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에 대한 잡소리 ( 스포일러 전무 )

대한민국에 유입된 20세기 히트 상품 中 하나는 " 프로(페셔널) 정신" 이다. < 프로 > 라는 상품이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물꼬를 든 계기는 < 한국 프로야구 > 의 출범이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실수를 하게 되면 해설자는 항상 똑같은 지적을 하고는 했다. 아, 프로답지 않은 플레입니다. 프로라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 이전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 아마(츄어) > 였다. 아마츄어 정신을 10자평으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 " 괜찮여어 ↗ (사람이니께 실수도 하고 그러는겨). "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세계가 바로 아마의 세계였고, 아마츄어 사회였다.
하지만 프로'가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정착되면서 아마추어 정신은 구시대 정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다. 프로 정신을 10자평으로 요약하자면 : "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 한때, 이 말은 " 실땅님1) " 이 드라마 속 백마 탄 왕자님으로 등장한 이후, 실땅님이 아랫것들에게 자주 내뱉은 대사'였다. 그때부터 한국인은 원하는 < 결과(실적) > 를 얻기 위해서는 인정사정없이 채찍으로 < 과정 > 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프로야구 한화 프로야구팀을 보고 있으면 프로 정신이 무엇인가를 엿볼 수 있다.
타 구단들이 10월 가을 야구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한화는 4월 봄'부터 << 나홀로 한국시리즈 >> 를 펼치고 있으니 봄부터 독수리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김성근의 근성은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매 경기 불펜 필승조가 투입된다. 결과는 ? 정말로 내일이 없는 팀이 되어버렸다. 그 어느 팀보다도 프로다운 근성으로 싸웠지만 결과는 리그 전체 꼴찌'다. 반면,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해서 오늘의 결과에만 집착하지 않고 내일을 위해 신인을 발굴하고 팀을 " 리빌딩 " 한 구단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오늘에 집착하고 않고 내일을 위해 신인을 발굴하고 팀을 재정비한 구단이 지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김성근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과정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펑고 신화는 허구다. << 곡성 >> 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들이 떠돈다. 폭군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미 전작들을 함께 한 배우와 스텝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소리이기도 했다. 깊은 산골짜기짜기짜기~ 골짜기에서도 크레인-샷'이 동원된 것을 보면 영화 노동자들에 겪었을 노동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 무거운 장비를 들고 산을 올랐을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나홍진은 < 완벽 > 에 집착하는 감독이다.
예술가라면 갖추어야 할 욕심이기는 하나 한국 영화판만큼 스탭의 노동 환경이 엉망인 곳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할 만한 일이다. 감독의 갑질이 보인다. 영화 << 곡성 >> 을 20세기폭스코리아가 투자 배급한 것을 두고 할리우드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나홍진은 << 곡성 >> 의 성공을 발판삼아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그는 할리우드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한국과 미국의 영화판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충무로처럼 감독과 스탭이 주종 관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할리우드 영화 스탭은 노동법에 의해 근로 환경이 정해지며 자체적으로 노조가 형성되어서 노동자 권익을 보호받는다. 어쩌면 나홍진이 영화 현장에서 갖는 장악력은 감독의 지휘력 때문이 아니라 권력의 횡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감독이라면 무조건 스탭들의 열정과 기술이 부족하다고 다그치기 전에 그들이 처한 노동 환경에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김성근 감독과 나홍진 감독이 겹쳐지는 대목이다.
1) 최지우는 항상 실장님을 실땅님으로 발음하고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