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안희정
2011년, 안철수가 청춘 멘토로 나와 미래를 밝힐 불꽃 따위로 활활 타오를 때 : 무르팍도사에서 농담 따먹기 하다가 갑자기 나라를 구할 영웅으로 등극하는 순간은 희극이자 비극이다. 죽기 전에 미리 위인전이 나도는 인간치고 제대로 된 인간 없다. 안철수와 반기문을 보라.
나는 그가 불꽃은커녕 " 똥꼬 " 같다고 입에 거품 물고 비난했었다. 변성기가 오지 않은 징징거리는 목소리에 대한 반감은 내 취향 탓이니 가치 판단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그는 여러모로 불꽃이 아니라 똥꽃이었다. 하나 마나 한 얘기를 거창한 정치 철학으로 포장해서 말할 때, 그러니까 예를 들면 한국 사회는 미래 가치를 위해 나아가야 합니다 _ 라고 말할 때 나는 웃으면서 코 팠다. 그것은 파나 마나 한 파나마 모자 장수의 밑지는 장사 수완과 같았다. 100원짜리 파나마 모자를 사서 100원에 되파는 짓을 왜 할까. 하나 마나 한 소리를 마치 거창한 정치 철학이자 정치 소신으로 포장하는 저 인간은 누구인가 ?
내가 보기에 안철수는 " 깊이 " 있는 인물이 아니라 " 기피 " 해야 될 요주의 인물처럼 보였다. 그는 언제나 이것도 잘못이요, 저것도 잘못이니 모두 다 개혁 대상이라고 말하길 좋아했다. 그럴 때마다 대중은 와와, 열광했다. 문제는 이것저것 다 잘못이라면 이것과 저것을 타파해야 할 대안으로 " 그것 " 이라도 내놓아야 하는데 그가 내놓은 그것은 없었다는 점이다. 중 2병 환자처럼 보였다. 아니나 달라. 그가 최근에 보이는 행보는 칠푼이를 넘어 반푼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똑같은 이유로 지난 대선에서 안희정 후보가 혜성처럼 차세대 유력 대선 후보로 등장했을 때 나는 그가 안철수 아바타처럼 보였다.
안철수가 이것도 잘못이요, 저것도 잘못이라는 " 부정의 하나마나 - 論 " 을 설파했다면 안희정은 선한 의지 따위를 내세워서 이것(민주당)도 옳고 저것(새누리당)도 옳다는 " 긍정의 하나마나 - 論 " 을 입에 거품을 물고 설파했다. 모든 게 다 연정의 대상이란다. 모로 가나 기어가나 서울만 가면 된다고 주장하는 두 사람이 내세웠던 것은 중도였다. 한쪽은 부정으로 중도를 가고 다른 한쪽은 긍정으로 중도에 다다른다. 다만, 둘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안철수가 중 2병 환자처럼 보였다면 안희정은 씹선비-스러웠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사이비 교주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겨서 말투에는 남을 가르치려는 자세가 엿보였다.
나는 의사가 되어 그에게 다음과 같은 진단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 당신을 치료할 수 있는 비장의 약은 조까라마이싱'뿐입니다. 삼시 세 끼, 식사 후 30분에 복용하세요. 하지만 하루 세 번, 꼬박꼬박 챙겨 드세요 _ 라는 비교적 간단한 처방은 오히려 쉬운 처방에 가까워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 어려운 과제를 짧은 기간 안에 완수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쉬운 과제를 날마다 규칙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듯이, 일시성보다는 항시성이 지키기 어렵다. 그는 종종 내가 내린 처방을 지키지 않은 모양이다. 원래 과시적인 인간의 껍데기를 한 올 한 올 벗기면 남는 것은 초라한 좆이다. 안희정,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