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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기 6- 2

 

 

 

 

 

locker room 을 보면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 간 서열을 읽을 수 있다. 구단은 몸값 비싼 선수에게 목 좋은 곳에 개인 사물함 2개 정도를 배당하는 반면에 별 볼  일 없는 선수들은 어두컴컴한 구석빼기에 위치한 꾀죄죄한 사물함 하나를 내준다. 이처럼 몸값에 따라 개인 사물함 위치'가 달라진다. 몸값 비싼 선수들이 locker 앞에서 rocker처럼 왁자지껄 떠들면서 땀에 젖은 이너웨어를 갈아입을 때,  4타수 무안타에 병살타 2개를 작렬한 8번 타자는 구탱이'에서 조용히 빤스를 내리면서 마이너리그로 쫒겨날까 봐 슬픔에 잠긴다.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했던가 ? 병살은 면해 보려고 자빠졌더니 무릎에 시퍼런 멍만 들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치사하지만 백 년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문화가 만들어낸 서열 공식이요, 서얼 대접이다. 

 

마찬가지로 인기 작가'가 쓴 신간은 목 좋은 매대에 진열된다. 심지어는 매대 전체를 같은 책으로 도배하기도 한다. 반면 인지도가 없는 저자가 쓴 신간은 어두컴컴한 수족관 속 개불처럼 한 켠에 쪼그라져 있다. 인기 작가가 쓴 책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되다 보니 그만큼 광고 효과를 누릴 수밖에 없다. 날개도 없으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날짐승 흉내를 내는 책을 볼 때마다, 아...... 출세는 하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괄약근 쪼이며 불끈 주먹 쥐게 된다.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 잘나가는 작가에 대한 전관예우'는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이미 진행 중이다. 출간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좋은 매대를 점령할 수 있느냐고 ?!  간단하다. 예약 판매 방식이다. 예약 판매'는 스타 작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출판사가 지원하는 행사'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데도 말이다. 그것은 마치 7월에 개봉하는 여름 방학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예고편을 5월부터 극장에 쏟아내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한 편의 블록버스터를 터트리기 위해서 봄부터 예고편은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진중권은 출판업계에서는 꽤 힘있는 작가'가 된 모양이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 이미지 인문학 / 진중권 > 이라는 책이 벌써부터 예약 판매되고 있으니 말이다. 진중권은 인기 작가에게만 허락된 예약 판매 라이센스를 취득한 작가'가 되었다. 맥도날드 햄버거와 코카콜라'가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 예측가능한 맛 "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 맛과 중국, 베트남, 미얀마에서 먹은 맥도날도 햄버거 맛은 큰 차이'가 없으니 어디를 가든 그 맛이 그 맛이다.

 

사람들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을 때 망설이지 않는다. 진중권도 마찬가지'다. 그가 쓴 책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적다. 이 예측가능성'은 품질보증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안전빵'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동일한 반복(예측가능성)은 독자를 지루하게 만든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표지를 보니 띠지에 다음과 같문장이 적혀 있다. " 글자를 못 읽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미지를 못 읽는 사람은 너무 많다. " 목차를 보니 이 책은 정치적 발언보다는 미학적 접근에 가까운 책인데,  띠지 속 문장을 읽으니  문득 최근에 논란이 된 박근혜 조문 연출'이 떠올랐다. 세월호 유가족 분향소 조문 연출 논란은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한 그네의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그네는 보도 자료에 필요한 근사한 사진이 필요했던 것이다.  청와대는 한국 사회'가 이미지에 쉽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 집단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꺼내든 노무현 NLL논란은 국가 기밀 문서'에 대한 새누리당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한국 사회에서 텍스트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 문자 텍스트를 가지고 떠드는 입방아'다. 그들이 노렸던 것은 국민에게 "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 " 라는 의심을 심어주는 것이다.  미지가 작동하는 원리를 파악하면 신문 일 면 머리기사'를 읽지 않아도 그 기사의 논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날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면 답이 나온다. 한겨레에 실린 박근혜 사진치고 건강한 이미지를 담은 사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조선일보에서 온화한 안철수나 문재인 사진을 찾기도 힘들다. 독자인 우리는 이러한 사진들을 아무 생각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이러한 부정적 사진은 차곡차곡 쌓여서 나중에는 뇌가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 이미지'는 강력한 어퍼컷 한 방으로 상대방을 녹다운시킨다기보다는 수많은 잽으로, 쥐새끼처럼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뇌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문자 해독력도 중요하지만 이미지 해독력도 중요하다. 이미지'를 대할 때에는 < 무엇을 보느냐 > 가 아니라 < 어떻게 읽느냐 > 가 중요하다. 이미지는 보는 게 아니라 읽어야 한다. ( 인문학 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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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5-18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국은 지금 민주화 과정에 있는 거라고.
아직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라고..

너의 이 말,

참..남는다.

답답도 하지만..
그런데 희망이 생긴달까..?
투쟁도 성장도 계속되고 있는 거고
그 가능성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는 거라고..

다시 두근두근! ^*^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8 20:00   좋아요 0 | URL
글구보니 최장집 굣우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말이 생각나네.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사회라는 사실은 알겠는데
민주주의사회라고 할 때는 뭔가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우린 중국과 비슷한 수준인 거 가터...

대한민국은 대가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가 잘 지켜지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하고 그런 구조인 것 같다.... 비극임..

만화애니비평 2014-05-1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이 이런 말을 했죠
현대에서 이미지를 읽지 못하면 문맹인이다. 우리는 이미지의 문맹국가 살죠..미디어라는 손아귀에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8 19:58   좋아요 0 | URL
이미지를 읽어야죠. 이미지를 읽어야 정치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잖습니까.

마태우스 2014-05-18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고보니 그러네요. 예약판매라는 거, 그게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특권은 아니군요. 한번도 그런 저자였던 적이 없어서 몰랐답니다. 아무튼 갈수록 정신을 잘 차리고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8 19:57   좋아요 0 | URL
조만간 마태우스 님도 예약 출판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 석달 전부터 예약 판매될 겁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