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민 의   문 빠 는   미 쳤 다   :



 

 

 

덤벼라, 문빠 2

  

 

 

                                                                                                       한때 때묻지 않은 시골 여자를 대표하는 이름이 " 순이 " 였다.  순이는 시골에 거주하면서 남성보다 학력이 낮고 세상물정 모르는, 하지만 마음 착한 시골 처녀를 상징했다. 도시 노동자(男)에게 있어서 순이는...... 코리안 뮤즈'였다. 하지만 그것은 환상의 여인이라기보다는 다루기 쉬운 여자에 대한 불알후드의 잠자리 상상에 가까웠다.

순이라는 고유명사가 보통명사化를 초월하여 접미사(-순이)로 쓰이기 시작한 때는 시골에 살던 순이가 도시로 진출하는 때와 맞물린다.  < 공순이 > 와 < 빠순이 > 는 그렇게 해서 탄생한 신조어'였다.  공순이가 " 공장 + 순이 " 가 합성한 단어로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경멸을 담고 있다면,  빠순이는 " BAR + 순이 " 를 합친 단어로 호스테스 직종에 대한 경멸을 담고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열 일 제쳐 두고 할 일 없이 운동선수나 연예인'을 쫓아다니는 여성을 낮잡아 부르는 용어'로 변질되었다. < - 빠 > 가 본격적으로 활용된 것은 노무현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노빠의 탄생이다. 


조중동은 물론이고 한경오마저 노빠라는 경멸의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실은 노무현을 지지하면 " 빠BAR순이 " 가 되지만 박근혜를 지지하면 " 사모님 " 이 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박사모는 있지만 박빠는 없다. 왜 ??!          그루피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서 누구는 호스테스나 호스트가 되고 누구는 사모(님)가 되는 것이다. 이거 왜 이래 ! 나, 김치 먹고 귀하게 자란 ●씨 가문 18대손 불광동 휘발유야 !         기계적 중립을 그토록 강조하던 언론은 왜 박빠 대신 박사모를 고집했을까 ?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노빠 대신 노사모라고 써야 하는 것 아닐까(돌이켜보면 이명박을 지지한다고 해서 이빠라는 프레임을 사용하는 곳도 없다. 이씨가 오씨였다고 상상하면 닭살이 돋는다)며칠 전, 서민 교수가 << 문빠는 미쳤다 >> 라는 글을 올리자 논란이 이빠만빠 퍼졌다. 친애하는 이웃이자 그에게 책 선물도 잔뜩 받은 나로서는 유감이다. 그는 문빠라는 프레임을 사용해서 문빠와 박빠를 동일선상에서 취급하지만 문빠와 박빠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은 박근혜를 숭배해야 되는 대상으로 인식하지만,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은 문재인을 수평적 관계로 인식한다.

전자는 노예의 복종이고 후자는 친구의 우정에 가깝다. 그렇기에 문빠와 박빠를 동일한 서정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는 중국 경호원에게 맞은 한국인 기자 폭행 사건을 < 고슴도치 내 새끼 - 프레임 > 을 앞세워서 문빠를 비난하지만 그가 한국인이라고 무조건 내리 사랑을 강요하는 것은 포데기 신파요,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부두 구닥다리 서사'다. 나는 가족주의보다는 아나키즘에 가까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 기자가 내 새끼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이 사건에 대하여 열불을 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무엇보다도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언론이 보여줬던 냉정한 태도를 생각하면 오히려 천불이 난다. 설령, 한국 기자가 중국인에게 맞았다고 해서 열불이 난다고 해도 천불 앞에서는 꺼진 불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에 대해 많은 이가 냉소적인 이유이다. 서민 교수는 글에서 : " 내가 놀란 것은 조교수 말에 동조하는 문빠들이 무지하게 많았다는 점이다. " 가이드라인은 왜 넘었대요 ? " " 기자가 어떤 행동을 했기에 뚜까 맞았을까 ? " 같은 댓글처럼 " 이라며 문빠를 비난하지만 정작 내가 놀란 것은 그가 정신병의 증세로 인용한 댓글이 내 눈에는 매우 합리적인 의문 제기처럼 보였다는 데 있다. 네 가지 질문을 던져 보자.

① 어떤 결과에 대해서 그 이유와 원인을 묻는 것이 과연 정신병적 증후일까 ?    ② 오히려 결과만을 내놓고 이유와 원인을 설명하지 않는 기사'가 이상한 것이 아닐까 ?    ③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청와대 기자간담회 때 정부 쪽에서 주는 시나리오 외에는 그 어떤 질문도 하지 못한 채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질문 없는 뉴스 생산자와 이것저것 많은 질문을 던지는 뉴스 소비자 중에서 누가 더 병적일까 ? ④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와 질문을 많이 하는 사회 중 어느 쪽이 더 건강할까 ?

서민 교수가 열거한 두 개의 댓글(러)은 지금 기자에게 WHY와 HOW를 묻고 있는 것이다. 기사 작성에 있어서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는 기본 조건(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을 묻는 것은 뉴스 소비자로서 합리적 의문 제기이다.  이제 뉴스 소비자는 기자들이 글을 쓰면 무조건 믿고 따르던 순둥이들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헤게모니를 장악한 부류가 뉴스 소비자가 아니라 뉴스 생산자'였지만 이제는 이 권력이 시민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정보 접근성, 팩트 파인딩과 체크 따위는 언론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었지만 이제는 뉴스 소비자인 시민 사회에서도 그것을 쉽게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중국 : 문재인과 유타오

 베트남 : 오바마와 쌀국수 

 

오바마가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서민 식당에 들어가 쌀국수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뉴스로 내보내며 대국의 소탈한 쌀국수 외교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한국 언론은 동일한 배경과 목적을 가진 문재인의 유타오 외교에 대해서는 혼밥 프레임으로 광탈하는 이중 잣대는 한국 언론의 운동장이 얼마나 많이 기울어졌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식의 팩트 체크는 나 같은 무지랭이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수작이 되었다. 


 

 

최근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중국방문을 다룬 언론보도가 공정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70%에 가까운 응답자가 불공정했다고 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서민 교수는 한국 기자 폭행 사건에 대한 네티즌의 신경질적 반응을 단순히 돼먹지 못한 문빠 탓으로 돌리지 말고 불공정한 언론 환경에 따른 대중의 불신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명박근혜 9년을 지내면서 시민들은 언론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팩트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으니 언론에 대해 냉소적인 것은 당연하다. 그것을 두고 당신은 왜 맞고 쓰러진 기자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기괴한 강요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7-12-23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3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4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4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12-2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2017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이제는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프레임에 갖혀 있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는 모습속에서 희망을 보게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3 22:48   좋아요 1 | URL
프레임이라는 게 사실 전적으로 여의도 정치꾼들과 언론이 만드는 무기잖습니까.
그런데 기레기라는 프레임은 그들이 아닌 시민 사회가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권력의 이동 현상이죠. 기레기 프레임이...
기레기라는 것은 사실 기득권 편집실이나 여의도 전략본부실 따위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정확히 말하자면 길거리 집회에서 만들어진 프레임이기에
이게 매우 강고하도고 느껴집니다.시대가 전환되어
이제는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2017-12-24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줍은 문빠입니다. 이 글 바로 전에 올리셨던 글의.... 몇몇 문단 몇몇 구절에 깊이 동감합니다.
저 역시 서민 교수님 좋아하는데, 형국이 계속 이렇게 험난해지고 있어 참 안타깝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3 22:49   좋아요 0 | URL
저도 서민 교수님 팬입니다. 그가 이명박근혜 정권 때 용기 있게 쏟아냈던 지식인은 그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번은 좀 과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저는 여전히 서민 님 지지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