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Roddy Piper - They Live (화성인 지구 정복) (4K Ultra HD)(한글무자막)
Various Artists / Shout Factory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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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봅시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문장을 읽는 것이 아니라 행간을 읽는 것입니다.  행간이란  :  행과 행 사이'이니,  " 행간을 읽는다는 것 ㅡ " 은 작가가 행과 행 사이에 숨겨놓은 문장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힘은 바로 행간을 읽는 능력에 달렸습니다.  행간을 읽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책을 보는 행위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글을 모르는 아이도 책을 볼(seeingㅡ) 수는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이 쉽지, 보이지 않는 문장을 읽는다는 것이 어디 쉽나요.  그래서 우리는 해석할 수 있는 권리를 평론가에게 위임합니다. 


삐딱한 서정의 대가 존 카펜터 감독이 1988년에 만든 B급 영화 << 화성인 지구 정복 THEY LIVE, 1988 >> 에는 보이지 않는 문장(행간)을 읽을 수 있는 색안경이 등장합니다. 이 안경을 쓰면 광고와 미디어에 노출된 메시지의 진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 In God We Trust(우리는 주 하느님을 믿습니다) " 라는 문장이 새겨진 1달러 지폐를 색안경을 쓰고 보면 " THIS IS YOUR GOD  화폐는 너의 신이다 " 로 보입니다. 색안경을 쓰는 순간, 1달러 지폐에 새겨진 구절이 전혀 새로운 의미로 읽히게 됩니다. 잡지를 펼쳐 봅니다. " 권력에 대해 의문을 갖지 마라. 생각 없이 웃고 즐겨라 ! " 


색안경 쓴 주인공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자가 등장하는 건물 옥외 광고판을 봅니다. 그 광고의 행간은 "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라 ! " 라는 문장이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  상품을 생산해서 자본을 축적하는 자본가에게 있어서 인구 증가는 곧 소비자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인간은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이므로 장사꾼 입장에서 보면 인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진딧물 많다고 투덜대는 개미는 없으니까요. 엘리트 정치인들이 애 많이 낳는 것이 애국이라고 발언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영화 속 주인공은 색안경을 쓰고 나서야 비로소 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영화의 박력은 바로 여기에 있죠. 우리는 흔히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주관적 선입관(편견)을 가지고 평가하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편애야말로 가장 건강한 정치적 애티튜드라 믿는, 마찬가지로 편견을 가져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고 믿기에, 저는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색안경은 진실을 왜곡하는 도구가 아니라 진실을 보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이 영화는 B급 영화라는 이유로 평론가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은 작품이지만 80년대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이 영화보다 훌륭한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모론자는 세상을 음모론적 시선으로 세계를 이해합니다. 그리고 구조주의자는 세계를 구조주의적 시각으로 이해하고,  페미니스트는 세계를 젠더 갈등의 역사로 이해하죠.  사실, 따지고 보면 이데올로기야말로 색안경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역사 발전은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발견과 함께 했습니다. 모더니즘이라는 이름의 색안경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색안경의 등장으로 인해 박살이 났죠. 저는 범성론이라는 이름의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 색안경을 쓰면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 자지 " 가 보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혐오의 언어들 : 김치녀, 맘충, 조선족, 똥꼬충'이라는 낱말이 박힌 문장이 등장하면 저는 빌리 더 키드처럼 잽싸게 안경집에서 범성론이라는 이름의 색안경을 쓰고 그 혐오의 문장 밑에 흐르는 행간을 읽습니다. 혐오 언어를 생산한 주체가 누구인가를 추론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미혼인 여성이 김치녀라는 단어를 생산할 리 없고, 아이를 가진 엄마가 맘충을 생산할 리 없으며,  중국 동포와 동성애자가 조선족 괴담과 똥꼬충을 확대 재생산할 리 없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안경을 쓰고 보면 김치녀, 맘충, 조선족, 똥꼬충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얼라들의 히마리 없는 자지'가 보입니다.  


혐오 언어를 생산하는 공장은 이성애 중심의 남근중심사회가 발원지입니다. 남근중심사회를 저잣거리 입말로 번역하자면 좆 같은 사회죠.  여러분, 제 잘못이 아닙니다. 이 안경을 쓰면 그렇게 보인다니까요 ?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각각 일장일단이 있겠습니다만, 색안경을 벗고 사느니 차라리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지 않을까요 ?  오늘도 저는 색안경을 썼습니다. 책을 읽습니다. 현대인의 불안이라는 문장을 읽다가 피식 웃습니다.  색안경을 쓰고 보면 현대인의 불알로 보이거든요. 크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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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8-22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이 가지신 색안경이 부럽고 구매하고 싶어지네요!ㅎ 저는 블루라이트 차단정도만되는 투명안경을 벗지 못하고 있나봐요!ㅎ 시원한 휴일되십시요!

곰곰생각하는발 2021-09-27 11:23   좋아요 0 | URL
댓글이 늦었습니다.ㅎㅎ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라고 말하기에는 추석 연휴가 지났죠 ? ㅎㅎ

겨울호랑이 2021-09-27 1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각자 자신의 눈이 다른만큼 시력도 다르고 자신에게 맞는 안경도 다른 것은 당연하다 생각됩니다. 한가지 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여러 색으로 보이는 것이 다양하고 아름다운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1-09-27 11:24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한 가지 색만 보고 한 가지 생각만 한다는 것은 꽤 끔찍한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잘 지내셨지요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