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30세대 : 올드보이와 최저 임금 제도
남산 아래 일터에서 일할 때에는 점심시간에 3명이 모이면 한식을 파는 식당을 찾곤 했지만 4명이 모이면 밖에 나가지 않고 일터에서 중화요리를 주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군만두 서비스는 4인 이상일 때에만 나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군만두는 8개인데 주문자는 5인이라는 데 있었다. 8 나누기 5 = ?! 누군가는 군만두를 한 개 먹고( = 2사람) 누군가는 군만두를 두 개 먹게( = 3사람) 된다. 하지만 군만두 딜레마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군만두를 먼저 집는 놈이 임자이기 때문에 젓가락질에 주저함은 없었다. 그런데 주문자가 4인일 때는 양상이 달랐다. 얼핏 보면 군만두 8개를 주문자 4인이 나누니 군만두 딜레마는 발생할 것 같지 않지만 중국집 주인은 4인이 주문하면 군만두를 6개를 주었다. 그러니까 2명은 군만두 2개를 먹고 2명은 군만두 1개를 먹게 되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 상황에서 젓가락은 주저하게 된다. 군만두 2개를 먹는 사람이 다수일 때와 아닐 때, 차이나 런치 누들 타임의 헝가리 서정이 미묘하게 차이나 는 것이다. 혹시 그것은 중국집 주인이 공짜 좋아하는 손님에게 가하는 꼼꼼한 복수가 아니었을까 ? 만약에 군만두 서비스의 기준이 3인 이상이었다면 나는 그가 3인이 주문 시에는 군만두 4개를 플레이팅했으리라 확신한다. 4 나누기 3 은 ? 이 경우, 딱 한 사람만 군만두를 2개 먹을 수 있다. 이 상황은 젓가락질을 할 때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과연 누가 염치없는 조 발막 : 조가 성을 가진 사람이 궁궐에 들어가면서 신발이 없어 아내의 발막신을 신고도 부끄러운 줄을 몰랐다는 데서, 체면과 부끄러움을 전혀 모르는 파렴치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 될까 ? 군만두 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 올드 보이 >> 이다. 이 영화에서 오대수(최민식 분)은 15년 동안, 365일 동안, 아아 ! 시바. 삼시 세 끼 내내 군만두만 먹는다. 만두 한 개 단가가 100원이라고 했을 때 오대수는 1000원짜리 원 푸드 다이어트 식단'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이는 믿지 못하겠지만 : 내가 이 영화에서 몰입한 장면은 이우진(유지태 분)의 정체가 아니라 군만두의 개수였다. 아니, 다 필요 없고요. 군만두가 몇 개냐고요 ~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오대수는 아침에 군만두를 열 개 먹고, 점심에도 군만두를 열 개 먹고, 저녁에도 군만두를, 아아 ! 열 개 먹는다. 이때부터 나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심오한 철학적 세계를 벗어나서 지하 사설 감옥에서 일하는 직원이 몇 명일까를 추론하기 시작했다. 5인이 주문하면 서비스로 나오는 군만두를 8개, 4인이 주문하면 군만두를 6개 배치했던 그 중국집 주인의 셈법을 적용하자면,
서비스 군만두가 10개일 때 사설 감옥에서 일하는 직원은 6인이 된다. 또한 이 사설 감옥은 24시 풀가동 시스템'이라는 점에서(2교대 내지는 3교대 근무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18명의 노동자가 발생한다. 내 생각은 적중했다. 그 유명한 장도리 장면'에서 오대수는 좆밥들과 18대 1로 싸운다, 대략 !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오로지 군만두 생각했다. 군만두, 군만두, 군만두, 군만두, 군만두, 군만두....... 왜, 군만두는 공짜 서비스 요리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 단가가 가장 쌀뿐만 아니라 요리하기에도 가장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묻자. 왜, 오대수는 복수의 화신이 되었을까 ?
답은 군만두다. 철웅(오달수 분)과 그 좆밥들마저 질려서 먹지 않는, 급식 단가가 1000원짜리인, 기껏 서비스로 나오는 공짜 음식을 15년 동안 365일 삼시 세 끼 먹는다고 상상해 보라.
-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종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장면. 군만두는 10개다
만두 먹다 속 터지지 않을 인간 있을까 ? 여기까지는 스끼다시'다. 내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다. 문재인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친하고 있는 최저 임금 인상은 오대수에게도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주자는 정부 입법안이다. 얼큰한 동태탕도 시켜 먹고, 순두부찌개도 먹고, 때론 몽골레 파스타 요리도 시켜 먹을 수 있는 최저 임금이 7530원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군만두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군만두만 먹고살다 보면 오대수처럼 복수의 화신이 되어 장도리를 높이 들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조중동은 날마다 " 최저 임금 망국론 " 을 주장하고 있다.
이 정도면 " 악의적인 보도 " 가 아니라 " 악마적인 보도 " 이다. 이 논조가 왜 악마적인 기만전술인가에 대한 해석은 내가 굳이 이 자리를 빌려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최저 임금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진보 지식인의 글은 많다). 조중동 기자들에게 영화 << 올드 보이 >> 를 추천한다. 지금까지 적용되었던 최저 임금으로는 기껏해야 1000원짜리 군만두만 사 먹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군만두만 먹고 살 수는 없다. 가끔은 딤섬도 먹어야 한다는 주장은 가난뱅이의 배부른 소리가 아니다. 일행은 네 명인데 간장 종지는 두 개여서 화요일에 불같이 화를 냈던,
접대만 받다 보니 대접이 소홀하면 상 엎는 조선일보답다. 그 나물에 그 밥이듯이 그 나물에 그 좆밥이다.
■ 더 읽기
http://blog.aladin.co.kr/myperu/6468481 올드보이와 군만두
http://blog.aladin.co.kr/myperu/6465125 짬뽕과 딤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