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무비 포스터'에 대한 남다른 애착.

 

 

 

 

 

 

 

 

 

 

 

 

 

 

 

 

 

 

 

 

 

 

 

 

 

 

 

나는 줄곧 앤서니 버제스와 월리엄 버로스'를 혼동했다. 앤서니와 윌리엄'이 닮았고, 버제스와 버로스는 더욱 닮았다. 그들은 도플갱어'였다. 내가 그들을 동일인물로 착각한 이유에는 비슷한 작품 성향'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둘 다 반문화적 인간'을 다루었기 때문이었다. < 시계 태엽 장치 > 에서의 이유 없는 폭력과 노골적인 성 묘사는 윌리엄 버로스의 < 네이키드 런치 > < 퀴어 > < 정키 > 에서는 마약과 섞이면서 더욱 노골적인 것이 되었다. 일일가족드라마'에 혀를 내둘렀다면, 잭 케루악의 < 길 위에서 > 를 읽고 눈물 흘렸다면 추천한다.     윌리엄 버로스가 자신의 경험담을 담아서 마약 체험을 소설화했다면 , 피터 바스킨트의 < 헐리웃 문화 혁명 > 은 헐리우드판 비트시대'를 다룬다. 부제가 < 어떻게 섹스 - 마약 - 로큰롤 세대가 헐리웃을 구했나 > 이다. 하지만 헐리우드의 더러운 권력투쟁을 다루었다기보다는 황금광시대에 대한 향수를 담았다. 650페이지'라는 분량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매우 재미있다. 끝으로 < 바우하우스 > 미술 사조'에 대한 언급을 잠시 하도록 하자. 바우하우스 운동의 중심은 장식미'를 걷어내자는 것이었다. 사회주의 좌파 성향의 예술가들이 이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장식미를 최소화해서 디자인의 힘이 민중에 기여하기를 원했다. 사실 현대의 간소한 의자들은 모두 그들의 공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물난리가 난 적이 없는데, 작년에는 천장에서 물이 샜다. 예전과는 달리 시간 당 무시무시한 집중호우 때문에 그렇다. 올해에도 물을 받을 생각을 하면 가난한 乙의 삶이라는 것이 참 지랄같다. ( 누구처럼 페이스 오프 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甲 흉내를 내며 여우 짓을 할 수도 있으나, 나는 그것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다. ) 그 영향으로 천장 벽지에 커다란 얼룩이 졌는데, 그때부터 나의 오랜 강박적 습관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물 얼룩을 보며 얼룩 무늬'와 비슷한 것을 연상하는 것이다. 저 얼룩은 만근이 새끼, 닮았구나 ! 안 본 지 꽤 되네, 그 녀석 자지가 꽤 컸었어. 멀리 오줌 싸기 경기에서 그 녀석은 나보다 1미터는 더 멀리 보냈을 거야. 크면 뭐해. 바본데. 그래도 얼마나 부럽던지. 오홋 ! 저건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를 닮았네 ! 으, 하하하.

 

이런 집요한 연상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벽지를 몇 시간 동안 넋 놓고 보고는 해서, 사람들은 나를 정신이 이상한 아이'인 줄 알았다고 한다. 이런 괴상한 집착'이 강해서 그런가 신문에 나오는 숨은 그림 찾기'는 그냥 똥구멍 긁다가도 1분 안에 모두 찾고는 했다. 우우(하지 말고) 와와(합시다.) 그리고 배운 적은 없지만 캐리캐쳐 비슷한 낙서'를 자주 그렸다. 쓰윽, 쓱 그리면 아이들이 박장대소하고는 했다. 똑같다는 것이다. 한번은 별명이 미친개'인 지리 선생'을 수업 중에 그렸다가 짝꿍이 대포 소리'처럼 펑 하고 웃어서 들킨 적이 있다. 아, 뒈지게 맞았다. 이런 캐리캐쳐 비슷한 것을 취미삼아 그렸으나 한 묘령의 여인 사건'으로 인해 다시는 그리지 않게 되었다. 캐리캐쳐란 무엇인가 ? 특이한 부분은 과장해서 그리는 방식이다. 코가 매부리면 독수리 코로 그리고, 광대뼈가 약간 튀어나오면 광대뼈가 팔 할인 그림을 그린다. 결국은 그 사람의 숨기고 싶은 결점을 과장해서 그리는 것. 내가 그린 그 묘령의 아가씨는 내 그림을 보더니 갈기갈기 찢고는 화장실 가서 한 시간 동안 울었다고 한다. 그 묘령의 아가씨는 코가 크고 약간 휘어졌는데, 나는 인간의 코 대신 수도꼭지 모양처럼 생긴 코를 선사했다. 그 여자가 보기엔 나는 이명박보다도 꼴도 보기 싫었으리라. 그 이후로는.......

 

캐리커쳐는 과장의 미학 같지만 결국은 단순화'다. 여기 내가 그린 기린 그린 그림이 아닌 내 얼굴 그림 하나 소개한다.

 

 

 

그동안 자화상'을 여럿 그렸지만, 개인적으로 낙서'처럼 그린 첫 번째 그림이 가장 애착이 간다. 단순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나는 단순한 선의 형태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이유로 미니멀 영화 포스터'를 좋아한다. 아트지'로 제작된 오리지널 영화 포스터 산더미'에서 직장 생활을 한 적도 있지만 그 영화 포스터를 보며 예술적이라며 감동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친구들이 내게 오리지널 포스터를 달라고 구걸할 때마다 나는 코나 팠다. (오열)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코나 파지 말고, 땅을 파라고 하셨다. 땅 파다 보면 동전 나온다고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미니멀 포스터'를 소개하기로 하겠다. 동전 하나 벌 수 없는 글 노동이지만 그냥 이런 지껄임이 좋다.

 



b무비'의 전설적 감독인 조지 로메로의 좀비 시리즈1,2,3 이다. 색감과 타이포그라피 그리고 통일성'이 무척 흥미롭다. 원은 페쇄공포적 느낌을 잘 전달한다. < night of the living dead > 에서의 원은 왜곡된 광각 렌즈의 결과로 나타난 왜상'이다. 이러한 과잉의 광각 효과는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반면 < dawn of the dead > 는 원을 망원경의 표적'으로 재치 있게 비튼다. 다음의 작품은 미니멀 영화 포스터의 걸작이다.

 

 

 

 

 

영화 < 드라이븐 > 포스터는 노란 중앙분리대'를 넘는 위험한 자동차'를 보여준다. 도로 위에 스키드마크'가 있는 것으로 보아 급제동을 걸어 좌회전 했다는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스키드마크'는 이 영화의 장르적 정보를 제공한다. 빠른 놈이다. 영화는 빠르게 진행되는 영화다 ! 그리고 중앙분리대'를 넘었다는 것은 이 영화 속 주인공의 상황을 보여준다. 그 모든 것이 이 포스터에 담겨 있다. 하지만 이 포스터의 백미'는 중앙분리대와 좌회전 하는 차'의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망치'다. 망치 하면 생각나는 영화는 < 올드보이 > 와 < 드라이븐 > 이니깐 말이다. 지금 우리가 이 포스터에서 보고 있는 것은 망치이기도 하다. 드라이븐'처럼 스키드마크'로 만들어낸 또 하나의 포스터'가 있다. 바로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이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미니멀 포스터 중에서 인문학적 텍스트가 가장 풍부한 걸작이다.

 

오른쪽 포스터는 아서 펜 감독의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다. 검은색 차'는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흔적'을 남긴다. S자 형태'는 곧 불안한 도주'를 형상화한다. 붉은 바탕'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들은 쫓기고 있는 것이다. 이때 두 발의 총알'이 차를 향한다. 차의 스키드마크'처럼 총알은 자신의 주행거리'를 직선으로 표시한다. 차의 스키드마크와 총알의 주행거리'를 합치면 $' 다. 달러 표시'다. 그러니깐 검은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달러'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다. 은행강도 ?! 이때부터 자신이 보아온 영화 목록'을 나열하면 된다. 멀리는 < 대열차강도 > 서부터 가까이는 < 오션스일레븐 > 까지. 하나는 버리고 하나는 취하라. 목록을 좁히다 보면 결국 < 보니 엔 클라이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가 올가미에 잡힌다. 빙고 !

 

 

우리가 흔히 달러'를 불'이라고 말1하는데 이 말은 틀린 표현이다. -불'은 중국식 번역인데 $ 와 弗'의 유사성 때문에 파생된 것이다. 그러므로 육백만 불의 사나이'는 육백만 달러 사나이'로 수정되어야 한다. 이 포스터가 재미있는 점'은 쫓기는 차의 스키드마크와 총알의 탄착거리'를 통해서 도주자가 은행강도'라는 것'을 도상화 했다는 점 외'에도, 영화의 주제'를 매우 훌륭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아시다시피, 영화 속 주인공 클라이드'는 성불구자'로 나온다. 여자를 밝히는 바람둥이'로 나오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페니스'는 아... 지미럴, 발기하지 않는다. 아서펜 감독은 클라이드의 성 트러블'을 사회에 대한 잔인한 폭력'으로 치환한다. 그러니깐 클라이드의 이유 없는 폭력'은 성 트러블에 대한 대리만족인 셈이다. 이쯤에서 영민한 이웃이라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을 꿰뚫었을 것이다.

 

 

포스터에서 도상 S'는 SEX의 머릿글'이다. 영화는 은행강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 섹스, 거짓말 그리고 은행강도 >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람둥이 은행강도'라는 매력적인 영화가 아니라 성 트러블'에 시달리는 욕구불만의 은행강도 이야기다. 그래서 이 포스터의 디자이너'는 알파벳 대문자 S에 수직으로 줄을 긋는다. 이 압축을 풀면 SEXLESS'다. 그러므로 " $ " 는 달러'이면서 동시에 섹스리스'다. 이 미니멀 포스터 하나'가 영화 전체'를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이다. 다음의 작품은 시각적 아이디어가 훌륭한 작품이다.

 

 

 

 

 

 

 

디자이너'는 영화 < 죠스 > 에서 가장 강렬했던 스틸 컷'을 확대했다. 백상어'의 구체적인 묘사는 전혀 없지만 우리는 이 포스터'에 압도당한다. 만약에 JAWS'라는 부분을 지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이 디자인은 모호한 형태로 남는다. 고슴도치인가 ?! JAWS를 복원하자 ! 순간 모호했던 형태'는 매우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디자인 집중도 차원에서 이 작품은 최고다. 이처럼 사선으로 이루어진 형태'는 폭력적이며 위압적이다. 반면 곡선은 휴머니티'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 사이코에 대한 글은 스크롤 압박의 이유로 링크를 걸어둔다. http://myperu.blog.me/20179744747 )

 

 

 

 

 

 

한때 스텐리 큐브릭의 < 클락워크 오렌지 > 를 놓고 말이 많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 제목은 사실 사전에 없는 단어이다. " 시계장치 오렌지 " 가 말이 되나 ? 지금이야 이 단어가 " 과학에 의해서 개성을 상실하고 로봇화한 인간 " 을 의미하지만, 이 사전적 의미'는 이 영화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나보코보의 < 롤리타 > 이후 " 롤리타 " 의 의미가 그 롤리타'가 되었듯이 말이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감독은 왜 Orange''라는 단어를 선택했을까 ? Apple도 있고, Strawberry도 있지 않은가 ! 원작의 제목은 < 조직과 인간 > 인데 감독은 왜 굳이 < 시계장치 오렌지 > 라고 제목을 지었을까 ? 그'가 이 세상에 없으므로 물어볼 수는 없지만 나는 그가 알파벳 O 때문에 오렌지를 선택했다고 확신한다. 감성 촉촉 애니메이션'이 주로 곡선을 사용하는 이유는 곡선이 가지고 있는 부드러움 때문이다. 곡선은 곧 감성적인 것과 연결된다. 이 영화는 따스한 곡선을 기계적인 직선과 사선으로 만드려는 시스템의 공포를 다룬 영화로 요약할 수 있다.

 

 

 

 

< 쇼생크 탈출 > 포스터는 직선과 곡선을 상징적으로 요약한 좋은 본보기'다. 벽에 구멍을 뚫고, 그 위에 리타 헤이워드의 포스터로 가려서 탈출에 성공한 탈옥수'를 다른 이 영화의 포스터'는 직선'을 남성성, 규율, 복종, 힘, 규제, 억압으로 대표되는 감옥'으로 형상화한다. 감옥이란 각에 살고 각에 죽는 마초들의 폼생폼사가 아니었던가. 반면 포스터 너머의 공간은 원'으로 표시한다. 원은 여성성'을 의미한다. 직선이 남근이라면 곡선은 자궁이다. 그들은 모두 모성적 원형을 그리워한다. 저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드는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인 것이다. 원의 세계는 자유, 자유, 자유 그리고 또 자유를 상징한다.

 

사실 디자이너'는 디자인 감각'만 뛰어나다고 해서 좋은 디자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카피라이터'도 마찬가지다. 인문학적 지식'이 바탕이 될 때 훌륭한 미학적 결과가 탄생하는 것이다. 물론 당신은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라는 포스터를 보며 이 디자인이 달러와 섹스'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계장치오렌지'에서 왜 오렌지'가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굳이 알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 오히려 비싼 명함'이 당신을 선전하기에는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알면 보다 더 풍부해지는 법이 아닌가. 알면 보이는 법이다. 지금까지 영화 포스터에 대한 이야기'였다. 글이 조금 길었다. 존나 미안하다.

 

 

 

 

http://myperu.blog.me/20179925610  - 액박 뜨는 분은 이곳으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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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3-03-20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액박이 뜹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이곳은액박이 떠도 참고 읽을 것 같습니다...ㅎㅎㅎ

맥거핀 2013-03-2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액박 안에 있는 게 궁금하군요. (네이버 이미지가 여기가 연결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시간되시면 올려주시면 감사...뭐 못참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0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다 그렇군요. 그럼 제 블로그로 연결시켜드리겠씁니다. 네이버 블로그입니다.
http://myperu.blog.me/20179925610

소나기 2013-03-2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주소를 가진 그림과 음악은 네이버 밖에서는 모두 꽝이에요.
이곳에 맞게 이미지 정리하시려면 힘들겠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1 12:1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다시 수정했는데 보이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