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는 팔렸습니다
그동안 글'을 써서 먹고살았다. 본사'에서 매입한 개인 블로그를 관리하는 일을 맡았는데, 내가 관리하는 블로그는 대략 7,80개 안팎이었다. 나는 주인이 떠난 빈집을 관리하며 주인인양 글을 올린다. 팔 할이 광고'다. 물론, 사람들이 광고란 사실을 모르게 광고를 한다. 타인을 속여야 한다는 죄책감은 먹고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밀린 지 오래였다. 나는 영혼 없이 글을 썼다. 광고성 리뷰만 올리는 것은 아니다. 이웃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소소한 일상을 담기도 한다. 그게 내 일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댓글 하나가 달렸다. " 죄송하지만, 이 블로그를 포스팅하시는 분은 누구이신가요 ? 이 블로그를 운영한 이는 내 친구였는데 한 달 전에 생활고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유령이 아니고서는 이 블로그에 포스팅이 올라올 수가 없죠. 아마도 생활고 때문에 블로그를 판 것 같군요. 좋은 친구였습니다. 당부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인을 모욕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입니다. "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대략 이런 글이었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러웠다1). 먹고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밀린 죄책감이 비로소 소금쟁이의 걸음처럼 내 뒤에서 스멀스멀 몰려왔다. 이 죄책감은 밀물이 들이닥치면 사그라드는 모래 탑처럼 내 자존감을 무너뜨렸다. 나에 대한 연민이 깊을수록 그 사람에 대한 연민도 깊어졌다. 블로그를 판 대가로 받은 돈 200만으로 그는 과연 몇 달을 버텼을까. 나는 그 길로 이 일을 그만두었다. 인과응보란 생각이 든다. 병원에서 망막 박리 후 시력 상실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실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치어스 ! 나의 불행 앞에서 건배를...... 몇 달 후, 나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블로그를 팔아야 했다. 가족들은 앞으로의 생계를 위해 안마 기술을 배우라고 했지만 나는 안마 기술 대신 첼로 악기를 배우기로 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누리고 싶은 사치'다. 블로그가 팔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쓰는 글이다. 혹여, 누군가 내 글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사과를 드린다. 이제 이 블로그는 팔렸습니다. 아듀 ■
1) " 페루애 " 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블로거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2013년 9월에 내가 소속된 본사에 팔렸다. 블로그를 매매할 경우, 예를 들어 완판(완전판매)일 경우에, 보통 130~180만 원에 거래되는데 이 블로그는 250에 거래되었다. 콘텐츠의 양과 질 그리고 유입 인구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던 모양이다. 유입 인구가 많을수록 매매가는 올라갔다. 당시 내가 관리하던 블로그가 평균 7,80개이다 보니 다양한 블로그의 색깔에 맞춰 일거리를 올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데 묶어 어제는 부산 맛집을, 오늘은 일산 맛집을 광고하는 식'이다. 페루애의 친구가 남긴 글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그가 남긴 글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때론 웃고 때론 울었다. 분석은 칼칼했고 감성은 부드러웠으며 문장은 단단했다. 나는 본사에 양해를 구한 다음 본사에 돈을 지불하고 이 블로그를 개인적으로 구입했다. 변명 같지만, 그의 재능이 안타까워서 나는 죽은 페루애를 다시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생각을 훔치고 문장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마치 << 태양은 가득히 >> 에서 그린리프를 흉내 내는 톰 리플리처럼. 나는 그의 유령 작가이자 분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