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우정


에둘러 말하지 않고 서둘러 말하자면 : 구차달은 밤꽃 냄새 작렬하는 나의 오래 전 댓글이 유감이었던 모양이다. 그가 보기에 내 말투는 징도 아니면서 징징거리는 것 같고, 꽹과리도 아니면서 깽깽거리는 것 같고, 못도 아니면서 좆도 거슬렸던 것이다. 오랜만에 나타나서 이웃들에게 " 싸 ~ 나이 " 로써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처럼 이놈의 집구석에 질서를 부여하리라. 그는 꼬리를 바짝 세우고 다가왔다. 포부도 좆도 당당하시지, 뒷짐 진 모습에 팔자 걸음이라.
그는 나에게 다가와 섬마을 교장 선생이 갓 부임한 사회 초년생 평교사를 나무라듯이 저래라이래라 한다. 그가 저래라이래라, 라고 한다고 해서 내가 미안하다며 절하며 일하는 놈도 아니어서 대응을 하지는 않았지만 계룡산 뜬구름 위에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꼴이 우스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짠한 구석은 있었다. 한수철(http://blog.aladin.co.kr/myperu/8703832) 님과의 뜨거운 동지애를 보여주시려는 모양이구나. 구차한 달인지 구차달인지 훌륭한 이웃이 있으니 한수 가르칠 한수철이라는 인간이 부럽기도 했다. 우리 수철이도 꼭 지옥에서 보낸 한철은 아니겠구나 _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내 이웃들을 보니 답답한 거라. < 좋아요 > 를 누를 줄만 알았지 이런 용기로 적진에 뛰어들어 칼을 휘두를 줄 아는 용감한 전사가 있었던가. 이런 순둥이들. 허허.
한수철과 구차달의 진짜 우정 앞에서 나는 무릎을 꿇고 뻐꾸기처럼 울었다. 그런데 인생사는 " 돌발 " 이라는 이상한 변수가 존재해서 재미있는 법이다. 에르고숨 님이 나타나서 그가 한수철의 뒤따마'를 까며 흉을 보던 추억의 편린을 넌지시 암시한 것이다. 도둑이 제 발 저렸던 탓일까 ? 그는 자진해서 자신이 한수철에게 존나 뒤따마를 깠던 일화를 공개한 것이다. 앞으로 저 자(한수철)와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또한 한수철 님'이라 쓰지 않고 한수철이라고 존칭을 삭제한 것은 자신의 굳은 의지 표명이라는 단단하며 딱딱한 마음도 보여주었다. 으리으리한 의리로 포장했으나 사실은 호리호리한 쭉정이였다. 속이...... 비었네 ? 의리, 우정 ?! 알고 보니 시밤바 같은 소리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한수철 일병 구하기에 나선 제프리 존나 상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프리 존나 상사는 그를 하찮게 여겼던 것이다. 이런, 이런, 이러한 반전이 있을 줄이야. 사실, 나는 그의 당당한 뒤따마 고백에 어리둥절했다. 뭐지 ??! 이따위 뒤따마로는 불알후드의 뜨거운 우정에 금이 가지는 않는다는 것일까 ? 하지만 금이 가면 토요일이 오는 법이요, 토가 쏠리도록 마시다 보면 일요일의 달콤한 휴식이 찾아오는 법. 재미있는 사실은 그토록 당당했던 그가 몰래 들어와 자신이 쏜 화살(댓글)을 수거하고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자삭을 요구했던 그가 오히려 나에게 자삭을 요구한 자기 댓글을 지우고 사라진 것이다.
아아. 부끄러웠던 것일까 ? 아마도 구차달에게 에르고숨 님의 댓글 등장은 밤을 제거하려다가 만난 쐐기이리라. 결국 그는 쐐기에게 팔뚝을 물린 꼴이 아닐까 싶다. 구차달의 두 번째 댓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태연한 척하지만 그는 소녀시대의 태연은 아니지 않은가. 노래라도 불러보시지, 흥 ! 연기는 금방 난로가 났다. 아니, 탄로가 났다. 자신은 싸 ~ 나이답게 뭐 이런 게 대수냐며 댓글을 달았지만 쐐기에게 물린 자리가 화끈거리는 거라. " 이런 대화는 우리끼리.... " 라던지 " 방명록에 글을 남기시던지 문자를 주시던지... " 라고 말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피식, 웃음이 났다. 월남에서 딱총 쏘던 실베스타 스탤론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는 꼬리 내린 우디 알렌이 있는 것이뇨. 액션을 찍을 것 같던 기세는 어디로 가고 블랙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글이 같잖은 이유는 나이 가지고 서열을 정하려는 한국 남자 특유의 나이-이즘'에 있다. 구차달이 한수철에게 삐친 것도 어린 놈이 자신에게 형님 대접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지 않은가 ? 이래저래 대접이 문제인 것이다. 대체 나이가 뭐래. 김영란법도 알고 보면 한국 특유의 대접 문화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다. 윗사람이나 아랫사람 할 것 없이 바득바득 대접을 받아야 속이 시원한 사회인 것이다. 대접만 받다 보면 간장 종지라는 대접 가지고도 갑질을 하는 법이다. 어린 자식에게 나이 대접을 받으려는 속내도 간장 종지 하나 가지고 지랄을 하셨던 그분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온라인이라는 이 허허벌판인 곳에서도 손윗사람인가 아랫사람인가를 놓고 저 인간을 상대를 하네 마네, 라며 투정을 부리는 것을 보면 한심할 뿐이다. 내가 이 블로그를 통해서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치졸한 인간이 싸울 때 나이 따지는 사람이다. " 너 몇 살이니 ? " 그러지 마시라. 싸울 때는 그냥 나이 따지지 말고 싸우시라. 싸울 때마저 나이 서열 따지며 눈치를 본다는 것은 얼마나 답답한 현실입니까, 형님.
덧대기
" 모두가 공감하지는 않더라도 다수가 공감할 만한 ㅡ " 이 표현 앞에서 빵도 아니면서 빵 터졌다. 마치 술은 마셨으나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처럼 들린다. 문학적 표현인가 아니면 역설이 주는 쾌락을 노린 치밀한 작법일까 ? 모두가 공감하지는 않더라도 다수가 공감할 만한 구석이 있다면 같은 이유로 내 글은 다수가 공감하지는 않더라도 모두가 공감할 만한 구석이 있는 것은 아닐까. 끝으로 노래 한 곡 보낸다. " 미안해 ~ 내 ~ 친구야. 다들 아시죠. 신나는 댄스곡입니다. 에브리바디 재팬 나가사키 오호츠크 시밤바에게 바칩니다. 레츠고 ! 홍경민 부릅니다. 흔들린 우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