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3일 안에 스팬서 존슨 만들기
자기계발서의 특징은 < 어려운 결심 > 을 < 쉬운 결행 > 으로 둔갑시킨다. 쉽게 말해서 <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 을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 로 선전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영어 공부에 투자하는, 하드(hard)한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은 " 아침에 일어나서 날마다 5분 영단어 외우기 " 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아이스크림 ! 아침에 남들보다 5분 일찍 일어나서 영단어 3개를 외우면 3년 후에는 창대하리라 _ 뭐, 이런 뉘앙스'다. 탱큐를 생유라고 하는 날이 올 겁니다.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면 모두 다 나폴레옹이 되어서 불가능은 없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다자이 오사무처럼 매사에 비관적이고 무기력하며 우울하셨다고요 ? 고개 숙인 남성이여 ! 여기, 이 책 한 번 읽어봐봐봐봐봐봐봐봐봐봐봐봐. 3일 안에 스펜서 존슨을 만들어 드립니다.
다자이 오사무를 스펜서 존슨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그것이 바로 자기계발서가 독자를 향해 호객 행위'하는 태도이다. 하지만 나처럼 " 인간 본성 불변론 " 을 사람에게는 하드를 아이스크림으로 둔갑시키는 자기계발서'가 엉터리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자기계발서 저자와 독자는 자기 < 계발 > 과 < 수신 > 을 동급으로 취급하는 우를 범한다(계발과 수신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자기계발서를 써서 돈을 번 사람을 본 적은 있으나 자기계발서를 읽고 성공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또한 자기계발서를 읽고 성공했다는 자기계발서 작가'를 본 적도 없다.
쉽게 말해서 : << 3백만 원으로 30억 모으기 >> 라는 베스트셀러를 써서 돈을 번 자기계발서 작가를 본 적은 있으나 << 삼백만 원으로 삼십억 모으기 >> 라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서 삼백만 원으로 삼십억을 모았다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또한 << 삼백만 원으로 삼십억 모으기 >> 를 읽고 나서 삼백만 원으로 삼십억을 모은 작가'가 << 삼백만 원으로 삼십억 모으기 >> 따위의 책을 쓴 적'도 보지 못했다. 즉, 자기계발서(를 써서)로 돈을 버는 작가는 있지만 자기계발서(를 읽고)로 돈을 버는 독자'는 없다는 말이다. 책에 날개가 달려서 잘 팔리고 있는 감성 힐링 서적도 마찬가지'다.
미담 사례를 긁어모은 책을 읽고 나서 힐링이 되었다고 간증하는 독자 오, 주여 ! 기적을 경험했나이다 에게 묻고 싶은 것은 치유의 마음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가 _ 이다. 힐링 서적을 읽고 힐링이 되는 순간이 지속가능한 것(시간)이 아니라 3초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치유가 아니라 오르가슴'이다. 오고가는 입말의 서두에 " 기분 나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 이라는 가정법으로 묻는 말은 거개가 기분 나쁘게 들리는 말'이다. 누가 나에게 자기계발서와 힐링서적 전체를 싸잡아서 비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고 해서 당신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내 섣부른 판단 오류를 수정할 생각은 별로 없다.
기분 나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한마디하자면 _ 으로 시작하는 말은 대부분 기분 나쁘게 들리는 한마디여서 굳이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자이 오사무를 스펜서 존슨으로 만들 수는 없다. 다자이 오사무는 다자이 오사무이고 스팬서 존슨은 스펜서 존슨이다.
덧대기 ㅣ 실패를 연속적으로 경험한 사람이 나중에 성공하게 되면 그 성공은 알찬 결실이 될 가능성이 많다. 수많은 실패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다. 반대로 연속적으로 성공만 하던 사람이 딱 한번 실패를 하게 되면 그 실패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질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성공의 연속은 그 사람을 자만심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지금의 실패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 단언컨대,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때에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야지, 하드를 녹여서 부드럽게 만들 수는 없다. 기다리지 마라, 어리석은 기대'이다. 하드를 상온에서 숙성시킨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이 되는 일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