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는 악인도 영웅도 없다  :



 



기생충과 영웅



 


                                                                                                                                                                                              변 사또 없는 춘향뎐'은 최순실 없는 박근혜뎐이다. 춘향전을 이끄는 주요 서사는 이몽룡과 춘향이의 러브라인이지만 꿀잼은 변 사또의 악행이다. 신파는 " 시련 " 을 종잣돈 삼아 이야기를 전개하는 장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이몽룡 없는 춘향전보다 재미없는 것은 변 사또 없는 춘향전이 아닐까 ?   

마찬가지로 조커 없는 배트맨은 상상하기 힘들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악인은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든다. 반대로 피카레스크 소설은 조연인 악인은 주인공을 더욱 악랄한 악인으로 만든다.  << 배트맨 >> 은 영웅이다. 그는 평창 롱패딩보다 비싸고 아르마니 수트보다도 비싼 블랙 수트를 입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악당을 물리친다. 간지난다. 하층민을 대표하는 조커가 보기에 다국적기업 오너인 배트맨은 영웅 놀이에 빠진 인물처럼 보인다. 그것은 정의 실현이라기보다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  조커는 배트맨 앞에 나타나기로 결심한다. 형씨, 맞짱 한 번 뜹시다아.                  

이 지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배트맨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배트맨이 있기에 악당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배트맨이 고담 시티의 입주민이 아니었다면 조커는 고담 시티로 향하지 않았을 것이다.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브루스 웨인의 " 익스트림 스포츠 " 를 멈춰야 한다(부잣집 도련님이야 정의 실현이라고 말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돈 지랄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작년에 왔던 조커, 죽지도 않고 또 온다. 얼씨구씨구. 니미, 조또. 잘 돌아간다.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천국에는 악인이 없다. 이 명제를 바탕으로 또 다른 명제를 도출하자면, 천국에는 영웅도 없다.

악인과 영웅은 떼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 같은 사이다. 그들은 쌍생아이며 도플갱어'이다. 그렇다면 강박적일 정도로 영웅을 호명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어떤 사회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 슈퍼 히어로 " 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제도와 법만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해결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때 우리는 초월자의 재림을 갈망한다. 한국 사회가 " 스타일리시 " 하지 못하다는 증거는 이 사회가 영웅을 과다하게 갈망하고 소비한다는 데 있다.  한때 황우석은 나라를 구할 영웅처럼 떠받들어졌지만 지금은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폭로되었고,

난세를 구할 영웅으로 새롭게 부각되었던 안철수는....... 내가 mb 아밥탑니까, 갑철숩니까 _ 라는 그 한마디에 몰락하고 말았다. 안철수는 미담으로 만들어진 영웅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캐릭터이다. 건강한 사회는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덴만의 영웅이라는 프레임으로 소비되는 이국종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영웅이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성실히 일하는, 한 명의 외과 교수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비판하면 안 되는 성역으로 접근하고 있다.  왜 ?  영웅은 순결해야 하니까 !  나는 이국종 교수가 브리핑에서 :


배에서 한국 사람에게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엄청난 합병증을 초래하고 예후를 나쁘게 할 수 있는 기생충이 나왔다. 지금 보면 터진 장을 뚫고 변 내용물과 함께 회충 등, 기생충들이 장을 뚫고 나오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진심으로 빡쳤다.  이국종은 의술이 아닌 언술을 활용해서 북한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은유로써 기생충을 활용한다. 이제는 기생충마저 국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북한을 " 기생충 제국 " 으로 만들었다. 변호인이 의뢰인과의 변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정보를 누설하면 안 되듯이,  굳이 의료법 19조를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면서 얻게 되는 의료 정보를 누설하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그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귀순 병사가 b형 간염이라는 사실도 폭로한다)그것은 인권의 문제이며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입장을 바꿔서 한국인이 미국 여행 도중 총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 병원 의사가 미국 사람에게서는 볼 수 없는 기생충이 한국인 환자 몸속에 드글드글하다고 말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  이국종은 변명이랍시고 국민의 알 권리 운운하던데, 나는 그 병사의 생사가 궁금할 뿐이지 그 병사 몸에서 기생충이 장을 뚫고 나오는 장면이 궁금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의사로서 성실한 직업인일 수는 있겠으나 인권 감수성은 둔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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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대기 ㅣ 다음은 홍석천이 이국종을 지지하면서 한 말이다 : 홍석천은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한 사람은 죽어가는 사람 목숨을 구하려 본인의 능력을 최대치로 애쓰는 사람이고 한 사람은 그런 소중한 사람의 의지에 여러 가지 이유로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라며 “타이밍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고 느끼는데 아직도 환자 목숨 구하느라 잠도 못 자고 계실 분에게 힘 빠지게 하는 소리는 나중에 하셔도 될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국종 교수를 향해 “한 번 뵌 적도 없지만 응원한다"라며 “혹시라도 제가 위급한 경우가 생기면 교수님이 수술해주시길. 제 몸속 상태가 어떤지 기자들이 끊임없이 물어오면 다 브리핑하셔도 된다. 제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그저 눈떴을 때 감사하다고 뜨거운 눈물 함께 흘려달라"라고 응원했다.


" 제 몸속 상태가 어떤지 기자들이 끊임없이 물어오면 다 브리핑해도 된다 _ 는 홍석천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끝내겠다.


“에이즈 감염자인 배리 맥기어리를 치료하던 의사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배리가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여러 의사들에게 발설했고, 그 이유로 배리는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 당했다. 이에 배리는 발설한 의사를 고발했으나 재판에서는 무죄. 결국 대법원 상고까지 가는 동안 배리의 신상과 얼굴은 완전히 공개되었다. 대법원 판결을 받기도 전에 배리는 비참하게 죽었다. 이 사건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은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그렇기까지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공공의 관심 때문에 무엇을 공개했다고 말하지 마시기 바란다. 우리는 그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것이 법의 정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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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3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7-11-2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무 생각없이 이 판을 보고 있다가, 의사 입장에서 환자 인권을 보호하는 건 환자를 살리는 거라는 말로 호도하는 거 보고 급실망했습니다. 그건 분변이나 기생충을 공개하는 게 저 환자를 살리게 위해 반드시 택해야 하는 방법이었을 때 말이 되는 변명일텐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3 09:46   좋아요 0 | URL
2차 브리핑이 더 웃기죠.

의사 입장에서 환자 인권을 보호하는 최선의 것은 환자를 살라는 게 결국은 인권이라는 논조였는데
이게 웃긴게

환자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사로서의 직무와 책임 의식이지
인권은 아니죠. 물타기 하는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에 분변이 있습니다..

이게 의사의 소견이란다. 장에 똥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장에 똥 없는 사람 손 들어보시길.
이걸 브리핑이라고 말하는 게 웃긴 거다.

수다맨 2017-11-2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국종보다도 저는 홍석천의 트윗글이 더 가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국종이야 철저한 계산적인 의도 하에서 저런 브리핑을 했다지만 홍석천은 (앞으로 걸릴지도 모를) 자기 병명에 대해서 의사가 마음껏 누설해도 좋다고 허락까지 했네요. 이 사람이야말로 제정신이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3 13:47   좋아요 0 | URL

글세말입니다. 생각없음의 결정판 같기도 합니다.
영웅에 대한 어떤 환상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