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사회 : 완장은 문신이다 !
http://myperu.blog.me/20181545253 : 혈액형을 묻는 심리.
벼락 사회 : 과정이 생략되면 과장'이 된다.
< 빨리빨리'> 는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 재벌 > 과 함께 상징적 단어'가 되었다. 좋게 말하면 다이나믹 코리아'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 팬티도 안 내리고 똥 쌀 나라 " 이다. 쓰고 보니... 이런 질펀한 판타지'는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심기를, 아 ! 거슬릴 터, 그냥 잊기로 해요, 우리. 한국형 DNA는 원래 이렇게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급했을까 ? 농경 사회'는 본질적으로 기다림과 느림'이 미학인 구조이다. 벼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사회'였다. 당연히 시간 개념도 식물이 자라는 성장 속도에 맞추어져 있었다. 한국인이야말로 케 세라, 세라, 세라' 였던 셈이다. 한국 음식 문화'가 슬로우푸드'인 이유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간 개념이 코페루니쿠스적 전회'를 가져온 계기'는 일본 제국 침략이 원인이었다. 식민주의'란 점령 기간 동안 식민지 국가 자원을 최단 시간 안에 악랄하게 수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게으른 조선인을 부지런한 조선인으로 개량'할 필요가 있었다. 빨리빨리'는 알고 보면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소리쳤던 메시지였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봉건 농업 사회'였던 조선은 빠르게 산업 자본주의 과정으로 진입되었다. 농민은 빠르게 장삿꾼이 되었고, 농촌은 하루아침에 도시가 되었다. 문제는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변화다. 비유를 들자면 < 구순기-항문기- 남근기 > 라는 성장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항문기가 생략된 채 < 구순기 - 남근기 > 로 성장한 것이다. 기형적인 발육 속도'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 할 것이다. " 당신은 만날 한다는 소리가 웃으면서 코 파거나, 코 파면서 웃거나, 피똥 싸는 이야기가 팔 할'이군요 ? "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나는 진지하게 코 파면서 웃으리라. 잇힝.
항문기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항문기 성격'이 된다.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면 결핍은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귀환하는 법. 어른이 되어도 이들은 항문기에 집착하게 된다. 항문기 고착의 대표적 인물이 바로 놀부이다. 이런 부류는 자기중심적이다. 싫증을 자주 내고, 고집에 세고, 인색하다. ( 항문기 과정은 2세- 4세'를 의미한다. " 미운 4살 " 이라는 말은 동서양 공통이다. ) 종합하면 항문기 과정을 건강하게 보낸 아이들은 타자에 대한 에티켓을 배우지만, 이 과정에서 고착된 아이들은 커서도 자기 중심적 인간이 된다. 항문기의 핵심은 에티켓'이다. 왜냐하면 에티켓이란 근본적으로 자기중심적 태도를 버리고 타자에 대해 배려하는 습속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너무 빠르게 산업화가 되는 바람에 중요한 항문기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다. 에티켓을 배울 수업 시간이 짧았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벼락 사회'다. 빨리빨리'가 지배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 속도'가 < 절차를 생략하는 > 편법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다. 과정 1 - 2 - 3 - 4 - 5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과정 1에서 과정 5로 점프컷'을 하기 때문에 발생한 속도'다. 바로 이 지점이 벼락'이다. 벼락 공부'는 단기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졸부라는 의미로 희화화되는 벼락부자는 어떤가 ? 포스코 라면 상무와 윤창중 선생님의 공통점은 감투(완장)을 찬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벼락 같은 신분 상승'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더욱 딱딱하게 만든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뷰, 티플하다.
엘리아스는 < 문명화 과정 > 에서 식사예법'을 통해 에티켓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밝혀낸다. 에티켓은 수백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습속인 것이다. 에티켓은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다. 이러한 에티켓은 개인주의로 발전하게 된다. 개인주의란 이기주의가 아니라 개인을 존중하는 에티튜드이다. 그러니깐 타자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존중이 바로 개인주의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어떤가 ? 과정이 생략되면 과장'되는 법이다. 타인에 대한 관심은 종종 불쾌한 태도'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인은 모든 면에서 " 빨리빨리 " 다. 사람 간에 오고가는 탐색도 그렇다. 인간 관계란 오랜 시간을 두고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 벼락 > 이 몸에 벤 사람들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몇 학번이세요 ? 결혼하셨나요 ? 체위는 ? 혈액형이 ?!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제일 흔한 질문이 혈액형을 묻는 것인데, 이 심리에는 대화의 과정을 생략하고 상대방을 빨리 알고 싶다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이들은 지속적인 만남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 성격이나 생각을 차근차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 혈액형은 내 궁합과 맞는 사람을 가장 신속하게 고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따봉이다. 혈액형을 묻는 심리야말로 < 벼락 심리> 가 작용한 것이다. 나이를 묻는 것은 어떤가 ?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것은 애매모호한 관계 설정을 종식시키는 데 좋다. " 내가 나흘 먼저 태어났네 ? 말 놓아도 되지 ?! "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말은 과천 경마장 가서나 풀어줘라. 왜, 술집에서 말을 놓아주냐. 이러한 나이 위세는 싸울 때도 드러난다. 너 몇 살 처먹었어 ? 직위 서열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상무는 회사와 사회'를 혼동한다. 회사'를 뒤집으면 사회'가 되니 연장선상인 줄 착각한 것이다. 도상학적으로 말하자면 에티켓은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고자 하는 심리이고, 서열은 수직적 관계를 중시하는 심리이다. 벼락 시스템은 수직적 관계일 때 제대로 작동된다.
한국 사회는 벼락'이 지배하는 사회다. 재벌, 갑을사회, 혈액형, 나이 서열, 직위 서열, 학번, 군번 등은 모두 벼락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기형적 유산이다. 심각한 부작용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벼락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혈액형을 묻는 게 왜 잘못이지, 나이를 물어보는 게 왜 예의에서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한번 해병대는 영원한 거 아닌가, 학번을 묻는 게 왜 폭력이 되지 ? 정말 그 사실을 모른다면 당신은 천박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