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절반은 정부가 전복되기를 바랐고, 나머지 절반은 그런 정부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무도 자기 일을 걱정할 시간이 없었다.
민중이 전 대통령의 죽음을 더는 애도하지 못하도록 전대통령의 좋은 이미지를 송두리째 없애기 위한 공작이 시작되었다. 전 대통령의 집을 ‘독재자의 궁전‘ 이라 칭하고는 그 집을 시민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사람들은 옷장 안까지 구경하며 대통령에게 고급 스웨이드 재킷이 엄청나게 많았던 것을 보고 놀랐으며, 서랍 안까지 뒤지기도 하고, 쿠바 산 럼주와 설탕이 자루째 보관된 창고까지 샅샅이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 대통령이 바코스 신처럼 옷을 입고 머리에는 포도 줄기로 된 화관을 쓰고 풍만한 여자들과 건장한 남자들과 어울려 난잡한 섹스파티를 벌이며 흥청대는 모습을 담은, 조잡하게 조작된 사진들이 돌아다녔다. 심지어 트루에바조차도 그 사진이 진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해도 너무하는군. 도가 지나쳤어." 트루에바 상원의원이 그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들은 오직 독재체제만이 구차한 설명 없이 강제적인 물리력을 행사하여자기네들의 특권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는 정치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자기네들은 경제적 실권을 쥐고, 통치는 군인들이 하면 된다는 생각을 받아들였다. 우파의 유일한 임무는 군대가 새로운 법령과 법률을 제정할 때 조언해 주는 것뿐이었다.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며 행렬했다. 그러다가 누군가 갑자기 시인의 이름을 거칠게 부르자 모두 한 목소리가 되어외쳤다. "지금, 여기에, 영원히!" 마치 밸브가 열려 당시의 모든 고통과 두려움, 분노가 가슴속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거리를 뒤덮고 다니다가, 끔찍한 함성 소리가 되어 하늘에 떠 있는 먹구름이 있는 곳까지 솟구쳐 올라간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 "대통령동무!" 하고 외치자 모든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사내답게 울부짖으며 "지금, 여기에, 영원히!"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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