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gue Sauvee (La) (Paperback)
Canetti, Elias / Albin Michel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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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冊을 읽고 펑펑 울었다


 

 


짐가방 하나 들고 속초로 떠나기 전 낮술을 마신 적 있다. 그때는 오래 사귄 애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아 제정신이 아니었고, 꽤 오랫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맛이 간 상태였다. 나는 검은 쇼파에 발을 뻗고 누운 상태에서 정신과 병원 상담 의사'에게 말했다. " 그러니까, 음.... 그게 침대 밑에 악어가 삽니다 ! "  의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 약 처방을 달리했으니 2주 후에 경과를 봅시다. " 씹새끼, 기껏해야 수면제의 종류가 달라졌겠지. 하여튼, 이 시절은 가시밭길'을 걷듯 위태로웠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를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느 날, 낮술을 마셨다. 취하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와 방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ㄱ 자 모양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책장'이 답답하게 느껴져서 충동적으로 책장 2개와 그 속에 들어있던 책 모두 중고장터에 팔았다. 그 돈으로 밤술을 마셨다. 달달하니 좋더라. 다음날 깨어났을 때는 땅을 치고 후회했으나 다 지난 일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달동네 하수구에서 악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는 내가 서울을 떠나 속초로 향한 지 3일이 지난 후였다.  방을 정리할 때 침대를 버렸는데 그때 악어가 하수구로 흘러들어간 모양이었다. 서울 시민 김민정 씨는 악어에 물려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집안 대소사 문제로 서울에 내려왔을 때는 늦은 봄날이었다. 용무를 마치고 돌아가기 전 종로 알라딘 중고 서점에 들려 책'을 고르다가 귀한 책을 발견했다. 엘리어티 카네티의 << 구제된 혀 >> 라는 책이었다. 기쁜 마음에 성급히 책을 살피다가 그만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 그 책은 내가 작년에 낮술 마시고 나서 술김에 중고장터에 팔아버린 책'이었던 것이다. 작년에 몰래 내다버린 강아지를 우연히 거리에서 발견하게 되면 이런 기분이 들까 ?  책을 펼쳐 내가 남긴 흔적을 살폈다. 노란 색연필로 밑줄 그은 문장과 오후 3시 졸음에 겨워 잠시 종이 한켠을 접어놓고 책을 덮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급기야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내게 물었다. " 이 책 되에에에게 슬픈가 봐요 ? " 나는 눈물을 닦고 말했다. " 네.... 졸라 ! "


나는 검은 쇼파에 발을 뻗고 누운 상태에서 상담 의사에게 나즈막히 말했다. " 그러니까, 음.... 그게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내가 옛날에 버렸던 책을 발견했습니다. " 의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 약 처방을 달리했으니 2주 후에 경과를 봅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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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4-03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곰곰님도 글처방을 자주 바꾸시잖습니까.
소설 풍 - 삿대질 풍 - 자기 위안 풍...
북플 처방은 누구에게 항의를 해야하는지... 중독이 너무 심하네요. 북플 땜에 신경정신과 가게 생겼음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4-03 20:3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군요. 네 제 처방전도 수시로 바뀝니다. ( 삿대질풍 .. 맘에 드는데요.... )

stella.K 2015-04-0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아유, 정말...!
뭡니까? 제가 웬만해서 곰발님 글 읽는 것마다 좋아요를 안 누른 적이 거의 없는데
이건 차마 못 하겠슴다. 이해하십쇼.ㅋㅋ

그런데, 책 안 내세요?2

곰곰생각하는발 2015-04-04 15:37   좋아요 0 | URL
좋아요보다 싫어요, 라는 버튼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아요, 라는 버튼에 대해 관심이 아예 없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