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과 재단
박근혜에게 실 리프팅 시술을 한 김영재와 박정식은 직종은 다르지만 하는 일은 똑같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박정식이 누구냐고 ? 그 옛날, 그러니까......
그는 쌍팔련도 남조선 번화가에서 양복 재단사로 이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아내와 함께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다. 둘 다 주름을 없애려는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한다. 한쪽은 얼굴 주름을 다림질하고 한쪽은 양복 주름을 다림질한다. 이북 출신으로 전쟁 때 월남한 박정식 씨는 이렇게 말한다. " 품질 좋은 양복은 입었을 때 주름이 발생하지 않디. 옷과 몸이 서로 맞디 않으면 말이야. 주름이 생기는 기야. 당연한 기지. 어깨가 안 맞으면 어깨에 주름이 생기고 등짝이 안 맞으면 등짝이 주름이 생기지. 우리 몸이 말이야.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사실은 모두 짝짜기지.
팔 길이도 다 짝짜기이고 어깨 높이도 오른쪽과 왼쪽이 달라. 맞춤복을 입었을 때 주름이 생긴다는 기는 그르니끼니.... 치수를 잘못 재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요즘 기성복 보면 웃겨, 아주 웃긴다 말이야. 체형이 각각 다른데 표준이 어디 있간. 그르니끼니 요즘 양복 입은 놈들, 죄다 띨띨이처럼 보인다 말이지비. " 성형의라고 다를 것 하나 없다. 주름을 펴서 젊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니깐 말이다. 박정식 재단사 말을 요약하면 수트의 정석 ABC는 첫째도 핏, 둘째도 핏, 셋째도 핏이다. 그 아무리 비싼 천으로 만든 양복이라고 해도 몸에 맞지 않는 슈트 핏은 스튜핏'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주름에 대하여 다른 평가를 내리고 싶다. 신은 늙어가는 인간을 가엽게 여긴 나머지 주름을 선물로 주셨다(라는 낭만적 상상을 해본다). 신은 늙어가는 남성에게는 이마 주름을 선물하시었고, 늙어가는 여성에게는 눈가 주름을 선물하시었다. 이마 주름의 가로와 미간 사이의 세로 선이 멋진 남자는 정말 멋있다. 숀 코넬리, 클린트 이스트우드,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는 나이 들수록 멋있다. 내가 보기에는 팔 할이 (이마)주름 덕이다. 반면, 여성은 눈가 주름이 멋질 때 깊이를 가진다. 형광등 백 개를 켜놓은 듯한 틸다 윈스턴의 아우라는 팔 할이 눈가 주름 덕이다.
이 눈가 주름이 그녀가 살아온 날들의 희노애락을 엿보게 만든다. 그렇기에 연기한답시고 보톡스로 주름을 지우는 행위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얼굴 근육으로 먹고사는 배우에게 실 리프팅, 보톡스, 필러 시술은 목수의 팔을 자르는 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 주름은 표정을 깊이 있게 만든다. 배우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이다. 박근혜를 볼 때마다 공포스러웠던 것은 주름 하나 없는 그 팽팽한 얼굴이었다. 늙은 여자의 주름 없는 얼굴을 보는 것은 벤쟈민 버튼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만큼 생경했다. 나이에 맞는 주름은 그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박근혜는 안티에이징에 몰빵하다고 좆된 케이스'다. 띨띨한 새끼, 쌤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