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서  받  지     못  한   자   :

 

 

 

X, 울어버린 !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거든. 흉터를 얻게된 사연은 결코 잊을 수 없지. 안 그런가?

 

- 모두 다 예쁜 말들 中

 

 

 

 


 

- 영화 << 로건, 2017 >>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최고 걸작은 무엇일까 _ 라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망설이게 된다. << 용서받지 못한 자, 1993 >> 냐, << 밀리언 달러 베이비, 2004 >> 냐 ?   그것이 문제'다. 중국집에서 짜장을 시킬 것인가, 짬뽕을 시킬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선택하는 순간에 나는 후회하게 되리라.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한 SF 영화 << 로건, 2017 >> 에서 늙고 병든 울버린(로건은 울버린의 이름이다)을 보자마자

영화 << 용서받지 못한 자 >> 에서 용서 받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던 늙은 총잡이 머니(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떠올랐다.  영화 << 로건 >> 에서 " 스트롱맨(STRONGMAN) " 를 기대했던 관객은  서걱거리는  " 스트로맨(STRAWMAN) "  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그는 더 이상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노후 걱정을 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콜 리무진 운전자'이다.  힐링 팩터 능력을 상실한 울버린의 몸은 온통 흉터투성이다. 그는 흉터를 통해서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죄악을 읽는다. 이 모습은 영화 << 용서받지 못한 자 >> 에서 은퇴한 무법자 월리엄 머니(클린트 이스트우드)을 떠올리게 한다. 그 또한 용서를 받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다.

이제는 캔사스 촌구석에서 촌부가 되어 어린 자식과 함께 돼지를 키우며 조용히 살고 있으니,  로건과 머니는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채 조용히 숨어 산다는 점에서 서로 겹친다.  사람들은 종종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는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나지만 로건과 머니는 자신이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꿈을 꾸다 잠에서 깨어난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장르에서 과거를 배경으로 한 서부 장르를 떠올리는 것은 과장된 해석 혹은 과시적 허풍이 아니다.  << 스타워즈, 1977 >> 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우주로 옮겨진 미국의 기원이자 서부 개척사에 가깝다. 먼 미래는 알고 보면  멀지 않는 미국 건국 신화에 대한 자격지심이다.

영화 << 로건 >> 에서 찰스 자비에 교수와 어린 로라는 티븨에서 상영하는 서부 영화 << 셰인 >> 을 넋 놓고 감상한다.  찰스 자비에 교수는 오래 전 서부 영화를 보며 " 이상화된 과거 " 를 그리워한다. 암, 그때가 좋았지.              그것은 알츠하이머에 걸려 초능력을 통제할 수 없게 된 찰스 자비에 교수의 신세한탄에 가깝지만 따지고 보면 그러한 속성은 웨스턴 장르의 특징이기도 하다. 웨스턴 장르는 주로 외부 적과 싸워야 하는 마을 공동체/가족 공동체 내의 갈등과 봉합을 다룬다는 점에서 < 엑스맨 > 시리즈 또한 뮤턴트라는 공동체 내의 갈등과 봉합을 다룬다는 장르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엑스맨 시리즈는 외형은 SF이지만 본질은 웨스턴에 가깝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노골적으로 서부극에 대한 오마주를 투사하는데,  영화 << 셰인 >> 속 대사는 고스란히 어린 로라의 입을 통해 대미를 장식한다. 또한 서부 영화 장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역마차라는 영화 소품은 울버린이 운전하는 크라이슬러 300C 리무진 웨딩카로 업그레이드된다. 그 옛날,                  가족 공동체를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기 위해 포장 마차를 몰던 영웅은 미래의 서부극에서는 차를 몰고 총 대신 클로(손가락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금속 칼날)라는 가공할 만한 금속 갈퀴'로 총싸움 대신 칼싸움을 한다.

 

웨스턴 영화 속 영웅은 공동체의 해체를 막고 봉합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듯이 로건은 멸종 위기에 처한 뮤턴트(차세대 돌연변이 공동체)를 적으로부터 지켜낸 후 그들 곁을 떠난다. 그들을 지키되 공동체와 함께 할 수 없다는 룰은 웨스턴 속 영웅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마지막 장면은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상남자 울버린 때문에 울어버린 영화'다.  결투의 세계, 총잡이에게 있어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 뒤 > 이지만 공교롭게도 서부극은 앞모습으로 시작해서 풍요로운 뒷모습으로 끝나는 장르이다. 눈물이 아,        앞을 가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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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3-17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보는 내내 그 고독함과 쓸쓸함과 슬픔에 잠겨 있었어요

안녕 로건..
안녕 찰스 자비에..

곰곰생각하는발 2017-03-17 09:37   좋아요 1 | URL
고독이 몸부림친다는 표현이 딱인듯...
약간 한국 영화 같지 않습니까.. 서사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시아 영화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살짝 패밀리뽕도 과하게 설정된 것 같기도 하고..

samadhi(眞我) 2017-03-1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영어까지 영역을 넓혀 언어유희 하는 우리 곰발님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3-26 18:19   좋아요 0 | URL
어라, 이 댓글도 놓쳤군요.뒤늦게 답글답니다. 아님파인탱큐앤드유 ?

samadhi(眞我) 2017-03-26 21:55   좋아요 0 | URL
노땡큐. 영어로 묻는 어떤 말에도 노땡큐로 일관하는 우리 남편에게 배워서 써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