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에게 한턱 쏘시게 :
마른 풀이 젖은 풀을 태운다
말라비틀어진 풀이 젖은 풀을 태운다, 내가 좋아하는 아프리카 속담이다. 이 말을 살짝 비틀면 잡풀이 숲을 태울 수 있다는 말이다.
기독교인이라면 이 속담을 꼬마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이긴, 그 유명한 길거리 쌈마이 혈투를 떠올렸을 것이고, 전라도 저잣거리 입말로 표현하자면 째깐한 고추가 아따아 ~ 맵소이잉 ! 세상사 돌아가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화(火)끈하다는 통나무 땔감이 보기에는 좋아도 그것을 태우기 위해서는 말라비틀어진 것 - 들의 희생을 전제로 해야 한다. 무섭게 타오르는 화력은 째깐한 불쏘시개(검불, 곁불)의 힘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통나무 땔감에게 농담삼아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뗄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은 째깐한 불쏘시개에게 한 턱 쏘시게 !
이건희가 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살린다며 " 천재론 " 을 경영 철학으로 내세웠을 때 나는 이건희 " 미친론 " 에 한 표 던졌다. 오히려10만 명의 노동자가 1명의 이건희를 먹여살렸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어떻게 불쏘시개 없이 통나무 땔감을 태울 것인가. 문제는 이건희가 말하는 천재론에 대중이 동조한다는 점이다. 한때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 1위와 가장 존경하는 경제인 1위가 박정희와 이건희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정희 신화의 종착역이 가막소 간 박근혜이고, 이건희 신화의 종착역이 가막소 간 이재용이라는 사실은 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논리가 개구라'란 것은 자식새끼들이 증명한 것이다.
때가 때이고 철이 철인지라 대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한 마디 남기련다. 현재의 대세는 문재인인 모양이다. 다자대결에서 44%라는 지지율은 강력한 화력인 셈인데, 이 화력에는 문재인이 애써 외면했던 성소수자라는 이름의 불쏘시개도 한몫했다는 사실을 그는 뼈아프게 깨달아야 한다. 동성애는 " 틀린 것 " 도 아니고 " 다른 것 " 도 아니다. 이성애와 동성애는 " 같은 것 " 이다. 문재인 지지자들이 문재인 후보를 옹호한답시고 성소수자 회원이 국회 회관에서 연설하는 문재인에게 항의한 일을 두고 " 문재인에게 추태를 부리는 동성애자 " 운운한다면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말이라는 무기에 화살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말의 무기는 부메랑, 단 하나뿐이다. 억울하게 죽은 자와 허공을 향해 던진 부메랑의 공통점은 언젠가는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