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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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늙은 시골 의사'가 있다. 그는 한밤중에 생명이 위독한 이웃 마을의 환자'를 진찰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 혹한과 과로 때문에 말이 죽었다. 하녀가 마을을 돌며 말'을 빌리려고 하지만 이 혹한에 말을 빌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화가 난 의사'는 돼지우리' 문짝을 발로 걷어찬다. " 야, 이 시부랄 ! " 그때 건장한 남자가 돼지우리에서 네 발로 기어나온다. 건강한 말 두 필'과 함께 말이다. 10페이지 남짓한 이 단편의 백미는 지금부터다. 의사와 하녀'는 " 돼지우리에서는 뭐가 튀어나올 지 아무도 모르죠. 까르르르... " 웃으며 기뻐한다. 하지만 돼지우리에서 나온 낯선 사내는 늑대처럼 호시탐탐 하녀를 겁탈할 생각뿐이다. 시골 의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자신이 하녀를 남겨두고 집을 비우면 사내는 그녀를 겁탈할 것이 분명하다.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다. 늑대-양의 딜레마'이기 때문이다. 목동은 배를 타고 건너편 섬에 가 병든 양을 보살펴야 한다. 하지만 늑대와 양을 두고 떠나면 양은 늑대에게 먹힌다.

 

 

 

그는 사내와 함께 이웃 마을을 함께 갈 것을 제안하지만 사내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시골 의사는 불안을 간직한 채 늑대와 양을 함께 두고 이웃 마을로 떠난다. 기이함'은 이웃 마을에서 절정을 이룬다. 시골 의사가 보기에 환자는 처음에는 꾀병처럼 보인다. 갑자기 섬에 두고 온 하녀'가 걱정된다. 하지만 알고 보니 환자의 몸은 구더기들이 살을 파먹고 있다. ' 곧... 죽을 것이다 ! ' 명의가 아닌 평범한 시골 의사로서는 그를 살릴 수는 없다. 그런데 이웃 마을 사람들은 환자를 살리지 못하면 의사'를 죽여야 한다고 말하고는 시골 의사의 옷을 홀딱 벗긴 후 환자가 누워 있는 침대에 눕힌다. 이 얼마나 기괴한가 !

 

 

하지만 투덜대지 마라. 악몽은 언제나 말이 되지 않는 짧은 서사들의 총합이 아니었던가. 이것저것 짜집기한 퀄트처럼 말이다. 시골 의사는 알몸으로 빠져나와 집으로 향한다. 하녀는 돼지우리에서 나온 사나운 사내에게 먹혔을까 ? 어쩌면 이 한밤중의 호출은 늑대가 양을 겁탈하기 위해 준비한 치밀한 계획은 아니었을까 ? 양을 구하기 위해서 양을 위험에 빠트리고 간 것은 과연 옳은 판단이었을까 ? 시골 의사는 늙고 기력이 쇠한 벌거벗은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여기까지가 단편 < 시골 의사 > 의 줄거리다. 이 단편은 느닷없는 호명'이라는 측면에서 장편 < 성 > 과 < 심판 > 의 서사 구조와 유사하다. 등장인물들은 누군가로부터 호출되는 순간 무조건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시골의사도 마찬가지다. 그가 병든 양을 구하기 위해 이웃 마을로 떠나는 순간 자신의 하녀는 위험에 빠진다. 그는 가지 않을 수도 있고, 갈 수도 있지만 후자를 선택한다. 아시다시피... 시골 의사의 이 선택은 두 마리 양 모두를 살리지 못한다. ( 혹은 못할 것이다. ) 결국 이 미션은 미션임파서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 양-늑대의 딜레마 > 에서 카프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 인간의 부조리한 삶에 대한 근심은 아니었을까. 카프카의 길 찾기'는 언제나 실패한다. 미션은 항상 임파서블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호출에 인간은 응답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카프카가 바라보는 실존이다. 인간 증명이다. 카프카는 『 시골 의사 』 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나의 모피 외투는 마차 뒤에 매달려 있는데, 내 손은 그것이 닿지 않는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환자의 무리 중에서는 아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속은 것이다 ! 속은 것이다 ! 잘못 울린 야간의 초인종 소리에 어쩌다가 덜컹 따라나선 것이다. 결코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제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기사가 송출되었다. 그가 죽는다면 24번째 희생자'가 된다. 이 상황을 노동자 재해 보험국 직원이었던 카프카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 우리는 과연 이 꽃들의 낙화를 철없는 행동으로만 치부해야 될까 ? 철탑 위의 노동자가 단식을 선언하며 농성을 벌인다고 해서 권력의 철옹성이 무너질까 ? 하지만 누군가는 올라가서 이 호명에 응답해야 한다. 비록 그의 미션이 실패로 끝날지라도 말이다. 누군가는 철탑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위의 단편 애니메이션은 야마무라 코지의 작품이다. 코지의 작품 중 < 늙은 악어 > 라는 애니메이션을 씨너스 이수'에서 본 적이 있다. 그림체가 독특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그를 만난다. 애니메이션 < 시골 의사 > 탁, 월하다 !!!

 

 

http://myperu.blog.me/20174539097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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