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 면 뱉 고 달 면 삼 킨 다 :
달콤한 채식주의자
비만 인구가 늘어나자 미국은 1980년에 << 다이어트 식단 >> 을 내놓는다. 육식 대신 채식을 권하면서 곡물 섭취를 권장했다. 햄버거나 코카콜라 같은 패스트 푸드의 양은 줄이고 대신 채식과 과일 주스 따위는 늘린 것이다. " 위대한 국민 여러분, 지구가 늘어난 체중으로 인하여 가라앉을 지경입니다 ! 지구를 떠받드는 헤라클레스가 뭔 죄입니까. 그 양반이 불쌍하지도 않우 ? "
지방이 자신의 몸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던 사람들은 미국 보건 당국이 내놓은 다이어트 식단을 따르기 시작한다. 정석대로라면 비만 인구가 줄어야 정상이지만 << 다이어트 식단 >> 이 발표된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문제는 다이어트 식단이 알고 보니 살찌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내가 늘 궁금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스님들의 후덕한 모습이었다. 채식이 다이어트 식단이라면 채식과 소식을 실천하는 스님이야말로 가벼운 몸무게의 소유자여야 하는데 실상은 오히려 정반대였던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 육식이 비만을 초래한다면 채식도 비만을 초래하는 것이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정의도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패스트푸드란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지는 음식으로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어서 빠른 시간 안에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햄버거, 치킨, 피자'이다. 그런데 패스트푸드에 대한 정의는 슬로우푸드이자 웰빙 음식으로 소개되는 한식 요리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직장인을 상대로 한 중심가 식당(한식을 파는)은 테이블 회전율이 4회가 되어야 남는 장사가 된다고 한다. 점심 시간이 1시간이다 보니 도심 직장인은 15분 안에 식사를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불란서풍으로 식사 후 커피 마신면서 일광욕을 즐겼다가는 식당 주인에게 따귀를 맞을 공산이 크다.
말이 좋아 평균 15분이지 테이블을 정리하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세팅하는 시간을 빼면 직장인의 평균 식사 시간은 10분 내외'다. 그렇다면 식당에서 파는 모든 한식 메뉴는 패스트푸드'이다. 주문하자마자 음식이 나오고 음식이 나오자마자 후다닥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주범이라면 한식도 비만의 주범이 된다. 사실 과일 주스도 패스트푸드이다. 패스트푸드가 음식을 빨리 섭취할 수 있도록 재료를 부드럽게 만든다면 과일 주스는 패스트푸드의 왕'이다. 사과 한 개를 씹어 먹을 때는 수십 번의 턱 관절을 사용해야 하지만 과일 주스는 " 원샷 ! " 한 번이면 끝이다.
그런데 햄버거는 패스트푸드라는 이름으로 비만의 주범이 되지만 과일 주스는 오히려 웰빙 음식이 된다. 과일 주스는 정말 웰빙 음식일까 ? 미국 보건 당국이 1980년에 내놓은 다이어트 식단은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가운데 지방을 줄이고 탄수화물을 높이는 구성으로 된 식단표'다. 그 전과 비교하면 단백질은 보합, 지방은 하한가, 탄수화물은 상종가 곡선인 셈이다. 그런데 탄수화물을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 탄수화물 = 당+식이섬유 > 이다. 밥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나는 이유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당은 한자로 糖'인다. 뜻은 설탕'이라는 의미이다.
바로 그 사실이 미국이 1980년에 내놓은 다이어트 식단이 살을 찌게 만드는 식단'인 이유이다. 미국은 기름 대신 설탕을 선택한 것이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은 밥을 반 공기 덜어내는 것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지만 오히려 당 섭취율'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왜냐하면 덜어낸 밥 대신 저칼로리 음식인 감자, 고구마, 과일 따위를 더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밥, 감자, 고구마, 옥수수, 과일의 공통점은 당덩어리라는 점이다. 밥은 1/2로 줄었지만 오히려 감자, 고구마, 과일 섭취로 인하여 당은 다이어트 하기 전보다 2, 3, 4배 더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쌀, 감자, 고구마, 과일을 각설탕 개수로 나열해 볼까 ?
당신이 하루 동안 섭취한 음식을 나열해 보자. 밥 한 공기 = 각설탕 17개, 식빵 2조각 = 각설탕 9개, 국수 1인분 = 각설탕 10개, 콜라 1병 = 각설탕 16개, 과일소주 1병 = 각설탕 17개, 우동 한 그릇 = 각설탕 14개, 바나나 = 각설탕 4개, 감자 2개 = 각설탕 10개. 결론은 현대인은 설탕 덩어리'를 과도하게 먹고 있는 것이다. 비만의 주범은 육식이 아니라 채식인 셈이다. 이제는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달면 뱉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