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주는 위로 


구별 짓기  : 

                             남자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 외로운 남자 > 와 < 고독한 남자 >. 이 둘을 감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외로운 남자는 외롭다고 말하지만 고독한 남자는 고독하다고 말하고 다니지 않는다. 전자는 자신의 결핍을 타인에게서 채우려고 하지만 후자는 타인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감내하려 든다. 그래서 외로운 남자가 내뱉은 넋두리는 징징거린다는 느낌이 들고 고독한 남자의 고통은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학 작가도 외자(외로운남자)와 고자(고독한남자)로 나눌 수 있다. 헤밍웨이가 고독한 남자에 속한다면, 피츠제랄드는 외로운 남자'에 속한다. 피츠제랄드는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수많은 여자 앞에서 징징거렸다.  나는야 외로와 못살겠어요 ~  앞니빨이 뽀개지도록 키스해 주세요 ~ 

반면, 헤밍웨이는 피츠제랄드와는 정반대 유형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피츠제랄드가 " 징징 " 거렸다면, 헤밍웨이는 " 웅웅 " 거렸다.  성향이 이토록 다르다 보니 서로 앙숙일 수밖에 !          다자이 오사무와 미시마 유키오도 이와 유사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세계는 외로움의 정서가 가득했고, 미시마 유키오는 고독한 정서가 작품 세계'를 지배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다자이 오사무야말로 << 찡찡이의 황태자 >> 였다.  외로와 못살겠다고,  애인이여 !  앞니빨이 뽀개지도록, 키스 미 데들리 ~   이처럼 다자이 오사무가 여자 치마 속에 숨어서 징징거리니 미시마 유키오가 그를 좋아할 리 없었다. 그는 외쳤다. " 수컷이여, 발기하라 ! "  내 문학적 취향은 고자 작품 쪽이었다. 고독한 정서가 지배하는 작품이 좋았다.

미시적 담론보다는 거시적 담론이 거창해서 좋았고,  고독한 정서가 주는 폐허를 사랑했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고독한 수컷을 동경했으면서 생래적으로 여자 앞에서 징징거렸던, 아니 찡찡거렸던 찌질한 수컷이었던 것 같다.  미시마 유키오를 동경하고,  냇가에서 가재나 잡기보다는 망망대해에서 참다랑어를 잡는 노인이 되고 싶었으나 타고난 성정이 여자 치마폭에서 뒹구는 걸 좋아했던거라.  날마다 마마보이가 되어서 술잔을 기울이며 외롭다고, 앞니빨이 뽀개지도록 키스해 달라고 칭얼거렸던 것 같다.  내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도 내가 다자이 오사무와 같은 외자 스타일이었다는 데 있는 것이다.




가짜가 주는 위로  :

                                     사람들은 < 진짜 > 를 " 진짜루 " 좋아한다.  판타지는 폄하되고 리얼리즘은 숭앙받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혼동하고 있는 것은 < 진실 > 과 < 진짜 > 가 항상 동일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물론 진짜가 진실일 확률은 높지만 진짜가 반드시 진실하지는 않다.  세계는 가짜로 이루어져 있다.  사회학자 어핑 고프먼이 지적했던 바,     사람들은 끊임없이 " 가짜 연기 " 를 한다.   어머, 혈색이 좋아졌네(좋아지기는 혈액암 판정 3기라고), 살 많이 빠진 거 같다(살 빠지기는,  살 쪘거등),  다음에 밥 한 끼 하자(그럴 일 없겠지만).......  

이처럼 사회적 의사 소통은 주로 가짜들로 이루어져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짜'가 위로를 준다는 것이다.  빈말이라도 예뻐졌다는 말에 반색을 하게 된다. 반대로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빈정이 상하기 일쑤다. " 어머, 너 병 걸렸니. 혈색이 느무 안 좋다. "  이 솔직한 돌직구에 당신은 화색(和色)이 돌기보다는 화색(火色)이 돌기 마련이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진짜는 고통을 주고 가짜는 기쁨을 준다. 바나나 우유에 바나나는 없다. 바나나 향을 내는 화학 감미료가 맛을 낼 뿐이다. 나는 가짜가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믿는다(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위로 정도는 주지 않을까 ?).  진짜는 당신에게 고통을 준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그것은 이 글이 깊이가 없는 가짜이기 때문이다. 

가짜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성비 좋은 싸구려'다 ■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peepingtom 2016-05-09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틀렸어요. 이 글은 진짜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9 20:5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진짜라 해 주시니 위로가 되네요.

마립간 2016-05-1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양극단을 밀어 부친) `플라톤-노자주의`와 `디오게네스-양주주의`에 탐닉하고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장자주의`를 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극단으로 밀어 부치는 이유는 `기존의 관점이나 시선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0 11:36   좋아요 1 | URL
장자주의... 음. 일리있는 지적이십니다. 현실은 꼭 나비의 꿈 같습니다. 꿈의 주체가 무엇인지...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가짜는 꿈의 무대를 현실화한 공간을 의미합니다..

yamoo 2016-05-11 23:39   좋아요 0 | URL
헐~ 플라톤-노자주의...라늬..

완전 금시초문인 조합입니다!

노자는 극단이 아닌데 말입니다. 양극단에 플라톤-노자주의 라니....이건 마립간 님께서 `노자`를 엄청나게 오해하고 계신듯..

마립간 2016-05-12 10:36   좋아요 0 | URL
yamoo 님, 노자가 극단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플라톤과 노자의 공통점을 추출하기 위해 조합입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6002708
관련된 페이퍼를 소개합니다.

yamoo 2016-05-12 10:3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근데, 플라톤과 노자의 공통점을 찾는다니, 매우 신선한 탐구 같습니다요~

마립간 2016-05-12 10:40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7054823

이 페이퍼가 더 적절하겠군요.

yamoo 2016-05-11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가짜가 주는 위안이란^^;; <우신예찬>에서도 가짜의 위력에 대해 나오지요. 대체로 `위안`에 방점이 찍힌다는 거..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2 09:19   좋아요 0 | URL
아, 글쿤요. 맞습니다. 가짜는 위안에 방점이 찍혀야지, 엄한 데 가치를 두면..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