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신경숙 표절 논란이 발생'했을 때 문학 권력이 재빠르게 대응할 전략'을 크게 두 가지로 예상했었다. 첫째는 신경숙은 출판사 뒤에 숨고 출판 권력( 출판사, 문예지 편집위원 ) 이 나서서 작가를 옹호할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조선일보가 신경숙을 옹호할 것이라는 점이다. 조선일보를 콕 짚은 이유는 신경숙이 동인문학상 종신 심사위원'이라는 데 있다( 남진우는 " 안티 조선 문인 킬러 " 다). 일단, 창비는 버릇대로 " 표절이라 볼 수 없다 " 는 입장을 내놓았다가 후폭풍이 일자 신속하게 입장을 철회했다. 일단 찔러보고 반응을 살피려는 전략이었는데 예상 밖으로 리액션이 크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중을 못 먹는 감 정도로 생각하는 그들은 대중의 분노를 " 들끓는 냄비 근성 " 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문학평론가'에게 입장을 묻는 전화벨이 울리자 스타 평론가들은 진퇴양란에 빠졌다. 버릇대로 출판 권력을 옹호하자니 여론이 두렵고, 강한 스매싱을 날리자니 보스(출판권력)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 하지만 이미 여론은 겉잡을 수 없이 흘렀고 표절의 증거는 매우 선명해서 부정을 할 수는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신형철이 내놓은 입장 표명에는 " 표절 " 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는 " 표절이 확실하다 " 라고 말하는 대신 " 같은 것을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 " 는 말로 에둘러 인정한다. 만약에 여론이 지금처럼 들끓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까 ? 다음은 조선일보가 신경숙을 에둘러 지지하는 글이다.
"신경숙씨가 '옛날에 책에서 읽고 수첩에 메모해 둔 문장을 나중에 열어보곤 내가 쓴 글로 착각했다'라고 해명했으면, 진작에 이 논란은 잠잠해졌을 텐데…"
문학 평론가 A씨가 '신경숙 표절 논란'을 지켜보며 내뱉은 탄식이다. 신경숙씨의 단편 소설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 일부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작가의 어설픈 해명과 창비 출판사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더 확산되고 있다. 신씨가 언론과의 접촉을 끊은 채 침묵하고 있기에 비난 여론이 더 커지고 있다.
소설가 이응준씨가 지난 16일 표절 논란을 제기했을 때 문단에선 "명백한 표절"이라는 반응 못지않게 "표절로 낙인 찍는 것은 지나치다"는 신중론도 있었다.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은 한때 문학 청년들의 필독서였다. 신씨가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의 영향을 받아 무심코 글을 썼을 수도 있다. "작품 전체가 다르므로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는 동정론도 나왔다. 소설 '전설'과 '우국'은 주제와 소재 , 줄거리를 따져 보면 네모와 세모처럼 다른 작품이다. '우국'은 현실에 맞서 자기 의지를 표명하려고 동반자살하는 남녀의 이야기다. '전설'은 현실(6·25)에 눌려 이별하게 된 남녀의 이야기다. 한쪽은 운명에 저항하려고 삶을 포기하는 것이고, 한쪽은 운명에 의해 삶이 훼손된 것을 다뤘다.
그러나 신씨가 17일 단편 '전설'이 실린 책 '감자 먹는 사람들'을 낸 창비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내 "해당 작품 '우국'을 알지 못한다"고 부인하자 순식간에 문단에서도 옹호론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평론가 B씨는 "신씨와 연락이 닿은 동료 문인들이 논란 초기에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좋다'고 권했지만, 신씨가 이런 동료들과도 상의하지 않은 채 창비에 이메일을 보냈다"며 "모두 당황했고, 이제 문단에서 신씨를 도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신씨로서는 억울하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문인들은 창비 출판사도 질타하고 있다. 창비가 "몇몇 문장의 유사성을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신씨를 옹호해놓고선 하루 만에 "표절을 제기할 만하다"고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평론가 C씨는 "창비가 논쟁의 불을 질러놓곤 불길이 커지자 혼자 살겠다고 도망쳤다"고 힐난했다.
문인들은 "이제 신경숙씨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신씨를 설득하려 했다는 어느 문인은 "독자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라며 "작가로서 독자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씨와 연락이 닿는 문인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신씨가 침묵과 고립을 고수할수록 신씨를 공격하는 목소리만 더 커진다. '우국'과 '전설'이 상황 설정에서도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표절 논란으로 한국 문학 전체가 조롱거리가 됐다. '옥에 티'가 쌓여 실뭉치가 되더니 어느덧 눈덩이처럼 커졌다. 신씨가 침묵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러면 동료 문인들도 도울 것이다. 이번 논란은 문단이 함께 치유해야 할 상처가 됐기 때문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기자는 메모광인 신경숙이 메모장 속에 있는 문장을 자신이 쓴 글로 착각하고 소설 속에 삽입했다는 식'으로 해석한다. 그러니까 << 신경숙 표절 사건 >> 은 < 고의 > 가 아니라 < 착각 > 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수일 뿐이니 비난보다는 동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이 정도면 노골적인 " 신경숙 편들기 " 다.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일기예보는 미래학이 아니라 통계학'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다. 내 예상도 미래 예측이 아니라 지난 것들의 통계값을 통해 조선일보의 입장을 예측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늘 그런 식이었으니까. 그녀는 현재 윤희상 시인의 시 제목을 표절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신경숙 단편 제목인 << 무거운 새의 발자국 >> 과 << 멀리, 끝없는 길 위에 >> 는
윤희상 시인의 시 << 무거운 새의 발자국 >> 과 << 멀리, 끝없는 길 위에 >> 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했다( 맙소사, 이 시들은 모두 시집 << 고인돌과 함께 놀았다 >> 에 수록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시집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고의가 아니라 착각이란다. 미래를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악습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앞날을 예측하기란 누워서 떡 먹기'다. 이명박의 미래는 이명박의 도래이고, 박근혜의 미래는 박근혜의 도래'일 뿐이다. 이응준은 문단의 자정 능력을 믿는다고 신소리를 하지만 나는 문단이 자정 능력을 갖췄다고 믿지 않는다. 노무현은 권력은 자본에게 넘어갔다고 뼈아픈 후회를 했었다. 마찬가지다. 이제 문학은 자본에게 넘어갔다 ■
- 줄리안 반스 소설 제목
- 나는 동인문학상 주체가 동아일보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문학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