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셜 시네마 - 영화 정전을 위하여
조너선 로젠봄 지음, 안건형.이두희 옮김 / 이모션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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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민이 과시적 소비와 만났을 때 :

 

 

 

 

 

 

 

 

드레스와 턱시도

   

 

 

 

 

 

 

 

 

 

 

 

                                                                                                 영화 << 귀여운 여인 >> 은 남근 중심 판타지'가 매우 뻔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 겉 > 으로는 두 남녀가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 속 > 을 들여다보면 부잣집 도련님이 꿈꾸는 매춘(녀)의 장기 임대化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기업 총수인 에드워드(리차드 기어)는 이몽룡과 닮은 꼴이다. 이몽룡이 개자식인 이유는 결정적 순간에 춘향이를 떠본다는 데 있다. 그는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서는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요구한다.

씻고 오너라,  오늘 밤......  업고 놀자.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 너의 정절을 시험하노라 "  만약에 춘향이가 암행어사의 제안을 냉큼 받아들였다면, 과연  << 춘향전 >> 이 해피엔딩으로 끝났을까 ?  춘향이가 암행어사의 수청을 받아들여서 벌떡 일어나 목욕탕을 향했다면 말이다.  씻고 올게요 ~   이몽룡은 춘향이가 순결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를 로열 패밀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에드워드(리처드 기어)도 마찬가지'다. 그는 줄리아 로버츠가 돈도 명예도 < 다 >  필요 없다며 그를 떠나고 나서야 그녀를 받아들일 결심을 한다. 기업 총수는 창녀를 고를 때도 순결한 마음'을 보는 것이다.   사내새끼란 이렇게 욕심이 많아요,   창녀 품에 안겨도 성녀'를 그리워하는.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 귀여운 여인 >> 에 대하여 " 과시적인 소비와 마주쳤을 때 어떻게 '똑바로'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함을 보여주는 "  영화라고 지적한다. 이 글 읽고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이 영화의 진짜 핵심은 로맨틱 < 러브 - 트러블 > 이 아니라 < 계급 - 트러블 > 인 것이다.    조너선 로젠봄은 영화 << 귀여운 여인 >> 을 분석하면서



영화의 진짜 초점은 섹스도, 돈도 아니라 사실은 비비안이 거리에서 일하다가 에드워드의 호텔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경외심과 계급적 불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관객도 공유하게 되는 감정인데 우리는 그녀가 호텔 로비에 들어설 때 " 와우 " 하고 놀라게 되고 에드워드의 펜트하우스의 스위트 룸에 가면 더 이상 말을 못할 정도가 된다. 샴페인을 딸기와 함께 먹고, 로데오 드라이브의 가게 간판과 윈도의 디스플레이, 고급 레스토랑, 거기다 개인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로 오페라를 보러가는 것 등은 너무도 대단한 체험이어서 우리는 혹시 이러한 성스러운 특권에 대해 뭔가 " 잘못 행동하는 것 " 은 아닐까 하고 불안해 할 정도이다. 실제로 이러한 경우에 비비안이 잘못 행동하는 것이 영화에서 웃음을 끌어내고 있다. 딸기를 먹지도 않고 샴페인을 한 번에 들이켜 버린 것, 로데오 드라이브의 고급 부티크에서 망신을 당하지만 다시 그것을 복수하는 것, 고급식당에서 포크 사용법을 몰라 사고를 일이킨 것, 오페라를 보고 나서 " 너무 재미있어서 오줌을 지릴 정도였다 " 고 한 것 등


- 에센셜 시네마 430 , < 육욕과 돈 > 프리티 우먼 中


 

이라고 지적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   이 영화의 기본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지만 이야기 구조의 뿌리는 < 왕자와 거지 > 에 있다.  거지를 지우고 그 자리에 창녀를 갖다 놓는다. 다시 말해서 왕자와 거지 브로맨스를 왕자와 창녀의 로맨스로 장르를 변용시킨 것이다.  영화는 왕과 창녀'라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계급을 끌여들인 후 하층 계급의 불안을 단순히 " 볼거리 " 로 제공한다.   천 만 관객을 동원한 << 광해 >> 도 역할 바꾸기를 통한 하층민의 상류 계급 부적응'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이들 영화는 모두 체인지'류 영화인 셈이다.  어찌 되었든, 이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하층민 콜걸인 하녀는 상녀(上女)가 된다. 이몽룡이 낸 시험을 통과해야 로열 패밀리'가 될 수 있듯이,  하녀는 왕이 낸 시험을 통과해서 로열 패밀리'로 진입된다. 

 

영화는 기업사냥꾼인 에드워드의 입을 빌려 기업가나 창녀'나 동일하다면서 자신이 속한 로열 계급에 대해 침을 뱉는다. 그는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에게 이렇게 말한다. " 당신과 나는 비슷한 인간이야. 사람들을 꼬셔서 돈을 빼앗는 일을 하는 거니까. "     하지만 이 셀프 디스'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육욕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뿐이다.  돈으로 창녀를 곁에 두려고 했던 자본가의 육욕'은 자신을 향한 셀프 디스로 계급을 탈색시킨다.  겉으로는 사랑이 만사'라고 말하지만, 하녀를 상녀로 만든 것은 사랑이 아니라 < 돈 > 이다. 영화 속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은 싸구려 미니스커트'를 벗어버리고 값 비싼 드레스를 입을 때에만 우아'하다.  < 결론 > 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돈이다.  이처럼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메시지는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다. 재벌을 비판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사실은 재벌의 화려함을 동경하는 시청자의 욕망을 건드리는려는 제작 의도'가 깔려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의 백미러'에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있다. 거울에 비친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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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4-0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자본주의 영화`, `자본주의 소설`들을 어찌할것인지.
이게 참 문제인게 헐리웃 영화마냥 무의식적이에요. 여기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일종의 계급적 아비투스가 내면화되서 차별이 당연시되고 부에 대한 선망이 긍정적 가치로 치환된다는거죠.
우상의 내면화? 저도 함 읽어봐야겠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2 15:58   좋아요 1 | URL
한국 드라마 보면 재벌은 항상 부정적으로 나오잖습니까. 특히 재벌가를 다룬 드라마는 피도 눈물도 없이 서로 싸우는... 그런데 가만 보면 재벌 비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화려한 재벌가의 럭셔리 삶에 대한 부러움이 투영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벌 비판 드라마가 누구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라는 점을 놓고 보면 오히려 재벌 편에 선다고 할 수 있죠. 아, 재벌은 돈만 있지 참 불쌍해... 라는 게 기본 재벌 드라마를본 사람들의 생각인데..
전 이렇게 되묻고 싶습니다. 정말 재벌의 삶이 당신보다 불행할까 ? 그것은 착각이죠. 재벌가는 비극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보다 행복하죠. 그게 진실입니다... 이런 드라마에 익숙하다 보면 우리 스스로 그들의 주장을 믿게 됩니다..

시이소오 2016-04-02 16:03   좋아요 0 | URL
공감입니다. 님 얘기를 듣다보니 재벌 2세들이 얼마나 외로운데 !! 하고 목청껏 부르짖던 `어쩌다 한국인`된 허교수님 생각이 나네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2 16:06   좋아요 0 | URL
재벌 비판 드라마의 핵심은 그것이죠.

˝ 돈 많으면 뭐하냐 ? 차라리 나처럼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만은 부자제~ ˝

정말 그럴까요 ? 행복은 돈이 바닥을 보이면 급격하게 불행으로 빠집니다. 체제순응은 재벌의 갑질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다 한국인 시이소오 님이 신랄하게 깠던 책 아니던가요 ?

시이소오 2016-04-02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랄하게 깐 건 아니고 나름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생각합니다 ㅋ
블로그에 저자 지인분이 저자에 대해 너무 잘 파악해서 놀랐다는 댓글을 다신적도. 반전은 인간적으로 좋은분이라네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2 16:4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그렇군요... 아, 더 읽고 싶네요..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6-04-0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재벌만 주로 그리는(특히 김은숙처럼 작가 스스로가 여성인데도 남자는 수퍼맨처럼 여자는 매우 모자라게 그리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드라마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여성을 비하하는...) 작가들이 재벌들의 후원을 받아 그런 허섭스레기를 만드는 게 아닐까 의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0:59   좋아요 0 | URL
재벌2세 보면 항상 불행하잖아요. 결핍의 존재...
근데. 이게 참 엿같죠..돈은 많으나 불행할거란 망상..
웃긴 일이죠. 돈이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은 간당간당하죠..
재벌 비판 드라마는 사실 재벌을 동경하는 마음의 반영이지 결코 비판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좀 알았으면 해요. 재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불행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