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말       고   뤠    ?  :











석유는 고래를 춤추게 한다






책은 전문가가 씁니다. 철학자가 철학책을 쓰고 과학자가 과학책을 쓰고 민병철이 헬로우 에브리바디 !  전문가란 무엇일까요. 1만 시간의 법칙을 통과한, 그 분야의 달인'을 뜻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들이 쌓은 지식을 훔치고 경험을 간접 체험하는 것과 같습니다.  책은 가장 숭고한 인류의 유산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에 대하여 동의해야 합니다.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네에, 그렇고 말고요. 저는 강북 변두리. 저, 어두컴컴한 방구석에서 책을 열심히 읽어서 대한민국 독서력 상위 1% 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책이었죠. 


백수 생활을 했을 때에는 1년에 1.000권을 읽은 적도 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10.000권은 족히 읽었을 겁니다.  책은 살이 되고 피가 된다고 하죠 ?  하지만 독서 행위가 반드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독서 경험을 통해서 내가 내린 결론은 SF작가 시어도어 스터전이 내린 결론과 같습니다.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 SF 소설의 90%는 쓰레기다.  하지만 모든 것의 90%도 쓰레기다. "  여러분은 전문가의 말을 얼마나 믿습니까 ?  저는 49%만 믿습니다.  51%는 의심을 하죠.  책을 읽다가 의심이 들면 구글 검색창을 통해 펙트 체크를 합니다. 


21세기에는 인터넷이야말로 거대한 도서관 역할을 하니까요.  펙트 체크,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의심이 드는 대목이 나오면 사실 확인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책은 전문가가 쓰고 독자는 그 전문가의 권위를 맹신하고 복종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덧대어 글로벌한 유명인의 추천사가 붙고 출판사 직원이 밤 새워 작성한 찬양 문구가 첨부되면 끝장이죠.   빌 게이츠가 감탄사를 연발하고 하버드 대학 교수가 동의하는 추천사를 쓰면 저자의 권위는 하늘로 치솟고 독자는 납작 엎드려 빠떼루 자세를 취하죠. 


그러면 전문가의 권위라는 이름을 가진 덩치 큰 놈이 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가슴을 쥐어뜯고는 뒤집으려고 하죠. 아흥, 아흥. 싫단 말이야. 내가 허락하지 않는 프리허그를 당하는 그 심정,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에서 저자는 원자력이 안전한 에너지원이라며 이렇게 주장합니다. " 27만 명이 걷다가 죽고, 135만 명이 운전하다 죽고, 230만 명이 일하다 죽고, 42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죽고, 반면 원자력은 사망자가 100명 정도이다. " 어디서 많이 듣던 논리죠 ?  네에, 일베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모욕하기 위해 교통사고와 세월호 사고를 비교했던 그 논리입니다. 


이런 방식의 논리가 악의적인 것은 단순한 수의 비교 우위를 통해서 사고의 중대성을 별것 아닌 것으로 폄하한다는 점입니다. 사고사로 죽는 사람보다 병사로 죽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사고사는 별것 아닌 것일까요. 마찬가지로 병사에 비해 자연사가 압도적으로 많기에 병사는 걱정할 것이 안되는 걸까요 ? 저런 식이라면 이런 식으로 말대꾸하겠습니다.  70억 인구는 모두 다 숨 쉬다가 죽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 모든 사건 사고는 숨 쉬다 결국에는 늙어서 죽는 것보다 별것 아닌 죽음입니까 ?  하나 마나 한 소리라는 거죠.  피폭 사고는 교통 사고와는 달리 비가시적 현상이기에 인과관계를 법적으로 증명하기에 매우 어렵습니다. 


눈으로 직접 방사능 보신 적 있으세요 ?  피폭 사고는 인과 관계를 증명하기 어렵기에 국가에서 인정한 공식적인 피폭 사망자는 100명에 불과한 겁니다.  하지만 상관관계를 들여다보면 매우 심각합니다.  피폭 이전과 이후의 암 발병률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를 조사한 과학자들은 사고로 인한 피해액을 285조 1725억 원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국방부와 환경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같은 7등급 원자력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액은 프랑스 GDP의 3배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석유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주장도 얼척이 없습니다. 값 싼 석유가 값 비싼 고래기름을 대체했기에 석유가 고래를 살렸다는 주장이죠. 이 주장은 아이큐 70만 돼도 충분히 반박 가능합니다. 옛날에는 바람의 힘으로 범선이 움직였습니다. 그러다가 석탄이 발견되면서 증기선이 등장했죠. 증기선은 범선보다 빠르긴 하지만 연료인 석탄은 무겁고 부피를 많이 차치하며 빨리 소진되기에 바다 항해 중간중간에 석탄을 공급받기 위하여 다시 내륙으로 되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연안어업과 근해어업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석유가 발견되면서 먼 거리를 항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원양어업의 시대가 도래한 겁니다. 먼 바다에 사는 고래를 쉽게 사냥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석유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어업은 가파르게 기업화가 되고 기계화가 되었습니다. 석유는 어업의 대형화, 기계화, 산업화를 양태한 직접적인 동력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고래가 대학살되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죠. 이 사실은 완벽하게 감춘 채 비싼 고래기름을 값 싼 석유가 대체해서 고래는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_ 라고 선동하고 있는 겁니다. " 정말 고뤠??!! "


무엇보다도 이 사람은 굉장히 멍청해요. 석유가 고래를 춤추게 해요 _ 라고 말하고서는 바로 다음 문장에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 하지만 고래 사냥은 다시 훨씬 더 큰 규모로 재개되었다. 1904년에서 1978년, 고래잡이들은 100만 마리의 고래를 사냥했고 이는 과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이다. " 에너지 측면에서 보자면 20세기는 " 석유의 시대 " 였습니다.  미국인 조지 비셀이 펜실베니아에서 석유 시추를 통해 석유를 뽑기 시작한 때가 1859년 8월 29일의 일입니다. 석유 산업은 19세기에 기초를 다지기 시작하다가 20세기에 와서 화려하게 불꽃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석유는 곧 무기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석유시대(1904~1978) 때 죽은 고래가 과거 석탄시대의 3배가 된다고 지적하면서도 석유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말합니다. 이 얼마나 비논리적입니까. 악의마저 느껴집니다. 석유가 향유(고래기름)을 대체한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석유가 고래를 구했다는 것은 완벽한 거짓말입니다. 그가 사실과 거짓을 뒤섞는 이유는 그래야 그럴싸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가짜 뉴스는 거짓말을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팩트 한 조각을 거짓 속에 살짝 끼워넣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 플라스틱은 진보다 !!!!!! " 


맙소사, 플라스틱을 향한 플라토닉 러브'인가요 ? 이 책은 축산업, 토건업, 원자력 종사자에게는 성경에 비견되는 명저일 겁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에 대해서 실망했다기보다는 이 책을 읽은 독자의 반응에서 실망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의심을 하지 않아요. 반복해서 말하지만 수많은 추천사와 텍스트의 권위에 짓눌렸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경탄과 감탄을 남발했던 독자가 이 글을 읽는다면 위에 발췌한 문장에서 제가 논리의 오류'라고 지적한 것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시기 바랍니다. 석유는 정말 고래의 생명을 살렸습니까 ?  다시 묻습니다. 플라스틱은 진보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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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6-29 20: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최근 많이들 읽고 별 넷 다섯과 함께 뭔가 새로운 현실에 눈을 떴다는 평을 잔뜩 남기시길래 훌륭한 책이겠거니 했는데, 깜짝 놀랬네요. 저렇게 말했는데도 독자들이 홀렸다니 도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1-06-29 22:46   좋아요 2 | URL
책 사서 읽어 보시지는 마시고 ㅋㅋ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 보세요. 오류투성이입니다.

meguriya 2021-08-0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의봄 이래로 가장 탁월한 업적이라니……무서워요. 이런책들이 나오는걸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