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멜라니 로랑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우  리  말   나  들  이 :

 

 

점령어 울렁증



 

 
 

                                               

 

 

                                                                                               외국어(공부)를 제일 못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아닐까 ?  미국인은 굳이 외국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세계 어느 곳을 가나 영어는 통하니까. 오히려 외국인들이 영어를 하지 못해 안달이다. 역설적이지만 외국어를 잘하는 미국인은 드물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 바스터즈,2009 >> 라는 영화에서 이중첩자로 나오는 독일인 브리지트 본 하머스마크( 다이안 크루거 분 )는 작전을 함께 수행해야 할 미군 중위인 엘도 레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 당신네 미국인은 영어 말고 할 줄 아는 말이 없군요 ? "  외국어를 하나도 모르는 브래드 피트를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심지어 그는 모국어인 영어도 엉터리다. 그는 영어 억양이 이상할 뿐만 아니라 구사하는 영어 문장도 형편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신네 미국인은 영어 말고는 할 줄 아는 말이 하나도 없군요 _ 라는 말을 영어로 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미국인은 영어 말고 할 줄 아는 말이 없어도 불편한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외국어 하나 정도는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마저도 영어로 해야 되는 사실, 그것이 바로 알파벳의 힘이다. 이 영화는 살점이 튀기고 피가 난자한 폭력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언어가 갖는 권위에 대한 영화'다. 그 유명한 술집 장면을 떠올려 보자. 아치 히콕스 ( 마이클 파스빈더 분 )  일당이 이중첩자인 하머스마크와 접선을 하기 위해 독일군으로 위장을 한 채 지하 술집에 모이는데 공교롭게도 그 자리에서 진짜 독일 군인과 만난다. 마이클 파스빈더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시바, 니미 조또 ! 아니면 아, 재수 옴 붙었네. 둘 다 영어로 번역하자면 오 마이 갓'이다.

영어 말고는 할 줄 아는 말이 없는 미국인(파스빈더는 영국인으로 나오는데 그는 극중에서 전직 영화평론가다.)은 모국어를 숨기고 독일어로 독일 병사와 < 우리말 나들이 대결 > 을 펼친다. 아, 하세요. 아 !   오, 하세요. 오 !   여기서 발생되는 입말의 설전이 장관이다. 아치 히콕스는 최대한 영국식 억양을 숨기고 독일어에 가까운 원어민 발음에 신경을 쓰지만 뭔가 낌새를 차린 독일 군인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로버트 할리가 그 아무리 능청스럽게 부산 사투리로 한 뚝배기 하실래예 _ 라고 구수하게 내뱉는다고 해도 어색한 것과 어색한 것이니깐 말이다. 긴장, 긴장, 긴장의 연속. 간장을 녹이는 타란티노의 솜씨가 가히 끝장.

언어가 서로 달라서 오는 긴장감을 탁월하게 묘사한 영화는 존 스터지스 감독이 1963년에 연출한 << 대탈주, 1963 >> 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게슈타포가 독일인으로 위장한 탈주범을 심문하는 과정일 것이다. 아, 하세요. 아 !     오, 하세요. 오 !   독일어로 우리말나들이 심사에 통과하자 긴장했던 열국 출신 탈주범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모든 심문 절차가 끝난 것이다. 게슈타포가 웃으면서 영어로 작별 인사를 한다.  " 굿럭 ! "  그러자 방심한 영국 병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답한다. " 탱큐 ! "   그는 < 당케 > 라고 말해야 할 자리에 < 탱큐 > 라고 말하는 바람에 잡힌다.

<< 바스터즈 >> 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아치 히콕스 일행은 독일 군인의 구두 심사인 우리말 나들이를 무사히 통과하지만 비언어적 의사소통 행위 가운데 하나인 손짓에서 그만 발각되고 만다. 파스빈더는 손가락으로 셋을 뜻하는 손짓이 독일식과 영국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 바람에 신분이 탄로가 나고 만다. 아따, 그 손가락은 독일식이 아니여. 이런 언어적 차이는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영화평론가들이 하나같이 이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은 미스테리'다. 이 영화의 시작도 모국어가 서로 다른, 그래서 의사소통에 따른 불이익을 다룬 장면으로 시작한다.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  프랑스 내에 유태인을 착출하는 임무를 가진 유태인 사냥꾼인 한스 란다 대령( 크리스토프 발츠 분 )은 어느 프랑스 농가를 수색하게 된다. 독일인인 그는 프랑스어로 프랑스 농부에게 집안을 수색하겠다며 말을 걸지만 프랑스어라는 외국어의 한계를 느끼고 영어로 대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트릭이었다. 그는 독일어는 물론이고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영어로 프랑스 농부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유대인이 숨은 곳을 말하라고 협박한다.  숨어 있던 유태인은 영어를 몰랐기에 농부의 배신 또한 알지 못한다.

이처럼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이익은 브레드 피트가 어설픈 이태리어로 독일군을 속이는 장면에서도 재현된다. 내가 씨네21 소속 영화평론가여서 20자평을 써야 한다면 이렇게 쓸 것이다. " 전쟁을 대비해 외국어 하나 정도는 배우자 ! " 라거나 " 외국어 못하면 피똥 싼다 ! " 정도가 되지 않을까.  내가 만약에 외국어 학원 원장이라면 예비 수강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서 이 영화를 틀어주면서 외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다. 보셨죠, 글로벌한 시대에 외국어 모르면 좆돼는 겁니다.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에서 제국의 언어는 항상 식민지의 언어보다 우위를 점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다.

영어는 한국어보다 우위에 있다.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영어로 쏼라쏼라 하는 사람이 더 지식인답고 교양 있어 보이니깐 말이다. 하여튼 영화 << 바스터즈 >> 는 서로 다른 언어가 대응했을 때 오는 의사 전달의 실패를 다룬다. 그리고 또 하나, 점령군의 언어가 권력의 우위를 점한다. 마이클 파스빈더와 브래드 피트는 독일어 때문에 쩔쩔맨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사용하는 언어는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다르다는 점에서 그녀가 사용하는 언어는 점령군의 언어'다. 그녀의 말은 항상 우위를 점한다. 그 점은 그녀가 대한민국을 자신이 점령한 식민지로 인식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지금 우리가 모시고 있는 분은 제국의 공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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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2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이렇게도 해석되는 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4 09:39   좋아요 1 | URL
네에, 저는 두 언어의 대립으로 이 영화를 해석했습니다. 이 영화 보고 외국어 학원 하나 끊을 생각입니다. 에스파냐어가 땡기더군요...

겨울호랑이 2016-08-2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군대병과 배치받을 때 생각이 나네요.. 특전사 2순위가 외국어 전공 학과였어요.. 이유를 알고 보니 낙하산타고 멀리 날아가면 외국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던가..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ㅋ 곰곰생각하는발님 좋은 하루 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4 10:01   좋아요 1 | URL
ㅎㅎ 썰렁한 농담이군요... 전 짜꾸 겨호 님을 여성으로 이해해서 순간 여군 나왔나 했습니다..ㅎㅎㅎ
오늘도 날이 살인 날씨네요. 아침부터 이런 날씨라니...

겨울호랑이 2016-08-2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덥네요. 그래도 내일 비가 오면 더위도 가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님,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4 10:29   좋아요 1 | URL
네에, 겨울호랑이 님도 하루 빠리 겨울이 와 본격적인 활동을 하시기 바랍니다..

peepingtom 2016-08-2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놀했네요. 이 영화를 외국어영역으로 이해하시다니 ^^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4 10:30   좋아요 0 | URL
타란타노 보면 천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튼 이 양반은 저수지의 개들에서부터 시작해서
언어 유희의 끝장을 보여주는 감독입니다. 한동안 타란티노 영화에 실망했는데
이 영화가 다시 나를 애정으로 이끄네요..

고양이라디오 2016-08-2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해석 잘 읽었습니다ㅎㅎ 참고로 저는 제국어에 점령당하지 않았습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4 13:47   좋아요 0 | URL
다행입니다. 제국어에 점령당하는 순간 혀가 꼬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