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영혼 - 경이로운 의식의 세계로 떠나는 희한한 탐험
사이 몽고메리 지음, 최로미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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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박근혜보다 문어


 

 

 


                                                                                                      그해, 나는 위대한 수작을 완수하기 위해서 날숨을 길게 내뱉은 후 들숨을 깊게 마셨다. 어찌나 깊게 들이마셨는지 들이마신 공기가 괄약근으로 빠져나갈 것만 같아서 순간 " 케겔 " 운동 요법으로 괄약근을 꽉 조여서 공기의 유실을 막아야 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계획도 아니었건만, 그때는 " 미션 임파서블 " 하지는 않지만 "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미션 파서블한 " 과제였다고 생각했다. 비디오 가게 문을 열고 공포영화만 모아둔 진열장 앞에 서서 공포 영화 비디오 세 개를 골랐다. 골랐다기보다는 진열된 순서대로 뽑았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해가 가기 전에 < 공포 영화 300편 보기 > 가 내가 세운 원대하고 위대한 수작이었다. 주중에는 일을 하느라 시간이 없으니 주로 주말에 몰아서 보았다. 남들은 찬란한 미래를 위해서 토익이다, 공무원 시험이다,

각종 자격증 공부 설계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어두컴컴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졸라 재미 없는 공포 비디오'를 5,6편씩 몰아서 본다는 것은 말 그대로 헬 _ 이었다. 그런데 지옥 같은 상황도 참고 견디자 나중에는 지옥이 뭐가 나빠 _ 라고 반문할 정도로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애정을 가지고 공포 영화를 보기 시작하자 < 몬스터 > 와 < 프릭스 > 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내 취향은 " 길고, 흐느적거리며, 꿈틀거리는 것 " 이었다. 아나콘다와 같은 거대 뱀이 등장하는 영화는 물론이고, 거대 지렁이나 거대 거머리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 앞에서도 넋을 놓고 보게 되었다.

남들이 그토록 형편없다고 욕을 했던 << 디워 >> 조차 내 눈에는 친근하게 다가왔다. 머, 머머머멋지다 이무기 ! 그중에서도 최고의 몬스터는 문어-괴물'이었다. 거대한 아나콘다 한 마리만 나와도 열광했던 나에게 아나콘다 여덟 마리(문어는 다리가 여덟 개다)가 한몸으로 구성된 문어-괴물은 슈퍼스타'였다. 그것은 마치 연기파 배우 여덟 명이 한 영화에 출연할 꼴이었다. 사랑하,      지 않을 수 없었다. " 올드 old " 한 외양과 " 오드 odd " 한 서정을 좋아했던 나는 넋을 놓고 보곤 했다. 심지어 인간과 문어가 싸우면 항상 문어를 응원하곤 했다. 옥토퍼스, 가시는 길에 영광 있으라 !

실제로도 문어는 매우 매력적인 생명체'다. 머릿속에는 위장이 달렸고, 발에는 생식기가 달렸으며, 피는 파랗고 심장은 무려 세 개나 된다. 그리고 멸치조차 뼈대 있는 가문이라며 으스대는 시대에 문어는 뼈 없는 동물이다. 멸치가 문어에게 족보 없는 놈이라고 조롱한다면 문어는 멸치에게 심장이 하나 밖에 없는 놈이라고 맞받아치면 된다. 또한 몸통보다 대갈통이 큰 대두이나, 압도적으로 큰 대두(大頭)에 비해 다리가 시원스럽게 쭉 뻗었으니..... 이런 등신은 해석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문어는 카멜레온처럼 변신이 가능하다. 문어는 변장술이 뛰어나서 시시때때로 얼굴을 바꾼다.

바위에 붙으면 바위 색으로 변하고 산호 옆에서는 산호처럼 보일 정도로 감쪽같다. 놀라운 것은 피부 색깔뿐만 아니라 피부 감촉이나 질감마저 변화시킨다. 또한 문어는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보다 지능이 높다. 만약에 당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을 향해 하는 짓이 사람과 똑같다 _ 며 칭찬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면, 문어가 사람보다 한수 위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처럼 문어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odd이다. 기네스 팰트로는 문어는 음식이 되기에는 너무 똑똑하다 _ 면서 문어 요리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생각해 보라. 너무 똑똑해서 하는 짓이 사람과 같은 짐승을 먹는다는 것을 말이다.

실제로 문어는 사람보다 뇌에 뉴런이 더 많다고 한다. 어쩌면 문어는 박근혜보다 더 많은 뉴런으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시름하는 짐승일지도 모른다. 나는 기네스 펠트로의 말을 지지한다. 문어는 음식이 되기에는 너무 똑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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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7-27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포영화.. 저는 공포영화를 보는거는 하나도 불편하지 않는데, 억울한 영화는 힘들어서 도저히 못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7 14: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공포영화가 불편하지는 않는데 오히려 고발 다큐를 볼 때가 더 불편한 적이 많습니다..

얄라알라 2017-07-27 0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제목보다 리뷰의 제목이 더 강렬합니다. ^^ 읽고나니 리뷰 제목의 뜻이 이해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7 14:53   좋아요 0 | URL
내기 걸면 이길 확률이 높으니 얄라 님도 문어에게 내기를 거십시오. 이 힘든 세월에 500원이 어디입니까.
제가 보기엔 박은 지능이 낮습니다.

2017-07-27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7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