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변증법 - 경이로움의 징후들
프랑코 모레티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한 잎의 한 닢

                             스탠포드 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프랑코 모레티가 쓴 << 공포의 변증법 >> 에서, 그가 < 프랑켄슈타인 > < 드라큘라 > 를 맑스 자본론'으로 풀어냈을 때 나는 무릎 탁, 치고 아, 아아 했다.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텍스트를 하나로 엮는 솜씨가 가히 일품이었다. 주례사 비평으로 도배 된 한국 평론가의 비평집     : 출판 자본에 소속되어 돈벌이에 나선 평론가는 온실 속에서 쑥도 아니면서 쑥쑥 자란 콩나물이다. 묻고 싶다. 당신은 쑥이냐, 콩나물이냐 ?     을 읽다가 이 책을 읽다 보면 비평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비교 평가할 수 있다. 괴물과 마르크스는 서로 이질적인 조합이지만 억지로 짜맞춘 흔적은 없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 와꾸 " 가 딱딱 들어맞을 때 느끼게 되는 쾌감은 비단 목수만이 느끼게 되는 성감대는 아닌 모양이다. 독자도 이런 글을 만나면  아, 아아아아 한다. 그는 << 공포의 변증법 >> 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한 괴물은 프롤레타리아를 대표한다고 지적한다. 괴물은 이름이 없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박사 이름이지 괴물 이름이 아니다. 그들은 오로지 계통과 계열의 돌연변이로 불릴 뿐이다. 프랑켄슈타인 괴물은 그것 : it, thing 이거나 “ 흉측스러운 것 ” 으로 지시될 뿐이다. 과학자인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은 특정한 용도를 위한 만든 전시품(things)이다. 그것은 주인의 욕망에 따라서 언제든지 폐기처분될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이기도 하다.

영화 << 매드맥스 >> 에서 임모탄의 씨받이였던 여자들은 " nothing " 를 거부하며 no와 thing 사이에 빗줄(/)를 긋는다. 늙은 여자는 이렇게 외친다. " we are not  thing ! "  이 외침은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선언이면서 동시에 역린'이다. 이 집단화된 “ 익명 또한 프롤레타리아'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그들은 이름 대신 포드 자동차 회사 노동자 이거나 삼성 반도체 노동자 로 지시될 뿐이다. (괴물)는 전적으로 창조자에 속(: 무리 속)한다. 프롤레타리아와 마찬가지로 그는 집단적이고 인공적인 피조물이다. (공포의 변증법, 23)” 생각해 보면 괴물은 가난한 사람들의 육신들 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었던가.

가난한 사람들의 육신들이라는 상징이야말로 괴물이 이름 없는 무리들'로 만들어진 프롤레타리아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메리 셀리가 묘사한 괴물은 정확히 가난한 육체 노동자에 대한 표현이다 

 

 

 

누런 살갗은 아래 비치는 근육과 혈관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발은 출렁거렸고 이빨은 진주처럼 희었지만 이런 화려한 외모는 허여멀건 눈구멍과 별로 색깔 차이가 없는 희번덕거리는 두 눈, 쭈글쭈글한 얼굴 살갗, 그리고 일자로 다문 시커먼 입술과 대조되어 오히려 더 끔찍할 뿐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육체 노동자를 대표한다면 드라큘라는 독점 자본가를 대표한다. 이 작품에서 < > < 화폐 > 에 대한 은유다. 그러니까 드라큘라는 를 빠는 것이 아니라 호주머니에서 화폐 를 빼앗는 것이다. 드라큘라는 사람 목숨을 빼앗는 데는 관심 없다. 그는 인간을 자신의 노예로 부리기 위해 이용할 뿐이다. 그는 필요한 만큼만 빨아먹는다. 그가 치사량에 가까운 피를 흡혈하지 않고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소량의 피)만 흡혈하는 이유는 그들을 살려두어야지만 피(화폐)를 계속 공급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기생충 입장에서는 숙주를 오래 살아야 유리하다. 불온하지만 유쾌한 상상이지 않은가 ? 프랑코 모레티가 << 드라큘라 >> 텍스트에서 < > 를 < 화폐 > 로 치환한 데에는 마르크스 자본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 자본 1 >> 에서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본은 흡혈귀처럼 오직 살아 있는 노동을 빨아먹어야 살 수 있으며, 더 많은 노동을 빨아먹을수록 더 오래 사는 죽은 노동이다.

- << 자본 1 >> , 비봉출판사 296

  

 

 

 

을 읽다가 문득 드라큘라의 전략이 상추를 재배하는 주인의 전략과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나는 공포의 변증법 대신 상추의 변증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상추를 심은 주인은 수확할 때 열매를 따거나 뿌리째 뽑지 않는다. 알맞게 자란 이파리만 따면 된다. 주인이 뿌리째 뽑지 않고 이파리만 따는 이유는 상추를 살려 두면 지속적으로 상추 잎'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주인에게 상추는 곧 화폐. 살려 두는 게 유리하다. 다들 아시겠지만 여기서 상추 주인은 독점 자본가이고 상추는 노동자이며 상추 이파리는 노동자의, 아......  피 같은 돈이다. 자본론을 패로디하자면 주인은 흡혈귀처럼 오직 살아 있는 상추의 이파리를 뜯어내야 살 수 있는 존재. ”

요즘 유행하는 신경숙의 미문을 패로디하자면 " 주인은 기쁨을 아는 몸 " 이 되었다. 한 잎은 한 닢'이다. 결국 상추는 이파리 하나 없는, 벌거벗은 몸으로 버려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그러니까, 그게... ... 당신은, < 상추 인간 > 인 셈이다. 새누리당은 항상 한국의 저 출산율을 두고 미래 재앙이라며 호들갑을 떨지만 인구밀도 측면에서 보자면 대한민국은 인구 과밀도 사회. 인구는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자본가 이익을 대변하는 새누리당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왜냐하면 노동자 머릿수는 자본가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화수분이기 때문이다노동자 인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자본가는 < 이익 > 을 본다. 늘어난 인구만큼 상품 판매량도 늘어날 테니 말이다.

인구 증가는 지옥철 을 더욱 프레스한 지옥철로 만들겠지만 자본가에게는 해당 사항이 될 수 없다. 자본가는 인구 증가에 의한 집값 상승, 주차 문제, 교통 혼잡 따위와는 무관한 무리.

 

■ ttp://blog.aladin.co.kr/749915104/7397326 : 진딧물 많다고 화내는 개미는 없다


그들이 보기에 노동자는 상추. 진딧물 많다고 화내는 개미는 없듯, 이파리 많이 달린다고 화내는 주인이 있을까 ? 만약에 당신이 아침 지옥철에 시달리고 저녁 주차 대란에 고생하는 노동자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애는 적당히 낳으시라. 애 낳는 게 애국이라는 국가의 기만 전술에 속으면 안 된다. 그것은 자본가가 꿈꾸는 욕망일 뿐이다(인구 증가는 상품 구매자가 늘어난다는 소리이고, 노동 인구가 늘어난다는 소리는 값싼 임금 노동자를 얻을 수 있다는 소리다).  애 많이 나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끝으로  상추 주인에게 앙칼진 나랏말쌈  하나 날려보련다.

" 동전 한 닢을 얻기 위해 상추 한 잎 함부로 따지 마라. 너는 누군가에게 맛있는 한 쌈이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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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OKU 2015-06-2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출산을 무조건 안 좋게만 보아 왔던 저였는데 재고해봐야겠습니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있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9 16:07   좋아요 0 | URL
절벽 수직 하강 그래프는 당연히 심각한 인구 쇼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평적 하락`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지금 한국의 인구쇼크는 절벽 하강 그래프 때문에 심각한 것이지 인구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인구 과밀도 사회입니다.

5DOKU 2015-06-29 16:58   좋아요 0 | URL
존 그레이가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밝혔던 그런 `가이아의 자정능력`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의도적이진 않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국민들 스스로 감지한 것일지도...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9 17:45   좋아요 0 | URL
인구 증가 독점 자본에게는 횡재죠. 노동 인구 많아지니 당연히 노동 임금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 대신 상품 구매자는 증가하니 상품은 잘 팔리고 얼마나 좋습니까. 반면 노동자는 점점 지옥이 되죠. 취업문은 하늘에 별 따기. 80만 원짜리 비정규직으로 추락하고..... 도심 집값 비싸거 도시 외각으로 빠지면, 츨퇴근 왕복 3시간.... 지옥이 됩니다. 복지 정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애 많이 낳아라 ?! 웃긴 거죠.

수다맨 2015-06-3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맑스의 문장은 읽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비아냥이나 냉소의 무게가 많기도 하지만, 할 말을 복잡하게 비비 꼬거나 난해하게 만들지 않고, 날카롭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은근히 가독성이 높기도 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30 13:12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철학, 정치학, 경제학 모든 서적 가운데 가장 문학적이라고나 할까요.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입니다. 비문학이 문학보다 문학적인 경우는 제 개인 적 취향으로 고려하면 프로이트와 맑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