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카 콜 라 내 사 랑 :
끈적끈적한 것보단
미끈미끈한 것이 낫다
결핍은 욕망을 낳기에 절식은 포식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야기한다. 내가 연애에 실패했을 때, 이별 후에 오는 것은 슬픔, 상실, 후회 따위가 아니라 공교롭게도 코카콜라'였다. 하루 평균 뚜껑 달린 코카콜라를 일곱 개나 마셨다. 심지어는 1.5리터 대용량 코카콜라를 3병이나 마신 적도 있었다. 코카콜라 탄산 알갱이는 입 속으로 들어오면 느닷없이 피라냐로 변해서 내 혓바닥을 가차없이 물어뜯었다. 이 알싸한 고통은 이성복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 소금밭을 종종걸음 치는 갈매기 발 " 처럼 따가웠다. 이 고통은 독한 말을 쏟아냈던 입, 게걸스럽게 음식을 탐했던 입, 바람이 전했던 흉흉한 소문을 덧대어서 다른 이에게 즐겁게 속삭이던 입'에 대한 자기 징벌에 가까웠다(고 설레발을 쳐본다). 나는 구순기 고착형 인간'이었다. ( http://blog.aladin.co.kr/myperu/6965540 )
- < 아, 말이 없는 것들 > 중
연애에 실패했을 때, 나는 참담한 기분이었다. 실패한 연애를 생각하면 속이 답답했다. 가슴이라도 뻥 뚫렸으면 ! 편의점에 들려 코카콜라를 사서 벌컥, 숨도 쉬지 않고 들이켜기를 반복했다.
남들은 실연 후에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는 데 나에게는 실연 후에 코카콜라가 내게로 다가왔다. 답답한 마음에 마시기 시작했던 코카콜라는 어느덧 중독 수준이 되어서 하루에 평균 7개의 코카콜라를 마셨다. 눈을 뜨면 담배부터 찾는 골초처럼, 나는 눈을 뜨면 코카콜라부터 찾았다. 속초의 달방에서 살았을 때는 기록적인 폭설로 눈이 무릎 위까지 쌓여서 교통이 마비된 날이 있었는데 오로지 코카콜라를 마셔야 한다는 마음으로 새벽 4시에 편의점으로 기어간 적이 있다. 쌓인 눈을 뚫고 가느라 30분이나 걸렸다. 그 시절, 코카콜라는 나의 구세주였고, 나의 롤리타였으며, 나의 히로뽕이었고, 검은 우유 주사였다.
그렇게 3년을 버텼다. 몸의 변화는 비단 체중 증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 혈압이 130이었는데 180까지 올랐다. 이 혈압은 내려오지 않았다. 나는 늘 두통과 눈의 피로를 호소했고, 과음 후에는 종종 혈변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병원에서는 혈압 약을 권유했지만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혈압약을 한 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복용해야 된다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혈압과 관련된 의학 서적과 잡다한 상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는 즐거움이니까. < 코카콜라의 진실 > 과 < 슈거 블루스 > 라는 책도 그 시절에 읽었다(코카콜라를 다룬 책은 의외로 많다).
혈압이 오른다는 것은 혈관 내 압력이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사를 놓을 때 주사기의 피스톤에 가해지는 힘이 혈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즉, 고혈압이란 주사기의 피스톤에 가해지는 힘이 정상일 때보다 높을 때를 의미한다. 피스톤에 가해지는 힘에 영향을 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주사바늘의 구멍 크기와 주사기의 담겨진 액체의 농도'다. 바늘구멍이 작을수록, 그리고 액체 농도가 진할수록 피스톤에 가해지는 힘은 커진다. 그러니까 내 혈압이 3년 만에 130에서 180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혈관 구멍이 작아지고 피의 농도가 탁하다는 것을 뜻했다. 종합하면 내 혈압을 올린 주범은 코카콜라였다(고 나는 추측했다). 코카콜라에는 엄청난 당을 품고 있다.
그 당이 몸으로 들어오자 혈당(혈당이란 말 그대로 혈액 속 당'을 뜻한다)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당(糖 : 엿 당) 이 달달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혈당이 높다는 것은 곧 당의 유입으로 인해 피가 엿처럼 끈적거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주사기의 피스톤에 가해지는 힘은 증가할 수밖에. 당 섭취를 줄이는 것이 혈압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을 것인가 ? 내가 선정한 기준은 간단했다. 끈적거리는 음식 재료는 거의 대부분 당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재료다. 밥, 감자, 고구마, 밀가루, 콜라, 주스 따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일이 최적의 음식만을 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나는 1일1식을 하기로 결심했다. 평상시 음식 섭취량의 1/3만 섭취하는 것이다. 이 식단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칼로리 계산이나 먹으면 안 될 음식 따위를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무엇을 먹던 평상시 섭취량의 1/3이니 굳이 음식 종류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코카콜라였다. 코카콜라는 1식을 실행한 이후 마시지 않았다. 눈에 띄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 제목은 < 일주일에 7번 이상 콜라·주스 마시면 고혈압 10배 이상 증가 > 이다. 내 계산이 맞았다. 내 혈압 상승의 주범은 코카콜라였다.
2년(정확히는 1년 9개월이다) 가까이 1일1식을 지속적으로 실행한 결과 혈압은 현재 120를 유지하고 있다. 10kg의 체중 감량은 덤이었다. 혈압약에 의지하지 않고도 혈압을 정상으로 낮춘 것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탄산음료나 생과일쥬스가 건강을 해친다. 혈압으로 고생하는 이가 있다면 탄산음료만큼은 멀리하시길 바란다. 설탕은 코카인보다 위험하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도 핵심도 알고 보면 지방 섭취보다는 당 섭취량을 줄이는 것에 방점이 찍힌 식단이다. 이 글의 핵심을 20자 이내로 줄이자면 다음과 같다. " 끈적끈적한 것보단 미끈미끈한 것이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