 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 가면의 생 > 에 나오는 인물로 착각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 새벽의 약속 > 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엘리엇 카네티의 < 구제된 혀 > 와 혼동하기도 했다. 만약에 누군가 내게 그의 소설에 대해 물어오면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오줌을 지릴 것이다. 결국 나의 독서'는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망각 행위였다. 3초 기억력인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줄거리를 보는 것이 더 경제적인 것은 아닐까 ? 고통스럽게 4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느라 시간을 낭비하느니 말이다. 내 스스로 한심하고, 한심하고, 한심하고, 한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소설을 읽느라 밤을 보낸다. < 솔로몬 왕의 고뇌 > 는 로맹 가리의 책 중에서 내가 읽지 않은 몇 권의 책 중 하나'였다. 고로 10년 전 도서관에는 없던 소설'이었다. 전처럼 눈물을 쏙 빼는 서사'는 없지만 여전히 낙관적이며 유머 감각이 풍부한 문장을 선보인다. 사실 그의 전 작품과 이 작품을 비교 평가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왜냐하면 내가 읽은 로맹 가리의 소설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주제에 감히 초기작에 비해 문장의 호흡이 부드러웠다느니, 짧은 문장으로 깊이 있게 파고드는 손 기술에 탄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놀랐다.

 

 

건방지게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쓰는 문체가 로맹가리의 문체와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깐 나는 그의 소설을 잊은 것이 아니라 365일 그의 영향 아래 놓인 것이었다. 다만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까마귀'처럼 말이다. 사람이란 결국 자신이 읽은 책들로 만들어진 스타일'이다. 무엇을 채우느냐가 그 사람의 스타일을 만든다, 사상을 만든다. 당신이 여자를 꼬실려고 내뱉은 근사한 말은 누군가가 썼던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이거나 로맹 가리의 근사한 문장을 흉내냈겠지 ! 그리고 입만 열면 졸음이 쏟아지는 그 지긋지긋한 말투는 제임스 조이스의 문장을 흉내낸 탓이리라. 이처럼 한 사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은 그동안의 독서'가 큰 몫을 차지한다. 니체를 탐독한 자'가 물개처럼 발랄하게 촐랑거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독서의 총합이 스타일을 만든다. 누군가의 문장은 당신에게 피와 살이 되어 뇌하수체로 흘러 뇌를 조종하거나 전립선을 타고 남근으로 우르르 몰려가 시도 때도 없이 발기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또한 그렇다. 잊혀진 것이 아니다. 어쩌면 365일 작동하고 있으나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지도.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처럼 말이다. 365일 반짝 반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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