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나는 한때 불광동 도깨비풀'이라 불렸던 타짜'였다. 내 손놀림은 개미핥기의 혓바닥보다 빨라서 밑장 빼기를 눈치 채는 빙다리 핫바지는 없었다. 하지만 이 짓도 오래하다 보면 꼬리가 밟히는 법. 나는 양 손모가지가 잘린 채 업장을 떠나야 했다. 이 이야기는 최동훈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 타짜 >> 다. 믿거나 말거나.

 

영화 타짜의 한 장면   :   여기는 꽃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하우스(도박장을 지시하는 업계 은어).  고니는 밑장 빼기'를 하다 귀신 같은 아귀에게 발각된다. "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이 시방새야 ? "  껀수 잡은 아귀는 신이 나서 고니의 손목을 움켜쥐고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소리친다. " 패,  건들지 마라잉 !  손모가지 날아가 붕게. 해머 가지고 오라잉 ~ "  다들 아시겠지만 손모가지 날아간 놈은 고니가 아니라 아귀'였으니,  그는 손재주 좋은 고니 때문에 빙다리 핫바지'로 전락하고 만다.  최동훈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은 항상 상대방을 속이거나 혹은 상대방에게 속는다. 속고 속이는 세계, 믿을 놈 하나 없다. 속이는 놈은 삼팔 광땡이 되고 속는 놈은 삼팔 따라지 인생이 된다. 그렇다, 모든 것은 " 작전 " 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은 손재주로 상대를 속인다는 측면에서 마술의 영역'에 속한다. 마술 트릭'은 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산상수훈을 명심하면 쉽게 풀 수 있는 수수께끼'다. 예수는 산상수훈에서 이렇게 말했다. "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마태복음 6:3~4) ".  마술의 원리도 이와 같다. 딱 잘라 말해서 마술은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를 이용한 트릭이다.  인지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의 그 유명한 << 보이지 않는 고릴라 >> 실험은 무주의 맹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고릴라를 보셨습니까 ? ( 이 동영상을 본 실험 대상자 가운데 50% 가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

 

마술은 무언(無言)의 세계이다. < 말 > 이 개입하는 순간 마술(사)의 권위는 추락한다. 마술사가 말을 하지 않는 데에는 관객이 마술사의 손(짓)에 몰입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즉, 마술사의 손은 입'이다(그는 손(짓)으로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서 손짓으로 부하에게 명령을 내리는 권력자와 닮은 구석이 있다).  관객은 마술사의 오른손1을 주시한다. 그는 결정적 순간이 되면 손짓 언어로 먼저 관객에게 주의를 환기시킨다. 오므린 손을 펼치거나 소매를 걷어올리거나 주술을 부리는 듯한 손짓을 한다.  이 신호는 " 지금부터 당신을 속일 테니 이 부분에서 눈 부릅뜨고 똑바로 보셔셔셔셔셔셔셔 ~ " 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이 신호가 떨어지면 관객은 그의 손끝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마술사에게 속지 않겠다는 다짐. 

하지만 관객은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마술사는 오른손으로 트릭을 만들어내는 듯한 (손)동작으로 관객의 주의를 끌지만, 사실 오른손은  맥거핀(McGuffin : 소설이나 영화에서, 어떤 사실이나 사건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꾸며 독자나 관객의 주의를 전혀 엉뚱한 곳으로 돌리게 하는 속임수) 에 지나지 않는다.  오른손이 하는 역할은 nothing를 everything인 것처럼 보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작전에서 오른손이 조연이라면 왼손은 주연이다. 관객이 마술사의 오른손에 홀딱 빠져 있을 때,  왼손은 모자 속의 공을 관객 모르게 빼돌린다. 관객은 마술사의 오른손에 집중하느라 왼손을 보지 못하는, 무주의 맹시에 빠져서 결정적 순간을 놓치게 된다.

그렇기에 집중력이 뛰어난 놈일수록 마술사에게 속을 확률이 높다.   반대로 주의력이 산만한 놈일수록 마술사의 트릭을 간파할 확률이 높다. 영화 << 타짜 >> 에서 고니가 선보이는 밑장 빼기'는 아귀를 속이기 위한 마술사의 오른손이요, 맥거핀'이다. 아귀가 밑장 빼기'에 모든 집중력을 쏟을 때 고니는 왼손으로 수작(手作)을 펼친다. 식당에서 종편 뉴스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바로 마술사의 오른손 수작(手作)이다. 예를 들면 특정 사건을 덮기 위한 연예계 핫 이슈'가 대표적인 맥거핀이다. 관객은 연예계의 핫 이슈에 관심을 쏟느라 정작 중요한 사건의 미세한 신호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모자 속 공을 빼내는 왼손을 감추기 위해서 오른손으로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전략과 같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 같은 뉴스는 어쩌면 세월호와 관련된 어떤 균열(신호)를 감추기 위한 맥거핀인지도 모른다. 뉴스는 믿을 것이 못된다.  세월호 고의 침몰 의혹과 관련해서 B.H가 개입했다는 음모론이 떠돌기도 한다. B.H가 내 눈에는 BLUE HOUSE가 아니라 BIG HOUSE의 약자'처럼 보인다. 마술사의 오른손을 믿으면 안된다.

 


 

  1. 마술사가 오른손잡이라는 가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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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1-2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비 뉴스만 보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종편을 보는 이들에게 이 글을... 며칠 전 제 엄마뻘 되는 제일 좋은 친구가 종편의 자극적인 뉴스가 재밌다는 말씀을 하셔서 종편의 문제점 심각성에 대해 한 소리(?) 했지요. 장사하는 집에서 종편을 틀어놔서 어쩌다 보게 되면 종편뉴스 앵커들이 약장수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목소리톤도 높고 가볍고 아, 저런 게 종편의 전략이구나 싶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26 12:47   좋아요 0 | URL
조선방송 보면 정말 북한 방송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진행자가 왜 그렇게 목소리가 높으며 객원들은 또 왜 그렇게 목소리가 높은지..
인상을 봐도 왜 그렇게 애새끼들이 천박하게 생겼는지..

yamoo 2016-01-2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곰발 님은 항상 예리하십니다~ 타짜와 산상수훈을 거쳐 세월호 뉴스라....짱입니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26 12: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과찬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